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모호하게 알고 있는 브랜딩의 개념 잡기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브랜딩이 중요해!’
브랜딩이라는 개념은 묘하다. 모호한 것이 아닌, 묘하다. 대부분 경영학과 학생이라면, 개론 수업이나 마케팅 수업 혹은 대놓고 브랜드 관련 수업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꼭 경영학과 학생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브랜딩이 뭔지 알아?’라는 질문은 ‘상대성 이론이 뭔지 알아?’처럼, 난생 처음 듣는 질문이 아니다.
각자 브랜딩에 대해 어떤 의견이라도 말할 수 있다. 나이키의 스우시 로고가 될 수도, 코카콜라가 진행했던 여러 브랜딩 캠페인, 조금 더 가깝게는 배민의 폰트, 현대카드의 카드 디자인 등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문제는 브랜드가 직업이 되었을 때 일어난다. 특히, 브랜딩을 처음 접할 때가 그렇다. 기업을 보고 딱 떠오르는 모습이 브랜딩이라고 할 때, 실제 이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맡은 사람은 막막하기 그지없다. 브랜딩 전문 에이전시에서 근무하거나, 브랜드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해본 인하우스 직원이 아니라면 업무로서 브랜딩을 해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기업들을 예로써 마주하면, 우리 회사는 그만큼 긴 역사를 갖고 있거나 예산이 많은 것도 아닌데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홍성태 교수님의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라는 책은 그 묘한 개념을 바로 잡고, 일을 시작하는 사람에겐 그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최근 옮긴 직장에서 처음 주어진 과제로, 브랜드 마케팅에 대한 관점에서 일을 진행할 필요가 있었다. 브랜딩 과정을 통해 현재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타 경쟁사와 비교해 차별화된 이미지로 구축하고자 했다. 그러나, 같은 문제에 봉착했다.
브랜딩에 대해 어설프게 이해는 하고 있는데 처음 브랜딩을 하는 입장에서 어느 관점으로 과정을 이해하고 구성해 나가야 하는지 전혀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 이 책을 추천 받았다. 2013년에 나온 책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브랜딩을 이해하는 기본서로 많은 추천을 받고 있었다. 누군가는 오래된 개념이라고도 하지만, 브랜딩을 처음 시작하는 입장으로서는 분명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책을 통해 업무를 서서히 하나, 둘 풀어나갔다. 이 책이 생각의 폭을 키워주다 보니 브랜딩에 대해 자연스럽게 고민의 깊이도 깊어지고, 더 나은 결과를 찾아 나아갈 수 있었다. 이에 실제 업무를 진행하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브랜딩은 명사가 아닌 동사
책의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브랜딩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중요한 것은 브랜딩이라는 개념을 동사적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명칭이 아닌, 관리를 해야 하는 동사라는 점이 중요했다. 관리자도 마케터 한 명이 아닌 CEO부터 임원, 중간 관리자,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직급이 이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 첫 번째였다.
모든 직급이 공통된 브랜딩의 관점을 갖기 시작하고, 그 관점으로 고객과 마주할 때 브랜딩은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 책은 브랜드의 ‘탄생’과 ‘체험’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나눠 브랜딩을 살펴보고 있다. 브랜드 컨셉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 브랜드가 살아있는 동안 어떤 체험을 하게 하는지에 대해 정리했다.
브랜딩은 브랜드의 좋은 품질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렇게 전달된 브랜드가 고객에게 어떤 의미를 갖도록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럼, 본격적으로 책을 통해 인상적인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팔고 있는가?
‘고객 지향적 관점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너무나 자주 들은 이 말을 조금은 진지하게 생각해 보도록 하자.
브랜드 컨셉을 잘 도출하기 위해서는 이 시작부터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고객 지향적’이란 말은 내가 하는 비즈니스가 고객의 관점에서 어떤 비즈니스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화장품 회사인 미국 레블론의 본사 입구에는 크게 세 단어가 쓰여 있다고 한다.
“We sell Hope”
당연하지만 대놓고 ‘화장품을 팝니다.’라고 쓸리는 없고, 그렇다고 흔히 이야기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팝니다.’라고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베를론은 ‘기대와 희망’을 판다고 이야기하면서 “이 제품으로 마사지하고 주무신 다음, 아침에 일어나보세요. 얼굴이 얼마나 매끈매끈하고 젊어 보이는지 아세요?” 라며 ‘기대와 희망’을 이야기한다.
