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으로 이어진 다양성 논쟁

 
 
 

꿈과 환상의 나라 디즈니가 ‘다양성’을 둘러싼 당파적 정치 논쟁에 휘말리면서 주가까지 폭락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다양성과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기 위해 성소수자 권리 향상을 주장한다. 다른 한쪽은 이를 거세게 반대한다. 특히 학교에서 이 같은 논쟁은 치열한데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게이 등 성적 소수자에 대해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다.

이 상황은 디즈니가 50년 이상 특권을 받은 자치구 특혜(일명 디즈니 특구)가 박탈될 위기로 이어졌다. 특혜가 박탈되면 최대 17억 달러(약 2조 1066억 원)의 부채를 떠안아야 한다. 도대체 디즈니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들어 현실 세계의 추함이 디즈니의 마법 왕국으로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극도로 정파적인 세상에서 양 정파가 모두 디즈니를 두들겨대며 많은 이에게 미국 그 자체를 상징하는 디즈니 브랜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론 데산티스 플로리다(Florida) 주지사는 지난 22일 올랜도 디즈니월드 테마파크가 위치한 자치구 리디 크릭(Reedy Creek Improvement District)을 폐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지난 50년간 특혜를 누렸던 플로리다주 올랜도 디즈니월드를 관장하는 이른바 ‘디즈니 특구’를 없애는 방안이다. 특별지구 지정 취소 법안이 통과했다는 소식에 디즈니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2.34% 하락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공화당이 장악한) 플로리다주가 도입한 ‘동성애 관련 교육 금지법’에 있다. 이 법의 골자는 ‘플로리다주 학교에서 유치원∼초등학교 3학년생을 대상으로는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을 주제로 한 수업·토론을 금지’하도록 한 것이다. 이 법에는 고학년 부모들이 교육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때 학교를 고소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학교 수업 디즈니 주가 폭락이 무슨 상관

 

디즈니는 애초 이 법에 대해 공식적으로 어떤 입장도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디즈니가 이 같은 법을 낸 주 의회 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직원들은 대거 반발하기 시작했다. 성 소수자 옹호단체 등도 디즈니의 침묵을 비판하고 나섰다. 결국 직원들이 항의 파업에 나서자 디즈니는 플로리다주에 정치자금 기부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회사 공식 입장이 된 것이다. 

이에 플로리다주 의회가 보복을 단행했다. 디즈니가 지난 50년간 받아온 디즈니 월드를 위한 ‘특구’ 를 폐지하겠다고 한 것. 디즈니 특구는 디즈니 테마파크를 모두 포함한다. 이곳은 지난 1967년 자치구로 인정받았다. 리드 크릭 자치구는 자체 토지 개발이 가능했고 서비스 제공을 위한 세금 부과 권한도 주어졌다. 

그러나 이제 이 법안이 시행되면 이런 특권도 사라진다. 올랜도 오렌지&오셀라 카운티(Orange and Osceola counties) 지역에 있는 40평방 마일 규모 리디 크릭 자치구(Reedy Creek Improvement District)는 자치권을 박탈 당한다.

 

 

디즈니가 공화당에 맞서야만 했던 이유

 

사실 디즈니가 법안 반대를 공개적으로 밝힌 이유는 디즈니 내부의 ‘복잡한 문제’ 때문이다. 공식 명칭은 ‘부모 권한 관련 교육법(Parental Rights in Education law)인 일명 ‘게이 언급 금지법(Don’t Say Gay)’이 처음 발의됐을 때 디즈니 CEO인 밥 체이펙은 직원들에게 “법을 평가하거나 언급하지 말라”고 직원들에게 메모를 보냈다가 곤혹을 치렀다. 

직원들은 대표 결정에 직접 반발하며 100명에 가까운 동성애 지지 지원들이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또 디즈니 불매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체이펙 CEO는 직원들에게 사과해야 했지만 회사 내 갈등은 수습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디즈니는 법안 서명에 앞서 반대 성명까지 냈다. 디즈니는 법안 반대 트윗에서 “이 법은 통과하거나 서명돼서는 안 되는 법”이라며 “법이 폐기되거나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내 다양성을 포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플로리다 주지사, 디즈니와 전쟁 선포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은 플로리다 정치인들을 자극했다. 특히 데산티스 주지사는 디즈니와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법안 성명 뒤 기자 간담회를 열고 “디즈니의 이 같은 행위는 도발(Provocation)’이라고 말했다. 

