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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혁진 디스이즈게임 기자
여기, 우리의 목소리를 오롯이 담아낸 게임을 만들고 싶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두 명의 게임인이 있다. 안정보다는 모험을 택했다. 하지만, 그들은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게임 업계에서 10여년 몸을 담았지만 무언가 크게 채워지는 것이 없었다고. 그래서 그들은 퇴사를 결정했고, 의기투합해 작년, 라드게임즈를 설립했다. 이들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주최하는 인디 게임사 지원 프로그램 ‘헬로인디즈’에 선정된 회사다.
이들은 라드게임즈 설립 후, 첫 타이틀 <피치블러드>를 출시했다. 게임은 출시 후 현재까지 2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우탁균 대표, 김일중 프로그래머는 라드게임즈의 팀 컬러, 브랜드를 튼튼히 키워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피치블러드>에서 선보였던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캐릭터를 유지한 채, 전혀 다른 장르의 게임을 개발 중이다. 바로 3D 퍼즐 육성게임 <리베르 벰버>로, 오는 6월에 출시될 예정이다. 국내 게임으로서는 탱고 음악에 많이 쓰이는 악기 ‘반도네온’이 쓰이기도 했다.
설립 때부터 가졌던 마음과 같이, 라드게임즈는 수익을 앞세우는 게임 보다는 유저들의 즐거움이 먼저라고 밝혔다. 그런 목소리를 내고 싶고, 그것이 담긴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독창적인 게임성이 인정 받으면, 수익적인 부분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논리다.
라드게임즈는 팀 컬러, 브랜드를 강조한 게임을 출시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두 명의 인원이지만 포부는 당찼다. 라드게임즈의 우탁균 대표, 김일중 프로그래머를 만났다.
라드게임즈는 어떻게 설립하게 됐나?
우탁균 대표
나와 김일중 프로그래머 두 명으로 구성됐다. 이전에 같은 회사에서 만났으며, 둘 다 여러 회사를 거치다가 ‘우리의 이름으로 된,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작년 4월 개인사업자를 시작하면서 라드게임즈를 설립, 첫 작품 <피치블러드>를 내놨다. 지금은 정식 사업체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아마 개발 중인 신작 <리베르벰버>가 출시될 때쯤이 될 듯 하다. 법인사업자는 다음 달 중순쯤 전환될 것 같고.
작년 9월 초 <피치블러드>가 부산인디게임페스티벌(BIC)에 선정된 뒤 10월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팜에 입주했다. 그리고 11월 지스타 2016 BIC 쇼케이스에도 나갔다. 전반적으로 시기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현재는 위 말씀 드린 대로 차기작 <리베르벰버>를 개발 중이다.
나만의 게임을 만들기 위해 퇴사를 한다는 것, 쉽지 않은 결정 이었을 것 같다.
우탁균 대표
글쎄, 10년 간 여러 회사를 다니면서 프로젝트들을 맡아 봤는데 어느 순간부터 작품은 있지만 작가가 없는 느낌이 들더라. 약간의 허무함도 들고. 조금 더 주체적으로, 우리 스스로 만들 것을 정하고 기획한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라드게임즈를 설립했다. 우리가 하고 싶은 게임을 최선을 다해 개발하면 누군가를 원망할 것도 없으니까(웃음).
김일중 프로그래머
둘 다 개발자인 만큼 게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다양한 게임 개발 경험을 갖고 있지만 우리의 아이디어를 오롯이 녹여낸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첫 타이틀 <피치블러드>는 성적이 어땠나?
우탁균 대표
라이트한 게임이다. 작년 9읠 쯤 출시됐다. 생명체 ‘벰버’를 조종해 자신보다 작은 벰버를 먹으면서 성장시키는 게임이다. 처음에는 반응이 별로 없었는데 출시 후 3~4개월 쯤 됐을 때부터 일일 다운로드 3만 건 정도를 기록했다. 9월 BIC에 갔을 때 100만 다운로드를 넘었고 지금은 iOS, 구글 합쳐서 200만 다운로드를 넘었다. BIC 갔을 때쯤에 애플 앱스토어에 피처드로 선정되며 전체 게임순위 3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대만과 홍콩에서 호응이 많았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2~3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대략 전세계 시장에서 피처드된 수가 66 회 정도 된다.
<피치블러드> 출시 이후, 바로 신작 개발에 돌입했다. 신작은 어떤 게임인가? 소개 부탁 드린다.
