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본 사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가장 잘 알죠.”
스물하나에 맞닥뜨린 불청객
세상에서 가장 느리다는 국방부의 시계가 아침을 알렸다. 군 복무 중 곧 병장 진급을 앞둔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물이 담긴 컵을 들이키는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입 옆으로 물이 흘러내렸다.
‘몸이 왜 이러지? 말로만 듣던 구안와사라도 온 걸까?’
구안와사(口眼喎斜)는 안면신경의 마비로 입과 눈 주변의 한쪽 근육이 영향을 받아 얼굴의 좌우가 심하게 비대칭이 되는 질환이다. 표정이나 눈썹 움직임 등 얼굴 전반의 운동을 주관하는 제7번 뇌신경에 감염으로 염증이 생겨 얼굴 근육을 잘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질환이다. 하지만 별다른 통증이나 불편함이 없었기에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렇게 다른 부대원들과 같이 야간 근무를 서고 훈련에도 평상시처럼 참여하였다. 그런데 점점 증상은 심해져 말도 할 수가 없고 대화는커녕 단어를 말하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나중에는 시력에도 영향을 줘 1개의 물체가 2개 이상으로 보이는 현상인 복시는 물론 물체를 명확하게 볼 수 없는 난시까지 왔다. 상황이 악화되자 그가 군 복무를 하던 포천과 가까운 국군일동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뇌 CT부터 자기공명영상(MRI)까지 찍었지만, 도저히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부대로 다시 복귀하였는데 훈련은 둘째치고 정상적인 생활조차 불가해지자 그는 마음이 급해졌다.
‘마냥 기다리다가는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
마음이 급해진 그는 더는 보고체계에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대대장실로 뛰어갔다. 그리고 대대장에게 말했다.
“대대장님, 저 지금 당장 아산병원 가야 해요. 안 그러면 죽을지도 몰라요.”
이때서야 대대장을 포함한 부대 전체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다. 그 후 아산병원에 도착해서 진찰 후 담당의로부터 진단 결과를 들었는데 흉선암 4기라고 했다. 가슴샘이라고도 불리는 장기인 ‘흉선’은 성인이 되면 기능을 마치고 퇴화하는데 흉선의 세포에서 종양이 발생하게 되는 것을 흉선종이라 하며, 흉선종 중 악성도가 높은 것을 ‘흉선암’이라 부른다. 흉선암은 40~60세에 주로 발생하는 데 발병 확률이 드물고 악성도가 높은 암으로, 위험성과 사망률이 높은 데 발견 시 5년 생존율이 30~50%밖에 되지 않는다. 불과 21살에 희귀암에 걸렸던 군인은 나중에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회복관리 서비스를 출시하게 된다. 그가 바로 ‘케어마인드’의 신윤제 대표이다.
답답하고 고독한 치료과정
그는 단순히 아산병원처럼 큰 병원만 간다면 지금의 상황이 모두 종료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항암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체감했다. 항암제를 투여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어지럼증과 구토로 인해 정상적인 식사가 힘들었다. 부모님이 출근하면 집에서 고독하고 우울한 시간이 이어졌다. 평소 크게 아파본 적이 없었고 입대 전 신체검사도 1급을 받았던 터라 지금의 무기력한 상황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세 차례의 항암치료가 끝나자 흉부절제술을 통해 가슴을 20cm 정도 절개 후 암종양을 제거하였다. 절개가 되었던 수술 부위는 봉합하였는데 마취가 풀리지 않은 것인지 통증이 아니라 감각조차 없었다. 그렇게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인데 난데없이 병원에서 3일 뒤 퇴원을 요구하였다.
“이제는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으니 퇴원 수속을 밟으셔야 합니다.”
