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함께 모바일 시대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등장했다. 다양한 스타트업이 생겨났고, 빠르게 성장했다. 초기 모바일 시장을 주름잡던 선데이토즈, 데브시스터즈, 파티게임즈 등 모바일 게임사는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모바일 기반 스타트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한국과 달리 믹시, 미탭스, 구노시 등 게임 및 다양한 분야의 회사가 상장에 성공했다.
구노시(Gunosy)는 2012년 설립된 모바일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이다. 마이니치, 이코노믹 뉴스, 테크크런치 등 일본 주요 미디어와 제휴를 맺고 독자적인 알고리즘으로 이용자가 선호하는 뉴스를 보여준다. 1천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일본에서 사랑받는 뉴스 큐레이션 앱으로 2015년 4월 일본 증시에 상장했다. 최근에는 한국(피키캐스트), 인도네시아(Kurio) 등 큐레이션 서비스에 투자하며 일본을 넘어 아시아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빠른 성장과 증시 상장 그리고 해외 진출까지 구노시에 대한 궁금증은 커졌다. 지난 6월 2일 홍콩 라이즈콘퍼런스에서 ‘Yoshinori Fukushima(이하 요시노리)’ 구노시 대표를 만나 그들의 성장동력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우리는 방대한 정보 속에 살고 있다. 경제, 정치, 사회, 스포츠, 연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 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온라인이 등장한 이후 정보에 대한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불필요한 정보들로 피로감을 느끼게 됐다. 요시노리는 미디어 시장이 진화하기 위해서 머신러닝, 인공지능 등 데이터 사이언스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정보는 포털, 소셜미디어 등 여러 채널에 산재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일일이 뉴스를 보고 큐레이션 할 수 없지만, 기술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죠. 개개인마다 유용하고 재미있는 뉴스를 전달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구노시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이용자들의 콘텐츠 소비패턴을 분석한다. 이용자 관심사와 연관성이 높은 뉴스를 메인화면 상단에 배치하거나 추천해준다. 즉, 이용자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중요하다. 요시노리는 클릭률, 스크롤 횟수, 시간, 카테고리 등이 알고리즘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기업비밀이라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지만, 알고리즘을 구성하는 4가지 핵심요소가 있습니다.(웃음) 어떤 카테고리 기사의 클릭률이 높은지 분석하면 기본적인 이용자의 관심사를 알 수 있죠. 또한 뉴스를 읽는 시간과 스크롤 넘기는 횟수도 중요한 요소인데요. 제목과 이미지를 보고 기사를 클릭했어도 콘텐츠가 재미없으면 끝까지 읽기 않죠.”
구노시의 데이터 분석기술은 콘텐츠 큐레이션 뿐만 아니라, 광고 비즈니스를 위한 핵심 기술로 사용된다. 이용자는 항상 광고에 대한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그는 뉴스만큼 개인에게 최적화된 광고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구노시의 알고리즘으로 이용자의 성별, 연령, 지역, 관심사 등을 파악할 수 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이용자와 관련성이 높은 광고를 노출합니다. 또한 이용자 형태에 따라 다르게 광고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규 이용자에게는 일주일 동안 광고를 노출하지 않죠. 기사를 읽기위한 목적이 강하기 때문에 광고를 보면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를 잃고 앱을 삭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디어는 구노시를 통해 홈페이지로 트래픽을 유도하거나, 기사 전문을 제공하고 빠른 콘텐츠 로딩 시간과 추가적인 광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 페이스북이 발표한 인스턴트 아티클과 똑같은 구조이다. 글로벌 소셜미디어의 행보가 구노시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까. 요시노리는 페이스북이 미국과 유럽에서 강세이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중이라고 했다.
“콘텐츠 로딩속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로딩속도가 길어지면 약 50%의 이용자가 서비스를 이탈하죠.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과 구글의 AMP도 같은 맥락이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인구 중 절반은 아시아에 모여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무선 데이터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죠. 미국, 유럽보다 아시아 시장에서 더 많은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마다 문화와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은 다르다. 현지에 콘텐츠 제작 및 큐레이션에 능한 서비스들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지 서비스는 대부분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의 중요성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구노시의 글로벌 진출은 간단했다. 파트너에게 성장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다.
“현지의 언어, 문화, 비즈니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투자가 필요합니다. 각 나라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서비스도 많죠. 그들의 역할이 콘텐츠 생산과 큐레이션이라면, 저희는 기술제공인 셈이죠. 이용자 분석 알고리즘으로 효과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이용자의 재방문률을 높이는 등 그들이 현지 시장에서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구노시는 2016년 3월 인도네시아 뉴스 앱인 ‘Kurio’에 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참고: Japan’s Gunosy invests $5M in Indonesia-based Kurio, a fellow news-reading app(Techcrunch)
온라인/모바일로 뉴스를 볼 때면 자극적인 제목과 과한 광고 때문에 눈쌀을 찌푸리는 경우가 종종있다. 자극적인 콘텐츠로 더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독자들은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게 되고 시장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구노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독자에게 맞춤화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이를 해결하고 있다. 과거 미디어가 콘텐츠 생산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이용자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기술에 관심을 가져야 할 차례이지 않을까.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