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데모 데이를 한 시간이 한 달 이상 지나버렸지만, Y-Combinator의 최근 배치에서 나오는 회사들을 보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에 대한 인사이트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15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발표를 했지만 그 중에 테크크런치 기사를 바탕으로 인상 깊었던 6개의 스타트업(+ YC출신은 아니지만 흥미로운 하나)에 대해 내 생각과 그들의 사업을 보면서 얻은 인사이트를 정리해 보았다.
1. BaseDash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은 개발자이지만, 운영을 하다 보면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다뤄야 하는 사람은 마케터, 오퍼레이터가 될 수 있다. 물론 내부 툴이 그런 기능을 제공해 줘야 하지만, 개발자 리소스가 부족하거나 회사의 소프트웨어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이런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이런 니즈에 부합하는 것이 BaseDash이다. BaseDash는 스프레드시트를 쓰는 것처럼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다.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안쓸 이유가 없을 정도로 니즈를 잘 포착한 것 같다. 다만, 어느 정도 성장을 하고 난 다음에는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접근하는 것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창업자들은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려는 내부 툴을 대체하는 제품이 아닌, Airtable과 같은 새로운 스프레드시트를 대체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
2. Amber by InFeedo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들이 얼마나 동기부여 되어 있는지 회사나 직무에 불만은 없는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이를 해결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보통 1:1 미팅을 통해서 그런 부분을 사전에 파악하는데, inFeedo는 그러한 면담의 일부를 챗봇의 형태로 해결한 서비스이다. 처음 사업 아이디어를 듣고는 시큰둥했으나 … 100개 이상의 대기업에서 쓰고 있다는 얘기에 깜놀했다. 즉, 사람들이 거부감없이 챗봇과 1:1을 하는 것이다.
챗봇을 어떤 유틸리티를 얻기 위해서 쓰는게 아니라, 이런 감성적인 부분에 쓸 수 있다는 것은, 비단 회사 뿐만 아니라 학교 교육에서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아이에게 이렇게 가끔 대화를 나누고 문제를 파악하게 해 주는 그런 것까지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즉, 교감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 주는 것을 100% 대체하지는 못하더라도 10%, 20% 정도만이라도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이걸 이미 회사에서 증명을 해 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3. Daybreak Health
10대들을 위한 온라인 상담 서비스이다. 10대의 현재 상태에 대해서 상담하고 이를 바탕으로 부모와 이후 계획을 세우게 도와준다. 앞서 Infeedo는 Amber라는 챗봇으로 직원들과의 1:1을 일부라도 대체하는 기능을 하였다고 하면, Daybreak Health의 경우는 10대가 스스로 상담할 수 있는 전문 카운셀러를 찾아 대화를 나눌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렇게 전문 상담사와 10대들이 기꺼이 마음을 터 놓고 얘기할 것 같지는 않지만, 이런 상담이 필요한 점은 공감이 간다. 친구와 같이 얘기하고 1-2살 더 많지만 현명한 선배가 해 주는 것처럼 마음에 공감이 가게 얘기해 줄 수 있을까. Spoon과 같은 앱을 통해서 비슷한 또래의 10대들은 어떻게 서로를 케어하고 있을까. 현재 10대들이 어떻게 고민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해결하는지 살펴보다 보면 그런 방법이 뚜렷해 질 수 있을 것 같다.
4. PhotoRoom
온라인 커머스에서 제품 이미지는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개인 샵을 운영하는 분들은 제품 사진을 스튜디오에 가서 촬영한다. PhotoRoom은 스마트폰으로 스튜디오 퀄리티의 사진을 찍게 해 준다고 한다. 특히, 제품의 배경 화면을 완전히 없애주는 (누끼따는) 기능이 핵심인 것 같다.
당장에 유용하고, 머신러닝이 정말 잘 할 수 있는 분야인 것 같다. 명확한 문제에 명확한 해결 방법. 이런 서비스가 몇년 전에도 나왔다고 들었는데 … 왜 이제까지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 기능을 B2B로 제공하는 것도 꽤나 수요가 있을 듯 하다.
보면서 든 생각은 머신러닝을 사용해서 아직 존재하지 않는 제품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 사용하면 어떨까 했다. 아직 컴퓨터 그래픽으로만 존재하는 이미지를 실제 제품의 사진인 것처럼 만들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그런 이미지를 사용해서 다양한 몰에서 사전에 제품이 팔릴지 가늠해보는 그런 툴을 만들어 줄 수도 있을 듯 하다. 또한 자사몰이 아니라 다른 여러 개인 쇼핑몰에 이런 가상의 제품을 진열하고 구매하고 싶은 사람에게 선 주문을 받는 형태의 크라우드 펀딩을 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5. Quell
운동, 공부 모두 의지를 가지고 해야 하기 때문에 힘이 든다. 이런 동기부여가 필요한 곳에서 게임은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 게임이 제공할 수 있는 몰입하는 경험을 운동을 하거나 학습을 하는데 쓰는 것이다. 이미 닌텐도 Wii와 저스트댄스에서 디지털 게임을 통해서 힘들이지 않고 운동할 수 있는 것이 보여졌고, 근래에는 캐치잇잉글리시와 같이 영어 학습에도 이런식의 접근이 되고 있다.
