좋은 마케터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 인턴 친구의 출근 마지막 날이었다. 같이 점심을 먹는데 그녀의 평이해 보이는 이 질문에 나는 속 시원한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그 자리에서는 원론적으로 예술적인 감각(Art)과 과학적인 논리(Science)를 모두 갖춘 사람이라고 답을 해주었으나 스스로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며칠 동안 이 질문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내가 리스펙(존중이라는 말은 무겁게 느껴져서 잘 안 쓰는 편이다)하는 마케터 선후배들의 특징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좋은 마케터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고 느꼈다.

 

 

 


 

 

 

 

 

1. 철학자(Philosopher)

 

첫 번째 유형은 철학자이다. 이 유형의 마케터들은 패러다임을 바꾸는 인상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보여준다. 조지프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마케팅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쉽게 말해 기존의 마케팅 성공 공식을 파괴하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마케팅 성공 공식을 창조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 철학자 유형의 마케터들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철학자 유형의 마케터가 될 수 있는가? 그전에 먼저 국어사전에서 정의하는 ‘철학’에 대해서 알아보자.

 

철학(哲學):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 흔히 인식, 존재, 가치의 세 기준에 따라 하위 분야를 나눌 수 있다.

– 네이버 국어사전 중 –

 

흠… 어렵다. 사전적 정의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럼 정확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이해하기 쉬운 내가 정의한 철학을 알아보자.

 

철학(Philosophy): 철학을 뜻하는 영어 philosophy는 고대 그리스어 philein sophia에서 온 것으로, ‘사랑’을 뜻하는 ’philein’과 ‘지혜’를 뜻하는 ‘sophia’가 합쳐진 말입니다. 즉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이라는 뜻입니다. 세상과 나 자신을 조금 더 알고 싶고 그를 통해 조금 더 나은 세상과 나를 꿈꾸는 행위가 철학인 것입니다.

– <비행독서>

 

철학은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이고 철학자는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철학자형의 마케터가 되기 위해서는 송나라의 구양수가 말한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이 도움이 된다. 즉 “많이 읽고” “많이 써보며” “많이 생각하고 피드백을 받는” 행위를 통해 사고의 높이를 높여 철학가가 되는 것이다.

 

 


 

 

 

 

2. 트렌드세터(Trend-Setter)

 

두 번째 유형은 트렌드 세터이다. 상당수의 학생들은 이러한 유형의 마케터를 보고 마케터를 꿈꾸지 않나 싶다. 이 유형의 마케터들은 현재의 패러다임 내에서 가장 세련되고 감각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선보인다. 철학가 유형의 마케터가 창조적(Creative)이라면 이들은 신선하다(Fresh).

이 유형은 마케터와 비(非)마케터의 구분이 모호하기도 한 것이 특징이다. 말 그대로 트렌드 세터가 마케팅적 자질을 갖추어 마케터형 트렌트 세터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마케터가 트렌드 세터의 감각을 흡수해서 트렌드 세터형 마케터가 되기도 한다. SNS에서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들이 이 모호한 경계를 오가는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트렌드 세터형은 피에르 부르디외가 말한 ‘문화자본‘에 큰 영향을 받는다. 즉 후천적 노력보다는 타고나는 것이 가장 큰 유형인 것이다.

 

지식과 부(富)는 노력을 하면 할수록 얻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즉 노력과 결과가 비례하는 경향성을 띄는 것이죠. 그런데 이 ‘문화자본’이라는 것은 청개구리 같아서 노력과 결과가 반비례하는 경향성을 보입니다. 문화자본을 습득하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그 생각을 하는 이가 접하는 모든 대상을 ‘비문화적인 것’으로 변질시키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어렸을 때부터 감각적인 것을 보고 자란 사람은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즉 무의식적, 무의도적으로 문화자본을 습득하는 것이죠. 그러나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성인이 되고 나서 공부를 통해 의식적, 의도적으로 문화자본을 획득하려고 하면 오히려 문화자본에서 멀어지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패션감각, 예술 감각 등의 문화자본은 그것을 얻으려 애쓸수록 더 멀어지는 영역의 것들이니까요. 슬프게도 노력한 티가 나는 것은 멋지지 않죠. 그래서 다른 무엇보다 문화자본은 계층 간 이동을 제약시키고 기존의 계층을 공고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끊임없이 질문하고 생각해봐야 할 대상입니다.

– <비행독서> 중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트렌드 세터형 마케터의 자질을 어느 정도까지는 보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열린 사고로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경험하는 것을 통해 말이다.

 

 


 

 

 

 

3. 수학자(Mathematician)

 

세 번째 유형은 수학자이다. 이 유형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가장 핫해진 이른바 퍼포먼스 마케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마케터들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

 

퍼포먼스 마케팅(Performance Marketing):고객이 특정한 행동(광고 클릭, 회원가입, 구매 등)을 했을 때만 광고주가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의 온라인 마케팅과 광고 상품을 통칭해서 부르는 말

 

퍼포먼스 마케팅은  ‘숫자‘가 핵심이다. 예를 들어 1억 원의 광고비를 썼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광고가 보일지(Reach: 도달)” “얼마나 많은 사람이 클릭할지(CTR: 클릭률)”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구매를 할지(CVR: 전환율)” 등이 머릿속에 숫자로 바로 떠올라야 한다. 그리고 이것에 능한 마케터가 바로 수학자형 마케터이다.

수학자형 마케터는 광고비와 광고 소재 그리고 타깃만 들어도 머릿속에 대략의 숫자를 그릴 수 있고 이것을 바탕으로 캠페인을 설계할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숫자만 보고 어느 단계에 문제가 있는지를 파악해서 캠페인을 최적화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수학자형 마케터에게는 무엇보다도 경험치가 중요하다. 퍼포먼스 마케팅을 많이 할수록 이러한 숫자적 능력이 비례해서 나아지는 경향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경험치가 부족하다면 기존에 진행했던 퍼포먼스 마케팅 리포트를 보면서 숫자가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지 공부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좋은 마케터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봤는데 이 중에 나는 어떠한 유형의 마케터에 가장 잘 어울릴지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세 가지 유형의 모든 자질을 갖추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그것이 힘들다면 단점을 보강하기보다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게 더 유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캡선생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