사업의 본질을 고객 관점에서 규정하면, 제품을 판매하는 직원들의 마음 가짐부터 달라진다.
이 본질을 기업과 제품의 관점으로 볼 것인지, 시장과 고객의 관점에서 볼 것인지는 매우 중요하다. 그 차이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사는지가 아니라 ‘왜’ 사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래 표를 보자.
기업과 제품의 관점에서 보면 서비스 제품 정의로만 생각할 수 있는 것을 시장과 고객의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서비스와 제품이 갖는 의미가 달라지고, 브랜드가 가진 스토리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우리 서비스와 제품을 선택하는 몫이 고객에게 있다면, 기업도 고객이 필요함은 물론 원하는 답을 찾아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
P&G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마케팅 계의 베테랑이 국내 굴지의 생활용품 회사의 사장으로 부임했다. 아무래도 그런 마케팅 전문가가 부임하니 직원들은 기대와 함께 긴장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별로 압박감도 주지 않고, 부임 후 한 달 동안 브랜드별 컨셉을 잡아 오라는 지시만 했다고 한다.
직원들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일을 시킨다고 생각하고, 컨셉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가져갔다. 그러나 ‘그 컨셉은 경쟁사에서 해도 그대로 맞겠네요.’, ‘그런 기술적 용어는 고객이 너무 어렵게 느끼지 않겠어요?’, ‘그 컨셉에는 너무 담으려는 내용이 많지 않아요?’ 등의 피드백이 돌아오자 BM들은 지쳐갔다.
이에 두 달 동안 브랜드 컨셉과 씨름을 하고 난 후, 드디어 마케팅 담당 상무가 정리된 컨셉을 취합해 사장에게 가져갔다. 상무도 지쳐, 오늘 제출하고 나면 내일부터는 머리 아픈 일에서 벗어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정리된 파일을 제출하니 사장이 “그게 뭡니까?” 하더랬다. 오늘까지 완성하라던 브랜드별 컨셉을 정리한 거라고 하자, 사장은 그 서류 파일을 보지도 않고 돌려주었다.
그러면서 “P&G가 지난 백 년 넘게 해온 일 중에 제일 중요한 게 브랜드 컨셉 잡는 거거든요. 중요한 건 컨셉에 대해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라는 뜻입니다.” 라고 전했다.
브랜딩은 이처럼 단정적으로 컨셉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컨셉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 자체이기에 더 중요하다.
와우, 이것 좀 신기하네
고객에게 ‘무엇’을 말해줄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그걸 ‘어떻게’ 창의적으로 말해줄 것인지도 대단히 중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전략이 크리에이티브를 이끌어야지, 거꾸로 끌려 다니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간혹 기업에서 CI 작업의 일환으로 심벌 마크나 로고를 바꾸곤 한다.
수 개월에 걸쳐 조사하고, 기획해 ‘전략적 컨셉’을 도출한다. 그리고 디자인 업체에 로고 디자인을 의뢰하는데, 디자인 업체는 도출된 전략적 컨셉을 이해하기보다 뭔가 심미적으로 눈을 끄는 ‘디자인 컨셉’에 빠져 A, B, C 안을 가져온다. 그럼 의뢰한 기업은 전략적 컨셉은 잊어버리고, 디자인 자체에 현혹되어 의사 결정을 한다. 거꾸로 이제, 선택된 로고에 의미 부여를 하고 CI를 발표하게 된다.
창의성을 원한다면 정석부터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고정관념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과 지적 기반이 필요하다.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와 지식이 무의식의 세계에 저장되어 있어야 한다. 뉴턴도 떨어지는 사과를 무심코 바라보다가 만유인력을 생각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만유인력에 대해 연구하고 고심하던 중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아, 저것은 좋은 증거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우선 기본을 익혀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창의성이란 정석이 몸에 배고 난 뒤의 자유로운 응용이 아닐까?
타고난 창의력도 갈고 닦지 않으면 임기 응변적인 순발력 수준에 머물 뿐이다.
수준 차이야 있겠지만 누구라도 골프를 칠 수 있듯이, 누구라도 마케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단순한 기법이 아니라, 과학이 되어야 한다. 시장의 상황과 동향을 파악해내는 조사 능력을 키워야 경쟁자를 이길 수 있고, 인간의 심리를 학문적으로 잘 이해해야 소비자의 마음에 다가가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도 인문학적 소질이 주목 받고 있는 것이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이 하는 말을 옮긴다.
