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G 매트릭스로 이해하는 조직도와 핵심 역량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 중 하나는 조직도라고 생각합니다. 조직도는 회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을 인재라고 평가하는지가 직관적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조직도를 대외비로 다루는 것도 조직도만 봐도 기업이 어떤 사업을 구상하는지 전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직도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해석을 어려워합니다. 조직도를 직접 만들어 보지 않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전략 기획자는 조직도를 만드는 데 깊이 관여되어 있습니다.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때 가장 먼저 만나는 조직 중 하나가 인사 관련 조직이기 때문이죠. 새로운 사업 조직을 만들 때나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할 때, 비용 대비 이익이 부족할 때, 역량을 확보하는 아젠더를 수립할 때 등 기획은 인사와 함께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전략이나 사업 기획을 오래 한 사람은 인사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과 이해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에서 주목받는 조직은 따로 있다

 

조직은 리더(leader)와 팔로워(follower)를 명확히 구분합니다. 효율을 위해서죠. 세계적인 기업 컨설턴트였던 ‘램 차란(Ram Charan)’은 아예 리더가 다른 직원과 다르게 가져야 할 경영 감각에 대해 설명하고 리더를 구분하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영국 더 타임스(The Times)가 뽑은 50대 경영 사상가에 들기도 했습니다.

램 차란은 리더의 자질을 사람 통찰력과 사업 통찰력을 겸비한 사람으로 정의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되도록 입사 후 3년 이내 선별하여 인재군을 만들고 집중적으로 양성하여 차기 리더를 만드는 것을 강조합니다. 양성하는 방법은 철저한 도제식 모델(apprenticeship model)을 통한 실전적 경험의 전수죠. 즉, 사업을 통해 돈 버는 능력이 있는지와 사람들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을 찾아 되도록 빠른 시간에 작은 리더십이라도 맡겨보는 것입니다. 

실제 많은 회사들이 이런 사상을 따라 별도의 리더 후보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GE나 P&G 등 미국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런 움직임은 확산되었습니다. 많은 리더들을 초기에 관리하고 인재 파이프라인(leadership pipeline)이 끊어지지 않도록 관리해 왔습니다. 인사 조직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차기 리더십 후보들이 계속 나오는 채용부터 교육, 조직화까지를 연속하는 것이었으니까요. 램 차란의 사상은 고유한 기업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짐 콜린스(Jim Collins) 같은 90년대 경영 사상가들의 주장과 시너지를 내며 순혈주의 임원 발탁의 시대를 만들었습니다. 최근에는 경력을 통한 산업군 내부의 인재군을 관리하는 것으로 많이 확장되었지만 아직도 국내 대기업의 대부분은 절반 이상의 임원을 내부 출신으로 양성해서 발탁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조직도를 보고 누가 차기 리더인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소문이 아닌 정말 적은 근속연수 대비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자리에 있는 사람 말이죠. 조직은 이 사람이 맡고 있는 사업에 당분간은 자원을 투입하면서 실적을 지켜볼 것입니다. 즉 이왕 일을 할 거면 이런 조직이 투자를 받고 미래지향적인 과제를 하기 더 수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조직에서 기획안을 만들거나 사업 계획을 수립하면서 과거 현상을 유지하는 수준의 혁신을 말한다면 좋게 볼 경영진은 없을 것입니다. 보다 새로운 플랫폼이나 IT 기술을 활용한 프로세스 혁신, 신 시장 개척 등을 주제로 기획을 해야 하는 사명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반대로 오래 회사를 다녔지만 정체된 리더의 조직은 보통 현상 유지를 부탁하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묵살되고 투자를 통한 프로세스 혁신을 만들기에는 조직에서 많은 관심을 쏟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조직에 많은 자원이 드는 기획안을 내면 리더들은 당황하거나 따가운 눈총을 줄 확률이 높습니다. 