Quell은 상체에 입는 형식의 건틀렛을 웨어러블로 제공하는 복싱 게임 회사이다. 그냥 복싱이 아니라 세계관이 있는 새롭게 창조된 세상에서 적들과 싸우며 복싱 기술을 하나씩 습득해 나가는 것이다. 복싱이 엄청난 운동 효과가 있고 대전 게임이 몰입도가 있으니까 체력이 방전될 때까지 운동할 수 있을 것 같다. 복싱할 때 쓰는 헤드기어를 쓰고 실제로 맞을 수도 있다면 정말 재미날 것 같다.
하지만, 사업적인 면에서보면 참 어려운 사업으로 보인다. Quell이 물론 시장을 선점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큰 게이밍 회사들은 잘 되는 부분을 복제할텐데 과연 진입 장벽을 만들 수 있을까? 유사한 Peloton의 경우야 경쟁할 플레이어들이 기존 게임회사가 아니라 피트니스 장비 회사 + 스타트업들이라 경쟁 우위를 취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과연 Quell이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이런 회사들과 콘텐츠와 웨어러블에서 경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100% 뇌피셜입니다).
6. Skin Analytics
피부를 사진을 찍어 피부암 등의 병을 진단하는 기술을 판매하는 회사이다. 이미지를 처리하는 딥러닝 기술이 이젠 누구나 쉽게 도입할 수 있지만, 특정 이미지를 처리하기 위한 전문화된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으로 차별화한다고 한다.
이미지를 처리하는 기술이 크게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일상 생활에서 그런 발전을 느껴보긴 어렵다. 그래서 근래의 이미지 기술 발전으로 고객에게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큰 가치를 전달할 수 있게된 사업 분야가 흥미롭게 보인다.
인스타에 관심이 없는 나로써는 사진을 찍을 일이 별로 없는데 유일하게 찍는 것이 가끔 프사로 쓰기 위해서 셀카를 찍거나 아침에 운동하고 나서 몸을 찍는 것이다. 이런 사진 촬영에서 나 스스로의 불편함이 존재하는데, 셀카의 경우 도무지 내가 잘 나온 사진과 못 나온 사진을 분간할 수가 없다. 운동 후 사진의 경우도 사실 내 몸이 얼마나 변했는지 잘 알기 어렵다.
셀카의 경우는 나 스스로 잘 나온 사진이라 생각해도 주변 사람의 의견이 다른 경우가 거의 90% 이상이라 다른 사람에게 돈을 줘서도 내가 잘 나온 사진과 그렇지 않은 사진을 구분해 보고 싶다. 더 나아가 어떤 사진에서 사람들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는지도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이런 앱은 분명 수요가 있을 것 같다.
운동 후 사진의 경우, 내가 찍은 운동 사진을 모아서 변화를 알려주는 앱이 수요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건 생각보다 기술적으로 힘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이유는 촬영하는 기기와 피사체가 위치가 계속 바뀌는 상황에서 차이점을 찾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LIDAR와 함께 카메라가 쓰이면 모를까 … 아이패드에 LIDAR가 도입된 것처럼 향후에 스마트폰에도 기본 기능으로 계속 추가된다면 가능해 질 수도 있을 것 같다.
7. Gather
사실 Gather는 Y-Combinator와 무관하지만, 근래에 본 서비스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이라 추가로 남긴다. Gather가 어떤 앱인지는 위 동영상을 보면 감이 온다. 90년대 롤플레잉 게임과 같은 화면에서 나의 캐릭터를 움직여가다가 다른 캐릭터 근처로 가면 그 캐릭터를 움직이고 있는 사람과 화상 채팅이 자동으로 연결되는 오프라인 모임을 흉내낸 가상 모임 서비스이다.
온라인으로 웨비나, 화상 회의를 진행할 때 매번 아쉬운 것은 참가자 간의 인터랙션이 제한되는 것이다. 실제 오프라인의 모임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간단한 인사도 하고 우연히 얘기를 나누며 이것 저것 새로운 얘기도 듣게 되고 친분도 쌓게 되는데, 그런 것들이 온라인 상에서는 매우 어렵다. 리모트로 일할 때에도 회사 출근을 한 경우면 우연히 잡담을 하다가 내가 하는 일에 인사이트도 생기고 다른 정보도 얻고 하게 되는데 이런 것들이 어렵다. 이런 것을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함께 쏟아져 나왔으나 그래도 100% 해결한다는 느낌은 없었다.
Gather는 정말 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 듯하다. 그리고 기능을 제공하는 앱이라기보다 게임하는 즐거움을 주는 것 같아, 오히려 오프라인 모임보다 나은 것 같은 느낌조차 든다. 아직 VR, AR 등을 통해서 가상의 아바타를 가지고 가상 현실에 들어가 회의를 하는 것들은 부담스럽게만 느껴지지만, Gather는 정말 할만 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잘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해당 콘텐츠는 김태현(tkim.co)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