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그럴 것이다. 데이터 분석가는 분석하는 사람이지 왜 기획까지 해야 하는가? 그것은 PM의 역할이 아닌가? 나는 반대로 물어보고 싶다. 전기차가 대세일 것이라는 확실한 분석 결과를 당신에게 주면, 당신은 테슬라처럼 전기자동차를 기가 막히게 만들 수 있는가?
아닐 것이다. 적어도 전기차가 대세일 것인데,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세히는 아니더라도 어떤 결정을 내리고 실행할 정도까지의 기획서는 주어야 무언가 해볼 것 아닌가? 데이터 분석가 또한 (슬프지만)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여기서 1~2년 후 퇴사하는 데이터 분석가 들과 3~4년 후 시니어 데이터 분석가가 되거나 PM이 되는 데이터 분석가들의 갭이 벌어진다. (훌륭한 데이터 분석가들이 PM으로 전향하는 이유는 내가 하면 더 잘할 것 같다는 확신이 간간히 들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가를 고용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는 인지적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즉, 누군가 복잡한 데이터를 대신 분석해서 문제를 찾고, 그 문제를 해결할 옵션들을 요약해서 전달해 주기 원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데이터 분석이 단지 분석에서 끝나지 않고 해결책의 설계까지 도달해야 한다. 그리고 보통 이러한 해결책의 설계는 Product Manager들이 가장 잘하는 영역이다. 그렇기에 완벽히 실행 가능한 해결책까지는 아니더라도, 방향을 제공할 수 있는 거시적인 솔루션이나 방향을 상사 및 팀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PM들이 어떻게 기획해 해결책을 찾는지 배울 필요가 있다. 만약 이러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기획적 사고를 하지 못한다면 그렇게 분석 결과들은 상사 및 팀원들에게 결정해야 할 더 많은 문제와 질문을 쥐어 줄 뿐, 그들의 인지적 부담을 줄여주지는 못한다.
다시 말하면, 분석은 해왔는데 그래서 어쩌라는 말을 듣는다
그렇다면 기획적 사고를 가지고 데이터 분석에 근거한 훌륭한 솔루션들을 찾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배워야 할까? 나는 아래의 주제들에 평소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충분히 데이터 분석가 또한 훌륭한 기획안 및 솔루션을 만들어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 우리 회사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가
- 고객과 회사는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 중인가
- 그래서 지금 자원을 쏟아야 하는 단 한 가지는 무엇인가
사실 많은 데이터 분석가들이 데이터만 바라보다 보니 그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맥락을 놓치기 마련이다. 데이터를 보기 전에 이 데이터가 생성된 환경과 맥락, 즉 고객과 회사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만약 고객이 가지는 문제와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들에 대한 멘탈 맵을 가지고 있다면 주어진 질문에 대해 효과적인 해답을 찾는 것은 매우 쉽다. 그리고 그런 해답을 기반으로 의사결정권자들의 인지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략적인 솔루션과 방향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은 약간의 시간만 더 투자하면 되는 일이다.
문제는 고객과 회사에 대해 조사하고 이해하는 것에 대해서 데이터 분석가들이 훈련되어 있지 않다 보니 많은 실패를 겪게 된다. 그리고 그런 실패들이 쌓이다 보면 현타가 와서 다 내팽개치고 그냥 하던 대로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팀원들, 특히 PM들에게 살며시 다가가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보자.
사실 말이 고객과 회사지, 회사 자체만 해도 비즈니스 모델, 서비스 구조, 파트너, 수익구조 등등 다양한 구조와 부서 그리고 복잡성을 가지고 있기에 완벽히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렇기에 더욱 PM을 시작으로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만의 생각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이런 대화들과 조사를 통해 회사 및 고객에 대해 충분히 알았다면 그다음으로 조사해야 하는 것은 지금 우리 부서가 혹은 상사가 어떤 것을 가장 우선순위로 두고 일을 진행하고 있는지다. 하나의 질문에 대해 나올 수 있는 솔루션은 수도 없이 많고, 그런 솔루션들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을 찾기 위해서는 일종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보통 이러한 기준은 지금 부서 및 상사가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지를 참조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매출이 왜 안 나오는지 조사해 달라고 했을 때, 내 상사가 마케팅 퍼포먼스를 올리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면 마케팅 ROI를 높이는 방향으로 데이터를 조사해 기획서를 만들면 더 좋지 않겠는가?
물론 기획적 사고란 말이 쉽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많은 사람과 대화를 해야 하고, 실질적 성과가 보이지 않는 메타적인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차근차근 기획적 사고를 쌓아 가다 보면, 그리고 조사를 해 나아가다 보면 상사와 팀원들의 인지적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훌륭한 보고서와 기획서, 혹은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회사에 가치를 기여할 수 있다
여름비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