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자] Michael Coghlan [원본 링크] https://flic.kr/p/93Coc9

지난 주말 글로벌 IT 기업들이 한국에 유한회사를 설립하고 조세회피를 한다는 내용의 글이 화제였습니다. 페이스북, 구글, 테슬라, 넷플릭스, 트위터 등 기업가치가 수백조원에 이르는 글로벌 대형 기업들이 정작 한국에 들어와서는 자본금을 ‘1억원대’의 소액으로 책정한 뒤 세금을 회피한다는 건데요.

‘유한회사’ 형태로 등록이 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매출액을 명시할 필요가 없으며, 인건비 역시 본사 소속 직원으로 등록시키면 되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즉, 기존의 법적 테두리로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조세회피, 매출액/인건비 비공개와 관련해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의 조세회피를 비판할 수 있을까요. 저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자본금 1억여원’ ‘매출/인건비 비공개’라는 현황을 끄집어낸 목적은 이러한 행태를 비판하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옵니다.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는 투자대비수익(ROI)이 나오는 비즈니스를 해야 합니다. 자선단체가 아닌 바에는 수익이 남아야 기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의 연장에서 ‘세금’을 줄이는 법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세회피보다는 절세가 적합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불법으로 탈세를 하게 되면 법적인 처벌을 받게 되는 건 당연합니다. 3년 전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 협회(ICIJ)가 수차례에 걸쳐 조세피난처를 설립한 한국 160여개 현지 법인을 폭로했는데요. 법을 위반하고 세금을 탈루하는 것은 죄입니다.

허나, 절세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기업의 오너는 적극적으로 그 방식을 택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비단 국내에 진출한 해외 IT 기업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대기업, 스타트업들도 ‘델라웨어 주’에 법인을 설립하곤 합니다. 실제 사무실은 실리콘밸리 지역에 있지만, 법인은 델라웨어에 있는 경우도 많죠. 주요 이유는 기업 친화적인 제도와 낮은 세금 혜택 때문입니다.

전통적으로 델라웨어법인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데 우선 회사설립에 드는 비용, 절차, 시간 등이 타주에 비해 유리합니다. 미국의 몇몇 주는 역사적으로 그 주의 회사설립을 용이하게 해줌으로써 많은 기업들을 유치하고 이를 주정부의 주요수익원으로 활용해 왔는데 델라웨어가 그 대표적인 주입니다. 두번째로 델라웨어에 설립된 법인은 만약 회사운영에 있어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델라웨어주법원의 관할을 받게 되는데, 델라웨어주법원의 경우 기업문제에 있어서 판결의 기준이 배심원제도를 택하지 않고 판사의 판단을 따릅니다. 이게 왜 기업활동에 유리한지 궁금할 수 있겠는데, 기업운영에 있어서 배심원제도를 택할 경우에 비해, 그때그때 정치적인 이유나 여론에 휘둘릴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좀더 객관적인 판결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또한 이와 같은 방식에 따라 예전부터 축적된 여러 판례를 통해서 비슷한 케이스에 대한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으므로 기업활동의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겠고, 이와 같은 이유로 미국의 대다수의 유명한 상장기업들은 실제 주 비즈니스를 어디에서 하는지와는 별도로 델라웨어법인을 선택하는 실정입니다. – 존정의 스타트업 101 – 들어가며, 그리고 델라웨어법인에 대해 

델라웨어주(출처: 위키피디아)

결국, 기업의 입장에서는 ROI가 나오는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절세는 어쩌면 필수일지도 모릅니다. 정주용 경영투자칼럼니스트는 지난 해 12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습니다(일부 편집).

