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서 소개된 책 정보 링크는 개인적인 이익과는 제휴 관계가 전혀 없는 링크임을 밝힙니다. 또한 가능한 한 우리글로 번역된 책(8권)을 찾아 소개하려 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만 원서(2권)를 소개하였습니다. |
“무지는 지식보다 더 확신을 가지게 한다”
– 찰스 다윈
들어가며
대표적인 인지 편향 중에,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는 게 있습니다. 능력이 없는 사람은 잘못된 결정을 내려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지만, 구별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로 인해 능력이 없는 사람은 환영적 우월감으로 자신의 실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균 이상으로 평가하는 반면,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실력을 과소평가하여 환영적 열등감을 가지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즉 우리가 실생활에서 자주 쓰는 “무식하면 용감하다”를 학술적으로 증명한 이론입니다. 아래의 그림처럼 지식과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는 자신감은 산처럼 높다가 (Peak of “Mount Stupid”), 조금 지나서 본인이 얼마나 모르는지를 알게 되는 자괴감 시점(Valley of Despair)을 지나 학습을 통해 지식과 경험이 쌓이면서 서서히 자신감이 늘어가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좋은 PM은 늘 겸손해야 합니다. 오늘의 모름을 인정하기 두려워 하지말되, 내일의 모름을 경계하면서 꾸준히 배워가고자 하는 그런 겸손함이 필요합니다.
PM은 ‘새로운 것을 배움’에 대한 꾸준함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항상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고 믿는 것과, 그것을 실제 행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또한 이 꾸준함의 관성을 갖기 전까지 그것은 매우 귀찮고 지루한 일이며, 가끔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조차 잘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꾸준함의 지속성을 갖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 베스트셀러 중에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라는 시리즈 책이 있었습니다. 일상 가운데 여러 가지 힘 빠지고 지친 상황을 위로해주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일화집인데, 저에게도 업무를 수행하면서 그런 영혼의 닭고기 수프와 같은 책들이 있었습니다. 그 책들은 제가 PM이라는 역할을 수행하며 지칠 때마다 이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이고 해 볼 만한 것인지를 알려주는 길잡이 역할뿐 아니라 제품 개발과 전략, 팀 빌딩, 창의성, 가치에 대한 관점을 명확히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오늘은 그 책들을 여러분에게 소개해 볼까 합니다. 또한 그것을 통해서 어떤 것을 얻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면서 제가 느끼고 배웠던 부분이 여러분에게도 공명이 되기를 바랍니다. 순수하게 제 주관적인 리스트이며, 소개하는 책의 순서에는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이제 그 10권을 한 권 한 권 펼쳐봅니다.
1. Inspired 인스파이어드 – Marty Cagan
첫 번째 소개하는 책으로 주저 없이 선택한 것은 프로덕트/프로그램 매니저, 프로덕트 오너에겐 바이블과도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필드에서 최고의 브랜딩 파워를 갖고 있는 마티 케이건이 프로덕트를 만드는 과정 중에 마주할 수 있는 수많은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과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줍니다. 저에게는 멘토가 바로 옆에 있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제품 발견(product discovery), 제품 구축과 테스팅에 관해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약간 재미없는 전공 서적의 느낌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다 읽고 나면 왜 필독서라고 하는지 그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2. Drive 드라이브 – Daniel Pink
이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미래학자 중 한 명인 다니엘 핑크의 책 역시 강하게 추천드리는 Must-Read입니다. 부제목에서 ‘창조적인 사람들을 움직이는 자발적 동기부여의 힘’이라고 표현했 듯, 우리 안에 내재한 목적의 힘과 내면의 동기에 대해 이야기해줍니다. 많은 분들이 직장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합니다. 책에서는 회사와 우리의 마인드가 보상과 처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주요한 문제 중 하나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회사에 대한 의욕도 헌신도 어렵게 만들고, 직업의 목적을 제공하지도 않습니다. 이 책은 내 일과 직업에서 무엇에 목적을 두어야 생계를 위한 수단 이상의 것이 되어 우리가 발전, 성장할 수 있고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3. Start with WHY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 Simon Sinek
보통 우리들은 대화를 시작할 때 내가 원하는 것을 중점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다음에 어떻게를 말하고 대부분의 경우 ‘왜’를 생략하는 경우가 있죠. 이 책은 생산적인 대화와 같은 이해도를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그래서 부제목이 ‘위대한 리더들은 어떻게 모든 사람이 행동하도록 동기부여를 시키는가”입니다. 저자 사이먼 사이넥이 만든 골든 서클 개념을 이해하시면, 누가 시키니까 따라 하는 것이 아닌, ‘Why’를 이해한 상태에서 내가 그 작업, 업무뿐 아니라 내 삶의 목적이 명확해지는 부분을 경험하 실수 있을 겁니다.
