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한국을 강타한 지 5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돌아보니 짧은 세월에 참 많은 것이 바뀌었다. 문자 대신 카카오톡, 싸이월드 대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콘텐츠 소비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플랫폼도 바뀌었다.

무엇보다 가장 괄목할만한 변화는 손 안의 작은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게 일상이 됐다는 점에 있다.

이커머스(E-Commerce). 우리나라에선 옥션, 지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이 10여년 주도권을 쥐고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소셜커머스의 추격이 무섭다. 그중 티몬의 지난 2014년 매출은 1575억 원. 오픈마켓을 뛰어넘는 수치는 아니지만 매년 50%~70%의 성장을 거듭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협적이다.

한국 최초로 소셜커머스를 시작한 티몬에 모바일은 어떠한 의미가 있었을까. 지난 6일 신현성 티몬 창업자 겸 대표(사진)를 만나 지난 5년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5년을 전망하는 자리를 가졌다.

◇진짜 모바일 시대가 왔다

신현성 대표는 “티몬이 나름의 성공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스마트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PC 시대 커머스를 쥐고 있던 오픈마켓이 들어오기 전에 ‘모바일 퍼스트’로 치고 들어왔기에 기회를 얻었다는 게 신 대표의 생각이다. 그의 설명을 더 들어봤다.

“현재 티몬의 거래액 중 70%가 넘는 금액이 모바일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조 단위의 거래액이 이 작은 화면에서 나오고 있는 건데요. 개인적으로도 놀라운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앱, 혹은 웹사이트 메인 화면에 배치된 상품을 일일이 사람 손으로 배치해왔는데요. 이제는 알고리즘 기반으로 큐레이션해주고, 구매 단계 역시 단순화시켜 편리하게 물건을 살 수 있게 만드는 등의 기술적인 발전이 모바일 기반의 커머스를 이끌고 있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티몬은 ‘티켓몬스터’라는 사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 지역의 음식점, 헤어숍 등의 할인 티켓을 주력으로 판매했던 기업이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180도 다르다. 티몬 앱을 열면 수많은 상품들이 고객을 맞이한다. 이제는 더 이상 로컬 티켓 판매만을 하는 곳이 아니다. 모바일 커머스 기업이 된 셈이다. 지난 5년 간 어떠한 변화를 거듭했던 것일까. 신 대표의 설명이 이어졌다.

“창업 초반에는 가장 매력적인 음식점, 헤어숍에서 높은 할인율을 만들어 고객을 유치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티몬이 인기를 끌자 몇몇 업체에서 재고 물품을 티몬 사이트에 올려서 팔면 안되느냐고 문의를 하더군요. 처음에는 저희의 정체성과 맞지 않기에 거절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계기로 몇개 업체의 제품을 팔았는데, 정말 잘 팔리더군요. 그때부터는 상품기획담당자(MD)라는 직군을 만들고, 판매 제품(딜) 숫자도 늘려나갔죠. 그 사이에 리빙소셜, 그루폰에 인수됐습니다. 최근에는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 앵커에퀴티파트너스(AEP)와 함께 다시 티몬을 사들이게 됩니다.”

신 대표는 지난 4월 KKR, AEP와 함께 그루폰으로부터 티몬을 다시 인수했다. 두 회사가 한국 기업에 투자를 한 일은 처음 있던 일. 그는 “특정 기업에 속해 있을 때는 혁신보다는 이윤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며 “더욱 공격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소셜커머스->모바일커머스->공유경제커머스

