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하세요! 

 

지난 글 이후로, 회고에 대해서 묻는 지인들이 많았다. 본인도 업무일지를 쓰고 있는데 어떻게 쓰면 좋을지 물어보거나, 기년회를 어떻게 했는지 물어보는 경우들이었다. 다들 회고를 하고 싶고, 잘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그동안 회고했던 방식과 회사에서 동료들과 회고했던 방식을 모아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특별 편을 다루게 되었다. 다만, 오늘은 팀에서 회고하는 방식까지 적용해서, 회고의 의미와 내가 하고 있는 회고 방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회고란? 

회고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한자어를 그대로 해석한 “뒤를 돌아보다”라는 의미이다. 영어로는 retrospective인데, 라틴어에서 뒤를 뜻하는 retro-와 본다는 뜻의 spectare가 합쳐진 말이다. 마찬가지로 뒤를 돌아본다는 의미이다. 다만, 아래 국어사전의 검색 결과에서 유의어인 “상기”, “추념”, “추억”과는 다르다. 뒤를 돌아본다는 것은 후회나 연민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뒤를 돌아보고, 어떻게 앞으로의 어려움을 극복해낼지에 대한 교훈을 찾는 과정이다. 

 

 

 

 

 

회고 없는 성장은 없다

 

내가 나를 잘 알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면 회고할 이유는 없다. 성장의 길이 눈앞에 보인다면 그 길을 쭉 따라가면 되니까. 그러나 학창 시절에도, 사회에 나와서 내 삶을 일구어 가는 지금도 성장은 항상 어렵다. 나에 대해서 자만심에 휩싸여,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기도 한다. 나를 모르니, 내가 어떤 면에서 부족하고 성장시켜 나가야 할지도 파악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걸 안다고 해도 어떻게 문제를 고치고, 개선시키는 건 또 다른 도전이다. 

그래서 회고는 나를 알아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회고를 하면,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어떤 감정을 느끼고, 그래서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 알아갈 수 있다. 하루하루 나에 대한 회고가 쌓여가면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그러면 자신감이 생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목표를 세우고, 그 과정을 밟아가고 또 회고하며 더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다. 나는 회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 회고는 창업한 회사를 나올 시점부터 시작했다. 위의 더닝 크루거 효과 그래프의 절망의 계곡에서 회고를 시작했다. 다시는 그런 실패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고, 정말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서비스를, 동료들과 즐겁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더더욱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내 과거를 하나하나 뜯어봐야만 했다. 그리고 스타트업에서 Product Manager로 일을 시작하면서는 내가 부족한 부분을 찾고, 피드백을 소화하고, 배운 것들을 기록해나가기 위해 회고를 해나갔다. 

회고는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시킬 수 있다. 나는 보통은 주간/월간/연간 회고 등 시기별로 나의 목표와 한 일에 대해서 회고한다. 이따금, 개인사에 대해서 나의 감정을 바라보고, 나에 대해서 이해하기 위한 회고도 진행한다. 3~4년간 제대로 된 연애를 하지 못하던 시절에는 연애에 대한 회고를 하기도 했다. 나는 언제 호감이 생기고, 왜 관계를 오래 유지 못하는지 등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며, 알랭 드 보통과 에리히 프롬의 책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찾기도 했다. 

여태껏 혼자서, 그리고 팀과 함께 회고하면서 여러 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여러 경험을 통해 세운 회고의 첫 원칙은 회고의 목적을 정하는 것이다. 회고는 목표/성과에 대한 평가를 목적으로 둘 수도 있고, 특정 사건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정리하는 것이 목적일 수도 있다. 다만, 이런 목적에 따라 회고하는 방법은 조금 달라진다.

 

 

 

1. 내가 세운 목표를 평가하는 회고

 

보통 연간/분기 회고를 할 때 많이 사용한다. 목표 중심으로 회고하기 위해선, 너무 당연하게도 목표가 있어야 한다. 내가 한해에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연초에 목표와 계획을 세웠어야 한다. 그리고 분기마다, 또는 연말에 그 목표를 내가 얼마나 달성하였는지, 목표 수준이 적절하였는지, 잘한 것과 부족한 게 무엇이었는지를 정리해나간다. 그리고 다음 목표를 정할 때에는 이 회고한 내용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목표 중심으로 회고할 때는 아래와 같은 질문을 사용하면 좋다.  

-연초(분기초)에 세운 목표치를 몇% 달성하였는가?   

-만일 높은(71~100%) 달성률을 기록했다면, 목표를 너무 낮게 잡은 것은 아닌가? 달성한 목표를 수정한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의 기여 요인은 무엇인가?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성공을 가로막은 것은 무엇인가?   

-무엇을 개선한다면, 더 높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가?   

-스스로 평가하는 성과는 어떠한가? 지난해(분기) 대비 얼마나 성장하였는가?   