“우리가 원하는 창의성이란 엉뚱함이 아니라 수학적인 논리입니다. 논리가 뒷받침되어야 산만함으로 안 튀고 현대카드에 필요한 정제된 크리에이티브로 갈 수 있지요.”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정식이 몸에 배어야만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다.
물이 0도에서 어는 모양을 고속 촬영해보면 점차적으로 얼음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갑자기 결정화된다. 즉 물속의 이물질을 핵으로 하여 얼음의 결정이 형성되는데, 이를 화학 용어로 ‘핵성장 메커니즘’이라고 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이와 유사한 게 아닌가 싶다. 곰곰이 몰입하다 보면, 무질서하고 혼돈된 상황에서, 어느 순간 핵심 정보를 중심으로 전략적인 아이디어가 결정화되면서 통찰력이 생겨나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밤새 고민하다가 새벽녘에 불현듯 생각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결정화’를 경험하려면 먼저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 빠져야 한다.
전략의 본질에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흠뻑 빠져들어야만 아이디어가 결정화된다.
창의력 컨설턴트 팀 허슨(Tim Hurson)에 의하면, 쓸 만한 아이디어는 사고의 3단계에 도달해야 나온다고 한다. 예컨대 브레인 스토밍을 할 때 첫 단계에서는 누구라도 한 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평범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된다. 두 번째 단계에서도 범위가 넓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이제껏 체득해온 지식과 상식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고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아,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는데…하는 순간에 비로소 좋은 아이디어가 생겨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을 스스로 창의적이지 못하다고 말한다. 창의적인 사람은 분명 높은 지능의 소유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껏 어떤 조사에서도 지능과 창의력의 상관 관계는 밝혀진 바 없다. 몇몇에게만 주어지는 신의 선물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인간이 갖게 된 특혜라고 생각해야 한다. 창의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더 많은 시도를 하고 실패를 겪고 도전했는가에 대한 차이다.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모두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가장 좋지 못한 건, 지속할 수 없는 것
좋은 브랜딩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좋지 못한 브랜딩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듣지 못했다.
자동차 볼보에 대해 묻는다면, 안정감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차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물어봐도 이 대답을 할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 볼보는 이 이미지를 갖게 되었을까?
아무리 광고를 잘해도 이런 인식이 하루아침에 생겨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볼보는 지난 40여 년간 지속해서 ‘안정성’에 대해 광고를 해왔다. 브랜딩을 고민할 때 ‘낙수가 바위를 뚫는다.’라는 말을 기억하자. 쏟아지는 물이 아니라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 뭐가 됐든 오랜 세월 똑같은 걸 끊임없이 지속할 수 있을 때,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넥스 맥주를 기억하는가? OB가 하이트를 잡겠다며 1996년에 출시한 맥주다. ‘부드러운 맛’을 주장하는 하이트의 벽을 깨려고 소비자의 관점에서 고려해 더 부드럽게 만든 술이다. 처음 나왔을 때는 ‘소비자의 선택’이 핵심 컨셉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좋지 못했다. 10만 명을 조사했다고 하지만, 소비자가 보기엔 그렇게 와닿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이후에도 ‘깨끗한 맛’, ‘젊은 맥주’, ‘좋은 보리’, ‘해링톤 보리’, ‘맛이 바뀐 맥주’ 등 여러 컨셉을 시도했지만,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어느 하나도 소비자의 공감을 얻지 못한 것이다. 소비자가 선택한 맛으로 시작해 그 맛을 바꿔버린 맥주로 끝이 났다.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CEO인 스콧 맥닐리는 이렇게 말했다.
“잘못된 전략이라도 제대로 밀고 나가면 성공할 수 있다. 반면 뛰어난 전략이라도, 꾸준히 밀지 못하면 실패한다.”
브랜드 확장은 컨셉을 기반으로!
‘사자’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대부분의 사람이 사자라고 하면 갈기를 휘날리며 용맹한 모습으로 사냥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실상 사자는 하루의 대부분을 어슬렁거릴 때가 더 많지만, 사람들은 특징을 잡아 기억하기를 더 좋아한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강한 브랜드가 되려면, 사람들의 머리에 간판 제품의 특징을 심어주어야 한다. 사람들은 그 간판 제품의 컨셉, 즉 홍보용 제품의 이미지로 그 브랜드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오리온이 제과 업체로서 굳게 뿌리를 내린 것은 초코파이의 공이 크다. ‘정(情)’이라는 이미지의 후광으로 제품 품목을 확장해 지금은 다양한 품목들이 오리온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팔려나간다.