최근 그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고객 경험’이다. 단순히 상품을 싸게 판매하는 것을 넘겠다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보여주고, 이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배송해주는 것 모두 이에 포함된다. 다만, 티몬은 로켓배송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쿠팡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쿠팡은 당일, 친절한 배송을 위해 배송 기사를 모두 고용하는 전략을 취했다면, 티몬은 배송 기사들이 모이는 플랫폼 ‘슈퍼배송’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쿠팡은 ‘모든 걸 사들인 뒤 내재화하는 방식’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마존이 막 설립됐을 1990년대 인프라가 없었던 시절에 통했던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요즘에는 가용 가능한 자원이 많습니다. 티몬은 이미 주어진 자원들을 잘 연결하고, 그 사이에서 시너지를 내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버를 볼까요? 자가용을 구매하지 않고도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차들을 앱으로 묶어서 50조 원 가치의 회사가 됩니다. 배송 역시 이러한 공유경제의 요소가 가능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측면에서 다른 이커머스 업체와 협력도 가능하다고 생각해 최근 알리바바의 티몰에 입점하기도 했죠. 이러한 부분도 공유경제의 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신 대표가 공유경제를 강조하면서 예로 든 기업은 ‘샤오미’였다. 샤오미는 80곳이 넘는 협력업체가 제안하는 상품으로 계속 신제품을 출시하는 구조를 갖고 있기에 모든 것을 자체 생산하려는 곳을 속도 측면에서 우위를 갖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모바일 커머스의 미래

배송 다음의 시장은 어디에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너무 많다”였다.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제품군을 하나하나 분석해서 봤을 때 제대로 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홈 데코를 봤을 때 ‘티몬이 잘하는지, 혹은 지마켓이 잘하는지’를 물었을 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뷰티 카테고리를 봤을 때도 그렇죠. 지금까지는 얕은 경쟁 우위를 기반으로 카테고리 경쟁을 벌였다면, 앞으로는 각 분야별로 더욱 잘하는 곳이 시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고객에게 딱 맞는 제품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도 아직은 더 발전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1~2년 안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티몬이 지난 5년 간 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던 가장 큰 요인은 고객 중심의 서비스였으며, 마찬가지로 앞으로 티몬이 지향하는 목표지점 역시 고객일 것이라는 게 신 대표의 신념이다. 소셜커머스 업계의 계속되는 적자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티몬이 5년 뒤 200조 원이 넘을 이커머스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더 가까이 가고, 이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티몬은 이제 막 시작점을 밟았을 뿐이다.

◇티몬의 저력은 ‘차별화’

Q. 5년 전 티몬을 창업했 때에도 모바일 커머스 업체가 되겠단 생각을 했나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로컬 시장이 티몬의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목표도 로컬 분야의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이었죠. 하지만 현재 티몬은 ‘소셜’을 넘어 ‘모바일 커머스’까지 발전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직원만 1200명. 큰 조직에서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저희는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조직은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죠. 저희는 노력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묻지만, 공감받는 아이디어에 대한 도전은 적극 밀어주는 분위기입니다. 티몬을 거친 많은 분들이 여타 소셜커머스와는 달리 미미박스, 자이버와 같은 기업을 창업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특징은 강점인 동시에 약점도 갖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누가 빠르게 혁신할 수 있는지 라고 묻는다면 티몬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삽질을 할 확률이 높은 곳도 저희라고 생각하죠(웃음).

 

Q. 티몬이 지난 5년 간 고객에게 사랑 받아온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재미있고, 새로운 시도를 항상 해왔던 게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들이 (군데리아나 우주여행 같은) 딜들을 즐겁게 봐주셨고, 그게 곧 티몬의 브랜드가 됐던 것 같습니다. 초반에 50% 할인 딜을 판매한 것도 마찬가지죠. 고객에게는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는 요인이었습니다. 안좋은 사례가 발생할 때에는 환불이나 반품을 잘 해주는 등, 고객 지향적인 결정을 해왔던 것이 지금의 티몬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Q. PC 환경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던 업체들이 모바일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굉장히 단순한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모바일로 잘 전환하지 못하는 이유는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과감하지 못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조직을 볼까요? 대부분의 조직은 PC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들의 플랫폼 역시 PC 기반이죠. 해왔던 습관으로 인해 방향을 트는 건 쉽지 않습니다. 2010년 당시 티몬은 잃을 게 별로 없는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이미 이커머스에는 지마켓과 옥션을 갖고 있는 이베이코리아가 있었죠. 저희는 살기 위해 모바일 위주로 가기로 결단을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