회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무도 알 수 있습니다. 맥킨지에서 오랜 기간 인사 컨설팅을 담당한 ‘에드 마이클스(Ed Michaels)’는 다양한 직무경험을 통해 인재를 성장시키라고 조언합니다. 그의 대표작인 <인재전쟁(The war for talent)>에서는 경영진을 양성하기 위해 훈련보다 직접적인 직무 경험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합니다. 임원진과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회사가 기회를 준다고 인재가 생각하게 만들면서 자기 계발이 잘 된 내용으로 진행하는 코칭이나 피드백, 멘토링, 훈련보다 그냥 직무를 부여하는 게 더 낫다는 대답이 높았습니다. 특히 특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TFT)이나 핵심적인 스킬을 직무를 통해 경험하는 것이 경영자를 양성하는 중요한 방법이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임원이 되기 위한 필수 코스 같은 것이 있습니다. 조직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무로 회사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재무, 기획 등이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직이지만 인사나 해외 영업, 주요 사업 관리자 등 기업의 역량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다만 차세대 리더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회사에서 기존에 임원을 많이 배출했던 직무들을 거쳐 간다는 것은 어느 기업에서나 공통적입니다. 

회사가 주목하는 것은 이 직무의 역량이나 이 조직의 사업 강화입니다. 만약 직업인으로서 전문적인 직무보다는 현재 회사에서 더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면 회사가 강조하는 직무에 어떻게든 합류해서 성과를 인정받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회사도 이 조직에 예산과 자율성 부여 등으로 더 힘을 실어줄 것이니까요. 앞서 램 차란이 말한 리더십 발탁이 사람을 중심으로 하고 조직이 따라오는 방식의 경영에서의 실세 조직을 찾는 방식이라면, 에드 마이클스의 방식은 직무를 튼튼히 정해 놓고 사람이 여기를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실세 조직을 검증하는 것이라 볼 수 있죠. 기업마다 이 두 방식 중 하나의 방법으로 리더를 키우고 사업의 경중을 정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어디에 자원을 집중하고 어디에 줄일 것인가

 

몇 년간의 조직도를 보면 더 회사가 지향하는 바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회사는 사업을 고전적인 BCG 매트릭스(BCG Matrix)에 두고 구분하여, 자원을 철저히 약속된 방법으로 움직이는 것이죠. 예산이나 투자 등 재무적인 내용은 개인 수준으로 알기는 어렵지만 사람이 얼마나 줄었는지 늘었는지는 이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회사가 지금 흑자 폭이 큰 조직이라고 해도 향후 계획에서 우선순위에 밀린 조직에서는 사람을 줄이고 당장 버는 돈이 부족하지만, 미래 투자 가능성이 높은 조직은 사람을 계속 늘려갑니다. 내가 속한 조직이 회사에서 어떤 포지션인지는 몇 년간 구성원의 변화로 보다 객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BCG 매트릭스는 흔히 알려진 것처럼 사업의 성장성과 시장 점유율로 현재 사업의 위치를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만들어졌다고 해서 ‘BCG’라는 접두어가 붙습니다. 시장 점유율이 현재 높고 사업의 성장성이 모두 높다면 ‘스타(star)’로 평가하며 기업의 자원을 집중합니다. 회사에서 가장 검증된 리더십을 이 사업에 투입하고 자원을 들여 플랫폼의 성장과 수익을 함께 추구하는 전략을 수립하기를 바랍니다. AWS(Amazon Web Service)가 얼마 전까지 이런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Amazon 사업 중에서 클라우드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며 이익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고 시장 성장도 꾸준히 이루고 있었으니까요. 

