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족한 시대가 인류에게 준 숙제, 다이어트
최근 한 다이어트 컨설팅 회사가 무려 2,500억 원에 사모펀드에 팔린다는 기사가 화제가 되었다. 슈퍼주니어의 멤버인 가수 신동의 몸무게를 116kg에서 79kg으로 극적으로 줄여 유명세를 탄 쥬비스다이어트이다. 이외에도 많은 유명 연예인들의 실제 체험 사례를 마케팅으로 적극 활용한다. 컨설팅 서비스 외 쥬비스아카데미, 다이어트음식 쥬비스푸드, 다이어트기기 쇼핑 등으로 지난해 142억 원 영업이익을 내었고 올해는 약 400억 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듯 국내 다이어트 시장은 10조 원 대로 추정되는 거대시장이다. 하지만 거기서 돈을 버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상품이나 서비스를 차별화하기 어렵고 차별화에 성공하더라도 누구나 쉽게 따라 한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다이어트 시장에서 유독 눈에 띄는 주자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다노이다.
다노는 정범윤, 이지수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시작은 이지수 대표가 대학시절 다이어트를 통해 20kg를 감량하며 이러한 노하우를 페이스북에 개설한 ‘다이어트 노트’ 페이지였다. 단기간에 10만 명 구독자를 확보하며 본격적인 사업화가 진행되었다. 이지수 대표는 ‘다노 언니‘로 불리며 구독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되었고 구독자들이 줄여서 부르던 애칭인 ‘다노’가 법인명으로 정해졌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다.
여기까지는 사실 다들 인플루언서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이후의 행보는 전혀 다르다. 다른 인플루언서들이 운동 콘텐츠를 제작하며 협찬받은 제품을 촬영 중 노출하며 추가 입금 시 광고주가 흡족해할 만한 사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구매 링크를 걸어주는 아주 넓고 넓은 길을 걸을 때 다노는 미지의 좁은 길을 택했다.
바로 다이어트 정보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 ‘다노’를 출시한 것이다. 기존 소셜미디어 채널에 의존하지 않고 조금 더 직접적으로 이용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직접 확보한 것이다.
앞서 언급하였지만 다노는 타사 제품들의 광고를 하지 않았기에 매출을 견인할 수 있는 수익모델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2014년 5월 건강 다이어트 식품을 판매하는 다노샵을 오픈했다. 이로써 다이어트 정보부터 다이어트 식품까지 밸류체인을 연결하였다. 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하면 다노가 파는 제품은 건강기능식품 개별인정형과 같은 대체 불가한 기능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도 팔린다.
‘왜일까?’
이유는 다노와 이지수 대표가 다노 언니로서 고객들과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 덕이다.
만약 그가 직접 이용자들에게 기획상품의 영양성분표를 설명하고 부가설명을 하지 않았다면 이용자들이 쉽게 구매전환이 되었을까? 아무리 붐비는 매장의 매대의 한 자리를 확보하였다고 해도 기획자가 제대로 상품에 가치를 불어넣지 않으면 할인을 아무리 해도 소비자들이 제품에 쉽게 손이 가지 않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다노는 자신들이 파는 제품에 최대한 고객들의 고민과 애환을 투영시켜 상품이 가진 영양학적 가치 이상으로 승화시켰다.
그리고 2015년 다노가 추가한 수익모델이 바로 운동 프로그램 ‘마이다노’이다. 헬스장 퍼스널 트레이너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전문 코치와 이용자를 1대1로 연결해주는 유료 프로그램이다. 월 10만 원 이내의 회비를 내고 코칭을 받는데 개인에게 최적화된 운동과 식단을 관리하고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해준다. 개인 트레이닝 PT의 장소를 헬스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 온 것이다. 콘텐츠적인 측면에서는 우선 100가지 넘는 동작들을 확보하여 체력 수준과 운동 목표에 맞춰서 조합을 한다. 그리고 코치들이 이용자의 수준에 맞춤 운동 콘텐츠를 추천한다. 콘텐츠는 계속 업데이트 중인데 작년 연말에는 복싱 콘텐츠가 추가되었다.
베이직 케어 프로그램의 경우, 코치로부터 일방향 피드백을 받지만 토탈 케어 프로그램은 1:1 대화로 더 밀접한 관리를 받을 수 있다. 토탈 케어 프로그램은 베이직 케어 프로그램보다 비싸지만 일반 퍼스널 트레이닝 PT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코치들은 이용자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중도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전문가로서 조언하고 파트너로서 격려하는 역할을 맡는다. 마이다노 서비스의 이용자는 지난 7월 1만 2000명의 회원을 달성하였는데 전년 대비 45% 증가하였다. 비대면이라 관리면에서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최근 1년간 고객 서비스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9.1점, 재수강 비율은 50%에 달 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현재까지 누적 수강생 수는 15만 명에 이른다.
