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365일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기가 연결된 스마트 시대가 왔다. 이에 따라 업무 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이른 아침 출근 길에서부터 관계사의 메일을 확인하고, 동료와 사내 메신저로 업무를 처리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협업툴은 등장하지 않은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클라우드 기술과 함께 구글드라이브, 드롭박스, 슬랙 등의 툴이 있긴 하지만, ‘협업’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면이 많다.
“화이트보드처럼 연결된 디지털 공간은 없을까?”
“있는데요.”
온라인 협업툴인 ‘비캔버스’가 눈에 들어왔다. 백문의 불여일견. 아래 1분짜리 영상을 보면 어떤 서비스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비캔버스를 서비스하는 조커팩은 올해 6월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열린 ‘엑셀러레이트 코리아-베를린 데모데이’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유망 스타트업으로 주목 받고 있다. 비캔버스의 현재가 궁금했고, 미래에는 어떠한 방향으로 협업툴이 변화할 것인지 궁금했다. 지난 12월 28일 서울 신사역 근처 조커팩 사무실에서 홍용남 대표(사진)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기술의 진화가 업무환경을 변화시켰지만, 각 회사에 최적화된 협업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홍 대표는 여기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우리 팀에 최적화된 협업툴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큰 판넬에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아이디어를 구상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실생활과 비슷한 깊이 있는 협업툴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조커팩이 운영하는 비캔버스는 서비스명 그대로 온라인 상에 형성된 캔버스(화이트보드)에 포스트잇 형식으로 메모, 링크, 이미지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실시간으로 팀원과 공유할 수 있다.
홍 대표는 모바일을 넘어 그 다음 시대(터치형 컴퓨팅 시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스마트폰은 작은 화면이 갖는 제약 때문에 메시지를 확인하는 용도로만 이용됩니다. 하지만 태블릿 또는 대형 터치 스크린은 다르죠”
홍 대표가 협업툴 시장에서 태블릿과 대형 터치 스크린을 주목하는 이유로 사람과 기기간 대화 방식의 변화를 들었다. PC에서는 키보드를 통해서 기기와 소통했지만,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터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 키보드 같은 입력수단이 없기에 정보 삽입과 배치만으로 협업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다음 세대의 스마트폰 이용 패턴은 지금 세대와 상당히 다르다. 최근 모비인사이드에 게재된 “우리 아이가 유튜브에 중독됐어요”란 글을 보면 더욱 적극적으로 모바일 기기를 활용하는 모습이다.
“PC 시절에는 네이트온 메신저가 있었고, 모바일 시대에는 슬랙이 협업툴 시장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새로운 컴퓨팅 시대에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필요합니다. 모바일은 PC에서 할 수 없는 마지막 입력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모바일을 통해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는 등 PC에서는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정보를 기록하고 생산할 수 있습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현실화 되겠죠.(웃음)”
업무환경이 디지털화 되면서 다양한 협업툴이 등장했다. 가끔은 너무 많은 협업툴 때문에 업무가 더 복잡해지는 경우도 있다. 왜 협업툴이 그간 안착하지 못한 것일까.
막상 협업할 일이 별로 없었다는 게 홍 대표의 설명이다. 대기업에서는 정형적인 업무의 연속이고 제한된 영역에서 성과만 달성하면 된다. 같은 부서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 지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기존 회사에서 사용하는 협업 서비스 곳곳에는 비효율적인 요소가 많습니다. 화상회의가 대표적이죠. 화상회의를 하면 사람 얼굴이 화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것보다 서로 오해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환경적인 요소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서비스를 대하는 관점도 협업툴 시장이 성장하는데 어려움이 될 수 있다.
“제품과 서비스들마다 고유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해외의 경우 이용자들이 서비스에 적응하는 형태입니다. 반면, 국내 이용자는 새로운 서비스를 두려워 하죠. 어렵게 진성고객으로 전환을 시키더라도 유료 사용자로 전환시키는 것은 또 다른 일입니다. 해외에는 월 과금형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모델이 보편적이지만, 국내는 상황이 다르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지금도 고민 중입니다.”
기존 서비스 역시 불편하다. 구글드라이브에서 구글문서로 여러 명이 동시에 작업을 하다보면 버벅거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협업툴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인프라도 중요한 요소이다.
“구글드라이브의 경우 실시간 협업을 할 때, 전체 페이지의 변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그려내야 합니다. 쉽게 말해, 이용자가 타이핑 할 때마다 브라우저에서 실시간으로 화면을 그려야 하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명이 이용하면 서비스에 과부하가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비캔버스는 포스트잇 등 작은 정보 단위로 화면을 그리게 만들었습니다. 여러 명이 작성 하더라도 충돌이 발생하지 않게 말이죠”
하지만 모바일로 급변하는 이 시대에서 협업툴의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비즈니스 메신저 서비스인 슬랙이 시장을 장악한 것도 근거 중 하나다. 홍 대표는 슬랙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한 판에서 정보를 만지며 느낄 수 있는 디지털 협업계의 바디랭귀지 같은 서비스’를 원한 것이다.
홍 대표는 현재 비캔버스가 전체 로드맵에서 10% 수준이라며, 다음 시대가 올 때까지 ‘버티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아직은 새로운 서비스에 거부감이 큰 편이지만, 재방문 비중이나 평균 접속시간(1시간)을 봤을 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컴퓨팅 시대의 변화를 바라보고 준비하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되겠죠. 조커팩 팀원들 모두 전투코딩을 사명으로 근성있게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걸어나가고 있습니다”
홍용남 대표는 자신만의 철학과 뚝심으로 협업툴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커팩은 현재 태블릿 버전 개발과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6년에는 시리즈A 투자와 일본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키보드+마우스로 콘텐츠를 생산, 공유하는 시대는 끝물이다. 화면에 직접 터치하며, 콘텐츠를 소비하고 생산하며, 공유하는 것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비캔버스가 그리고 있는 세상은 바로 이곳에 있다. 아무도 가지 않은 미지의 영역, 하지만 누군가는 개척해야 하는 영역을 홍용남 대표는 무겁지만 경쾌한 걸음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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