4. The Lean Startup 린스타트업 – Eric Ries
PM/PO,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그리고 경영진 중에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분이 있다면 오늘 당장 시작해야 할 책이라고 소개하는 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린스타트업이란 말을 대중에게 퍼트리면서 ‘MVP(Minimum Viable Product)’의 개념(제 글을 참조하시면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을 정립시킨 에릭 리스가 저술한, PM/PO들에게는 또 하나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책입니다. MVP라는 개념이 모호했던 시절, 저는 이 책을 통해 MVP가 무엇인지,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잘못된 가정으로 인해 많은 낭비를 만듭니다. 린스타트업은 기능 완제품을 만들고 출시하는 기존의 선형 접근 방식보다 과학적 관리, MVP 생산 및 제품 시장 적합성(Product Market FIt)에 대한 반복이 얼마나 더 빨리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줌으로써 Lean 제조보다 한 단계 발전한 접근법을 제시합니다. 이 책은 우리가 얼마나 빨리 고객으로부터, 시장으로부터, 경쟁자로부터 배울 수 있는지, 그리고 빨리 배울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5. Good Strategy, Bad Strategy 전략의 적은 전략이다 – Richard Rumelt
“전략은 자원과 주의, 에너지를 특정한 목표에 집중시킨다. 전략 변화는 반드시 기존 전략과 관계된 사람들의 손해를 가져온다. 그래서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특히 대규모 조직은 더욱 그렇다. 이런저런 시도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만 결국 누구도 현재 하는 일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조직이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지 못할 때 모두가 동의하는 두루뭉술한 목표가 나온다. 이러한 목표는 어려운 선택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리더십의 무능을 드러낸다. 두루뭉술한 목표는 대개 선택의 부재를 의미한다.” – 리처드 루멜트 |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전략 연구자인 리처드 루멜트는 거창한 구호, 잘못된 목표가 창조와 성장을 파괴하며, 좋은 전략의 커널에는 3가지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 진단(Diagnosis): 도전의 성격을 정의하거나 설명하는 것이며, 좋은 진단이라고 하는 것은 ‘상황의 특정 측면을 중요한 것으로 식별함’으로써 종종 엄청나게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한다.
- 지침 정책(Guiding Policy):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진단에서 확인된 장애물에 대처하거나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전반적인 접근 방식이다.
- 일관성 있는 행동(Coherent Actions): 지침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설계된 일련의 작업이다.
이러한 단계는 지침 정책을 달성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합니다. PM에게 전략이란 것이 얼마나 과학적일 수 있는지를 설명해준 책이기에 적극 추천드립니다.
6. The Right It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 Alberto Savoia
알베르토 사보이아의 메인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참신한 아이템, 자본, 실행력을 다 갖추고도 90% 이상의 비즈니스는 실패한다. 그러기에 시작부터 the Right It(한국어 번역으로 ‘될 놈’이라고 나오는데 멋진 번역이라고 생각하며, 뜻은 ‘잘 실행하면 시장에서 성공 가능한 아이디어’입니다.)을 찾아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그 “될 놈”을 찾아야 할까요? 알베르토의 골든룰은 프로토타입보다 훨씬 간단한 ‘시장이 원하는, 즉 사람들이 구매할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프리토타입(Pretotype)을 만들라고 추천합니다.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실패의 확률이 높다는 것을 설명하며, 그것을 추진하는 전략으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 전문가를 포함하여 제3자의 ‘의견’에 의존하지 말고,
- 데이터를 신뢰하라. 그러나 ‘나만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 ‘나만의 데이터’가 유용한 지를 검증하려면, XYZ가설을 세워라
- 값싸고 빠른 프리토타입 기법(책에서는 100달러 이하)으로 검증하라.
저에게는 프로토타입, MVP에 대해 조금 알고 실행하게 되었을 때 접한, 매우 충격적일 정도로 신선한 새로운 개념이었고, 이 책을 통해 매번 업무를 하면서 이 아이디어가 과연 무엇에 가치가 있는 것인지 심도 있게 생각해 보는 과정을 갖게 되었습니다. 프리토타이핑에 관해 궁금하신 분들은 이 곳을 방문하시면 여러 가지 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7. How to Speak Machine 제품의 언어 – John Maeda
저자인 존 마에다는 기술과 디자인에 관해선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사상가이며 실력가 중 한 명입니다. 그의 최근의 책, 제품의 언어(How to Speak Machine)에서는 오늘날의 컴퓨터뿐 아니라 미래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계들을 지배하는 일련의 간단한 법칙들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오늘날의 PM/PO, 디자이너, 비즈니스 리더 및 정책 입안자들이 이 새로운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일관된 프레임워크를 제공합니다. 엔지니어링에서 컴퓨터 과학, 설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존 마에다는 기업과 개인이 미디어 고유의 함정을 피하면서 기술이 제공하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포괄적인 제품을 만드는 기회를 어떻게 식별할 수 있는지를 잘 설명해 줍니다.
