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 투자자를 찾아간 건 ‘청와대 맥주’ 세븐비어에 투자한 이유와 배당 경험에 대해 듣고 싶어서였다.

나른한 토요일 오후, 그를 만나기 위해 두 시간을 달려 의정부의 한 산장 카페를 찾았다. 말주변이 없다던 그는 우려와 달리 담담하고 유쾌하게 지난 3년간의 투자 경험을 들려주었다.

특별하리라 예상했던 투자수익과 배당 경험이 그저 조금 더 기분 좋은 일상이라는 게 당황스러웠다. “배당 최고! 로켓 가즈아!”라는 대답이 듣고 싶었는데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 같다. 친구를 위해 맥북에 투자했고, 담금주가 좋아 수제 맥주에 투자했다는 투자자.

가끔 손실을 볼 땐 와디즈는 일을 안 하나 생각하기도 한다며 웃는다. 그럼에도 관심 있는 분야의 회사에 투자해서, 기업과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고. 와디즈에서만 총 스물아홉 개의 프로젝트에 투자한 최훈 투자자에게 스타트업 투자는 일상을 넘어 하나의 취미가 된 것 같았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와디즈에서 스물아홉 번 투자한 38세 최훈입니다.

 

Q. 스물아홉 번이요? 와디즈 직원보다도 투자를 많이 하셨네요. 처음에 어떻게 와디즈 투자 서비스를 알게 되셨나요?

대학 선배가 와디즈에서 투자 프로젝트를 오픈했어요.

 

Q.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싸이월드 프로젝트 펀딩 페이지

싸이월드예요. 제가 예전에 싸이월드에서 일하고 싶어서 준비를 한 적이 있었거든요. 꼭 그곳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잘 안되었어요.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참 뒤에 투자를 받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일은 함께 못했지만, 싸이월드의 성장은 함께 하고 싶다 생각해서 투자했죠.

 

Q. 그런데 싸이월드 펀딩은 아쉽게도 실패했어요. 첫 펀딩이 실패했는데도 와디즈를 떠나지 않으셨네요.

네 맞아요. 제가 20대 때부터 주식, 가상화폐, P2P 다 시도해본 편인데 매력적인 스토리를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곳은 와디즈밖에 없더라고요.

 

Q. 아 원래 투자에 관심이 많으신 편이군요.

네. 20대 후반에 친구를 통해 주식 투자를 알게 되었어요. 그때 추천을 받아서 주식을 사두고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어요. 다녀와서 현금이 좀 필요해서 주식을 확인해봤더니 200% 넘게 수익이 나 있더라고요. 그때 처음 아. 이게 투자구나? 내가 일을 하지 않는 동안 돈이 나를 위해 일을 한다는 게 이런 의미구나. 깨달았어요. 그 이후로 주식을 조금씩 사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기도 하고 팔기도 하고 그래요.

 

Q. 이건 사담인데. 너무 궁금해서요. 그 회사가 어디인가요?

하하. 하이닉스에요. SK에 인수되면서 가격이 치솟았죠.

 

Q. 아. 부럽습니다. 가상화폐도 하셨다고. 많이 버셨나요?

(먼산) 인생의 오점을 남겼습니다. 분명히 투자할 때는 신형 중형차 가격이었는데 지금은 소형차를 중고로도 못 살 정도로 떨어졌어요. P2P도 부실 업체가 많아서 큰 재미를 못 봤어요. 다시 주식으로 돌아왔어요.

 

Q. 그럼 스타트업 투자에는 원래 관심이 있으셨나요?

제가 영상을 전공했어요. 단편 영화도 만들었어요. 한 번은 시나리오를 쓰고 정말 좋은 영화를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돈이 없더라고요. 그때 돈 때문에 시도도 못해본 게 아직도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나중에 사회에 진출해서 창업도 했었는데요. 그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아 투자금이 조금만 있었으면 좋겠다. 아쉽더라고요.

제가 배고파봤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가. 나중에 기회만 된다면 영화든 회사든 가능성 있는 곳에는 투자해야겠다고 생각했죠.

 

Q. 그럼 와디즈 이전에도 스타트업에 투자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정식으로 지분을 받고 투자한 적은 없고요. 이런 것도 투자라고 해도 되나? 맥북을 투자한 적이 있어요.

 

Q. 맥북이요?

네. 친구가 영상 편집으로 사업을 해보고 싶은데 맥북 살 돈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친구가 잘 되었으면 하고 응원하는 마음에서 맥북을 사줬어요. 주면서 말했죠. 잘되면 갚아라.

 

Q. 갚으셨나요?

투자금이 너무 소소했나 봐요. 창업은 했으나 창업으로 돈을 벌지는 못하더라고요. 그래도 그 친구 지금은 학교 홍보팀에서 영상 만들며 월급쟁이로 잘 살고 있습니다.

 

Q. 와디즈에서 투자할 땐 어떤 회사에 투자하시나요?

음 그 친구한테 맥북 사줄 때랑 비슷한 마음인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분야의 회사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잘 좀 해보자. 이런 마음이 드는 회사에 투자해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회사가 있다면요?

