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광고 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산업인 게임, 그 중에서도 전 세계적에서도 큰 규모를 가지고 있는 일본시장은, 그들만의 독자적인 색깔을 유지하며 게임 산업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광고에 쉽사리 반응하지 않는 일본 국민들의 특성과 ‘오타쿠(お宅)’라는 표현이 말해주듯 한번 유입되면 깊게 빠져버리는 유저들의 높은 로열티, 그리고 애니메이션 산업의 발달로 인한 IP의 두터운 팬층과 유저들의 다양한 니즈를 디테일하게 구현해낼 수 있는 기업들의 뛰어난 기술력 등이 어우러져 일본 게임 시장만의 매력을 형성하고 있죠.
도쿄 게임쇼는 이러한 일본의 수도인 도쿄에서 매년 9월 경에 개최되는 게임 박람회이며(한국의 게임 박람회인 G-Star가 매년 11월에 부산에서 열리듯), 일반적으로 TGS (Tokyo Game Show)로 불립니다. 모비데이즈에서도 일본 클라이언트, 파트너사들과의 미팅과 행사 탐방 겸 TGS에 참여했는데요. 현장에서 살펴본 일본 게임시장의 모습과 TGS 2017 후기를 정리했습니다.
1) 세계 3대 게임 박람회..?
일전에 G-Star를 두 세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 저로서는, TGS 행사의 규모와 글로벌함에 대한 기대감이 컸습니다. 세계적인 게임쇼라는 타이틀과 일본의 거대한 게임 시장 등을 통해 미루어 짐작컨대, 세계인들이 모이는 대규모 게임 페스티벌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별도의 부스를 마련하지 않고 참석했지만, 기존의 파트너사들과의 개별 미팅을 어레인지하고, 팜플렛 등을 준비하면서 부푼 기대감에 한껏 들떠 도쿄게임쇼가 열리는 마쿠하리멧세를 방문했습니다.
– 읭? 여기는 어디인가?
글로벌 게임 박람회라고 하기엔 행사 첫날 많은 인파가 몰리진 않았습니다. 첫날 부랴부랴 출발하여 도착한 마쿠하리멧세 자체는 굉장히 큰 행사장이었는데요. 규모에 반해 해당 행사장이 도쿄게임쇼를 위한 행사장으로 인지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G-Star를 비롯한 MWC, TUNE POSTBACK 등 다른 행사의 경우 건물 자체를 포함하여 근처 가로등, 현수막 등을 모두 행사 관련된 홍보물로 도배가 되어 있었던 것에 비해 도쿄 게임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물론 행사의 규모나 예산에 따라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명성에 비해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 참을 수 없는 휑함
웅장한 건물과는 대조적으로 건물 내부는 넓었지만 그에 대비해 빈공간이 많았기에 휑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특히 Hall 9 ~ 11 (각종 굿즈를 판매하는 공간, 인디게임사들이 모여있는 공간 등으로 활용된 Hall)은 지역 바자회가 열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정도로 썰렁했습니다. 물론 개별 게임사들의 부스는 거대하고 화려했지만, 행사장 자체가 지나치게 넓은 탓이었는지 느껴지는 휑함은 행사 전체의 무게감을 한껏 낮추고 말았습니다.
2) Business Day…?
비즈니스 기간에만 행사에 참여했는데요. 목적 자체도 출시될 게임의 동향을 살피는 것보다는, 일본 내 게임 마케팅을 위한 협력 파트너사들과의 만남 및 현지 클라이언트들과의 미팅이었죠. G-Star와 마찬가지로 Business Day와 Public Day가 구분되어 있기에 장소 또한 G-Star 처럼 B2B 공간과 B2C 공간이 분리되어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TGS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B2B와 B2C, 별도의 구분없이 하나의 공간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상했던 것은 Business Day임에도 불구하고 행사 자체가 B2C만을 위한 행사라는 느낌이 강했다는 것입니다. (평일이라 B2C를 위한 방문객들이 적어서 더욱 휑해보였던 것 같습니다.)
– 소수의 B2B 목적의 참여 업체
행사장을 살펴보니, B2B를 목적으로 참여한 부스 자체가 적었습니다. 대체로 게임 퍼블리셔 또는 소규모 개발사, 게임 제작 관련 유틸리티 서비스 업체 등이 작은 크기의 부스로 외곽에 위치했고, 게임 마케팅과 관련한 솔루션 회사나 매체사들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글로벌 애드테크 업체인 앱스플라이어와 애드저스트도 다른 행사에서는 화려하게 부스를 운영하는데, TGS에서는 조촐하게 부스를 꾸몄더군요.
