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암호화폐공개(ICO)를 금지한지 1년이 지났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방침만 내려졌을 뿐 현재까지 관련 법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죠. 이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산업”, “튤립 버블 같은 신기루”으로 갈리는 업계와 정부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전부터 ICO를 준비하던 많은 기업들은 사실상 국내에서 불가능한 상태가 되면서 우회 방법으로 해외에서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의 ICO는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요? 전문가의 답을 얻기 위해 법무법인 세움 정호석 대표 변호사를 만나 국내 프로젝트 진행 시 주의할 점과 정책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ㅣ본 인터뷰는 질문&답변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Q. ICO 법률 자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14년에 국내 첫 암호화폐 거래소(코빗)의 법률 자문을 맡게 되면서 블록체인 산업을 처음 접하게 됐습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등을 깊이 있게 아는 수준은 아니었고 개념 정도만 알고 있었습니다. 이후 생태계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공부한 것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던 해시드(#Hashed) 김서준 대표를 만나면서부터입니다. 김 대표가 말하길 앞으로 블록체인이 가져올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고 변호사들도 이에 참여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죠.
아마도 이 말에 제가 공감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를 계기로 ICO 법률자문을 제공하게 됐고 메디블록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약 20여 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Q. ICO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법률적인 관점에서 검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아직까지 법적 제도가 갖춰지지 않았지만 국내에서의 ICO는 엄연히 금지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ICO와 관련한 규제안만 없을 뿐이지 기타 다른 법령과 제도들은 모두 적용되죠. 그런데 많은 기업에서 법적 제약이 없으니 어떤 사업이든 추진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사업들과 마찬가지로 추진하는 사업이 인허가 기준에 부합하는지 먼저 살펴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법적 검토는 그다음 문제죠.
Q. 자금을 조달한 이후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관련 기존 사업 모델이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아야 합니다. 예를 들면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결제 토큰 모델의 경우 캐시백, 멤버십 형태의 전자화폐나 혹은 전자결제 수단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을 먼저 갖추고 사업을 추진해야 하죠.
두 번째는 사기죄와 관련될 수 있습니다. ICO 이후 사업에 실패하거나 공개된 백서와 사업 내용이 다를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금 조달에 성공하더라도 회사 운영 팀의 역량이 부족하거나 시장 및 기술 트렌드 변화로 사업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도 생기는데. 이때 함부로 사업 노선을 변경하거나 백서와 다르게 운영한다면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으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횡령과 배임에 관한 이슈입니다. 백서와 다른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할 경우, 임직원이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경우가 이에 해당됩니다. 특히 리버스 ICO는 기존 법인 인력과 자원을 별도의 해외 법인 설립이나 운영에 사용함으로써 기존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문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강조하고 싶은 점은 ICO 팀이 투자자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사업에 임해야 하는 것입니다. ICO는 자금 조달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후 사업의 성공 여부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참여 인원들은 사업의 가치와 회사의 신뢰도만 보고 소중한 자산을 투자하는 것이기에 팀은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Q. ICO 합법화에 대한 변호사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ICO 허용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수의 국내 창업자들이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를 가지고도 불법을 우려해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내 블록체인 산업이 해외에 뒤처져 있으니 무조건 ICO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규제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구체적인 제한과 규제 목적을 두고 블록체인 산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하죠.
지금은 암호화폐 열풍이 한풀 꺾이긴 했지만 암호화폐 투자로 엄청난 이익을 챙긴 사람이 있던 반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이익을 본 사람들이 모두 정당한 방법으로 수익을 얻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손해를 본 사람들을 단순히 산업 발전의 희생양으로 바라봐서도 안된다고 생각하고요.
따라서 선량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투자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제도를 만드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판단됩니다.
Q. 최근 발족한 블록체인특별위원회의 목적과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블록체인특별위원회는 대한변호사협회의 회장 직속 기관으로, 법률가로서 블록체인 입법화와 제도 마련에 기여하기 위해 조직을 만들게 됐습니다. 지난 8일에 협회 차원의 성명문을 발표했는데요 앞으로 두 가지 방향성을 갖고 업무들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첫 번째는 빠른 시일 내 입법안이 나올 수 있도록 변호사들의 지혜를 모아 힘을 보태려고 합니다. 투자자 보호는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그에 앞서 국내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법률이 생겨서도 안됩니다. 글로벌 기준보다 보수적인 시야에서 법률을 제정할 경우 국내 산업 발전이 뒤처지는 것은 물론, 국내 인력과 자원이 해외로 유출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면, 글로벌 기조보다 앞선 제도가 마련될 경우 해외의 검증되지 않은 프로젝트가 국내로 쏟아져 들어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흐름을 참고하면서 우리나라에 효용성이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한 투자자 보호를 고려한 균형 있는 법률 제정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블록체인 사업을 준비하는 기업들에게 법률적인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현재 블록체인 산업 특히 암호화폐 발행 기업을 정부가 적대적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ICO 금지라고만 이야기할 뿐, 근거에 대한 말을 아끼는 상황이죠. 그래서 사업을 추진함에 기준이 없기 때문에 곤란할 때가 많습니다. 법률상으로는 해도 되는 사업이지만,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무턱대고 변호사 개인의 의견에만 의지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리스크가 매우 크죠.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기관에 변호사협회 이름으로 법률적 유권해석에 문의하고, 답변이 없는 경우에는 협회 이름으로 해석에 대한 의견을 내려고 합니다.
물론 사법∙공공기관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의견에 대한 구속력을 갖거나 면책 사항이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변호사협회가 공식 의견을 전달하고 기업은 이를 참고해 어느 정도 안심하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블록체인은 미래 산업을 이끌 핵심 기술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이전에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있습니다. 법, 규제를 비롯해 기술과 시장성, 네트워크 신뢰 문제 등이 대표적이죠. 앞으로 [한만형의 블록체인 Talk]은 보다 다양한 시각으로 업계 이슈를 담아낼 계획입니다. 다음 콘텐츠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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