그는 “플로리다는 캘리포니아 기업 경영진이 아닌 플로리다 주민들의 이익에 따라 운영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캘리포니아 버뱅크에 본사를 둔 이 회사가 우리 주 부모들을 공격하기 위해 경제력을 총동원하겠다고? 우리는 그것을 도발로 간주하고, 우리는 그것에 맞서 싸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디즈니 특구법은 무엇?

 

이른바 디즈니 특구법으로 디즈니 자치구는 지난 50년 동안 행정력의 감시를 받지 않았다. 

미국 전역에는 수만 개의 특별구가 있고 플로리다에만 1800개 이상의 활동적인 특구가 있다. 특히 디즈니 테마파크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리디 클릭은 보다 특별하다. 리디 크릭은 디즈니를 위해 설립됐다. 디즈니는 월트 디즈니 리조트, 앱콧 센터 등 이 지역의 3분의 2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매일 평균 25만 명이 방문하는 명소이기도 하다.

디즈니 설립자 월트 디즈니(Walt Disney)는 1960년대 중반 두 번째 테마 파크를 짓기 위해 플로리다 2만 5000 에이커 이상 늪지를 검토했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전력과 수도가 10마일 혹은 그 이상 떨어져 있어 별도 하수도 시스템 구축이 불가피했다.

플로리다 의회는 오렌지 카운티 내 리드 크릭 자치구를 만들어 이를 직접 지원했다. 디즈니의 테마파크 건물에 필요한 전력, 수도, 도로, 소방서 등 공공 서비스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세금과 채권 발행이 목적이었다. 이를 통해 디즈니는 추가 비용 없이 디즈니월드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를 건설할 수 있었다.

리디 크릭은 디즈니에 다양한 재무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 몇 년 전 디즈니가 플로리다 디즈니월드 할리우드 스튜디오 파크(Hollywood Studios park) 근처에 교차도로를 만들길 원했는데 리디 크릭 자치구는 채권을 발행해 이 비용을 지원했다. 현재 디즈니는 소방, 긴급 서비스, 수도, 공공시설, 하수 등의 서비스뿐만 아니라 130마일 이상 도로와 67마일 이상의 수로를 공공 비용으로 만들어 계속 사용하고 있다.

특별 자치구는 재정 지원뿐만 아니라 디즈니에 ‘자치권(control)’도 제공한다. 리디 크릭은 디즈니에 도로 건설 등을 포함한 각종 자산 건설 계획과 허가 절차를 면제해준다. 디즈니는 자치구 규정에 따라 리디 크릭에서 자체 빌딩 건설 기준을 운영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도 별도 승인 없이 스스로 추진할 수 있다. 또한 디즈니의 자체 소방서와 응급 구조대의 비용 지원을 위한 세금도 부과한다. 올랜도 디즈니월드의 경우 심지어 자체 전력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디즈니 특구 폐지법이 중간에 개정되지 않는다면 오는 2023년 6월 1일 공식 시행된다. 법안에는 리디 클릭 자치구 폐지 이외에도 주 내 다른 5개 유사한 지역에서도 자치 지역 설립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구 박탈되면 디즈니는 어떻게

 