우탁균 대표
먼저 기획의도를 설명하자면, 완전히 새로운 모습보다는 ‘라드게임즈’만의 팀 컬러를 보여주고 싶었다. <피치블러드>의 느낌도 나도록 그래픽, 캐릭터 등을 본 따 개발됐다. 겉모습을 봤을 때는 <피치블러드>를 해 본 유저라면 익숙함이 들겠지만 직접 해보면 색다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개발 중인 신작의 명칭은 <리베르 벰버(Liber Vember)>다. 3D 퍼즐과 꾸미는 요소가 합쳐진 게임이다. 과거 ‘월리를 찾아라’처럼 맵 안에서 같은 모양, 움직임을 한 캐릭터를 찾는 형식이다. <피치블러드>와 마찬가지로 캐릭터의 이름은 ‘벰버’, ‘리베르’는 스페인어로 ‘자유’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리베르 탱고’에서 따왔다. 게임명은 두 의미를 합친 단어다. 사운드가 독특한데, 국내 탱고 밴드와 함께 작업했으며 반도네온 악기가 사용됐다.
게임에는 나만의 마을에서 캐릭터를 키울 수도 있다. 퍼즐에서 얻은 씨앗을 마을에 뿌리고 햇빛을 주면 캐릭터가 성장한다. 캐릭터로 마을을 다양하게 꾸미거나, 환원해서 아이템을 구매해 퍼즐을 푸는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캐릭터로 마을을 성장시키면 추가 스테이지가 개방된다.
얘기를 들어 보니, 개발 진행 상황이 얼추 진행된 분위기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우탁균 대표
순조롭게 개발되고 있다. 기능적인 것은 거의 다 마무리됐고 서버 관련 작업과 스테이지 작업을 2개월 정도로 보고 있다. 60~70% 정도 진행됐다. 6월 정도 출시하려고 준비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Azure)’를 사용했다고 들었다. 사용해 보니 어땠나?
김일중 프로그래머
튜토리얼이 잘 되어있더라. 예전에 타 클라우드를 썼을 때보다 훨씬 편리했다. 아직 오픈 전이어서 서버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는 하기에는 이르지만, 현재까지 개발 상황을 놓고 봤을 때는 꽤 만족스럽다. 리소스도 다양해서 유용하게 사용했다.
퍼즐은 국내에서는 드문 장르다. 선정하게 된 이유는?
우탁균 대표
개인적으로 <저니>, <림보> 같은 퍼즐형 어드벤처를 좋아했다. <피치블러드>가 어드벤처에 가깝다면, <리베르 벰버>는 퍼즐에 가까운 성장형 게임이다. 캐릭터에 집중하면서 아기자기함을 보여줄 수 있는 장르를 고민하다 보니 퍼즐 쪽을 선정하게 됐다.
퍼즐이 최근 보기 드문 장르라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희소성 측면에서 눈길을 잘 끌 수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아기자기한 그래픽이라던지, 반도네온이 들어간 라틴 음악의 배경음도 그렇고. 비슷한 게임이 많이 보이는 요즘이지만 라드게임즈의 브랜드 가치를 잘 알리기 위해서는 차별성, 희소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김일중 프로그래머
회사 설립 목적에 대한 답변도 선정 이유가 될 수 있겠다. ‘라드게임즈가 만든 게임’이라는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독창성 있는 게임이 수익과 연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모뉴먼트 밸리>같은 게임을 보면 꼭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충분한 독창성을 가진 게임이라면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인기를 얻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리베르 벰버>에 대한 개발 에피소드가 있다면?
우탁균 대표
가장 인상깊은 에피소드라면, ‘배경 음악으로 인해 게임명이 바뀌었다’는 것이 있다. 원래 프로젝트 명칭은 <피치터치(가칭)>이었다. 물론 확정 명칭은 아니었지만, 우리 스스로도 조금은 확신이 들지 않았던 이름이었다(웃음).
그런데 우연히 탱고 밴드에 있는 지인이 반도네온으로 배경음을 제작하는 도움을 주게 됐다. 평소 탱고 음악을 좋아해서 부탁했는데, 음악이 전반적으로 게임과 너무 잘 맞아떨어지더라. 개인적으로 ‘리베르 탱고’라는 탱고 음악을 좋아한 것도 있고. 그래서 음악과 게임 전체적인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무엇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게임명을 <리베르 벰버>로 정하게 됐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최종 버전인 오른쪽에 비하면 왼쪽의 초기 버전은 지금과 느낌이 매우 달랐다.
