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이직스쿨을 운영하면서 만나 온 600여 명의 사연자 분들이 들려준 리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로부터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뜨끔할 리더가 주위에 있다면, 과감히 공유해 주세요. 할 말을 대신해드립니다.
리더가 하나부터 열까지 개입하고 결정하면, 과연 일은 제대로 될까?
심지어, 그게 되는 회사들이 있다.
그런데, 그게 과연 리더 덕분에 그렇게 된 것일까?!
제가 손을 대지 않으면, 좀처럼 일이 돌아가질 않아요.
권한 위임
대표와 직원 간 갈등에 있어, 어떤 회사든지 있는 상황이다. 이유는 많다. 직원이 못 미더워서, 아직 일이 충분히 숙련되지 못해서, 또는 일이 혹시라도 잘 못 될까 봐, 과정상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등등 말이다.
과거보다 더 좋은 결과를 위해 서로가 노력은 하지만, 그 ‘합’을 맞추기가 여간 쉽지 않다. 합이 맞았다가도, 어느새 서로에 대한 불평불만이 쏟아진다. 어떻게 해서든지, 좋은 결과를 위해 꾸역꾸역 끌고 가보려고 하지만, 좋은 과정이 펼쳐질 수 없으니, 결과에 대하여 각자의 실망이 넘쳐댄다.
겉으로 볼 때, 결과에는 문제가 없다. 신기할 따름이다. 단지 그 과정에 참여한 이들의 각자의 입장 차이가 감정적 앙금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악감정이 켜켜이 쌓이면서 일이 점차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누구의 이야기냐고? 망한 회사들의 이야기다.
회사가 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성장한 회사만큼 조직과 사람의 내적 성장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다.
회사의 성장은 ‘재무적 성장, 시장 내 입지의 성장’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이 둘은 회사가 만들어지고 늘 따라다닌다. 왜냐하면, 시장의 성장이 회사의 재무적 성장을 리드하기 때문이다. 그 옛날 비즈니스 구루들이 시장의 수많은 변화에 대하여 ‘환영의 메시지’를 날린 것은 그 변화 속에 살아남아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생존하게 되면, 그 수혜를 모두 해당 기업이 가져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들 위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회사 설립 초기부터 매진한다.
문제는 그 사이에 조직의 성장과 그 속의 사람의 성장 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분명 회사의 겉모습은 성장했지만, 그 속은 여전히 초창기 체계 등이 자리 잡고 있으며, 지금 회사의 위용에 어울리는 모습 유지를 위해 일부의 사람들이 그 역할을 수행 및 대체하고 있다. 일명 ‘사람을 갈아 넣어 조직을 지탱’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몇몇의 중요한 일에 대해서는 회사 대표의 직접적 개입이 사라지지 않는다.
회사의 모든 일이 대표의 눈에는 중요하게 느껴진다. 하다 못해, 작은 영수증 처리까지 말이다. 그런 작은 일조차 함께하는 사람을 믿지 못하고 일일이 자신의 눈을 검증해야 속 시원하다. 과연 그런 회사가 ‘정상’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 속에 대표를 신뢰하며, 그의 말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계속 다음의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겉모습만 커버린 ‘어른 아이’ 같은 회사
결론적으로 보면, 이런 류의 회사는 외연적 성장은 했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일하는 방식과 이를 꾸준히 개선하려는 의지와 역량을 갖춘 사람)의 성장은 거의 없었다. 따라서, 성장은 곧 매출과 이익의 우상향으로 보고, 이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쪽으로 변해간다. 일종의 ‘흑화’라고 봐도 좋다.
그 전략은 더욱 치밀한 ‘마이크로 매니지먼트’의 방식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대표와 직원 간의 신뢰는 사라졌고, 대표는 직원들이 모두 못 미덥고, 필요악이라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그 속에서 각자의 커리어를 지키거나, 개인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결국, 핵심 인력이라고 하는 이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고, ‘껍데기’만 남는 회사가 되고, 마지막은 불 보듯 뻔한 모습이 되는 것이다.
직원을 믿는 만큼 일에 대한 권한을 줘야 한다
무작정 사람을 믿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해왔던 일(Reference)을 믿고,
다음으로 그 일을 해낸 그 사람을 믿는 것이다.
그 일 중에 조직이 추구한 목표 달성의 Methodology(Routine Process)를 믿는 것이다. 이는 대표 자신이 만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노하우가 담긴 방법론이다. 이를 직원에게 충분히 전수했고, 이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면 믿고 맡기는 것이다. 그 사람의 직무 영역에 맞도록 말이다.
사람에 대한 신뢰는 기본이다.
대표가 채용한 사람이다. 그 자리에 적임자라고 생각하고 말이다. 만약, 그때마다 줬던 일을 가져오거나, 다시 꼼꼼하게 체크하는 것은 신뢰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온다. 생각해보자. ‘줬다가 뺐는데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는가 말이다. 따라서, 그 모든 책임을 특정한 누군가에게 돌리기보다는, 스스로에게 돌리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점검이 아니라, 일에 대한 관리이다.
직원은 부분에 대한 책임만 있을 뿐, 총결과에 대한 책임은 대표에게 있다. 따라서, 이를 조합 및 운용하는 일은 대표의 몫이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적인 일들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으로 가급적 “했어, 안 했어(Yes or No)” 류의 커뮤니케이션을 삼가야 한다.
그 보다는 일에 대한 명확한 목표와 명분 등을 제시하여, 해당 영역을 맡고 있는 이가 스스로 기획 및 계획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믿고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
말은 참 쉽다.
하지만, 모든 일을 대표가 전부 도맡아서 할 수는 없다. 그러니, 믿고 맡길 수 있는 직원을 채용하는 수밖에 없다. (아님, 회사를 키울 생각을 가지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그게 더 어렵다.)
비즈니스 출발에는 기획, 전략, 마케팅, 재무, 인사, 개발(생산), 디자인 등등 각 요소를 혼자 또는 몇몇의 사람이 나눠서 한다. 초기에는 회사가 상대할 고객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회사가 크고 조직이 그만큼 성장했다면, 이를 충분히 입증하고,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는 조직 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순조롭게 이끌어줄 수 있는 각 부문의 대표들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조직이 유기적 성장이 가능하다. 향후 회사의 성장을 기대한다면, 이를 대비하여 각 부문의 대표들의 성장에 총괄 대표가 앞장서야 한다. 혼자 다 알아서 결정하려 하지 말고, 그들에게 ‘할 수 있는 기회(권한)’을 주면서 말이다.
조직의 성장을 기대한다면, 마땅히 리더로서 내려야 하는 결정이다.
이를 빨리 내릴수록 조직은 다양한 경험을 하며 강해질 수 있다.
이직스쿨 김영학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