특구 기능이 박탈되면 당장 디즈니는 테마파크 운영의 자율성을 상당 수준 잃는다. 도로나 건물 건설 시 카운티 허락을 받아야 하며 전력, 수도 사용 등에 대한 운영비 면제도 사라진다.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특별 세금 지역으로 지정되는 자치구는 운영 비용을 위해 회사 등에 추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플로리다 오렌지 카운티는 매년 1억 500만 달러의 세금을 부과하는데 리디 크릭은 채권 상환을 위해 디즈니에 6000만 달러의 추가 세금을 징수하고 있다. 리드 클릭이 자치구 권한이 박탈되면 디즈니에 이런 세금을 받을 수 없어 자치구 주민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오렌지 카운티 세무서장 스콧 랜돌프(Scott Randolph)는 카운티 부담이 연간 1억 6,3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오렌지 카운티는 리디 크릭 자치구의 자산과 부채도 흡수해야 한다. 리디 클릭의 연간 예산은 3억 3,500만 달러 정도이며 9억 7,700만 달러가 부채도 보유하고 있다. 리디 클릭은 매년 5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 정도의 적자 운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디즈니가 테마파크 수익으로 자치구 자체 운영비를 보조하고 있다. 의회에 따르면 자치 지구가 카운티에 흡수되면 납세자들이 부담해야 할 부채는 10억 달러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NYT는 “디즈니는 누구의 기분도 상하게 않게 하려다 모든 사람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디즈니의 창립자인 월트 디즈니는 반(反)노조 성향의 보수주의자였다. 테마파크 디즈니랜드의 입구에 있는 ‘메인스트리트 USA’에서는 애국주의가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하지만 2005∼2020년 디즈니를 이끈 로버트 아이거 전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디즈니의 색채를 바꿔놨다. 디즈니의 배우 캐스팅과 서사에서 다양성과 포용, 평등 등을 강조하도록 한 것이다.

NYT는 “(아이거 CEO는) 요컨대 사회운동으로서의 엔터테인먼트를 강조했다”고 진단했다.

캐스팅이 거의 전부 흑인으로 이뤄진 블록버스터 영화 ‘블랙팬서’, 여성 주인공을 중심으로 새롭게 쓰인 ‘스타워즈’ 시리즈, 다양한 인종·문화·민족성을 선보인 ‘모아나’, ‘코코’, ‘소울’, ‘엔칸토: 마법의 세계’ 같은 애니메이션은 그 결과물이었다.

이들 작품은 상업적으로 잇달아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일부 관객에겐 반발을 샀다. 지난해 가을에 동성애자 슈퍼히어로가 남편에게 키스하는 장면이 들어간 마블 영화 ‘이터널스’가 개봉했을 때는 동성애 혐오자가 영화 평점 사이트로 몰려가 별점 1점짜리 리뷰를 남기는 ‘별점 폭탄’을 투하하기도 했다.

디즈니 내부에도 이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다. 한 임원은 예술적 창작물을 ‘정치적 올바름'(PC)의 필터로 보는 일이 창의성을 얼어붙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NYT는 전했다.

남캘리포니아대학의 엔터테인먼트·미디어·사회 교수이자 전 디즈니 스튜디오 임원인 마틴 캐플런은 “디즈니 브랜드의 임무는 항상 분명했다. 그것은 바로 가족 고객을 기분 상하게 하거나 혼란스럽게 할 일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리는 오늘날 매우 분열돼 있고 매우 격앙돼서 디즈니조차도 우리를 단합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거 CEO의 뒤를 이어 디즈니의 새 선장이 된 밥 체이펙 CEO는 지난달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다양성이 담긴 우리의 이야기는 바로 기업으로서 우리의 선언”이라며 “그리고 그것은 어떤 트윗이나 로비 활동보다 더 더 강력하다”고 말했다.

 

 

주가까지 폭락한 디즈니

 

디즈니의 플로리다에서의 위기는 회사 가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디즈니 주가는 4월 22일 법안 통과와 함께 2.34% 하락했다.

디즈니는 플로리다 주에서 8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세금 혜택이 사라질 경우 테마파크 내 미식 축구, 농구, 쇼핑몰, 호텔 등을 추가로 짓겠다는 디즈니의 플로리다 사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플로리다 디즈니월드는 지난 2021년 플로리다 주와 지자체에 세금으로 7억 8000만 달러를 냈다. 특히, 데산티스 주지사가 오는 2024년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라는 점에서 리스크는 장기화될 수도 있다.

현재 디즈니월드는 오렌지와 오셀라 두 카운티에 걸쳐 있다. 만약 자치구가 폐지된다면 ‘디즈니 월드’는 하나(리드 크릭)가 아닌 두 지자체의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한다. 의사 결정 속도가 상당히 늦어질 수도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이후 디즈니 전체 실적 회복에서 테마파크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플로리다와의 갈등 여파가 오래갈 경우 힘든 시간이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 아래 기사와 NYT 등을 참고해 쓴 글입니다. 

 

 

 

기자 김연지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