반면 현재 시장 점유율은 높지만 미래 성장은 보이지 않는 사업은 ‘현금 젖소(cash cow)’로 묘사합니다. 당장 사업의 많은 이익 창출 능력은 보이지만 몇 년 뒤에는 실적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이죠. 이런 사업은 플랫폼을 바꾸는 전략을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습니다. 자칫 현재 돈이 되는 것을 무리하게 바꾸어서 기업 전체 실적의 상당 부분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다만 이런 사업은 비용 절감 방안을 요구하면서 프로세스 효율화에 따른 인건비 절감, 부실 자산 매각, 같은 플랫폼으로 즉시 확장할 수 있는 시장 개척 등을 요구받습니다. 프랜차이즈(franchise) 사업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특히 해외 진출에 문화적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음식 프랜차이즈는 당장에는 가맹점 수를 늘려 수익을 높일 수 있지만 빠른 외식 트렌드의 변화로 장기적인 유지를 담보할 수 없는 상태이므로 잘 되는 기간에 최대한의 실적을 거두려고 합니다. 대부분 음식 프랜차이즈의 본사 비용은 절감에 대한 요구로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통 시장 가두 상권에 가면 아직 보이는 의류 브랜드 프랜차이즈도 탁월하게 낮은 비용 구조로 현재까지 살아남아 있는 곳이 많습니다. 여기서 번 돈은 반드시 전사적으로 미래 투자를 위한 곳으로 옮겨져야 합니다.

시장 점유율은 거의 없지만 사업 성장성이 높은 ‘물음표(question mark)’ 사업도 있습니다. 시장의 흐름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리 조직이 준비되지 않은 사업이죠. 빠른 시간 내에 자원을 풀어 높은 시장 점유율 상승을 추구하는 전략이 많습니다. 현대 경영학을 열어젖힌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가 “경쟁자의 약점을 찾아 빠른 시간 내에 파고드는 방법을 택하지 못하면 단 한 번의 기회마저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한, 생각보다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마케팅의 고전 <포지셔닝(Positioning)>에서는 고객 인지 속에 ‘최초’가 아니면 1위를 하는 것이 매우 어렵지만 그래도 몇 가지 빈 틈이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책 자체가 30년이 넘은 고전이라 예시도 과거의 것이지만, 물음표 사업에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큰 예시가 많습니다.

먼저 ‘크기의 빈틈’을 찾으라고 말합니다. 폭스바겐(Volkswagen)은 미국 시장을 공략할 때 ‘작게 생각하라(Think small)’이란 메시지로 차는 클수록 좋다는 당시 소비자의 크기에 대한 빈틈을 공략했습니다. 소형차로 인지된 경쟁사가 없었기에 효과가 있었습니다. ‘고가의 빈틈’과 ‘저가의 빈틈’도 있습니다. 어떤 제품 카테고리에서 가격이 높은 프리미엄 시장이나 초저가 브랜드가 고객 인지 속에 비어 있다면 먼저 포지셔닝하는 것이죠. 물론 주장한다고 모두 고객에게 인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처음 고가나 저가를 주장해야 하며 제품 자체가 이것을 받아들일 정도로 이미 양적으로 성숙해야 하고 가격에 대한 설득력 있는 내용이 필요합니다. 이 책에서는 이외에도 성별, 시간, 용량 등 다소 기계적인 기준으로 비어 있는 시장을 찾고 고객 인지 맨 처음에 오르는 것을 주장하라고 합니다. 전형적인 기획자의 시장 구분법입니다. 

 

 

 

 

BCG 매트릭스에서 가장 낮은 자리는 ‘개(dog)’ 사업이라고 불립니다. 오직 철수뿐이죠. 이 사업을 맡고 있는 조직에 속했다면 어서 다른 자리를 찾으라고 조언할 것 같습니다. 무슨 주장을 하든 관리자들은 관심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과거 철수한 사업에 비해 효과적으로 비용과 모 기업의 브랜딩을 잃지 않으면서 철수를 진행했다면, 관리 역량에 대해서는 조직에서 높게 평가할 것입니다. 하지만 조직에 속한 직원의 장래는 사업만큼이나 불확실합니다.

회사에서 해마다, 분기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검토할 때 BCG 매트릭스 형태의 프레임은 늘 적용됩니다. 선택과 집중은 전략의 기본 명제이니까요. 회사 내부에서 내가 속한 조직이 어떤 위치에 있을지 생각해보고 회사가 조직에 기대하는 방향에 맞는 기획안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플레이어는 필드 위에서 어떤 역할인지 이해하는 것부터 성과를 결정지을 수 있으니까요.

