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 반 타의 반 형성된 고정관념과 편견이 우리의 성장을 더디게 한다
어떤 일을 하든지 ‘편향(Bias)’으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점차 경험이 쌓이면 일의 구조, 과정, 흐름, 맥락 등을 더 많이 알게 되면서 그 나름의 균형을 찾아간다. 그럼에도 완벽한 균형은 어렵다. 이를 계속해서 경계하며 끊임없이 모르거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하는 ‘일(Biz, Job, Work, etc.)’이 그렇다.
일의 결정권이 없는 이들이 갖게 되는 인식 전환의 한계치
일을 주로 실행하는 실무자는 결정권이 없습니다. 그 결정권이 곧 책임 범위를 의미하므로 쉽게 부여되지도, 주어지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권한 위임이 잘 짜인 조직이라고 해도, 최종 결정권은 늘 상위 관리자에게 있습니다. 실무자의 권한은 실행하기 전까지 조직의 입장에서 올바른 실행을 위해 고민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안)’을 제기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다 보니 늘 제한적 범위에서 생각하고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대다수의 조직이 위와 같은 업무 문화를 채택합니다. 가장 오랫동안 여러 조직에서 고수했던 일하는 방식이고, 따라서 가장 안전해 보입니다. 대신에 오랜 세월 동안 위의 업무 문화 속에서 일을 하면서 자리 잡은 몇몇의 고정관념(또는 편견)은 개인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변이되고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분명 정도(Detail)의 차이가 세월에 따라, 조직의 특성마다, 비즈니스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고 ‘일을 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이들은 생존으로부터 멀어집니다. 예를 들어 발전적 커리어를 위한 선택으로 하게 된 이직은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는 데 생각 이상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게 됩니다. 이를 줄이거나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나름의 방편을 고려하지만, 그 한계가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1) 일은 ‘빨리‘ 해야 한다
빨리 하면 좋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 ‘빨리’라는 기준을 대입하기는 어렵습니다. 처음 해본 일을 빨리 하는 것과 기존에 하던 일을 빨리 하는 것에는 극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빨리’라는 주문을 서로 하기 이전에 우리가 해본 일인지, 아님 새롭게 하는 일인지를 우선 규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손, 발이 빨라야 한다
보다 빨리 하기 위해 손, 발이 빨라야 한다고 합니다. 또한 최근 비즈니스 쪽 LEAN 열풍 때문에 더더욱 속도감 있게 일하려는 많은 이들의 요구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여러 도구를 남보다 빠르게 다룰지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럼 손, 발이 빠르면 일도 잘하고 좋은 결과도 약속할 수 있을까요? 그보다는 확실한 구간에 따른 권한 위임 등을 약속해, 일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부여해야 합니다.
(3) 정확하고 완벽하게 해야 한다
빨리도 모자라, 정확하게 하라고 (주문)합니다. 하지만 그 정확도를 목표(결과)에 맞추어야 할지, 기존에 진행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설계된 과정(프로세스)의 정교화에 맞춰야 할지 난감합니다. 확실한 상호 간의 이해를 돕는 과정이 뒷받침되어야만 그 정확도(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4) 일은 타인에 맞춰서 해야 한다
함께 하는 이들과 발을 맞추는 것은 기본입니다. 하지만 특정인의 힘과 의견에 기대어 일을 추진하거나 결정하는 것은 편법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따라서 우리가 하는 일과 그 일로부터 발생하는 가치의 수혜자(고객)가 누구인지를 확실히 인지해야 합니다. 그다음이 함께 하는 누군가를 겨누는 것입니다.
(5) 받은 만큼만 줄 수 있으면 된다
돈, 도움, 물리적이고 실질적인 가치 등이 일을 하는 동기(Motive)의 전부가 아닙니다. 그만큼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늘 나와 조직의 ‘성장을 함께 염두하고’, 우리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현재의 모든 활동을 투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에 중심을 두어야 합니다.
(6)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가장 안전하게 일하는 법입니다. 결정권자에게 일의 과정과 결과 모두를 의지해 세부적인 부분까지 맡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실력은 생각만큼 늘지 않을 것입니다. 일의 결정 방향과 내용에 따라 여러 과정을 다르게 할 수 있는 것이 실력인데, 그 실력을 갈고닦을 기회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7) 결국, 조직(회사)이 중심이다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하는 것이 조직의 원리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小가 누구이고, 하고 있는 일과 그 일의 비중(중요도)이 얼마큼인지에 따라 전혀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스타트업에서 HR 담당자를 리쿠르팅(채용) 매니저로 명칭을 바꾸어 운영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조직은 직무의 합이기도 하지만, 사람의 합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앞으로 성장이 구만리인 시장 속 회사라면 말이죠.