전동침대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앞이 깜깜했다. 신대표의 아버지는 주위를 수소문해서 가까스로 전동침대를 구할 수 있었고 신대표는 들것에 실리다시피 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전동침대에서 누워서 생활한 지 60여 일이 지나자 드디어 몸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다. 그리고 30일이 지나자 드디어 천천히 걷는 것이 가능했다. 신대표는 수술에 앞서 세 번의 항암과 90일의 수술 후 회복과정 그리고 이어진 28차의 방사선 치료를 겪으면서 환자가 겪는 것은 단순히 육체적 고통 외에도 심리적 고립감과 좌절감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특히, 정확한 위치에 방사선을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니 몸에 표시하는데 샤워를 하면 지워질 수 있어서 씻는데 제한이 있다. 무더운 여름이 되자 땀도 나고 몸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집 밖을 나가는 것도 꺼리게 되었다. 그런 그를 현관문 밖으로 이끈 것은 정기적 통원치료였다. 한번 병원을 가면 대학교에서 강의가 열리는 강의실을 찾아다니며 수업을 듣듯 종양내과를 시작으로 흉부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신경과를 두루 거쳤다.
그런 과정이 지칠 만도 했지만, 담당의들과의 3분이 채 안 되는 정기진료에서 회복 경과에 대해 혹은 치료나 회복에 도움이 되는 조언이 간절했다.
“선생님, 홍삼을 먹어도 될까요?”
“뭐, 안 먹는 것보다 낫겠죠.”
담당의들의 무미건조하고 간결한 대답은 마치 철벽을 치는 상대방에게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시도하는 것과 같았다. 결국, 밖에서 서로 비슷한 환경에 놓인 환자들끼리 진료를 기다리면서 불완전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였다. 당시 그에겐 전문성이 결여된 정보마저도 절실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사전적 의미가 「같은 병자(病者)끼리 가엾게 여긴다.」라는 뜻인데 그게 일상이고 현실인 곳이 바로 진료실 앞이다.
우연히 본 공고, ‘케어마인드’의 시작
신윤제 대표는 장기간 휴식과 통원치료를 병행하며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하자 일상으로 복귀하였다. 하지만 수술은 그가 일상을 대하는 태도를 크게 바꾸었다. 한번 크게 아팠던 경험 때문인지 매 순간이 기적처럼 너무 소중하게 느껴져 조그만 자투리 시간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았다. 국민연금공단, 국가경영전략연구원, 한국생산성본부 등 다수의 회사에서 인턴십과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은 물론 저녁에는 마케팅 관련 실무 세미나와 강연을 찾아다니며 하나라도 더 듣고 배우고자 했다. 덕분에 졸업 후 그는 삼성보다 더 높은 순이익률을 기록한 대기업의 마케팅부서에 취업하며 기업의 최고마케팅담당자(CMO)가 되는 꿈을 키워나갔다.
안정된 수익과 미래가 보장된 직장에서 일에 치여 바쁘게 하루를 보내던 그는 서울시에서 의료경영 과정을 연다는 공고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그날 유독 그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저녁에 열려 퇴근 후 참석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은 그의 인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는데 당시 들었던 강의 내용은 수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 전철로 2시간이나 걸리는 곳에 치바 현에 인구가 36,000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 가모가와시가 있다. 그런데 이곳의 한 병원은 매일 3만 명의 외래환자들이 찾고 병상 1,000개는 자리가 없어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 병원은 가메다 종합병원으로 이토록 높은 인기를 누리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우선 입원실이 안락한데 웬만한 소형 아파트 규모로 보호자가 충분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병원 내 심야 술집을 운영하는데 음주가 가능한 환자, 보호자의 지친 심신을 달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만들었다. 그리고 병원 건물 내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은 13층인데 영안실로 활용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병원 내 천국과 가장 가까운 곳이기 때문이다. 위독한 환자라면 지하에 영안실이 있는 병원보다 스카이라운지에 영안실이 있는 병원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반면, 국내는 환자들을 위해 병원 곳곳에 성경구절을 붙여놓은 것이 전부일 정도로 환자 경험을 개선하는데 소극적이었다.
그는 의료경영과정을 들으면서 국내 저명한 병원장들과 의료교수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환자 중심으로 의료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병원은 수술을 잘하는 것이 우선이기에 환자보다는 병원이 중심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윤제씨, 수술 잘 받고 건강을 회복했으면 된 거지. 왜 굳이 기존 의료체계를 바꾸려고 해요?”
