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링크드인을 약 30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말 깜짝 놀랐는데요. 이에대해 B2B 시장에서 외연을 확장하려는 MS의 클라우드 전략과 시너지를 노린다는 주장과 MS의 코타나를 고도화시키려는 포석이라는 말까지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후자의 경우 IBM 왓슨 고도화에서 힌트를 얻은 것 같은데 전문가 네트워크가 코타나 고도화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솔직히 의문이 듭니다.
여기에서 시선을 돌려 리서치업체 피치북데이터이 발표한 데이터에 주목해봅시다. 지난 2월 기준 VC를 통해 미국 테크기업에 투자한 헤지펀드가 단 2건이라고 밝혔는데요. 2013년 이후 최저치라고 합니다. 한 때 뮤추얼펀드 및 사모펀드와 더불어 스타트업 투자업계의 스마트 머니로 활동하던 헤지펀드가 스타트업 투자를 꺼리는 장면이 참으로 묘합니다.
스타트업 사냥이 시작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링크드인 인수 소식이 알려지자 글로벌 IT업계의 인수합병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쉽게 말해 이제 때가 됐다는 겁니다. (삼성전자가 16일 미국 클라우드 업체 조이언트(Joyent)를 인수한 것도 그 범주에 넣는 사람이 간혹 있지만, 이건 사실 소소한 수준일 겁니다.)
인수합병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던 흑역사의 대가 마이크로소프트가 링크드인을 손에 넣는 순간, 우연보다 ‘필연’으로 글로벌 IT업계 인수합병은 봇물처럼 터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IT기업 인수합병이 벌어질 개연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특히 링크드인의 사례에서 보았듯, 데이터를 가진 기업이 인수합병 1순위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왜 데이터인가?
굳이 4차 산업혁명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제 데이터는 새로운 시대의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보를 알면 세밀화된 사용자 경험을 적재적소에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죠.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디지털로그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걸 노리는 겁니다. 간편결제에 환장하고 애플이 디디추싱에 투자를 단행하는 한편, 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규제당국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큰 그림을 보면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돌리고, 촘촘한 사물인터넷의 초연결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큐레이션을 작동시킨다는 것이죠. 그럴려면 클라우드에 저장할 뭔가가 있어야 하고, 그게 바로 데이터입니다.
그럼 데이터는 어디에 있나?
사실 데이터 하마는 포털입니다. 놈들은 내가 어디서 뭘 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다 알고 있죠. 하지만 구글의 성장과 야후의 몰락을 보면 알겠지만, 이제 포털은 경쟁이 거의 끝났습니다. 다른 기업이 파고들 여지가 없습니다. 게다가 플랫폼으로의 매력도 살짝 떨어지는 분위기도 연출합니다.
SNS(Social Network Service)입니다. 페이스북을 제외한 모든 SNS는 스냅챗처럼 CEO의 특별한 신념이 없다면 인수합병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결과 연결로 점철된 방대한 데이터가 움직이기 때문이죠. 간편결제 회사도 있지만, 이는 알리페이나 텐페이, 삼성페이 등 기존 거대 플레이어가 굴리고 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인수합병되기 어려울겁니다. “사람들이 사생활을 올리지 않아 걱정”이라는 페이스북의 한숨만 무시한다면, SNS야 말로 데이터의 보고이자 추후 인수합병의 유력한 대상입니다. 트위터 피인수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미심장한 부분은, SNS를 비롯해 그와 비슷한 네트워크(링크드인 포함) 회사, 아니 스타트업의 어려움이 불거지는 바로 지금 이 순간! IT기업의 인수합병 빅뱅설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IT업계의 인수합병 전쟁은 기정사실이나, 스타트업 피인수에 대한 부분은 따로 살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전제는 현재 글로벌 스타트업 업계가 소위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주장과 반박에서 시작됩니다.
정리하자면 IT업계 인수합병은 기정사실이며, 특히 SNS처럼 데이터를 가진 기업의 피인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이를 포함한 전체 스타트업 피인수는 앞으로 전방위적으로 벌어질 IT업계 인수합병 움직임과 별도로 생각할 지점이 있다는 겁니다.