매체사들 또한 신규로 런칭한 소규모 리워드 광고 서비스나 사전예약 서비스, 또는 인플루언서 기반의 광고 서비스들 몇몇이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화미쯔우(ファミ通) 부스도 광고 상품 세일즈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 그들의 유저들을 위한 굿즈 판매나 프로모션 등을 목적으로 행사에 참여한 모습이였습니다.
A. 일본 광고 시장의 특성
이는 아무래도 일본 게임 광고시장의 특성에서 기인한 현상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소위 5강 체제라고 일컫는 대행사 에코 시스템이 탄탄하게 구축된 일본의 시장 특성상, 구태여 광고 업체들(소규모 대행사나 매체사들)이 부스를 내고 행사에 참여할 니즈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다시 말해서 탄탄한 대행 시스템을 뚫을 엄두가 나질 않아 쉽사리 부스를 내기 어려운 것이죠. 한편 광고주 입장에서는 일본 내에서 게임 광고를 집행하려면 무조건 5개의 대행사를 거치게 되어 있다는 인식 때문에, 해당 대행사들의 컨택 포인트만 갖고 있다면 그 외에 별도의 신규 업체들과의 네트워킹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하여 B2B 보다는 B2C 쪽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입니다.
B. 비싼 TGS 부스의 가격
설령 B2B에 대한 니즈가 있다고 하더라도, TGS 부스의 가격 자체가 큰 허들로 작용하기 때문에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B2B 업체들의 참여가 꺼려질 수 있습니다. 그나마 가장 저렴한 가격의 부스 (작은 테이블 2개를 붙여놓은, 대학교 동아리 면접 장소 느낌의 부스)로 행사 기간동안 꽉꽉 일정을 채워 미팅을 진행하는 게 BEP를 맞추는 최선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파트너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위 두 가지 이유로 TGS 참석보다는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는 한국의 G-Star를 선호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또는 부스를 내어 네트워킹이나 파트너십을 논하는 것 보다 저녁 시간에 네트워킹 파티를 주최하는 것이 ROI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라는 말들도 많았습니다.
C. 언어의 장벽
글로벌적으로 유명한 해외 매체사들의 경우 언어의 장벽이 더 큰 허들일 수 있습니다. 그들의 눈에도 일본은 타 시장과 구별되는 개성이 뚜렷한 매력적인 시장이기에 일본에서 개최되는 큰 규모의 게임 박람회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스로 참가한 해외 업체 이전에, 행사장 자체에 입장한 사람들 중에서도 외국인들을 찾기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일본 업체들의 부스 (대체로 일본 업체였습니다만)에 영문으로 된 브로셔를 비치한 부스도 거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영어로 응대가 가능한 직원이 함께 있는 부스도 드물었습니다. (영어를 할 수 있다는 직원들 조차도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하기에는 역부족이더군요) G-star의 경우 다양한 해외 솔루션 업체들이나 매체사들이 크게 부스를 꾸며 놓곤 하는데요.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게임사들도 많이 행사에 참여하여 해당 기간에 맞추어 그간 서면으로만 커뮤니케이션 하던 파트너사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곤 했습니다. 반면, 도쿄게임쇼의 경우 글로벌 게임 박람회라기보다 일본 게임 박람회라고 하는 게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TGS 첫날, 넓디 넓은 공간을 누비며 구석구석 숨어있던 작은 B2B 업체들을 찾아다니면서 위와 같은 생각을 했는데요. 인사이트 외에는 별다른 수확이 없었던 행사장과 달리 그날 저녁에 진행된 네트워킹 파티가 개인적으로 훨씬 유익했습니다. 레이백하며 술과 함께 즐겁게 파티를 즐기는 외국의 네트워킹 파티에서는 보기 드문, 명함 교환이 곳곳에서 이루어졌는데요. 일본 모바일 광고 업계 사람들 – 주요 대행사 분들과 솔루션사 분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서 들고 간 명함을 모두 나눠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첫날이 지나고 맞이한 두번째 날은 미리 잡아둔 미팅 일정까지만 소화를 하고는 복도 테이블에 앉아 전날밤 파티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명함을 정리하며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G-star의 열기가 매년 사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던 만큼 기대를 크게 가졌던 도쿄 게임쇼였습니다. 하지만 참석 후 되려 올해 G-star를 기대해보게 됐습니다. 도쿄 게임쇼에 오지 않았던 해외 파트너사들이나, 도쿄 게임쇼에서 새롭게 만났던 파트너사들 모두 G-Star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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