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지의 ‘기다리면 무료’ 이후 카카오의 두 번째 실험
플랫폼 비즈니스에 있어 콘텐츠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플랫폼에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방문하도록 하고, 세션/체류 시간을 늘리고, 사용자가 결제하도록 유도하는 핵심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콘텐츠의 중요성은 단지 ’00 웹툰’이나 ’00 TV’와 같은 ‘콘텐츠 플랫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별도의 메인 서비스가 존재하더라도, 플랫폼에 있어 콘텐츠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2020년은 코로나19 이슈로 더더욱 콘텐츠를 가진 플랫폼들의 성장이 폭발적으로 일어난 시기였다. 실제로 2020년 월평균 사용 시간이 가장 긴 앱들의 공통점은 ‘콘텐츠’를 가진 플랫폼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하지만, 뚜렷한 수익 모델이 생겨나기 전의 콘텐츠는 플랫폼에 미치는 영향력만큼의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웠다. 현재 6,700만의 글로벌 MAU를 보유하고 있는 굴지의 콘텐츠 플랫폼 ‘네이버 웹툰’의 경우에도 흑자 전환은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다. 그 흑자 전환에는 콘텐츠 부분 유료화의 역할이 컸는데, 콘텐츠 부분 유료화 모델의 시작에는 카카오페이지의 ‘기다리면 무료’가 있었다.
카카오는 웹툰/웹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를 2013년 런칭했지만, 초반 트래픽 확보와 수익화에 어려움을 겪어 직원의 50%를 구조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 도입한 ‘기다리면 무료’ 모델이 트래픽과 수익 확보를 견인하면서, 그 규모는 점점 커져갔다. ‘기다리면 무료’란 말 그대로 일정 기간을 기다리면 무료로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어릴 적 읽었던 이야기 ‘마시멜로 이야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무료라는 마시멜로를 주는 대신, 재방문과 긴 체류 시간으로 칭해지는 기다림을 견뎌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어쨌거나 ‘기다리면 무료’는 자주 방문하는 사용자에게는 무료 혜택을, 기다리기 싫어하는 사용자에게는 100~200원 수준의 비용을 통해 기다림을 없애준다는 점에서 모든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수익 모델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콘텐츠 이용에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을 사용자들에게 심어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성공적으로 수익 모델이 안착하면서, 카카오페이지의 일 거래액은 수직 상승하기 시작한다. 2020년 5월 기준으로 일 거래액이 20억을 돌파했는데, 정확한 2020년 총매출액 정보는 찾을 수 없었지만 어쨌거나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당 수익 모델을 통해 획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기다리면 무료’ 수익 모델의 안착으로 재미를 본 카카오는 최근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바로 무료로 제공되던 ‘카카오 TV’ 콘텐츠들에 ‘기다리면 유료’ 과금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카카오 TV에 공개되는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공개 7일까지 무료로 볼 수 있지만, 그 이후부터는 비용을 지급해 편당 구매해야 한다. 다수의 콘텐츠를 제한 없이 시청/다운로드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가 대세인 흐름과는 상당히 대비되는 과금 방식이다.
물론 이제 막 도입한 과금 방식인 만큼, 모든 콘텐츠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연애혁명, 며느라기, 아만자와 같은 인기 콘텐츠부터 해당 과금 방식이 도입된다. 편당 500원을 지불하면 일주일간 해당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있어, 소유보다는 대여의 형식이다.
이러한 ‘기다리면 유료’ 방식에 대해 외부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대부분이다. 오래된 콘텐츠일수록 그 영향력/화제성이 최신 콘텐츠보다 낮을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오래된 콘텐츠를 돈 주고 보라고 하니 무의미한 수익 모델이라는 것이다. 특히 카카오TV 내 콘텐츠는 30분 이내의 숏폼이 대다수인데, 일주일이 지난 짧은 영상을 보기 위해 사용자가 비용을 지불하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행보를 카카오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자, 카카오M 측에서 제작비를 회수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많은 여론과 비슷하게, 이러한 ‘기다리면 유료’가 수익성 측면에서는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생각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카카오/카카오M 측에서 제작비를 회수하기 위해 이러한 과금 방식을 도입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카카오TV의 오리지널 콘텐츠들은 웨이브 등 다른 플랫폼을 구독하고 있다면 무료로 시청이 가능하다. 카카오TV에 아직 콘텐츠 양이 많지 않은 만큼, 사용자들이 카카오TV만을 이용할 리도 만무하다. 즉 사용자들이 돈을 내고 보도록 유도하고자 도입한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보다는 동접자 수를 늘려 단기간에 화제성을 집중시키고, 이를 통해 카카오TV의 안정화를 도모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으로 보인다. 카카오TV가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면 그 이후 또 다른 수익 모델이 도입되지 않을까? 그때는 또 반대로 ‘기다리면 무료’ 과금이 도입될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콘텐츠 공개 일주일 이내로 트래픽을 모아 화제성을 증대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액션으로 보인다.
런칭 당시 카카오TV는 ‘숏폼’ 콘텐츠+ 카카오에서 출시한 신규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그 이후 콘텐츠 자체에 대한 화제성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오래 지속되는 편도 아니었다. 함께 출시된 ‘카카오TV’ 모바일 앱 역시 불편하다는 평을 받기도 한 만큼,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던 것 같다. 실제로 닐슨코리아 데이터에 따르면, 카카오TV는 9월 1일 런칭한 이래 월간 순 이용자 수가 지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모바일 앱 기준).
‘기다리면 유료’ 과금은 당장 이번 달부터 카카오TV 앱 트래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카카오M에서 의도한 것이 제작비 회수인지, 단기 트래픽 집중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나중에 데이터를 보면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지 않을까? 카카오TV의 ‘기다리면 유료’ 방식을 통해, 기다림에 대한 보상이 아닌 ‘신속함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는 카카오의 두 번째 마시멜로 실험의 결과가 궁금하다. 하지만 우선 결과에 상관없이 ‘기다리면 무료’에 이어 ‘기다리면 유료’까지, 콘텐츠 플랫폼 생태계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실험을 하고 있는 카카오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수요일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