신대표는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냉담한 반응을 보고 자신이 의료인이 아닐 뿐더러 관련하여 전문성을 인정받은 박사도 아니었기에 자신의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어쩌면 이 시장이야말로 새로운 변화가 절실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케어 부문에서 손수 제품을 처음부터 기획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대기업 마케팅부에서 근무하며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보다 훨씬 변수도 많고 위험도 크겠지만 그는 기꺼이 자신을 불모지에 내던지고자 했다. 20대 초반부터 희귀난치질환을 현재까지 치료와 관리를 병행하며 관련 커뮤니티 활동도 열심히 하였던 터라 환자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불편해 하는지 자신만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찾기 힘들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수술 전후로 많이 드나들며 정보를 탐색했던 온라인 환자 커뮤니티에 접속하여 그들의 고민은 무엇이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보았다. 수술 후 회복 중인 환자들이 올린 포스트들을 날짜별, 수술 부위별로 일일이 엑셀로 정리하며 분석하였다. 그렇게 정리를 하다 보니 크게 3가지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바로 현시점의 회복률, 앞으로 회복까지 남은 시간, 빠른 회복을 위한 팁이었다. 그 외 환자들이 겪는 각종 증상을 분석을 해보니 환자들이 어떤 수술을 받았을 때 고통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끼는지 그리고 무엇을 걱정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접근하기 힘든 환자의 회복에 대한 정보들을 어느 정도 확보하자 신대표는 본격적으로 수술 후 환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론칭하기로 결심하였다.
서비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건강관리 서비스들이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사라진 이유가 하나의 솔루션으로 너무나도 다양한 질병을 동일하게 접근하였기 때문이라고 신대표는 생각했다.
“암 하나만 해도 종류가 100개 넘고 거기에 따른 접근법 및 케어가 달라야 하는데 너무 단순화했어요. 대장암과 위암 구분없이 동일한 UX(이용자 경험)와 같은 케어 프로토콜(돌봄 절차)를 제공하니 서비스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어요.”
케어마인드는 가장 먼저 진입할 곳으로 성형외과를 뽑았다. 보통은 어딘가 불편한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데 성형외과 시장은 비교적 건강한 사람들이 병원을 찾았다. 생과 사의 넘나들며 촌각을 다투는 다른 수술에 비교하면 경미한 외과 수술이었고 이미 광고 시장이 발달하여 신규 서비스를 운영해볼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었다.
특히, 성형수술로 인한 창상은 통제된 환경에서 철저히 계산되고 계획적인 절개를 하므로 어느 정도 일정한 회복속도를 보일 확률이 상당히 높다. 자신의 회복 진행상태가 궁금한 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기준점이라고 생각했다. 신대표는 상처치유 기전에 기반을 둔 수치화된 정보를 제공했다. 상처치유는 지혈단계 → 염증단계 → 증식단계 → 성숙단계의 4단계를 걸치면서 일어난다. 이 과정이 어느 정도 일정한 타임프레임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수학적으로 모델링이 가능하다.
본격적인 창업을 위해 서울산업진흥원에서 청년창업가를 발굴·지원하는 SBA 챌린지 1000 프로젝트에 지원하였는데 최종선발되어 퇴사를 결심하고 송파구 문정동에 케어마인드의 첫 사무실을 얻었다. 그렇게 환자 건강 데이터와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수술 이후 자가 회복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 ‘에포터’가 시작되었다.
