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좋은 개발자 있나요?”
“어디에서 좋은 팀원을 찾을 수 있나요?”
제가 개발자 백그라운드로 사업개발 업무를 하다 보니 종종 듣는 질문입니다. 예비창업가, 조직의 리더 혹은 스타트업 대표 모두 좋은 팀원에 대해 갈증이 있습니다. 어떤 조직이든 팀원이 중요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특히 중요합니다. 사업이 성공하는데 투자 여부, 사업 아이템보다 팀 멤버가 훨씬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팀빌딩에 실버 블렛은 없다
“어디에 가면 좋은 분이 계셔서, 한 두 번 만나고 나면 합류해주실 것이다”라는 실버 블렛을 믿고 있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아이템 발굴, 디벨롭, 투자보다 팀원 영입에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쓰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팀원 영입을 위한 글을 찾기 위해 팀빌딩을 검색해봤습니다. 팀워크 개선을 위한 워크샵, 팀빌딩의 중요성에 대한 글이 많았습니다. 스타트업 리더가 실제로 팀원을 영입하기 위해 참고할 만한 글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 실제 팀빌딩 경험 위주로 팀원 영입 실전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수차례의 실패 끝에, 성공적인 팀빌딩을 세 번하였습니다. 각각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경험 없는 분야, 아는 사람 없는 분야에서
첫 번째는 여행 상품 예약 스타트업입니다. 지금은 시국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두 자리 억 단위 거래량이 나오는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시작은 여행업에 일하고 있는 친구가 창업 제안이었습니다. 도메인 지식이 있고 밸류체인을 메꿔줄 수 있어서 제품 외에 많은 부분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창업자가 있어 좋은 시작이라 생각했습니다. 남은 부분은 제품을 잘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제품을 만들기 위한 팀원을 모으려고 했습니다. 풀타임 월급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적절한 금액으로 본업 외의 시간에 재미있게 해 주실 멤버를 모으려고 했습니다. 디자이너, 웹, 서버, iOS, AOS 모두 영입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상대적으로 IT분야 경험이 적어서 주변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분들이 적었습니다. 때문에 최대한 많이 만나기 위해서 제가 아는 사람뿐만 아니라, 지인들에게 좋은 사람을 소개받았습니다. 친구에게 소개받은 좋은 사람을 만나면 또 좋은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2달 동안 30명에 가까운 분을 뵈었습니다. 일부는 설득에 실패하기도 하고 일부는 핏이 안 맞기도 해서, 여러 차례 설득 끝에 디자이너, 풀 스택 (그 당시 유행함…) 개발자 4분을 모실 수 있었습니다. (첫 대규모 팀빌딩이어서 팀빌딩 이후에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이미 니즈가 있었던 분들과,
그리고 니즈를 설득해야 하는 분과
두 번째는, 맛집 컨시어지 서비스 밥면빵입니다. 밥면빵은 직장을 다니는 4명이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한 작은 서비스입니다. 유료 회원을 한 달간 100명을 검증 목표로 시작했습니다. 런칭 이틀 만에 70명이 유료회원으로 가입해주시면서 빠르게 검증이 되었던 서비스였습니다. 이 팀빌딩은 비교적 쉬웠습니다.
- 에디터
이 분은 밥면빵의 핵심인 좋은 음식점 큐레이션이 가능한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싶어 했습니다. 사실 밥면빵 아이디어가 이 에디터 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이 분에게 콘텐츠를 제외한 나머지를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이야기드리고, 한 팀이 되었습니다.
- 개발자
개발자는 밥면빵 시작 전 1,2개월간 “어떤 것을 하면 재미있을까?”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던 사이였습니다. 밥면빵을 하면 왜 재밌는지 설득하는 것만으로 같은 팀이 되었습니다.
- 디자이너
마지막으로 디자이너는 본업 외의 일에 큰 니즈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디자이너의 요즘 갈증에 대해서 듣는 시간을 먼저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 갈증을 밥면빵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풀면 해소될 거라 설득하고, 한 팀이 되었습니다.
제품도 법인도 없는 외국회사로서
마지막은 제가 현재 다니고 있는 강남언니입니다. 그중에서 글로벌 사업, 일본 현지 팀빌딩입니다. 극강의 난이도였습니다. 한국보다 보수적인 문화를 가진 일본에서, 서비스도 법인도 없이 좋은 인재를 구해야 하는 미션이었습니다. 외산의 무덤으로 알려진 일본에서, 해외 기업이 사업을 성공하기 위해서 더 좋은 일본인 인재를 모셔야 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가 시작되며 입출국이 어려워지면서 후반부는 라인과 줌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팀빌딩 초반 3개월간 격주로 일본에 가서 100명 이상의 인재들을 만났습니다. 친구를 만나거나, 컨퍼런스를 가거나, 페북에서 콜드 콜을 하면서 사람을 최대한 많이 만났습니다. 조금이라도 주변에 좋은 사람이 있을 것 같은 분, 혹은 조금이라도 좋은 인재로 보이는 분에게는 매번 (예의 바르게) 질척되면서 회사 소개를 했습니다. 직접 합류해주시거나, 다른 지인을 소개받았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서로가 모르는 분들 5-6명이 만나서 밍글하는 술자리가 잡히기도 하고, 새벽에 사람을 뵙기도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도착한 공항에서 비행기 타기 전 마지막 20분을 활용해서 새로운 분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비행기표와 호텔을 이쪽에서 예약하고 한국으로 여러 명을 초빙하기도 했습니다.