“미국 본사를 둔 테슬라가 연구개발 위한 모든 비용은 미국에서 이뤄지고 한국은 단순 판매법인이라 절세를 위한 법인구조 선택한 것이 뭐 비난 받거나 견제받을 일인가? 별로 깊은 뜻이 있는 건 아니다. 절세는 모든 기업의 기본기다. 누가 세금 더 내겠다고 자원하겠나? 특히 해외 진출시 법인 설립의 상식이다. 이런 논리로 외국 기업을 질타하는 건 공감이 안 간다. 해외법인 자회사 설립시 출자로 할지 관계사 대여로 할지에서 너무 높은 수준의 대여는 의도적 세금 회피로 간주된다. 관련해서 세계 대부분 과소자본세제(Thin Capitalization Rule)가 있다. 관계사 대여 이자의 세금공제 한도를 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금 회피를 무한정으로 못한다. 구글세 논란도 마찬가지며, 애플의 더블아이리시 구조에 대한 미국 청문회 수준의 논의는 되어야 합리적 논쟁이 가능하다.”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 시장만 놓고 봤을 때 한국은 매력이 크지 않다고 합니다. 인구 5000만 명 밖에 되지 않는 시장 규모로 인해 직접 진출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가령, 지난 3년 간 아마존닷컴이 한국에 진출한다는 기사들이 계속해서 보도됐지만,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아마존닷컴이 굳이 한국까지 들어와 각종 규제의 장벽을 맞닥뜨릴 이유는 없기 때문이겠죠.

이들이 한국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이유는 옆에 붙어있는 중국 대륙 때문일 겁니다. 중국으로 곧바로 진출하기에는 부담이 있으나, 한국을 교두보, 테스트베드로 삼아 자사의 서비스를 확대하려는 목적이 담겨 있는 것이죠.

어쩌면 페이스북, 구글, 테슬라 등의 글로벌 기업들의 진출을 필요로 하는 곳은 우리나라일지도 모릅니다. 인력, 기술, 생태계 등의 측면에서 앞서나가는 플랫폼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일 텐데요. 알토스벤처스의 한 킴 대표는 “이런 기업들(페이스북, 구글, 테슬라 등)이 더 들어와야 좋은 사람, 좋은 직장이 많아지고, 그러한 사람들이 스타트업으로도 흘러들어올 수 있을 텐데”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덩샤오핑은 1979년 미국에서 돌아온 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을 제창하며, 외국기업에게 엄청난 규모의 세금 혜택을 주는 경제 특구를 설립했습니다. 그 결과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 들어왔고, 이는 결국 중국 경제의 발전과, 기술의 글로벌화를 촉진시켰습니다.

지금도 중고등학교에서는 한반도를 놓고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전략적인 거점을 갖고 있다는 내용의 ‘지정학적 위치’를 가르칩니다.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을 연결짓는 허브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반영된 단어입니다.

어쩌면, 한국을 교두보삼아 중국에 진출하려는 글로벌 IT 기업들을 ‘조세회피’로 트집잡아 궁지로 몰아넣는 것보다 더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한반도에 잘 자리를 잡도록 유도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우리에게 ‘세금’보다 더 필요한 건 실리콘밸리와 중관춘을 아우르는 IT 생태계일 테니까.

*이 글을 본 정재훈 변호사는 아래와 같은 피드백을 줬습니다. 글의 완전성을 위해 첨부합니다.

미국 법에서는 전 세계에 대한 수익을 보고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자회사라 인정될 경우에 같은 조항이 있다. 거의 모든 국가에 있는 법이라고 보면 된다. (위의 글로벌 IT 기업들이 하는 행위는) 절세가 아니라 법망을 피해서 돈을 안들여오고 있는 것과 다름 없다. 조세 조약과 아일랜드라는 조세피난처 국가에서 자기네들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세법을 바꾸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만약 이런 법이 절세라고 인정되면 어느 국가든 버뮤다에 회사를 세워 놓고 영원히 세금을 어느 나라에서 안내도 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렇게 되면 모든 IT 회사는 그 나라에 법인을 안 세우고 다른 나라에 세워 법망을 피해가는 현상을 가져 올 것이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라이선스 계약과 지적 재산권의 이전 시점에 일어난다. 조세피난처(tax haven)를 이용해 조세 회피를 하는 것이 성행하면 그 나라에 세수를 뻈어가게 되며, 생산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결국, 조세 조약을 악용 사례로 만들어 모든 국가가 조세 조약을 모두 무효화 경우가 생길수가 있다. 조세조약의 혜택자가 기업이 되고 국민이 되지 않으니까. 결국 자유무역주의에서 과거 닫힌 사회로 될수도 있는 우려도 생긴다. 일단 아일랜드에서 법을 바꿀려고 하는 데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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