-이번 교훈을 통해 내년(다음 분기)에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2. 주기적으로 나를 돌아보는 회고 

 

월간/주간 회고 등 주기적으로 자주 하는 회고는 나를 돌아보고 이해하기 위한 회고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3Fs(Fact, Feeling, Finding)를 정리해야 한다. (참고: 애자일 이야기) 예를 들어, 내가 지난주에 최근 모바일 앱 시장 트렌드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하기로 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데스크 리서치 → 전문가 인터뷰 → 각종 분석 자료 취합 → 리포트 작성” 의 순서로 일을 하게 되는데, 각 업무는 Fact에 해당한다. 그리고 각 단계의 업무에서 내가 느낀 감정(Feeling)을 써본다. 데스크 리서치는 신나게 했는데, 전문가 인터뷰를 할 때 당황한 기억이 있다면 이에 대해서 솔직하게 써본다. 그다음에는, 내가 당황한 이유가 준비를 잘 못해서인지,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는 게 불편해서 그런지, 전문가분이 제대로 된 의견을 주지 못해서 그런 건지 등 여러 원인에 대해서 찾는다(Finding). 

더 나아가면 3Fs에 2Fs(Future, Feedback)를 추가하여 회고를 더 해나갈 수 있다. 원인이 내가 인터뷰 준비를 잘 못한 것이라면, 다음번엔 어떻게 미리 준비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지 어떤 질문들을 준비했어야 했는지를 정리해본다(Future). 그리고 실제 그다음 전문가 인터뷰를 했을 때 어떤 결과를 냈는지 정리해서 내가 개선하려고 했던 내용이 잘 반영되었는지 확인한다(Feedback). 

 

 

3.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한 회고 

 

월간/분기/연간 등 기간을 정해놓고 하는 회고 외에도, 정말 회고가 필요한 때가 있다. 위에서 연애 회고를 예시로 들었지만, 내가 더 운동을 잘하기 위해서, 기획을 잘하기 위해서도 회고를 할 수 있다. 보통 이런 회고는 문제 상황에 대한 인지가 있을 때 진행하는 경우들이다. 이 때는 아래와 같은 순서로 회고를 해보는 걸 추천한다.(참고: 프로덕트 매니저의 애자일 회고 방법론 – KPT 실전 편 ) 쉽게 설명하기 위해 보디빌딩을 예시로 들어보겠다.   

-문제 상황: 8월 보디빌딩 대회를 준비하는 데, 몸이 커지지 않는다.   

-내가 운동하는 과정에서 유지해야 될 활동(Keep)과 개선해야 될 사항(Problem)을 작성한다   

-내가 작성한 Keep, Problem을 비슷한 내용으로 그룹핑해본다.   

-유지해야 될 활동은 어떻게 해서 잘하고 있었는지 정리한다.   

-개선해야 될 사항(Problem)은 어떻게 개선할지(Try) 작성한다.   

-개선활동을 어떻게 검증할지(Feedback) 작성한다.   

 

사실, 위의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한 회고는 혼자서 하는 것보다는 함께 일을 하거나 활동하는 동료들과 진행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다. 왜냐하면, Keep, Problem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가능한데, 혼자서는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개선방향을 정하는 것도 나보다 더 경험이 많거나, 다른 관점을 가진 동료들과 의견을 나눌 때 더 나은 방향으로 설정할 수 있다. 

 

 

 

정말 성장하였을까? 

 

성장하기 위해 공부하고, 실행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도 바쁜데, 정말 회고하는 게 성장과 연결이 되는지 나도 의구심이 많았다. 나를 돌아보는 글을 쓰고, 고민하는 시간들이 적게 들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나를 다시 보면, 이전보다 정신적으로 안정되고 육체적으로 건강하다.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하게 된 계기는 아래의 회고 결과 때문이다. 

첫째로, 한 달에 1~2편의 글을 지속적으로 브런치에 포스트 하고 있다. 앞으로는 좀 더 자주 포스트 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계기도 지난해의 연간 회고를 통해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부터이다. 

둘째는, 나만의 루틴을 만들었다. 지난 루틴에 대한 글(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나만의 루틴 4가지)에서도 다뤘지만 아침마다 운동하고, 짧은 글을 쓰고, 공부하고, 명상하는 루틴은 회고가 없었다면 습관화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매주 내가 운동을 얼마나 했는지, 목표로 한 공부를 했는지 안 했는지 살펴보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할 수 있었다. 

셋째는,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았다. 글을 쓰는 것도, 루틴을 하는 것도 이전에는 전혀 생각해보지도 못했다. 일할 시간도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일 외에는 다른 걸 해볼 생각도 못했다. 그러다가 현타도 오고 번아웃도 오면서, 회고를 통해 이렇게 오래 일할 수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요즘엔 야근을 하기보다 일찍 출근해서 미리 일을 하고, 퇴근 후에는 내 시간을 갖고자 노력한다. 그게 더 오래,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장한솔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