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를 팔지 마라

 

 마차를 타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마차가 지나다니는 걸 본 적이라도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예전에는 마차가 주요 운송 수단이었지만 세계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가 나온 지도 벌써 120년이 넘었다. 그러면 이 시점에 친구가 마차를 팔겠다고 나선다면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일 텐가. 백이면 백, 뜯어 말릴 것이다.

 

 

왜 21세기에 마차를 팔려고 하는가.

 

 

 이것이 제품시장 적합성[1]이다. 당신이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이 충분히 좋은 상황인지, 당신 브랜드가 그 시장을 만족시킬 만한 제품을 가지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아무리 좋은 판매 전략이 있다 하더라도 그 전략으로 마차를 팔 수 있겠는가.

 제품-시장 적합성에는 주요한 세 가지 질문이 있다.

 첫째, 문제의식 검토. 예를 들어 전기 자동차를 팔기 전에, 정말 기존의 자동차가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것이 맞는가, 사람들이 지구 온난화에 대해 충분히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가, 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대부분의 사람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면 전기 자동차는 정말 극소수에게만 팔릴 것이다.

 둘째, 해결 방안 모색. 그 다음엔 전기 자동차가 정말 지구 온난화를 해결할 수 있는지, 혹은 사람들의 문제의식을 잠재울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물론 그 수준이 잠재고객도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셋째, 구체적 검증. 전기 자동차를 개발하면서 세운 가설은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전기 자동차로 지구 온난화를 예방, 혹은 해결할 수 있다”. 전문가의 의견이든, 구체적인 과학 지식이든 이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제품-시장 적합성은 데이터로 파악할 수도 있다. 크게 리텐션(Retention rate), 전환율(Conversion rate), 순수 추천 지수(Net Promoter Score, NPS)[2]등의 도구가 있다. 이 도구들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자.

 

 

제품-시장 적합성에서도 데이터 기반 해석이 중요하다.

 

 

  • 리텐션(Retention Rate)

 유지율: 사용자들이 특정 서비스에 얼마나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 제품-시장 적합성을 만족하지 못한 제품은 기울기가 급격하게 추락한다.

 

  • 전환율(Conversion Rate)

특정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전환되는 사용자 비율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단계가 넘어갈수록 전환율이 낮아지고 사용자도 당연히 낮아지기 때문에, 역삼각형의 그래프로 표시된다.

 

  • 순수 추천 지수(Net Promoter Score, NPS)

고객이 서비스를 추천해주고 싶어하는 정도. 서비스의 성공 여부를 손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 정도에 따라 비추천 그룹, 소극적 추천 그룹, 적극적 추천 그룹으로 나뉜다.

 

 

  잘하는 잘하지 않는가?

 

 제품-시장 적합성 파악이 끝났다면, 광고 적합성 또한 파악해야 한다. 수많은 브랜드가 갖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엉뚱한 광고 도구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가 발 담그고 있는 시장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현재 광고계에서 어떤 도구가 대세인지만 파악하려 한다.

 많은 영업 위주의 마케터들의 문제도 여기서 나온다. “요즘 유튜브가 대세라 무조건 하셔야 돼요”, “고객을 잡기 위해서는 무조건 SNS에 노출이 돼야 해요.”와 같은 한 마디로 영업을 하려고 한다. 그러면 브랜드는 어떤 광고가 적합한지, 지금 시도하는 광고 중에서는 어떤 것이 잘 되고 있는지를 전혀 파악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요즘 대세인 광고”에 매달리게 된다. 이것을 샤이닝 오브젝트 신드롬(Shining Object Syndrome)이라고 한다.

 그러나 마케팅을 하고 싶다면 광고 효과를 추적하고 관리하는 일은 필수다. 어디서 고객이 유입되는지, 혹은 어디서 이탈하는지를 면밀히 파악할 때 비로소 적절한 광고 도구로 잠재 고객에게 다가설 수 있다. 앞서 말한 UTM 파라미터와 모바일 앱 어트리뷰션은 유입 경로를 측정하는 좋은 도구들이다.

 AARRR도 광고 효과를 추적하기에 좋은 도구다. 어떤 단계에서 고객이 이탈하는지, 어떤 단계를 개선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입체적인 시각에서, 브랜드의 상황에 맞게 어떤 단계를 먼저 다루고 어떤 단계를 중요하게 다룰지를 파악해야 한다. 단순히 A(Acquisition)가 맨 앞에 와 있다고 해서, 고객 유치부터 개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손님을 맞을 준비가 안 되어 있고 가게 내부가 어지러운데 고객부터 모집한다면, 더 많은 고객이 모일수록 오히려 더 많은 안티가 생길 것이다.

 점점 더 많은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음에도 브랜드 매출이 어느 순간 떨어지고 있다면, 엉뚱한 광고 도구에만 매달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 방식을 즉시 멈추고 과감한 변화를 꾀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성공적으로 돌아가는 도구가 있다면 거기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당신이 모든 광고 도구를 선택할 수는 없다. 제품-시장 적합성을 파악한 뒤와 마찬가지로, 광고 적합성을 파악한 뒤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것이다.

 앞선 내용을 한 마디로 정리하겠다.

 

 

  이상 마차를 팔지 말아라, 그리고 이상 검색 광고에만 (특정 영역의 광고에만) 매달리지 말아라.

 

 

[1] 양승화, 그로스 해킹 (위키북스, 2021), 18.

[2] 양승화, 그로스 해킹 (위키북스, 2021), 20-30

 

 

이재인(앰비션플랜)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