서비스도 법인도 없었기 때문에 회사 소개에는 더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어떤 가치로 사업을 하는 회사인지, 어떤 사람들이 있는 곳인지, 그동안 어떤 것을 해왔는지, 일본에서는 어떻게 하고 싶은지 다양한 주제로 회사를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합류해주신다면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상대방의 새로운 도전 니즈를 잘 파악하기 위해 여러 질문을 하고 그에 맞는 장단점을 꺼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강남언니를 피칭하기 위해 참여한 컨퍼런스에서 만난 분에게 바로 페북 메신저로 인사를 드리고 회사 소개를 드렸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진행하여 합류해주시고 지금은 팀 최고의 에이스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분에게 강남언니가 그 날 참여한 회사 중에 제일 인상 깊었던 회사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가장 빨리 연락이 왔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합니다.
100명 넘게 만난 분 중 가장 모시고 싶었던 분을 일본 사업 총괄로 모실 수 있었습니다. 이 분은 또 다른 컨퍼런스에서 만난 분이 소개해주신 분의 친구의 친구였습니다(a.k.a 모르는 사람). 3번을 질척거린 끝에 만날 수 있었습니다. 비슷한 분야 일본 1위 서비스에서 최연소 임원 내정자로 700명의 팀을 관리하는 분이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손에 꼽는 일잘러입니다. 큰 팀을 이끌었던 분이지만 흔히 이야기하는 꼰대적인 면이 없는 뛰어난 커뮤니케이터입니다. 이 분을 영입함으로써 좋은 분들을 더 쉽게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된 8명의 일본 현지 팀을 빌딩 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일본 현지 사업을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빠른 타이밍에 성과가 나고 있습니다.
인재 영입 실전,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제 경험을 돌이켜보니, 최대한 좋은 분들 많이 만나서 팀(회사)의 좋은 점을 상대방의 갈증이나 니즈에 맞게 설득한 과정의 반복이었습니다. 영업, 마케팅, 파트너십, 모든 협상이 그렇든 인재영입의 팀빌딩도 최대한 유효한 기회(리드-Lead)를 많이 만들고,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하게 제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재 영입 실전의 중요한 점을 크게 3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풀을 최대한 넓힌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팀원이 정말 중요하다면 정말 많은 에너지를 쓰는 게 좋습니다. SNS나, 모임에서 좋은 사람 없는지 물어본다거나, 직접 링크드인이나 페이스북에서 인재를 찾아서 연락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갑작스러운 개인적인 연락에 불편함을 느끼는 분이 많아서 조심해야 합니다). 컨퍼런스도 좋은 방법입니다. 다만 참여를 하는데 의의를 두는 분이 많습니다. 최소한 한 두 명 정도는 티타임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는 가까워진 다음에 바로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직접 만나서 본론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유효한 리드입니다.
만약 첫 만남에 잘 연결되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좋은 관계를 이어가는 게 좋습니다. 지금이 아니어도 2년 뒤에 같은 팀원이 될 수도 있고, 나를 좋게 봐준다면 또 다른 좋은 사람을 소개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만날 때는 꼭 모신다! 보다는 모시거나 좋은 사람을 소개받는다의 생각이 좋습니다. 이렇게 누군가를 계속 소개받다 보면, 겹치는 때도 생깁니다. 그 정도가 되지 않으면 아직 더 만날 수 있는 인재가 있습니다.
2. 상대방의 니즈를 파악한다.
저도 많이 저지른 실수입니다. 많은 분들이 꼭 모시고 싶은 분을 만나게 되면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더 많은 어필을 하고 싶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회사의 좋은 점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정확한 비율은 모르겠지만 제 이야기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었을 때, 팀원이 되어 주시거나 좋은 사람을 소개받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은 도메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훌륭한 팀원을 위주로 이야기한다거나, 상대방은 좋은 사람과 일하고 싶어 하는데 보상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면, 2번째 만남조차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대방이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것에 갈증을 느끼고, 다음엔 어떤 것을 경험하고 싶은지, 어떤 것을 성취하고 싶은지에 대해 더 잘 파악해야 합니다. 프로필이 공개되어있거나, 누군가에 소개를 받는 다면 사전에 파악해두면 더 좋습니다. 직접 만나서 대화할 때는 최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그 포인트에 맞춰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회사에 대해 매력을 느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3. 좋은 상품을 준비한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회사가 좋지 않다면 어떤 방법론으로 어떤 분을 만나도 좋은 결과를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풀을 넓히는 데에서도 회사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질척인다면 귀찮은 제안이 될 뿐입니다. 회사의 좋은 점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면 상대방의 니즈를 파악하더라도 제안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좋은 상품을 준비한다는 의미는, 지금 회사의 장점과 단점을 분명히 파악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누군가를 설득할 때 좋은 점만 이야기하면 설득력도 떨어질뿐더러, 심한 경우는 사기입니다. 장점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상대방의 니즈에 맞게 회사를 잘 어필할 수 있고, 합류했을 때 어떤 일을 할지 상상할 수 있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단점에 대해서도 솔직히 이야기해야 상대방도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실제 합류했을 때의 퍼포먼스가 높아지게 됩니다.
좋은 상품이라는 측면에서, 회사뿐만 아니라 인재와 마주하고 있는 나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상대방에게 회사는 내가 하는 말이나 공개된 자료로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면하고 있는 내가 회사의 얼굴입니다. 상대방에 있어서 내가 얼마나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가 느껴지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나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도 분명히 파악하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한번 실버 블렛은 없다.
인재 영입에 있어서 실버 블렛은 없습니다. 성실한 발품만한 왕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핏이 맞는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을 때는 여러 군데의 VC를 만나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인재를 만날 때도 최대한 많이 만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니즈를 잘 파악하면서, 그 니즈에 맞춰서 솔직하게 회사에 대해 잘 이야기해야 합니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입니다. 실제로 실행하려고 하면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사업 성공을 위해 좋은 인재가 중요하다고 믿는다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임현근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