브랜드 확장에서 조심할 점은 간판 제품의 ‘컨셉’이 이미지로 전달되어야지, 제품의 ‘형태’로 굳어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에디슨 전등회사를 모태로 하는 GE는 간판 제품의 컨셉을 이미지로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GE는 오래가는 전구로 유명했는데 내구성이 강하다는 이미지가 그 후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가전제품들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강한 브랜드를 구축했다.
브랜딩은 컨셉을 관리하는 과정이다. 컨셉이 불분명한 상태에서의 브랜드 확장은 동일한 브랜드를 공유할 뿐, 브랜드 확장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 다른 컨셉의 제품이나 사업을 동일한 브랜드 바스켓에 담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조심하자.
팔정(八情)으로 이해하는 브랜드 경험
지금까지 이야기한 부분이 브랜드 컨셉 정립에 관한 부분이라면, 브랜딩을 해가는 과정에서 전술적으로 어떻게 고객 입장에서 이를 이해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마케팅 방식을 팔정의 개념으로 이해하고자 한 것이다.
도덕 시간에 배운 인간의 여덟 가지 감정을 분석해 이를 마케팅 사례와 엮어 설명했다.
① 기쁨
기쁨은 감정이 발생하는 원인이 분명하고, 사람 또는 사건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긍정적 감정이다. 기쁨을 마케팅에 활용한 사례로는 코카콜라를 들 수 있다. 산타클로스는 선한 일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진 성 니콜라스라는 성직자를 모델로 탄생했다. 성 니콜라스가 붉은색 옷을 많이 입었다 하여 산타클로스에게도 붉은색을 입힌 것이다. 그런데 겨울철 판매가 부진한 코카콜라가 브랜드의 상징색이 빨갛다는 데 착안하여 코카콜라를 산타클로스와 크리스마스에 연관시켰다. 이때 활용한 감정이 기쁨이다. 가족의 단란하고 행복한 모습을 내세우는 광고들도 기쁨의 간접 경험을 시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② 즐거움
즐거움 또는 재미는 감정 발생의 원인이 분명하나, 스스로 느끼는 긍정적 감정이다. 옷을 입으면서 개성을 표현하는 즐거움을 느끼거나, 화장하면서 자기 만족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디즈니는 말할 것도 없고, 할리우드도 즐거움 마케팅으로 사람들의 꿈을 이루게 해주는 곳이다.
③ 사랑
사랑이란 감정은 가장 많이 논의되는 소재인데, 자칫 크게 해석하면 모든 것이 사랑의 카테고리에 포함된다. 여기서의 사랑은 남녀 간의 사랑처럼 ‘관계’에서 발생하는 감정에 국한되며, 대상을 왜 사랑하는지 설명할 수 없어도 그냥 좋은 정서적 감정을 말한다.
맥도날드는 끊임없이 가족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사랑을 강요받는 느낌이 들 때는 반발하는 특성도 갖고 있다. 콜라 시장의 독립을 주장한 815콜라, 정통 한국 브랜드임을 알리려 했던 프로스펙스의 정신대 광고처럼 애국심에 호소하는 광고는 자칫 반발을 일으킨다. 정서적 감정이라는 이유를 달아 인지적으로 이용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④ 욕구
욕구도 넓게 해석하면 긍정적인 감정을 거의 모두 포괄하는 감정이다. 기쁨에 대한 욕구, 즐김에 대한 욕구, 사랑에 대한 욕구 등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우선적으로 ‘생리적 욕구’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배고픔이나 목마름, 졸림을 면하고자 하는 생리적 욕구는 인간의 모든 욕구 가운데 가장 우세하다.
마케팅에서 고전적인 의미의 니즈는 ‘결핍’이나 ‘필요’라고 해석되어 왔다. 니즈는 기본적인 욕구에 대해 결핍을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의, 식, 주, 안전’ 등에 대한 본원적 욕구이다.
그뿐만 아니라 친숙하지 않은 것보다 친숙한 것을 더 좋아하고, 알려지지 않은 것보다 알려진 것을 더 좋아하는 경향도 심리적인 안전 욕구에 해당한다. 광고를 집중해서 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고 해도 소비자들은 지속적인 광고를 통해 무의식중에 친숙해진 브랜드를 구매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⑤ 노여움
노여움은 사람과의 관계나 특정 사안으로 인해 생기는 부정적인 감정이다. 마케팅에서는 이를 예방하는 방법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게 된다. 가령 피자 배달이 지연될 경우, 생기는 분노를 예방하기 위해 30분 안에 배달하지 못하면 피자를 할인해 주겠다든지 하는 식이다.