스페인 탱고 문화가 우리나라에게는 조금 낯선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이라도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제목만이 아니라 극장식 형태의 탱고 바 같은 UI나 반도네온을 연주하는 캐릭터 등이 나오는 것을 보면 노래가 제목만 영향을 준 것이 아니구나(웃음).
김일중 프로그래머
초반에는 마을을 꾸미는 콘텐츠가 매우 적었다. 퍼즐을 통해 얻은 캐릭터를 모은 것을 보는 정도에 그쳤었다. 단순한 콘텐츠로 여겨지는 것도 아깝고, 뭔가 퍼즐과 좀 더 유기적으로 연동될 수 없을까 고민한 끝에 지금처럼 퍼즐과 마을이 서로 연동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밖에, <리베르 벰버>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서 랭킹을 올리는, 경쟁 성격이 강한 퍼즐 게임이었으나 퍼즐과 육성을 통해 퍼즐과 마을 육성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해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
모바일에만 출시되기에는 아까운 감이 있다. 스팀이나 콘솔 같은 플랫폼에 출시할 계획은 없나?
김일중 프로그래머
스팀 쪽 출시 경험이 없어서 정확히 말씀 드릴 수 없지만, 고려 대상이다. 콘솔도 마찬가지. <피치블러드> 이후에 라드게임즈의 팀 컬러를 다양한 곳에 알리고 싶다.
<피치블러드> 때도 그랬지만, 여전히 캐릭터가 아기자기하다. 캐릭터 상품 같은 머천다이징 사업을 할 계획은?
우탁균 대표
물론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개발 쪽에 신경 쓰다 보니 추진하려면 아마 출시 이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다양한 상품을 고려하고 있다.
음원 출시도 진행할 것이다. 소량은 CD로 제작하는 것도 생각 중이다. 보통, 게임을 개발할 때에는 개발 마지막 부분에 사운드를 의뢰하거나, 기존 사운드를 구매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리베르 벰버>는 기획 단계부터 음악에 대한 콘셉트를 지인과 공유하면서 함께 작업했다. 문제가 생긴 적도 없었고, 오히려 게임과 음악이 색다른 느낌으로 잘 어울리더라. 지인께서도 열심히 작업해주시기도 했고.
영상에서 나온 배경음은 완성본이 아니다. 작업한 것들도 다양해서 CD를 제작하면 좋을 것 같다. 더불어 음악 작업에 도움을 준 분들께도 이벤트를 마련해드리고 싶기도 하다. BIC 같은 컨퍼런스에서 소개되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라드게임즈의 향후 사업방향은?
우탁균 대표
올해 6월 <리베르 벰버>를 출시하면 바로 글로벌 출시도 진행할 것이다. 한 달 안에 진행하지 않을까 싶다. <피치블러드> 때는 글로벌 출시를 진행했음에도 중국, 일본 등에 퍼블리싱 없이 출시해 성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했다. 이번에는 전세계 출시를 하면서 중국, 일본은 퍼블리싱 계약해 진출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4분기 쯤에는 슬슬 차기작 관련해서 진행하지 않을까 싶다. <피치블러드>, <리베르 벰버> 등 2개 라인업을 갖게 됐지만, 아직 우리 팀 컬러의 일부분이다. 캐릭터들이 다양한 장르에서 여러 모습으로 선보일 수 있도록 하고 싶다. GPS 기반의 AR 게임, PvP 모드가 들어간 게임 등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있다.
차기작을 개발하면서 틈틈이 페스티벌에도 참석할 것이다. <피치블러드>가 대만에서 인기를 많이 얻기도 해서, 내년에는 <리베르 벰버>와 함께 타이페이 게임쇼에도 참석할 계획을 갖고 있다.
끝으로, 라드게임즈의 목표는?
우탁균 대표, 김일중 프로그래머
기반을 만들어가는 단계지만 라드게임즈의 브랜드가 더 단단하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좋은 게임을 만들어가겠다. 해외 많은 게임사들을 보면 작은 규모로 시작했지만, 양질의 개성 있는 게임을 선보이며 큰 회사로 성장한 사례가 있다. 결국 유저를 즐겁게 하는 게임이 먼저다. 다양성과 성공은 별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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