 

세븐비어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Q. 왜 그런가요?

평소에 수제 맥주에 관심이 많았어요.

 

Q. 좋아하시는 게 수제 맥주인가요 술인가요?

하하 정확히는 담금주요. 개인적으로 도라지주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Q. 직접 담그시는 건 아니죠?

인터넷에서 보고 담가 10년 후에 먹겠다고 라벨 붙여둔 술이 꽤 있어요. 수제 맥주도 처음 봤을 때 “와. 맥주도 담가먹을 수 있으려나?” 생각했죠. 예전에 호주에 있을 때 호주 사람들이 맥주도 담가 먹는 걸 봤거든요. 그래서 우리나라 수제 맥주 시장의 발전에 투자하겠다는 마음으로 투자했어요. 그때가 2016년이었는데, 2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수제 맥주 시장이 정말 많이 컸죠. 요즘은 어느 마트에 가도 수제 맥주 없는 곳이 없으니까요. 그때는 일부러 찾아다녔거든요. 그래서 만족합니다.

 

Q. 배당도 받으신 걸로 알고 있어요.

네. 사실 배당을 염두에 두고 투자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내가 투자한 돈으로 성장해서, 그 이익을 함께 나눈다는 게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코스피에 상장한 기업이 연말에 주는 배당금은 단순히 돈을 빌려준 이자처럼 생각했는데, 세븐비어의 배당금은 내가 진짜 좋아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받은 근로소득처럼 느껴져 뿌듯했습니다.

 

Q. 그 돈으로 뭐하셨나요?

재투자했어요.

 

Q. 세븐비어에요?

하하 아니요. 세븐비어에서 만든 강서 맥주 사 마셨어요.

 

Q. 아. 수제 맥주시장이 투자자님 덕분에 커지고 있는 거네요.

네. 요즘도 엄청 열심히 사 마시고 있어요. 투자자로서 의무를 다하고 있죠.

 

Q. 가족들도 술을 좋아하세요?

아. 저희 어머니는 생활맥주요.

 

Q. 와디즈 펀딩 진행했던 생활맥주요?

네. 그때 제가 투자 한도가 다 차서 어머니 계정으로 투자했어요. 어머니 돈이 들어가진 않았지만, 주주 전용 선불카드를 받아 매장에 가서 치킨도 먹고 맥주도 마셨어요. 어머니가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요. 채권형 프로젝트라 만기에 7.5% 이자까지 받으셨거든요. 어머니는 아직도 생활맥주 팬이세요.

 

Q. 와. 좋은데요? 혹시 또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뮤지컬 이블데드요. 그때 투자자 혜택으로 받은 초대권으로 친구와 공연을 보러 갔어요. 원래 공연을 좋아하는 친구였는데 와디즈에서 공연이나 전시에 투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길로 회원가입을 하더라고요.

 

Q. 와. 그 친구 실제 투자도 하셨나요?

네 그런데 쌩둥 맞게 그 골프…?

 

Q. 스마트골프요?

네. 맞아요. 스마트골프 프로젝트에 투자하더라고요. 그 친구가 스크린도 참 좋아하거든요.

 

Q.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정말 많으세요. 계속 듣고 싶지만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와디즈에서 투자할 때 이것만은 꼭 확인해야 한다!” 이런 게 있을까요?

아무래도 투자다 보니 수익도 생각을 해야겠죠. 저는 해당 분야에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그 ‘필요성’은 꼭 확인해요.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수요가 있다면 투자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성장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Q. 와디즈 투자만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일반인도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쉽게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거죠. 회사와 산업의 성장을 가까이서 볼 수도 있고요. 영상 프로덕션부터 쇼핑몰 창업, 운송 업계까지. 저 스스로가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해봐서일까요? 여러 분야의 회사를 알아보고 투자하는 게 정말 즐거워요. 투자 수익과 투자자 혜택도 소소한 재미고요.

 

Q. 앞으로도 와디즈에서 투자하실 의향이 있으신 거죠?

네. 그럼요. 지금 한도가 다 차서 못하고 있어요. 관심 있는 분야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있다면, 앞으로도 계속 투자를 하고 싶습니다.

 

Q. 와디즈에서 만나보고 싶은 기업이 있다면?

아무래도 제가 영상을 전공했고 지금 운송 관련 업계에 있다 보니 그쪽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몇 달 전 진행했던 모바일 영상 콘텐츠 채널 ‘레드브로스’나 주차문제를 해결하는 ‘올로케이션’ 같은 회사를 더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영상 쪽은 제 마음의 고향이라 잘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투자하고 싶고요. 주차 분야는 우리나라가 정말 주차하기 어렵잖아요. 주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나오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마지막으로 아직 와디즈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모르시는 분들께 한마디 해주세요.

투자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자신이 관심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그 회사와 산업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 놀이처럼 재밌습니다. 투자 수익과 혜택은 덤이고요.

 

 

와디즈 김영아님의 브런치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