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입장 배려하기

 

투자자가 경험 부족으로 인한 미숙함, 쳬계적이지 못한 조직, 그리고 때론 권위적이거나 오만함으로 인해 실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투자자의 평판에도 영향을 끼치지만, 무엇보다 스타트업이 상처 받거나 혹은 스타트업의 시간을 낭비할 수도 있으니 스스로 점검해봐야 할 것입니다.

 

 

1. 잦은 30분 이상 지각의 반복

투자자의 업무 특성상 잦은 미팅은 필수이고, 이로 인해 앞의 미팅이 조금씩 밀리거나 이동시 지각하는 경우는 피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10~15분도 아니고 어쩌다가 한두번도 아닌 수시로 30분씩 밀리거나 지각한다면, 너무 무리하게 일정을 잡은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할 것입니다. 때론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스스로 뿌듯해할 수도 있겠지만, “무식한데 용감한것이 제일 위험하다”는 말을 고려하여 열심히만이 아닌 제대로 일을 해야할 것입니다. 

예전에 한 투자자분을 미팅하기 위해 저를 포함한 네분의 투자자가 사무실을 방문하였지만, 사무실 문은 닫혀있었고 아무도 없어서, 30분이 넘어서 그분이 오시기 전까지 네분의 투자자가 모두 사무실 문앞에서 기다린 적이 있었습니다. 스타트업 미팅도 마찬가지일텐데, 결국 무리한 일정은 본인의 시간 10분 정도를 절약하기 위해 타인의 시간 120분 이상을 뺐을 수 있다는 것이죠. 설마 “나는 유명하고 바쁜 사람이니깐 스타트업이 30분 정도 기다리는 것은 어쩔수 없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겠죠?

 

 

2. 스타트업 설명을 들으면서 졸기

업무의 질이 아닌 양만을 추구하다보면, 무리한 일정으로 인해 집중력과 판단력이 흐려져서 스타트업의 설명을 들으며 조는 경우도 종종 생깁니다. 저도 나이가 들면서 체력의 한계로 특히 점심 식사후 오후 미팅때 어쩌다 한번씩 졸리면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제는 예전처럼 하루에 10개씩 미팅 잡는것은 피하고 있습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지는 스타트업이라면 아무래도 집중력이 저하될 수도 있겠지만, 차라리 짧게 미팅하더라도 집중력 있게 진행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중간에 짧은 휴식이라도 취해야 하구요 (미팅 사이에 밀린 메일에 답장하고 전화 통화하느라 바쁠 수 밖에 없는 투자자지만요)

 

 

3. 스타트업 설명을 먼저 듣지 않고 설교부터 하기

예전에 한 투자자가 스타트업과 미팅할 때 “제가 오늘 일정이 빡빡해서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설명듣기 전에  제가 먼저 피드백부터 드리겠습니다” 라고 장황한 피드백을 준 다음에 “이제 5분 남았네요. 혹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라고 스타트업에게 물었습니다. 스타트업이 “저 실은 예전 비즈니스 모델 접었고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현재 진행중입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오는 반전이 있었죠.

웃지 못할 실화인데, 무리한 일정도 조정해야겠지만 선생님병이 심각한 투자자들은 스타트업의 설명을 제대로 듣고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투자자의 피드백이나 질문보다 스타트업의 이야기나 답변에 더 시간을 할애하면 좋구요 (선생님병은 저도 가끔 반성하는데, 질문보다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좀더 듣는것에 시간을 할애해야겠습니다.)

 

 

4. 이 사업 무조건 망해요

투자자의 속성상 마치 개발자가 디버깅하듯이 사업에 있어 리스크인 부분을 잘 짚어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리스크가 없는 스타트업은 존재히지 않기에, 감내할 만한 리스크는 안고 투자를 진행햐죠. 때론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리스크나 허점이 너무나도 많아 사업 진행이 아주 힘들것으로 보이기도 할 것 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업이 무조건 망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스타트업에게 큰 상처를 줄 수도 있고 또한 만분의 일의 확률로 어쩌면 투자자가 틀리고 그 사업이 성공할 지도 모릅니다.

특히 경진대회에서 같이 심사하다보면, 어떤 심사위원은 어차피 안될 사업이니 빨리 접는게 해당 스타트업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니 돌직구 형태의 충격요법이 좋다고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돌직구보다는 힌트를 주거나 (예 : 우려되는 리스크 짚어주기) 우회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예 : 난이도가 무척 높은 사업임을 알려주기) 바람직하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그것을 캐치하지 못하는 스타트업도 있겠지만, 그 또한 능력의 한계일 것입니다.

물론 제 생각이 정답은 아닙니다. 예전에 지인 후배가 창업할 때, 돌직구보다 좀 간접적으로 피드백을 주었더니 오히려 2년 뒤에 “선배님 왜 그때 좀더 강력하게 말리지 않았나요? 돌직구라도 좋으니 좀 세게 말해줬으면 시행착오를 더 줄일 수 있었을텐데”라는 이야기를 들은적도 있고, 저도 1년에 몇번 정도는 마치 영구기관처럼 자연법칙상으로는 도저히 구현이 불가능한 기술이라거나 (공학적으로 불가능한것이 아닌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전세계 인류의 모든 연령층을 TAM으로 잡아도 나올수 없는 SAM을 보면 저도 모르게 “이건 도저히 불가능한 사업으로 보입니다”라고 이야기하긴 합니다. 해당 스타트업에 적합한 수위 조절은 영원한 숙제인것 같습니다.

 

 

5. 투자후 사전준비없이 포트폴리오사 미팅하기

투자자 1인당 담당하는 포트폴리오사의 숫자가 많을수록 일일이 모든것을 기억하는 것은 힘들어 집니다. 따라서 포트폴리오사 미팅때 미리 준비하지 않고 들어가면, 예전 미팅때 이야기한 것을 또 이야기하며 시간을 허비하게 되어, 열심히 미팅해봤자 별 의미가 없게 됩니다.

저도 일정이 빡빡하다 보면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인데, 그래서 가급적 미팅때는 주요사항은 메모해두려고 하고 다음 미팅전에 최소한 지난번 미팅 메모는 퀵리뷰하고 미팅에 들어가려고 노력합니다. 담당 심사역이 주요내용을 정리해서 공유한 문서나 해당 포트폴리오사의 월간 보고서도 주기적으로 체크하려고 하구요.

 

 

저 자신을 포함해 투자자들이 바쁜 일정으로 이런 점들을 놓치기가 쉬운데,  개선할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해야겠습니다.

 

이택경님의 브런치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