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지 않는’ 마케팅
잘 팔기 위해서는 잘 팔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
이게 대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겠지만, 이 역설 속에 많은 진실이 함유되어 있다.
자, 당신이 휴대폰 매장에 방문했다고 가정해보자. 처음부터 새 휴대폰을 구매하려는 목적을 갖고 갔다고 하더라도, 판매원이 끊임 없이 당신을 따라다니면서 구매를 권유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이 제품은 어떠세요?” 하고 물으면서 아직 제대로 살펴보지도 못한 제품의 성능과 장점을 계속 설명하려 든다면 말이다. 그 말이 아무리 달콤하고 설득력이 높더라도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귀찮다’일 것이다.
마케팅도 이와 마찬가지다. 제품을 잘 팔려고 하는 순간 되려 제품은 팔리지 않는다. 광고를 보자마자 구매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해당 제품군을 구매하고자 해서 들어왔더라도, 타 브랜드와 비교해보고 여러 가지 생각을 거친 뒤에 결정을 내리기 마련이다. 그럼 무엇을 해야 고객의 결정에 도움을 주고 결국에는 제품을 잘 팔 수 있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브랜드가 제품을 통해 고객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바꾸고자 하는지, 그 방향에는 어떤 가치가 담겨 있는지를 고객이 알아채도록 만들어야 한다.
한 가지 예로 애플과 삼성의 스마트폰을 비교해보자. 갤럭시를 파는 매장 앞에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것을 본 적 있는가? 아마 한 번도 없을 것이다. 그럼 아이폰을 파는 매장 앞에는? 설령 직접 보진 못했더라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산다는 얘기는 들은 적 있을 것이다. 이 차이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그중 핵심은 바로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잘 전달했느냐, 그러지 못했느냐이다.
애플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라.
첫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애플이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가 생생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런 게 바로 브랜드다.
애플은 그 가치를 제품의 라인 하나하나에 섬세하게 녹여냈다. 갤럭시에는 이 핵심 가치가 미미하게 담겨 있다. 물론 성능이나 편의성 면에서는 갤럭시가 더 뛰어난 경우도 있다. 그러나 더 ‘브랜드’에 가까운 것은 애플의 상품이다. 애플은 제품을 팔기 전에 이미 고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 것이다.
핵심 가치를 전달하는 첫 번째 방법은 “윤리적 뇌물”로 유인하는 것이다.
먼저 번 글에서 얘기했던 “문제를 아십니까? 우리는 이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와 일맥상통하는 전략이다. 앞 문구를 더 응용해서 “당신이 휴대폰을 살 때 절대 피해야 하는 3가지 유형”과 같은 조언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당신의 브랜드가 제품을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잠재 고객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한다는 이미지를 주는 것이다.
여기에 모든 잠재 고객을 동등하게 대우하지 말라는 말을 추가하고 싶다. 틈새시장을 만드는 것과도 비슷한데, 구매 가능성이 높은, 다시 말해 당신의 윤리적 뇌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잠재 고객에게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두 번째 방법은 “고객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브랜드의 자가점검이라고 할 수도 있다. 브랜드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이고 잘 작동은 하고 있는지, 비용을 대비한 수익이 안정적인지에 대해서 상세하게 파악하고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먼저 자기 브랜드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때 사용할 수 있는 관련 지표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 ARPU(AverageRevenuePerUser)
인당 평균 매출: 사용자 한 명이 평균적으로 발생시키는 매출을 의미한다.
– ARPPU(AverageRevenuePerPayingUser)
결제자 인당 평균 매출: ARPU와 비슷하지만 전체 사용자가 아닌 ‘결제자’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 LTV(LifetimeValue)
고객 생애 가치: 한 명의 사용자가 진입하는 순간부터 이탈하는 순간까지의 전체 활동 기간에 누적해서 발생시키는 수익이다.
– LTR(LifeTimeRevenue)
고객 생애 매출: 고객 한 명에 대한 기대 매출. 유지 비용이나 획득비 용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계산이 비교적 간편하다.
고객을 당신의 팬으로 만들어라
무료 리포트, 무료 동영상 세미나 등을 통해 ‘윤리적 뇌물’을 제공하고 관심을 가진 잠재 고객이 당신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는 데서 마케팅은 끝나지 않는다. “10명의 일회성 고객보다 2, 3명의 다회성 고객이 낫다”는 말을 앞서 한 적이 있다. 고객들이 단골을 넘어서서 당신 브랜드의 팬이 되도록 해야 한다. 마치 애플 매장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듯이. 구찌, 루이비통의 가방이 아무리 비싸도 단숨에 품절이 되듯이.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존 고객을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것이다. 단순히 어떤 경로를 통해 제품을 구입했는지, 어떤 광고가 효율적이었는지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제품과 관련된 고객의 경험 전반을 데이터베이스화 해야 한다. 특히 당신이 제공한 ‘윤리적 뇌물’에 어떻게 반응했는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있으면 좋다.
이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당신은 지속적이고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브랜드의 여러 가지 가치들을 고객의 일상 속에 녹여내는 것이다. 고객은 마치 SNS를 방문하듯, 혹은 인터넷 뉴스를 읽듯, 심심하면 당신의 브랜드에 방문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더욱 매력적이고 더욱 빈번한 제안은 급속한 사업 성장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데이터를 정리하는 데 너무 골머리를 썩히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대부분 자동화로 해결할 수 있으며 자동화가 어려운 부분은 혼자 고민할 게 아니라 적절히 위임하는 것이 맞다. 다른 누군가가 내 역량의 80%까지라도 해낸다면, 차라리 그에게 작업을 위임하고 다른 일에 더 몰두해야 한다.
다음 장에서는 대형 브랜드가 아닌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어떤 방식의 포지셔닝으로 고객에게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재인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