8. Value Proposition Design 밸류 프로포지션 디자인 – Alex Osterwalder 외
8번과 9번의 책은 원본이 Wiley출판사에서 나온 Strategyzer시리즈인데, 9번은 한글판을 찾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번역이 안된 것 같은데, 제 의견은 이 두 책은 설명과 일러스트레이션, 컬러와 구성 자체가 너무 예쁘게 편집된 최고의 참고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즉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다 읽지 않아도 필요할 때마다 꺼내 읽을 수 있는, 내 책장에 꼭 넣어두고 싶은 책이라고 하면 제 뜻이 전달이 될까 싶습니다. 꼭 번역이 안되었어도 워낙 장표와 일러스트레이션이 훌륭해서 이해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여하튼 이 밸류 프로포지션 디자인이란 책은 디자인 책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프로덕트/서비스에 제대로 된 가치를 설계하고 고객에게 제안을 할 것인지를 설명해 주는 책입니다. 저자는 세상에는 진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무의미한 상품들로 가득 차 있는데, 어떻게 하면 그런 덫을 피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에 이 책을 썼다고 설명합니다. 이 책은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간단한 방법을 제시하는데, 고객의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춰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합니다. 그런 다음 우리는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어떻게 제공할 수 있는지 평가합니다.
9. Testing Business Ideas – David Bland, Alex Osterwalder
안타깝게도 아직 한국에 번역본이 출간되지 않은 책이지만, 8번에서 설명한 대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책이 아니라 필요할 때 꺼내 읽으면 도움이 되는 책이기에 원서라는 것이 이 책에 들어있는 보석을 찾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책은 신제품 10개 중 7개는 고객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테스트하는 것은 이 통계를 뒤집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시작합니다. 8번과 9번의 공동 저자인 알렉스 오스터왈더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Business Model Generation’의 저자로서,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테스트하고 검증하기 위한 실습 기술 라이브러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0. Shape up – Ryan Singer
이 책 역시 아직 한국에 번역본이 출간되지는 않았지만, 좋은 소식은 밑의 링크로 이동하시면 무료로 pdf 다운로드가 가능합니다.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저자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내부 커뮤니케이션 솔루션 서비스인 Basecamp, Ruby on Rails와 같은 서버사이드 웹 프레임워크로 유명한 베이스캠프닷컴 Basecamp.com의 설립자 중 한 명인 라이언 싱어입니다. 책 Shape Up은 프로덕트/서비스의 형태를 갖추고(shape), 만들어나가고 (build), 딜리버리(delivery)를 하는 데 있어 문제에 직면한 개발 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책은 팀들에게 제품 개발 과정의 각 단계에서 나타나는 위험과 알려지지 않은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기술에 대해 설명합니다. 실제 개발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인사이트가 가득 담겨 있기에, 실제로 작동하지 않는 ‘베스트 프랙티스’에서 벗어나 올바른 문제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고 팀 멤버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프로덕트/서비스 출시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무리
다양한 기술과 지식을 갖추면 프로덕트/서비스의 문제를 해결할 때 어떤 방식을 취해야 하는지 조금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풀고자 하는 문제에 대해 완벽한 해답을 기대하기(이런 경우는 로또의 확률 정도가 아닐까요?)보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사이트와 선구자들의 경험을 차용할 수 있는 책을 찾을 수 있을 때 그 만한 기쁨이 따로 없습니다. 제품을 기획해서 릴리즈하기까지는 오케스트라의 교향곡을 연주하는 예술가의 경험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잘 정립되고 문서화된 절차와 관행이 있기도 하지만, 때때로 만나는 문제와 이슈를 해결하고 구현하는 과정은 PM/PO의 매우 주관적인 선택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PM/PO는 끊임없이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변수가 너무 많기에 커뮤니티의 경험에서 새로운 것을 계속 배우는 것은 물론, 그것을 기본 원리와 지식으로 축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 반복되는 과정 중에 축적된 경험이 여러분의 프로덕트/서비스가 고객들에게 사랑 받는 상황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늘 여러분들의 열정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김영욱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