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이 없는 회사의 반복되는 실책
기획 업무를 하기 위해서나 이직을 생각할 때 어느 기업에 대한 뉴스를 찾는 것은 많이 하는 작업입니다. 물론 기업 홍보 담당을 통해 언론사로 흐르게 만드는 뉴스가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사라도 기업이 현재 어디에 집중하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죠. 더 위력적인 방법은 뉴스를 시기별로 횡으로 모아 보는 것입니다. 몇 년 단위로, 가능하면 시간을 길게 뉴스를 모을수록 여러 점들은 하나의 방향성을 가리킬 수도 있죠. 단순히 어떤 서비스와 상품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어떤 회사가 되느냐까지 기업 활동의 연대기를 확인하면서 그 패턴 속에서 인사이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회사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뉴스가 부족한 회사도 너무나 많지만 뉴스가 있는 회사라고 해도 개별 뉴스가 찍었던 점들이 시간이 지나도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기보다는 도돌이표를 하듯 몇 년 단위로 비슷한 기사가 계속 나오는 경우가 이것에 해당됩니다.
무한 속도 경쟁, 며칠을 몇 시간 단위로 줄이는 생산/물류 프로세스
야근 없는 회사, 새로운 시스템 도입 성공적
이런 기사들이 몇 년 단위로 같은 회사에서 반복되고 있다면 이 회사는 예전에도, 지금도 높은 확률로 이 명제들을 해내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점진적으로 목표가 높아지면서 한 방향으로 개선되는 회사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완전히 같은 내용을 비슷한 수준으로 계속 언론에 보내는 회사를 말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에 앞서 결과를 만드는 문화와 프로세스, 결국 그것은 사람과 IT를 통해 구체화되어야 하는데 이런 회사는 이런 것들 없이 그저 구호로 의지로 ‘이렇게 하자’는 것만 몇 년째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죠. 사실은 정말 그러고 싶은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더 많기도 합니다.
첫 사례로 든 프로세스 혁신은 본질적인 혁신이나 투자 없이 떠도는 키워드를 차용해서 채용 시장이나 자금 시장에서 일시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보자는 얄팍한 생각에 기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생산과 물류에 대한 투자 없이, 사실 몇 년 전 그 명제가 지금도 우리에게 유효하냐는 고민 없이 다시 이 카드를 꺼내 시장으로 하여금 혹은 지금 직책자가 눈치를 보는 주주들로 하여금 그저 이 시기를 넘어가자는 술수일 수 있죠. 몇 년 단위로 반복되고 있다면 아직 그 단계를 넘어서지 못한 것이고 이런 회사에서 그런 일은 기대도, 실현도 어렵기 때문에 일정 부분 놓고 보는 게 맞습니다.
두 번째 사례로 든 업무 환경 개선과 같은 기업 문화는 주주의 본질적인 인간관, 경영진의 철학과 연결됩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문화라는 게 있다면 문화의 토대 안에서 그것은 몇 년 뒤 반복될 필요 없이 일정한 톤으로 잘 지켜지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애초에 없었다면 이런 구호는 역시 일시적인 이벤트에 그치고 아이러니하게 경영진의 필요에 따라 서서히 종이로 만든 탑은 무너지게 되겠죠. 취업 사기는 아니지만 구성원은 취업 사기 같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홍보비를 들여 일시적으로 시장에 눈가림을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기적인 패턴을 몇 번 겪은 내부 직원은 겪으면 겪을수록 탈진 상태가 됩니다. 사실 아무렇지 않고 덤덤합니다. 그냥 이렇게 하다가 지나가는가 보다 싶어 하죠. 정말 혁신을 하려고 해도 양치기 소년에게 기대하는 바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직원들에게 혁신을 하지 못하는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 전적으로 그럴 수는 없습니다. 회사의 패턴을 학습한 것이니까요. 진정성 있는 혁신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경영진과 주주의 진정성 있는 변화를 일관성 있게 점을 한 방향으로 찍어 나가듯 하는 철학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이것만큼 확실한 방법은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할 수 있는 것 중에서는 더 없는 것 같습니다.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