스타트업 거품 빠진다?
왜 별도로 생각해야 할까요? 이견의 여지는 있으나 스타트업 거품이 빠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주장에 반대하는 분이 계시겠지만, 분명한 점은 현재 미국에서 스타트업 거품이 쫙쫙 빠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미국 증시에 상장한 IT기업 및 스타트업은 95억달러를 조달했습니다. 2014년 408억달러와 비교하면 20% 정도의 수준이죠. 다우존스벤처소스는 지난해 4분기 미국 스타트업 기업가치 중앙값은 275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분기대비 60% 줄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동기간 미국 스타트업 자금조달 규모는 171억3000만달러에 불과해 전분기 대비 6.6% 빠졌습니다.
이는 스타트업은 거품이 아니며, 스마트 머니가 스타트업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구글과 아마존 등 미국 1세대 스타트업이 자리를 잡아 이제 거대기업으로 성장한 상태에서 2세대에게 기회가 오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이후 2세대 대형 플레이어를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는 우리와 상황과 비슷하죠.
이런 상황에서 기존 플레이어들은 힘이 빠진 스타트업을 무차별적으로 쇼핑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상장 가능성이 희박해진 스타트업이 간헐적인 투자를 유치해 연명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돈’이 되지 않아 스마트 머니가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기존 기업들이 블링블링한 스타트업을 손에 넣어 ‘신형엔진’의 중요한 부품으로 사용한다는 뜻입니다.
허망하다, 허망해?
여기서 질문입니다. 기업공개가 반드시 비즈니스에 정도인가요? 아니죠. 인수합병도 스타트업에게는 기회입니다. 요즘은 피인수되어도 독립적인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색을 그대로 살려 규모의 경제와 만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러나 힘이 빠지는 스타트업 업계, 나아가 기업공개로 차익을 노리기 어려워진 스마트 머니가 빠지는 지점은 분명 신경이 쓰입니다. 그냥 허망하다고 할까요? 새시대를 여는 강력한 ‘신’ 권력의 존재감과 메시아는 어디있을까요.
여기서 스타트업의 길이 갈린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스마트 머니가 빠지고 국내에서 카카오 덕분에(?) 국내 스타트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O2O 기업에 대한 투자금이 말라버렸다는 점 등을 인정합시다. 많은 지원책이 있고 다양한 엑설러레이터가 있으나 그 만큼 많고 다양한 문제가 불거집니다. 우리나라는 정치적 이슈도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기업공개에 매달리지 말고 인수합병을 모색하는 것은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나 순이익이 없어도 매출이 일정부분 발생하고, 투자도 꾸준히 유치하고 있는 스타트업은 조금 다른 길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수합병의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에서 이들은 ‘독자생존’의 1단계를 넘었다고 봐야합니다. 그렇다면 기업공개까지는 아니더라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두드리며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색만 지킨다면 기존 플레이어로부터 인수합병의 피인수 대상이 아니라 동등하고 독립된 파트너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꿈같은 이야기라고요? 절대 아닙니다. 배달의민족이 라인과 협력해 시도했던 일본 O2O 실험은 비록 실패에 가깝지만, 협력 플레이의 단초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 머니가 주도하던 스타트업 붐은 꺼져가고 있습니다. 인정해야 하지만,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존 플레이어의 돈주머니가 풀리며 인수합병의 피인수 대상이 되는 것 좋은 방법입니다. 기회 많을 겁니다. 글로벌 시장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돈 주머니가 풀릴 것 같거든요.
하지만 순이익이 없어도 매출이 일정부분 발생하고, 투자도 꾸준히 유치하고 있는 스타트업은 자신의 길을 선택적으로 걷는 것도 방법입니다. 다만 여기서 가장 이상적인 방법론은 기존 플레이어와의 협력입니다. 동등한 협력, 그리고 시너지. 감히 예상하자면, 미래 스타트업 업계는 이 두가지 방법 외 ‘실패의 사례’, 이 세 가지 방법론만 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