첫 출시한 서비스에 호응하는 이용자들
신대표는 고객 정의를 인구통계학적으로 접근하기보다 타겟 이용자의 페르소나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거기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다. 환자들이 자주 방문하는 네이버 카페에 자신의 사진을 올리고 겪고 있는 증상과 상태에 대해서 상세히 공유하는 분들의 동기를 생각해보면 결국 불안감이다. 신대표는 수술 후 이렇게 불안해하는 환자들이라면 충분히 에포터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환자들의 커뮤니티에서 에포터가 입소문이 난 덕분에 초기 이용자들은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빠르게 확보할 수 있었다. 에포터를 통해 매일 기록을 하는 이용자들이 점차 많아졌다. 에포터는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자 데이터 학습을 통해 지금의 예측이 가능한 모델을 제안할 수 있었다. 서비스 초기 한 이용자가 앱 리뷰를 남겼다.
“위로받고 안심할 수 있는 최고의 앱”
신대표는 자신이 해당 서비스를 기획하며 가장 핵심 가치로 생각했던 두 가지가 바로 ‘위로’와 ‘안심’이었다. 동료들에게도 케어마인드는 치료가 주가 아니라 돌봄이기에 위로받고 안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평소 말했었는데 이용자가 그것을 알아봐 주자 너무나도 감격스러웠다.
한 이용자는 눈 수술을 받은 후 655일 동안 ‘에포터’에 자신의 상태를 기록하였다. 운영진은 개인정보 데이터는 볼 수 없지만, 장기간 이용한 이유가 앱의 오류에서 기인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하여 이용자에게 확인을 요청하였다. 그리고 그가 실제로 장기간 이용 중인 것은 물론 그 이유까지 들을 수 있었다.
“제가 제 얼굴을 가장 잘 알잖아요. 제 눈 주위 수술 부위에 아주 작은 흉터가 보여요. 그래서 가족이나 병원에 얘기하면 제가 예민하다고 말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겨요. 그런데 에포터에서 이를 기록하면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시고 자신의 경험을 알려주시는데 그 자체만으로 위로가 되고 안심이 돼요.”
이용자들의 고민에 공감하고 그들의 필요를 충족한 덕분에 에포터는 무척 빠르게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었다. 단편적인 예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고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지원하는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사업’으로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국내 10개 대학병원들이 피부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았는데 약 10만 건을 모았다. 그런데 정작 출시한 지 3년 만에 에포터는 그 2배에 해당하는 20만 건의 피부 데이터를 확보하였다.
단순히 무의미한 데이터의 합이 아닌 부위 별, 증상 별 시계열 데이터를 확보하였고 수술 부위 역시 43개에 달한다. 보통 다른 앱들은 커피 쿠폰 혹은 현금성 포인트와 같은 상품 제공을 대가로 적극적으로 리뷰 작성을 유도하는 데 비해 에포터는 아무런 보상이 없다. 그런데도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이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쉽게 말하면 지금 회복이 가장 우선순위인 환자들이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커피가 아닌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케어마인드가 정확하게 이해하고 ‘에포터’와 같은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였기에 다른 유도책이 필요하지 않았다.
2021년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병원 밖 환자데이터에 관한 관심이 커져 많은 성장의 기회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신대표 혼자 잠재적 협력사와 미팅을 하다 보니 홀로 6명 이상 되는 보험사 TF팀을 상대로 협상을 하는 건 기본이고 제약사와 협상할 때는 10명을 혼자 상대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의 인력으로는 외부에서 쇄도하는 미팅 요청과 협업 기회를 제때 소화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져 케어마인드의 비전에 공감하고 조직에 깊이와 응집력을 더해줄 임원들과 중간관리자들을 영입하였다.
데이터가 곧 새로운 경쟁력
케어마인드는 현재 성형외과 케어 앱만 있지만 앞으로 질병에 따른 전문 앱을 각각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아토피 케어 앱을 선두로 이후 치매 케어 앱, 유방암 케어 앱, 치과 케어 앱 등 순차적으로 출시하여 이용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케어와 정보를 제공하고 각각의 데이터를 쌓을 예정이다. 공급자적인 측면에서 구축 비용이 커지고 운영 및 유지보수의 부담도 커지지만 결국은 환자의 경험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여 그러한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쌓인 데이터는 분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쓰임새와 가치가 크게 바뀔 수 있다.