다노는 무엇이 다른가?
다노가 유독 반복적으로 노출하고 문구가 있다. 바로 ‘습관성형’이다. 타사들이 마치 단거리 레이스 기록 타이틀에 집착하며 몇 주 혹은 며칠 만에 달성한 결과를 마치 트로피인 것 마냥 내세우며 단기 성과를 강조한다. 반면, 다노는 ‘지속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평생 유지가 가능하고 그 과정이 고통스럽기보다는 스스로 행복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예로, 극단적인 절식 대신 먹고 싶은 음식을 충분히 먹되 양념을 줄이고 채소를 더하는 식으로 목표에 점진적으로 다가가는 것을 추구한다.
다노의 매출은 꾸준히 성장하여 2017년 116억에서 2019년 244억까지 빠르게 성장하였다. 반면, 영업이익은 2017년 20억 흑자를 내었지만 2018년에 들어서 -2억 영업이익에 이어 2019년에는 -15억까지 적자 규모가 커졌다. 추측하기로는 2018년부터 해외시장에 본격 눈을 돌리며 인재 채용을 적극적으로 하였고 늘어난 직원들로 인해 사무실 이전도 하다 보니 운영비용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당장의 재무제표 개선보다 이용자 확보를 우선시한 행보였다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지만 매출액의 성장곡선이 완만해지는 순간 외부로부터 많은 질의를 받게 될 수 있다.
또한 다노의 주매출처인 다노샵과 마이다노의 경우 그 확장성이 궁금하다. 우선, 다노샵의 경우 100% OEM으로 생산된다. 정범윤 대표가 전국을 돌며 다노가 준비한 제품의 기획안에 따라 생산이 가능한 공장과 외주생산 계약을 맺는다고 알려졌다. 외주생산은 일시적인 설비투자와 고정비용은 줄일 수 있지만 해당 제품이 시장에 형성된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팔지 않는 이상 많은 이윤을 남기기 힘들다. 다노샵에서 할인에 사용할 수 있는 다노 포인트가 괜히 10%가 최대치가 아니다.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은 생산 수량을 높여서 생산단가를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생산 수량을 올릴 경우 재고부담이 커지는 리스크가 발생한다. 심지어 식품은 유통기한이 있어서 한 번에 많은 수량을 동시에 생산할 경우 판매에 따른 출고가 지연되면 유통기한이 임박한 불량재고가 한순간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 그리고 마이다노는 전문코치가 한 번에 감당할 수 있는 교육생의 수가 한정적이다. 현재 구조에서는 수강생 증가 시 전문코치도 늘려야 해서 수익률을 급진적으로 개선하는데 제한적이다. 물론 여기에서 파생되는 식품의 판매로 인해 이용자당 평균 수익이 오를 수 있지만 과연 그 효과가 눈에 띌 만큼 결정적일지 미지수다.
그럼에도 미래를 바라보다.
다노가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기존의 사업모델을 해외로 확장하는 것이다. 우려가 되는 것은 다이어트가 워낙 민감하고 건강과 직결되다 보니 해당 국가의 문화와 생활양식 그리고 법적인 절차에 대한 사전 이해가 필요하다. 국문 표기를 유지할 경우, 별도 생산은 필요하지 않겠지만 유통채널은 제한될 수 있다. 정식 수입이 아닌 해외직구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해당 국가의 언어로 라벨을 표기할 경우, 추가 생산이 필요하다. 대신 정식 절차를 밟아 대규모 유통채널의 사입까지 노려볼 수 있다.
또 다른 경로는 국내 시장에서의 카테고리 확장이다. 다노는 시장점유율에 집착하기보다는 고객 생애주기의 다노 비중을 늘리는 것을 우선과제로 여긴다. 다이어트가 비교적 젊은 세대들이 관심을 갖는 토픽이라면 그 윗세대들은 또 다른 고민들을 갖고 있다. 30대부터는 영양보조제를 챙겨 먹는 것이 일과가 되고 그 이후 당뇨나 근육감소증에 노출된다. 다노는 이러한 상황을 미리 준비시키고 관리하는 영역까지 충분히 넘볼 수 있다.
물론 이 세대들은 지금의 다노블리들과는 다르게 다노언니를 모르기에 조금 더 과학적인 근거 혹은 임상 테스트 결과를 들이밀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다노의 태동기인 8년 전과 다르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PT에 대해 거부감이 적고 되려 코로나 19로 인해 홈트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다노가 서두르지 않고 이 분야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근차근 준비해 간다면 이용층을 넓히는 것은 물론 카테고리의 확장의 꿈이 결코 계획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과연 다노가 성장을 위해 어떠한 길로 들어서는지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
해당 콘텐츠는 Jimmy Cho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