때론 경쟁 브랜드에 대한 노여움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도 한다. 백설표 참기름은 뒤늦게 시장에 진입할 때 “탄 음식, 나쁘다는 것 아시죠?”라고 광고하며, 기존의 업체들이 고소한 맛을 위해 태운 참기름을 판매하는 데 대해 소비자의 분노를 자아내려고 한 바 있다.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는 도전적인 카피를 내걸었던 매일유업의 바나나 우유 광고도 위와 유사하다.
⑥ 슬픔
슬픔은 감정의 원인이 비교적 뚜렷하며 인지적이나 자연발생적인 감정이다. 그래서 그런 슬픔에 당황하지 않도록 예방 장치를 판매한다. ‘상조’라는 이름을 쓰는 장의업체가 대표적이다.
슬픔은 스스로 생기는 감정이어서 즐거움과 결합해 상품화할 수도 있다. 슬픈 영화나 슬픈 노래가 대표적이다.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슬픔을 자아낼 수 있고, 사람들이 슬픈 감정을 즐기기도 하므로, 제법 큰 시장이 존재한다.
⑦ 미움
미움은 감정의 원인이 반드시 논리적이거나 구체적은 아니지만 대상은 뚜렷하다. 미움 마케팅은 강자에 대응하는 데 좋은 시장이다. 사람들은 힘이 약한 기업에 동정심을, 힘이 센 기업에 공연한 증오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 이때 시장을 주도하는 강한 기업이 실수하면, 사람들은 약한 기업을 응원한다. 거대 기업이었던 OB맥주가 약체 크라운의 하이트에 당한 예가 대표적이다.
⑧ 두려움
마케팅 활동의 태반이 실은 두려움을 이용한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두려움은 널리 활용되는 감정이다. 사람들은 미래의 상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보험에 가입하려 한다. 안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작은 자동차를 꺼리고, 농약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유기농 식품을 선호한다.
펀드를 구매한 후에 후회할까봐 생기는 두려움을 이용해 은행은 신뢰를 강조하는 광고를 하고, 쥬얼리 브랜드는 가짜 금반지에 대한 두려움을 희석하기 위해 보증서를 첨부한다.
정리한 팔정 마케팅의 활용도는 다양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여덟 가지 마음을 갖고 있다. 다만, 매 순간 서로 다른 마음이 나를 지배하는 것이다. ‘감정’은 가르치지 않아도 자연스레 갖게 되는 것이지만, 대단한 에너지를 동원할 수 있으므로 눈여겨보아야 한다.
여전히 어려울지라도, 방향을 알고 싶다면
브랜딩이라는 큰 숙제를 안게 되면서 답을 찾기 위해 고른 책이다. 브랜드 관련 수업은 오래전 학부 수업의 일부로 들었을 뿐이다 보니, 크게 머릿속에 남아있진 않다. 지금 와서 ‘아, 그때 수업을 좀 더 열심히 들을 걸’ 하는 후회가 생기는 동시에 그 당시에 ‘이렇게 배워도 어차피 회사 가서 다시 배운다던데.’ 하던 마음이 생각난다.
회사에 들어와서도 진행하는 브랜딩이란, 계속 책에서 나오는 대로 브랜드를 유지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새로운 브랜딩을 하기 위해 고민하기보다, 기존의 브랜딩 틀을 깨지 않기 위해 일정한 컨셉과 톤 앤 매너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다 막상 처음부터 브랜딩을 고민하려니, 어떤 것부터 고민을 해야 할지조차 감이 안 잡히는 상황이었다.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는 브랜딩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굉장히 많은 힌트를 줄 것이라 단언한다. 어떤 분야에서 종사하든 브랜딩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고, 때론 용기를 얻을 것이다. 특히 지금 당장 현업의 고민이 있는 사람이라면 책을 읽는 내내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도 생길 것이다. 실제로 업무를 해나가는 데 책의 많은 부분을 적용해서 고려했다.
이미 세상에 나온지 오래된 책이기 때문에 책을 구매하는 데 망설여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학의 정석이 아무리 오래되었다 한들, 개념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 글에 담지 못한 많은 내용이 책에 담겨있다. 아주 뜻깊은 특강을 들은 기분이다.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 홍성태 지음/쌤앤파커스
전형준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