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광양회(韜光養晦): ‘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기다린다’는 뜻의 고사성어이다.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칼날의 빛을 칼집에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뜻이다. 원래는 삼국지연의에서 유비가 조조의 식객으로 있으면서 자신의 재능을 숨기고 은밀히 힘을 기른 것을 뜻하는 말이었으나, 과거 덩샤오핑 시절 중국의 대외정책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자주 인용한다. – 위키피디아 |
1년 전, 정확히 말하면 13개월 전 위메프의 도광양회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위메프가 티몬 인수전에 참여한다.” 2015년의 시작과 함께 터진 핫이슈였습니다. 그 덕분에(?) 티몬 홍보실이 난리가 났다는 후문이 돌았더랬죠.
당시 글의 주제는 만날 소셜커머스 선두 주자인 쿠팡과 티몬의 견제 아닌 견제를 극복하고,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을 집중조명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고 5일 만에 대형 사건이 터졌죠. 이 글에서는 자세히 쓰지 않겠습니다만, 위메프로서는 브랜드가 흔들릴 정도의 치명적 위기를 맞닥뜨리게 됩니다.
이후 위메프는 미디어, 고객들의 관심에서 사라지는 듯 보였습니다. 같은 해 8월 넥슨의 지주회사인 엔엑스씨(NXC)로부터 1000억원을 투자받았다는 보도가 나왔음에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2개월 뒤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무너져간다는 확신이 더 커졌죠.
소셜커머스 위메프가 삼성동 본사 입주 2년여 만에 방을 비워야할 판이다. 창업자인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가 현재 위메프 본사가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부지에 관광호텔을 짓기로 했기 때문이다. – ‘자본잠식’ 상태 위메프, 삼성동 사옥도 비우나(아이뉴스) |
설상가상으로 아마존 소셜커머스 철수 관련 기사가 나오면서 ‘이제 소셜 3사는 끝장난 게 아니냐’는 진단들도 하나 둘 보였습니다. 특히, 가장 큰 위기는 위메프에 있을 거라는 추측이 많았습니다. 사옥이 없어지는 것은 기정사실로 여겨지기도 했죠.
그 일(?)이 벌어진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위메프는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 직접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해외 시장 진출, 국내 이용자를 향한 끊임없는 구애입니다.
#해외 시장 진출
첫번째, 해외시장 공략입니다. 위메프가 중국 전용 페이지를 만든 것이 벌써 2년 전입니다.
위메프는 알리페이와 제휴를 맺고 이달 중순 문을 여는 위메프 중국어 공식 사이트에 결제서비스를 제공한다. 위메프는 또 중국 전자상거래를 담당하는 사업부를 따로 신설하기도 했다. 위메프 관계자는 “먼저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단독] 위메프, 알리페이 손잡고 중국어 사이트 연다(조선비즈) |
위메프는 애초에 한국 이용자를 위한 중국 시장 진출이 아닌,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중국 페이지를 만들어놨습니다. 국내에서는 큰 관심을 받진 못했지만 중국 시장을 끊임없이 공략하고 있었습니다.
작년 12월 인터뷰했던 아이씨비 이한용 대표는 아래와 같이 설명하기도 했죠.
광군제가 끝나자 블랙프라이데이가 다가왔다. 사실, 아이씨비를 비롯한 이커머스, 물류 업체 모두 광군제에서 엄청난 물량을 처리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많이 팔려야 1000~2000개 정도를 예상했는데, 위메프만 해도 주말에 3만 개를 팔아치웠다. 전체 파트너사에서 처리한 물량이 10만개가 넘었다. 블랙프라이데이가 끝나니 타오바오의 ‘1212’가 다가왔다. 10만 개가 더 팔렸다. 그리고 이제 설날(春节)이 다가오고 있다. 관련 업체들 모두 즐거운 비명을 내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 알리바바와 혈혈단신 사업하는 남자…이한용 아이씨비 대표(모비인사이드) |
쿠팡도 ‘쿠팡글로벌’이란 페이지를 만들긴 했습니다. 하지만 판매 대상은 한국인이죠. 기존 아이허브닷컴을 이용하는 한국인들을 쿠팡글로벌로 유입하려는 전략이었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소셜커머스는 위메프였습니다.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긴 것이었죠.
#고객을 향한 끊임없는 접근
코리안클릭과 닐슨미디어리서치의 발표에 따르면 위메프의 순방문자(UV)는 쿠팡, 티몬을 앞질렀습니다(각각 2015년 12월과 2016년 1월). 이 수치는 절대로 어느 한 서비스의 영향력을 측정하는 척도가 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있습니다. 방문자가 실제로 늘어난 것이든 , 위메프가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던 것 둘중 하나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이는 위메프가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을 접지 않았다는 근거가 됩니다.
위메프는 지난달 대대적인 할인쿠폰 마케팅을 실시했다. 1만5000원 이상 첫 구매시 7500원을 할인해주는 쿠폰 등을 제공하자 가격 매력에 이끌려 방문자 수가 대거 늘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위메프는 이 밖에도 마트 12종 쿠폰, 신규 회원 50% 할인쿠폰 등 적극적인 할인쿠폰 제공 전략을 펼치고 있다. – 위메프, 할인쿠폰 앞세워 쿠팡과 ‘혈투’ … 소셜커머스 경쟁 격화(조선비즈) |
그리고 지난해 10월부터는 ‘위메프 플러스’라는 서비스 명의 전국 대상 당일 출고 배송을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위메프의 배송을 담당하는 택배기사 전원에게 설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CJ대한통운 터미널을 찾아 택배기사 전체 인원인 1만4000명분의 핸드크림 세트를 전달한 것인데요.
이 모든 것을 마케팅용이라고 지적할 수는 있겠지만, 그걸 차치하고서도 내부와 외부를 모두 잘 잡고 가겠다는 의지를 실천한 건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위메프로서는 참으로 힘든 2015년이었을 겁니다. 회사의 존립을 흔들었던 사건과, 사옥에서 나가야 한다는 소문까지. 하지만 이들은 그러한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꾸준히 했습니다. 그리고 결실이 숫자로 나왔습니다.
소셜커머스 위메프는 2일 2015 회계연도에 대한 잠정 집계 결과 2조4천억원의 총 거래액(Gross Merchandise Volume, GMV)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50% 성장한 수치이며, 과거 3년 평균 121%의 고속성장을 이루었다고 설명하였다. – 위메프, 2015년 총 거래액 전년대비 50% 성장(플래텀) |
2015년 총 거래액 50% 성장. 보여주기식 숫자라고 할 수 없는 수치가 결과로 나온 것입니다. 위메프로서는 진정한 도광양회의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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