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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일 퍼틸레인 고문이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한국의 모든 컨텐츠 사업분야가 중국에 들어오고자 한다. 그 중 MCN 사업 분야가 있다.

모든 산업이 그러하겠지만, 새로운 시장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시장을 관찰하고 진출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MCN 전문가는 아니지만, 중국에서 관련한 사업주체들과 교류를 하기도 하고 한류 MCN을 직접 들여다 본 사람으로 몇 가지 의견을 내 보고자 한다. 다시 말하지만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인 의견이 틀릴 수 있다.


이미 한류 혹은 한국을 소재로 한 MCN 방송은 많이 들어왔다. 아프리카 TV에서 인기(별풍성) 꽤나 얻었던 레걸 출신의 BJ들이 중국의 각종 MCN 플랫폼에서 이미 방송을 열었다. 그녀들은 대부분 초반에 인기가 반짝 상승한 후 금방 사그러 들었다. 이유는 컨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미모와 몸매를 바탕으로 인기를 끌었던 BJ들은 동일한 컨셉(남자들이 상상하는 바로 그 컨셉 맞다)을 가지고 중국에서 개인방송을 했으나, 결정적으로 소통(중국어)이 불가능했다. 아무리 혼자 춤을 추고 노래를 해 봐야 시청자와 소통이 안되기 때문에 금방 질리게 되는 것이다. 가령 아프리카TV에서 미모의 금발여자가 말 한마디 없이 춤과 노래만 한다면 우리도 금방 질릴 것이다.

그녀들을 영입한 플랫폼에는 도움이 됐다. 대체로 ‘한국 최고의 BJ’라는 수식어와 섹시한 포즈의 광고를 때리니 호기심 삼아서라도 트레픽이 유입되는 것이다. 단 그렇게 들어온 유저들은 금방 질리게 되고 들어온 김에 (말이 통하는) 다른 방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즉 지금도 섹시한 컨셉의 BJ들을 영입하고자 하는 중국의 프로덕션이나 플랫폼들은 그녀들의 성공 가능성을 보는 것이 아니다. 플랫폼의 트레픽을 땡겨오는 것이 목적이다.

그걸 모르고 ‘내가 한국 아프리카TV에서 날렸으니 중국에서도 대박날 수 있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경기도 오산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도리어 그 컨셉을 보고 중국의 여성들이 대거 섹시컨셉의 개인방송을 시작했다. 현재 개설되는 개인방송의 70~80%가 대부분 이런 컨셉이다. 미모야 그렇다치더라도 언어가 안되는데 그녀들과 경쟁해서 이기긴 어렵다고 단언할 수 있다. (사실 그녀들의 미모도 훌륭하다)

섹시컨셉 다음으로 먹방이 있다. 중국인이 한국음식을 먹는 컨셉이 있고 한국인이 한국음식을 먹는 컨셉이 있다. 한국의 인기 먹방은 ‘많이 먹는 것’과 ‘맛있게 먹는 것’만 잘하면 된다. 하지만 중국은 여기에 한 가지가 추가된다. 워낙 다양한 음식문화가 있는 국가여서 그런지 음식에 대한 설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별그대의 천송이가 먹던 치맥과 간장게장은 그 자체로 드라마와 연관된 음식의 스토리가 있다보니 열광을 하는 것이지 그게 한국음식이어서 열광을 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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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먹방의 경우 한국인은 중국어가 안되어서 제대로 설명을 못하고 중국인은 한국음식을 몰라 제대로 설명이 안된다. 단지 먹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 별풍선을 쏴 줄 시청자는 많지 않다. 거꾸로 우리가 모르는 터키나 남미에서 아무말 없이 음식만 먹고 있는 방송을 보면서 선물을 줄 한국인이 없는 것과 유사하다.

도리어 중국 플랫폼에서 소규모로 하는 개인방송 팀중에 그냥 한국에 이곳저곳을 보여주는 것으로 돈을 버는 친구들은 있다. 주로 중국 유학생들이나 혹은 한국에 빠삭한 여행객들인데, 어떤 중국 유학생은 건대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면서 그 주변부(동네)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인기를 끌기도 하고 어떤 여행객은 강남역 각 출구들을 하루종일 왔다갔다 하면서 돈을 벌기도 한다. (이거에 왜 돈을 쓰는지 개인적으로 이해는 되지 않는다.)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가장 웃겼던 방송은 불법체류 신분으로 추방을 당하는 과정에서 개인방송을 하던 어떤 여학생이었다. 이 친구는 자기가 추방 당하는 과정을 생중계했다. 심지어 자신과 동일한 상황에 놓였던 다른 불법 체류자들과 인터뷰도 하고 서로 신세한탄을 했는데 엄청난 선물(별풍선)을 받았다. 애국심 강한 중국의 독지가들이 그녀를 위해 직업을 알아주겠다고 연락을 하라 하기도 하고, 밥을 사주겠다, 술을 사주겠다 등등 여튼 신기한 방송이었다.