(8) 어쨌든 혼자 하는 거다
일은 혼자도 하고, 함께도 합니다. 조직 규모와 맡고 있는 직무의 특징, 이를 통해 조직 내 차지하고 있는 비중과 결정적으로 고객과 얼마나 가까운 거리에서 일하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따라서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이행’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 협의와 합의의 과정을 통해 결정 과정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혼자서 결정’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9) 원래부터, 하던 대로 해야 한다
기존에 해왔던 일은 조직에서 정해주거나 검증된 과정이 기준으로 자리 잡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일의 내용, 상황, 주체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유연성까지도 상위 관리자가 통제하려고 하면서부터 일의 속도는 느려집니다. 이때 가장 답답해하는 것은 현장을 관할하는 실행 담당자입니다. 따라서 적절한 범위 내의 권한을 인계받기 위한 일정 수준 이상의 신뢰 확보는 필수입니다.
(10) 현장에서는 ‘왜 보다 어떻게‘가 더 중요하다
현장은 빠른 실행(시도-Try)이 기본 전제입니다. 따라서, ‘어떻게’라는 기본 화두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왜(Why)’가 간과됩니다. 이를 상호 보완하기 위해 상위 레벨에서는 현장의 How를 보고 그들이 이해한 Why를 유추하고 논의가 필요하며, 현장은 이해한 Why가 다양한 How로 나타나 비즈니스에 최적화될 수 있도록 열린 자세로 업무에 임해야 합니다.
(11) 리더가 확실한 지시를 내려줄 수 있어야 한다
일의 결정은 리더가 내리는 것이 맞습니다. 전체를 리드하거나, 부문과 부분을 리드하는 누군가가 일의 결정권과 주도권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디테일을 리더급이 알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실무자들의 도움을 얻어야 합니다. 자신의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함께 탐색하며, 상호 간의 이견을 좁히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모든 지시를 리더가 맡는 것이 아닙니다.
(12) 오래 일한 사람이 더 많이 알고 있다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많이 알고 있습니다. 시장의 경험, 그 속의 조직에 대한 경험, 해당 조직과 합을 맞춰본 직무상의 경험까지 다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가진 시야의 폭과 깊이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눈높이 또는 눈높이의 변별력이 그의 실력의 대부분을 결정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를 다르게 가져가기 위한 별도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13) 버티면, 실력은 늘 수밖에 없다
다양한 경험이 좋은 실력을 증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오랫동안 버티기를 통해 얻은 경험이라면, 특정 영역의 굴레 속에서 반복에 반복을 거듭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력 대비 충분한 실력을 갖추었다는 것에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나도 남도 속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늘 배우는 자세로 새로운 과정을 설계하고 결과에 대한 효율과 효과를 생각해야 합니다.
(14) 남보다 앞서야 한다
일은 치열해야 하고, 이를 위해 주요 경쟁 체제로 운용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개인에게도 경쟁 의식을 갖기 위해 경쟁의 무드를 과하게 조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신에 외부의 경쟁자를 선정하며 이이제이(以夷制夷)식의 전략을 펼치는 것은 좋지만, 내부로 분위기가 확산하여 내부 경쟁이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때로는 과도한 경쟁이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5) 회사가 커야 모든 면에서 유리하다
일을 하는 입장에서는 큰 회사가 좋습니다. 쓸 수 있는 돈을 포함한 자원도 훨씬 크고 방대하며, 특히 많은 이해 관계자를 규합해 조직에 도움이 되는 가치를 만드는 데도 많은 권한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목표 시장, 고객, 그들이 가진 인식과 이해에 따라, 또한 이를 바라보는 회사의 철학과 관점에 따라 다릅니다. 회사가 크기 때문에 유리할 수 있지만, 꼭 시장 내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아닙니다.
추가로 정리하면….
– 중요한 건 ‘경쟁사 죽이기‘다
그렇다고 특정 경쟁사를 선정해 어떻게 해서든지 그들보다 앞서려는 전략은 다소 무모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보다 훨씬 더 나은 조건으로 이미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높은 목표를 하달하는 것도 과한 처사입니다. 따라서 시장 지형도를 확실히 이해하고, 우리가 나아가려는 확실한 전략 방향부터 합리적인 과정에 의해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기왕이면 최신의 것이 가장 유용하다
일에도 유행이 있습니다. 하나의 성공 모델이 나오면, 이를 모사하거나 흉내 내려는 많은 유사품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꼭 새롭게 등장한 무언가가 우리에게 적합한 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빠르게 도입하여 측정 및 평가하는 것은 좋지만, 그로 인해 우리가 어떤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자신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일의 편견과 선입견의 경계마저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에서 과거의 정답이 현재의 오답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의 답에 변주를 주는 행위를 통해 현재에 모두가 기대하는 답을 내거나, 그 답을 내기 위한 합리적 과정 설계에 치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이 가지는 편견과 선입견으로 인해 이러한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따라서 실무자의 입장에서, 아직 일과 관련한 충분한 경험이 없을 때부터 일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의식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실무자이지만 리더의 관점을 이해하려고 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우리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 함께 일하는 동료의 입장에서 내가 하는 일의 가치와 실질적 결과 등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를 통해 일에 대한 적응, 실행, 실질적 성과 창출 등 실행하는 이의 입장에서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가 충분히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상 ‘일에 대해 착수 전과 후, 그 중간의 실행 단계에서 이전보다 조금 더 유연한 태도’를 실현하기 위해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하는 생각과 태도, 행동에 대해서까지 점검이 필요합니다.
이직스쿨 김영학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