IBM에 따르면 개인이 평생 만들어내는 의료 정보는 크게 외부적인 데이터, 유전체 데이터, 의료 데이터로 구분될 수 있다. 그런데 일상생활, 사회경제, 주변 환경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한 외부적인 데이터가 의료 및 유전체 데이터에 비해 압도적이다. 외부적인 데이터의 양이 1,100 테라바이트인 반면 정작 병원에서 수집되는 의료 정보는 0.4 테라바이트에 불과하다. 이 외부적인 데이터가 최근 헬스케어의 분야에서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PGHD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PGHD는 Patient-Generated Health Data의 약자로 스마트폰,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의 발전으로 환자가 자발적으로 생산한 건강데이터를 말한다.
PGHD가 최근 헬스케어 분야의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병원에서 측정하는 데이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환자가 몇 달에 한 번 정도 병원을 방문해 측정하는 데이터는 극히 일부분만 측정할 수 있지만, PGHD는 환자 정보 대부분을 반영할 수 있다. 이러한 PGHD가 중요한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 번째, 병원에 방문하지 않는 기간 환자의 상태를 파악이 가능하다. 두 번째, 만성질환의 관리 혹은 예방에 가장 근접한 정보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복용중인 약물정보, 알러지 정보 등의 환자 안전성에 기여 가능하다는 점의 장점이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는 이미 데이터가 적극 활용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적극적인 데이터 활용이 시급하다.
1) 병원:
통증을 비롯한 증상은 스냅샷쳐럼 일정하게 정체되어 있지 않고 동적으로 계속 변화한다. 무엇을 먹고 얼마나 자고 어떤 약을 복용하는지에 따라서 계속 변하는데 이를 기록한 데이터가 없다 보니 의사는 계속 일정한 치료법과 처방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밀의료는 물론 근거 중심의 의사결정을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질병을 평생 안고 관리하면서 살아가는 당뇨, 고혈압, 천식 등 만성질환 환자의 경우에는 진료실 밖에서 생성되는 데이터가 질병의 관리와 치료, 예방, 예측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케어마인드의 신대표는 의료진이 환자가 직접 기록한 일지를 볼 수 있다면 환자에 대한 더욱 개인화된 진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자는 이를 통해 자신의 증상을 현재의 기준으로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 시간에 따른 변화를 보여주어 통증의 주기와 질병 및 회복의 진행 상황을 더욱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 의료진은 신대표와의 미팅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몇 달 전에 뵈었던 환자분이 다시 찾아오시면 이분이 지난 수개월을 치료와 회복에 얼마나 집중하셨는지 그분의 기억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환자분의 상황을 더욱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진료를 한다면 조금 더 환자 개개인에 맞춘 처방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어요.”
2) 보험:
지난 2020년 개인정보 등을 여러 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일명 ‘데이터 3법’ 시행과 함께 건보공단의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반면 보험업계는 합리적인 보험료 측정과 고혈압, 당뇨 등 유병자를 위한 맞춤형 보험 상품 출시를 위해 공공의료데이터 제공을 신청했지만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건강보험공단은 이를 국민 이익 침해 가능성, 과학적 연구 기준 부합 여부, 자료제공 최소화 원칙 부합 여부 등의 이유로 거부했다. 보험업계는 이에 대한 대체방안으로 PGHD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이를 토대로 보험 지급 심사에도 활용할 수 있고 신규 보험대상자(피보험자)의 위험을 선택하고 적절한 위험집단으로 분류하여 보험료 및 가입조건을 결정하는 계약심사업무가 다각면에서 가능해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데이터를 활용하면 건강 위험 분석과 예측의 정확도가 높아져 합리적인 보험료 산정이 가능하다”며 “고혈압과 당뇨 등 유병자에 대한 맞춤형 보장을 통해 보장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는 2013년 창업한 ‘바빌론 헬스’라고 하는 인공지능(AI) 진단을 통한 사전진단, 비대면진료와 필요시 대면진료로 의료비를 절감하는 디지털 건강관리 플랫폼이 있다. 질병 진단이 아닌 예방에 중점을 맞춘다.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줄이고 중증으로 악화할 수 있는 상태를 미리 예측한다. 이 기업의 전체 매출의 90%가 보험사들로부터 발생하는데 보험 가입자들의 건강관리를 대신하면서 비용절감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시한 덕분이다. 2013년에 설립하였는데 2021년 나스닥에 상장하여 기업가치는 5조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바빌론의 매출은 올해 지난해 대비 무려 3배에 가까운 1조 1900억이 예측되고 있다.