 

 

조직의 위치를 역으로 파악해 보자

 

BCG 매트릭스에 우리 회사 조직을 대입해 봅시다. 나는 지금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가요? BCG 매트릭스를 이루는 시장 점유율과 매출 성장률 중 시장 점유율은 전체 시장의 매출을 파악하지 않는 이상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보통 현업에서 구할 때는 매출 성장률로, 혹은 이익이 더 중요한 성숙기 시장에서는 투하자본 대비 이익률(ROIC, Return on Invested Capital은 세후 영업이익을 투하 자본으로 나눈 것으로, 투하자본은 쉽게 말해 이자가 발생하는 채무와 자본금을 합친 금액이다. 즉, 들어간 자본 대비 얼마나 이익이 나오고 있는지를 보는 지표이다)을 그 자리에 놓고 쓰기도 합니다. 

회사 전체의 사업의 매출 성장률과 매출액을 다 구할 수 있으면 모두 구하고 내가 속한 조직의 포지션을 봅시다. 

 

 

 

매출액과 매출 성장률을 구했다면 분포가 어느 정도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샘플 데이터로 만든 차트에서는 J사업의 실적이 가장 눈에 띕니다. 매출액도 600억 원 정도로 가장 높은 데다 매출 성장률도 5% 이상으로 준수한 수준입니다. 만약 J사업이 속한 시장 평균 매출 성장률이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면 J사업 역시 부족한 수준이라 기준을 이루는 붉은 선의 위치도 달라져야 합니다. 하지만 아주 간단하게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이 회사에서 영위하는 A부터 L까지의 사업이 모두 같은 시장 성숙도를 지나간다고 가정한다면, J사업은 회사의 실적을 구성하는 아주 중요한 사업입니다. 그렇다면 J사업에 속한 조직원은 시장 개척과 새로운 고객을 어떻게 차지할 것인지에 전략 목소리를 내는 게 가장 좋고 회사에서 원하는 방향일 것입니다. 회사에서는 보통 J사업에 원가 절감이나 과도한 광고비 절감 등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전체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도 I, H 같이 매출도 상대적으로 작고 매출 성장률도 부족한 사업에 비해 요구하는 강도가 크지 않은 게 보통입니다.

반면 L사업은 매출 성장률이 급증하고 있지만 아직 매출액이 작은 사업입니다. 회사가 이런 조직에 요구하는 바는 현재의 높은 매출 성장률을 유지하면서 주주들에게 안정을 주고 매출액 볼륨을 단기간에 높이는 전략입니다. 만약 해당 사업군에서 선두주자 혹은 후발주자지만 침투를 잘하고 있다면 분명 더 많은 사람을 주고 하는 프로젝트가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편 I, F, D가 속한 사업은 BCG 매트릭스에서 개(dog)에 속하는 사업에 해당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직원이 여기에 있어도 빛을 볼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비용 절감 안을 내는 것에 주력하고 수익 구조를 바꾸는 데 집중하도록 강요받을 것 같네요. 회사가 이 사업의 미래를 어디까지 그리는지도 보통 확신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매출액이 큰 상태라면 상대적으로 회사가 버리기 어렵겠지만, 매출액마저 작은데 매출 성장이 부진하면 더 좋은 자리를 찾아가서 개인 역량을 펼치는 게 현실적으로 나은 방향으로 보입니다. 물론 케이스마다 다르다는 것은 있지만요.

‘산업의 미래가 어디 있는가’를 아는 것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단순히 지난 결과인 숫자에 다 드러나지 않은 초점이 있습니다. 책에서 다룰 시장을 바라보는 눈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조직 개편을 보면서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이 회사의 습성이나 재무적 효율로 상당히 근거 있는 내용이지만 이게 미래 모습까지도 정확히 맞추기는 어렵기 때문이죠.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