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보험과 잘 어울리는 키워드는 ‘덤터기’다. 대부분 지인의 지인인 보험 설계사를 만나 보험 상품 소개를 듣는다. 마치 설명을 들을 때면 ‘이 보험은 반드시 들어야 해’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이란 생각을 갖고 보험을 들었을 뿐인데, 그중 큰 금액은 설계사에게 돌아간다. 막상 사정이 생겨 중도 상환을 하고자 하면, 돌아오는 금액이 부족하기도 하다.
언제까지 보험설계사에게 낚이는 이미지로 가야 할 것일까. 벤처 1세대로 오랫동안 IT 솔루션업체를 이끌어왔던 김창균 마이리얼플랜 대표는 이 시장을 선순환하는 구조로 바꾸고 싶어했다. 바람은 현실이 됐다. 보험설계사와 고객을 웹과 모바일로 연결해주는 ‘마이리얼플랜’이란 서비스를 만들기에 이른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금융공학을 전공한 아들 김지태를 공동창업자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로 합류시켰다.
모바일로 고객과 보험설계사를 연결한다? 어떻게 보면 보험 포털과 다를 게 무엇이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부자는 왜 합심해 보험 핀테크 스타트업을 세우게 됐을까. 경기도 수원 월드컵경기장 근처의 마이리얼플랜 사무실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핀테크 하면 결제, 증권, 송금, 대출 등 수많은 키워드가 있을 텐데 왜 보험이었을까. 김창균 대표의 사업 히스토리를 들어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이지시스템이라는 임베디드 솔루션 업체를 운영해왔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지난 2008년 키코 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다가 2010년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결국 2012년 파산했죠. 350억원이라는 피해를 떠안게 됐죠.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사업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접한 것이 ‘보험’이라는 키워드입니다. 법인 대리점을 고객으로 한 B2B 모델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보험업을 시작하면서 자연히 이 분야의 생태계를 알게 됐다. 설계사는 보험을 유치하기 위해 지인들을 어떻게든 구슬려 가입시키고, 중간에 나오는 수수료로 생활을 영위한다. 그러다보니 보험에 가입하는 사람도 자신에게 맞지 않는 상품을 구입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즉, 설계사도 떳떳하지 못하고, 고객도 일단은 의심부터 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간극은 정보의 비대칭에 있었다. 고객은 보험 설계사를 통해 얻는 약관 같은 정보를 얻지만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주도권은 설계사에게 있을 수밖에 없다. 마이리얼플랜은 이 비대칭을 자체 개발한 ‘지표’로 해결하고 있다. 단순한 보험 포털이 아니라 ‘핀테크 기업’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보험=덤터기’로 인식되는 악순환을 끊고 싶었습니다. 해결방법은 간단합니다. 고객으로 하여금 복잡한 보험 약관을 보험 상품의 종류, 신청 양식에 들어가는 모든 키워드를 알고리즘화해 점수화시킨 뒤 랭크를 매기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금융전문가, 수학전문가, 보험전문가가 모두 필요했습니다. 마침 아들이 금융공학과를 졸업했기에 동업을 제안했습니다.”
마이리얼플랜의 서비스 개발은 비교적 오래걸리지 않았지만, 알고리즘 개발에 걸리는 시간은 1년이 넘게 걸렸다. 수많은 보험의 종류, 약관 내용, 고객의 조건 등을 고려해 수치화시키는 건 방대한 작업이었다.
“아이디어는 머리에서 반짝 나올 수 있지만, 실제 이를 구동시키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다릅니다. 보험 상품에 있는 로데이터(Raw Data)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중요했죠. 가령 S생명의 100세 라이프 상품이 있다고 칩시다. 이 상품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모든 로직을 다 분류해 세분화 시킨 뒤 고객의 조건에 맞는 상품으로 조합해서 보여줘야 하는 것을 시스템적으로 풀어야 했습니다. 분류에는 보험 전문가가, 재배치하는 것은 수학, 금융공학적 검증이 필요했고, 이 모든 것을 서비스로 만드는 개발력은 필수였죠.”
마이리얼플랜은 2015년 1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는 약 430여명의 보험 설계사가 이 플랫폼 위에서 활동하며 지금까지 3만2000여명의 고객이 마이리얼플랜을 이용해 적정 보험료 정보를 얻었다. 초창기에는 마이리얼플랜이 신기해서 임의적인 정보를 입력해 테스트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고객은 거주 지역을 입력한 뒤 간단히 ‘건강보험, 암보험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무료 플랜을 요청합니다. 본인의 이름은 나오지 않고 닉네임만 노출돼 신변이 보장됩니다. 이를 본 설계사들이 자신이 다루는 상품을 입찰하게 되죠. 그러면 마이리얼플랜에서 각 설계사들이 갖고 있는 상품의 정보를 분석한 뒤 순위를 보여줍니다. 만약 보험을 신청하길 원하는 고객이 있으면, 그후에야 자신의 정보를 원하는 설계사에게 전달할 수 있게 해주죠. 이후에는 두 사람이 연결돼 보험 신청 과정을 거칩니다.”
설계사의 입장에서는 가격대비 좋은 상품을 올려야 선택을 받을 수 있고, 고객 입장에서는 설계사 간 경쟁을 통해 덤터기를 쓰지 않고도 좋은 보험 상품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열린 셈이다. 김 대표가 마이리얼플랜을 창업했던 목적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보험에서는 서로를 속이는 것이 일상과 다름 없었습니다. 하지만 마이리얼플랜이 중간자로 자리를 잡고 객관적이며 공정하게 보험을 신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죠. 그 결과 설계사는 당당하게 자신의 전문성을 이용해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고객은 좋은 상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죠. 이에 더해 저희는 기존에 가입해 있는 보험이 고객에게 얼마나 적절한 상품인지를 평가해주는 페이지도 열었습니다. 여기에 특정 보험을 추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더 많이 팔기 위해 만든 서비스가 아니라, 고객이 좀 더 합리적으로 상품을 접하는 기회를 열기를 원해서 만든 서비스입니다.”
마이리얼플랜은 언뜻 보기에는 모바일로 고객과 설계사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고객과 보험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복잡한 알고리즘과 데이터 분석 시스템이 수반돼야만 했다. 누구나 상상할 수는 있으나 아무나 시도할 수는 없는 서비스라는 의미다. 핀테크. 금융과 기술이 만났을 때 불합리와 비대칭이 해소되는 생태계를 마이리얼플랜이 만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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