바빌론은 북미, 유럽, 아프리아, 아시아 등 전세계에 걸쳐 15개국에서 15개 언어로 글로벌 환자 네트워크를 지원하고 있다. 전 세계 이용자는 240만명이다. 이용자의 90% 이상이 별 5개 평점을 주고 95% 이상의 사용자 유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바빌론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가 35%에 이르러 보험회사에서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3) 제약:
제약회사에서는 신약개발 및 기존 의약품의 개량하는데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가든트 최고경영자(CEO) 헬미 엘토키는 “새로운 항암제가 임상시험까지 평균 8.8년 걸리는데 그나마 신약 3개 중 하나는 시험 참가자를 충분히 모집하지 못해 실패한다”라고 말했다. ‘혁신신약’ 개발은 많은 제약사가 꿈꾸는 과제이며 많은 환자들도 기대하는 바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개발에 최소 10년 이상 소요되며, 최초 신약 후보물질의 발굴부터 전임상과 임상 등 개발단계를 거치는 동안 막대한 자본도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최근 콘서트AI가 시리즈C로 1억5천만달러(약 1900억원)를 유치하여 큰 주목을 받았다. 콘서트AI는 인공지능 기반 SaaS 서비스 및 리얼월드데이터 분석솔루션 등을 통해 논문출판, 임상설계·진입 가속화, 임상결과 분석, 임상지역 설정, 환자 복약순응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의 AI기반 신약후보물질 발굴·개발과는 또 다른 접근법으로, 콘서트AI는 자사의 솔루션을 통해 임상환자가 치료받는 기간을 약 10% 줄이고, 임상연구설계 및 진입까지의 기간을 약 25%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얀센, BMS 등을 포함해 약 45개 이상의 바이오텍, 글로벌 제약사, CRO, 미국 식품의약국 등 다양한 고객 및 파트너사를 두고 있으며 기업가치는 약 2조5천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환자의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위한 병원 밖 동반자
이를 위해 케어마인드는 파트너사가 손쉽게 정제된 데이터에 접근하고 맞춤화된 대시보드를 통해 데이터 트렌드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솔루션을 곧 선보일 계획이다. 미래는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는 기업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리라는 것은 분명하기에 업계의 기대가 크다.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이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질병 치료를 포함한 의료 생태계가 급진전할 것이다.”
아파본 사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가장 잘 안다는 말이 있다. 케어마인드는 신대표가 단순히 수익성만 보고 뛰어든 사업이 아니다. 그 역시 생사를 가르는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느꼈던 불안감과 외로움은 그의 가슴에 남은 절개 흉터만큼이나 쉽게 잊히지 않았다. 수술 후 외롭고 고립된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실 대단한 것이 아니다. 담당의의 따뜻한 관심과 주위의 공감만큼 그들을 안심시키고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회복하는데 효과적인 것은 없다. 환자의 환자에 의한 환자를 위한 의료 생태계의 현실화가 시급한 이유이다.
케어마인드는 올해 아토피 케어 앱을 선두로 이후 치매 케어 앱, 유방암 케어 앱, 치과 케어 앱 등 순차적으로 출시 후 정형외과, 산부인과, 외과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동시에 아시아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진출하여 전 세계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아시아인에 대한 데이터를 선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시아인의 외형적, 생물학적 특성 뿐만 아니라 문화, 전통적 관습 및 종교 등의 요소까지도 가장 잘 이해하는 곳으로 케어마인드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날이 곧 도래하기를 기대한다.
해당 콘텐츠는 Jimmy Cho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