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로서 일을 하면서 기획의 범위를 어디까지 해야할지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필자도 디자이너로 일을 하면서 “이 기획을 내가 해야하는 범위인가?” 라는 의문을 많이 가졌는데요.
나름대로 기획과, 디자인적 기획의 범위를 정리 했습니다.
먼저 디자인 회사에서 기획자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됩니다. 첫 번째는 디자인에 관여하지 않는 자, 두 번째는 디자인까지 고민 한 뒤 기획하는 자. 디자인을 전공한 기획자라면 후자의 경우가 많지만, 대게는디자인까지 생각하여 기획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일도 아니기 때문이죠. 결국 디자인적 기획은 디자이너가 하게 되는데 과연 기획과 디자인적 기획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도대체 <디자인적 기획>이 도대체 뭔데?
그렇다면 과연 <디자인적 기획> 은 도대체 무엇이며, 디자이너가 어디까지 기획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기획에는 정보를 정리/전달하는 기획과 디자인적 컨셉을 잡는 기획이 있습니다. 두 기획은 말은 같지만 완전하게 다른 개념이죠. 전자는 보통 <기획자>가 하고 후자는 <디자이너>가 합니다. 즉 디자이너는 기획적 마인드가 100% 있어야 하지만 전자의 기획을 해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정확히 말해서 디자이너는 정보수집의 기획을 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적 컨셉을 도출하는 것이 맞는 역할입니다.
그렇다면 디자이너에게 <컨셉>이란 무엇인가?
디자인을 할 때 컨셉이란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첫 번째는 시각적인 개념, 두 번째는 기능적인 개념으로 분류 됩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시각디자인에서는 주로 시각적 개념을 사용하지만 필요에 따라 기능적 개념을 섞어 각 상황에 맞는 컨셉을 잡습니다. <컨셉>을 잡기 위해서는 해당 디자인에 대한 정보를 이해하고 그 정보가 어떤 성격인지, 어떤 이미지적 분위기를 자아내는지 파악한 뒤 어떻게 시각적으로 보여질지 고민합니다. 이러한 모든 과정을 디자인적 기획이라고 하고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가 소통하여 접점을 찾아내는 아주 중요한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엄연히 다른 <기획>과 <디자인적 기획>
정보를 정리/전달하는 기획과 디자인적 기획은 엄연히 다릅니다. 시각디자인 분야에 대체 기획이 어떻게 활용이 되고 적용될까요?
다음과 같이 여러가지 분야가 있습니다.
-아이덴티티 디자인
-웹디자인
-영상디자인
-편집디자인
-광고디자인
etc
각 분야에서 <기획>과 <디자인적 기획>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간략하게 말해보면 아이덴티티 디자인 (≠브랜딩 디자인) 로고와, 로고 이외에 비주얼 요소를 묶어 아이덴티티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위해서는 정보수집이나 Real data 정립이 필요 없고 9할 이상이 이미지적 표현이기 때문에 스토리와표현방법이 중요합니다. 모두 디자이너의 손과 머리에 달린 문제이고 이미지컨셉과 스토리 도출 또한 모두 디자이너가 해야 한다고 봅니다. 단순히 “이렇게 그려주세요”라고 하는 것은 그저 스킬에 불과하며 아이덴티티 디자인은 결코 드로잉 실력만 가지고 있다면 해낼 수 없는 분야이죠. 결국 고객사의 정보를 토대로 컨셉을 도출하고 이것을 이야기로 잘 풀어낼 수 있는 <디자인적 기획> 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분야입니다.
웹디자인
웹디자이너는 기획자가 정리해온 방대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해당 클라이언트사의 성격과 이미지를 파악하는 역할입니다. 이미지컨셉을 파악하고 표현하는 것은 디자이너의 몫이지만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배치하는 것은 디자이너의 몫이 아니고 기획자의 몫입니다. 시각적인 틀과 디테일한 표현방법은 디자이너가 먼저 제안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애초부터 기획자가 디자인에 관여를 하였다면 상황이 다를 수 있지만, 관여를 하지 않았다면 기획자는 디자인에 대해 컨펌 할 권리가 없습니다.
편집디자인
편집디자인에도 여러 가지 하위분류가 많습니다. 리플릿, 카탈로그, 잡지, 책, 포스터 등 물론 디자이너는 이미지컨셉을 잡는 기획을 무조건 해야 합니다. 그러나 50페이지 이상 되는 카탈로그를 작업할 때에도 웹기획자가 정보를 정립할 때처럼 정보수집 및 배치를 디자이너가 해야 하는가요?
대답은 “경우에 따라서 다르다” 입니다. 편집디자인이 한 장 짜리 리플릿이면 디자이너가 정리하고 고객사에 제안할 수 있지만 디자이너가 손쓸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양의 정보라면 그것은 전문인력에게 맡겨 작업 속도를 반으로 줄이고 작업비용(기획비용)을 좀 더 늘리는 것이 현명한 판단입니다. 이렇듯 큰 규모의 편집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정리하고 필요하면 카피라이팅까지 하는 기획자 혹은 카피라이터가 필수적으로 필요합니다. 실제로 카탈로그만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는 기획자가 필수로 존재합니다.
영상디자인
영상디자인에서는 기획자와 편집자 디자이너와 촬영감독까지 철저하게 구분되어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그렇지 않은 환경의 회사도 많습니다)
광고디자인
광고디자인은 편집디자인보다 모호한 개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광고디자인은 종류마다 개념이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큰 맥락에서는 그래픽 디자이너와 다릅니다. 그래픽 디자이너 에게는 <디자인을 이루는 컨셉력>이 있어야 한다면 광고디자이너 에게는 <광고를 위한 컨셉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 부분도 따로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디자이너가 모든 광고적 기획을 다 짜는 환경입니다.
이렇게 디자인과 기획의 애매모호한 간극을 정리해 보았는데 대략적으로 정리한 것이라 미세한 다름은 조금씩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이나마 각각의 구분점, 차이점, 공통점을 인지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쓴 글이며, 저를 포함한 모두가 서로 소통의 부재로 인해 인지의 차이로 인해 얼굴 붉히는 일 없는 업무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해당 콘텐츠는 an.other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