꽤 큰 투자를 유치한 한국의 MCN 회사인 T모사에서 한류 아이돌을 활용한 중국 MCN 사업을 준비한다는 기사를 봤다. 나는 일단 우려가 먼저 됐다. 첫번째로 섭외된 아이돌들이 중국에서 인지도가 별로 높지 않다는 점, 둘째로 중국어를 못할텐데 어떤 식으로 컨텐츠를 만들어 갈지 걱정이 되고 셋째로 제작비가 적지 않다고 (그곳 대표가 인터뷰를 했던데) 어떤 식으로 수익구조를 만들지에 대한 우려이다.

참고로 중국의 선물(별풍선)금액은 매우 낮은 금액부터 시작한다. 물론 딴 마음(?)을 품고 물량공세를 펼치는 소수의 남자들이 있지만, 대체로 해당 컨텐츠를 보면서 ‘수고하니 이정도는 지불해야지’하는 마음으로 지불한다. 일반적으로 시작은 도네이션 개념이다. 1위안부터 5위안 사이 소액결제가 주종을 이룬다. 고액 선물을 하는 시점은 방송이 꽤 자리를 잡은 후에야 가능하다. 게임식으로 표현하면 DAU가 엄청나야 하고 결제율도 높아야 하며 ARPPU도 높아야 한다.

그런데 일단 중국 플랫폼 수수료야 그렇다치더라도 한국의 KT도 관련되어 있는 것 같고 여기에 비싼 제작비 그리고 출연하는 연예기획사가 단지 출연료만 받고 인지도를 위해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고 RS가 포함되어 있을텐데 그리고 소규모 연예기획사의 특성상 단숨에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최소 출연만 하고 바로 그만둘텐데, 이렇게 숟가락이 많은 구조에서 과연 얼마를 벌어야 모두가 행복한 구조가 될지 도저히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중소형 규모의 MCN 프로덕션들이 어느만큼의 숫자에 어느만큼 매출이 나는지 대강 들은바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플랫폼에서 제작비를 지원 받아 가며 하는 것이 아니라면 내가 보기엔 중국쪽은 어떤 경우에도 이익이고, 한국쪽은 손해볼 가능성이 매우 높은 한마디로 너무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MCN 사업자라면 이렇게 준비를 하겠다.

첫번째는 확실한 인지도의 한류 스타 출연이다.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제휴를 통해 혹은 인맥을 통해 단발성이라도 출연 시킬 수 있다면 가장 확실한 카드이다.

두번째는 현실적인 방법인데, 중국어가 되는 한국인 혹은 한국어가 되는 중국인 BJ들을 중장기적으로 트레이닝 시키면서 기획을 하는 방법이다. 일단 언어가 되는 BJ가 확보되면 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 드라마에 나온 한국음식 소개, 런닝맨 등의 촬영장소 방문(자기들끼리 런닝맨 놀이를 해도 된다), 아이돌 콘서트, 혹은 그냥 SM타운이나 YG, JYP 주변에만 기웃거려도 그 자체로 방송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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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는 프로게이머 섭외이다. 롤이나 워3의 경우 한국측도 실력이 있고 라이벌이라 생각하기에 중국 시청자도 관심이 높다. 그들에게 스팟레슨 혹은 아마츄어와 대결을 통해 한수 가르치는 것이다. 실력있는 아마츄어 게이머는 이기기 위해 기를 쓸 것이다. 대전 참가비를 받는다면 그 돈을 대신 지불할 용이가 있는 시청자들도 등장할 것이다.

실제 그렇게 활동하면서 돈을 버는 한국 프로게이머 출신의 친구가 있다. 이건 예전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한국의 프로 바둑기사들이 중국의 온라인 바둑사이트를 통해 돈을 벌었던 것과 유사한 모델로 보면 되겠다.

2012년~2013년 사이에 아프리카TV가 중국진출을 적극적으로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 좀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면 어떠했을까 싶다. 그때는 중국도 MCN이라는 것이 없을 때라 하나라도 배우기 위해 노력하던 시기였을 테니까. 과거 MP3, 싸이월드 등을 돌이켜 보면 한국은 무언가 창의적인 시도를 하면서 만들어 내는 재주는 있는데 그것을 사업화 하는 재주가 부족한 것 같다. 시장이 작은 탓이 가장 크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