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세일즈연구소 유장준 대표의 칼럼을 모비인사이드에서 소개합니다.
인사, 기획, 마케팅, 영업, 재무회계, 개발…내가 원하는 대로 선택하면 무조건 채용이 되는 여섯 개 부서가 있다고 치자.
당신은 어떤 부서를 선택하겠는가?
진짜로 어떤 부서에서 일하고 싶은가?
정확한 통계 자료는 없지만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물어본다면 아마도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 필자 생각으로는 인사, 기획, 마케팅, 개발, 재무회계, 영업 순으로 나오지 않을까 예상된다. 인사와 기획 업무는 뭔가 근본적인 가치를 논하는 사장놀이로 재밌을 것 같고, 기획과 마케팅 업무는 아이디어가 샘솟아 재밌을 것 같고, 개발 업무는 테크놀로지를 하나씩 정복해 나가다 보면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고, 재무회계 업무는 특수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사람들이 나에게 의존할 것 같다. 그러나 영업 업무는 왠지 고생만 할 것 같아 최하위의 선택을 받을 것 같다.
그런데 만약에 직장생활을 조금 오래 경험한 필자에게 물어본다면, 약간 다른 선택을 할 것이다. 인사 업무는 일의 끝이 없고 지저분한 일을 도맡아 해야하며 까딱하다가는 송사에 휘말릴 수가 있을 것이다. 기획 업무는 알고 보니 사장님 말씀을 받아 적는 타자기 역할로 전락할 소지가 많을 것이며 거의 매일 자정 퇴근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마케팅 업무는 브랜드 인지도가 거의 없다시피 한 스타트업의 특성상 학교에서 배웠던 이론이 거의 쓸모가 없을 것이며 대행사를 쓸 경우 실전 능력의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개발 업무는 경험을 쌓을수록 기술 개발만으로 세상을 바꾼 다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며 조만간 새로운 물결이 도래하고 나이가 들면 개발자로서의 나의 수명도 곧 끝날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할 것이다. 또 재무회계 업무의 경우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이유로 1년 365일 사장실에서 최대한 가까운 의자에 앉아 있을 것을 강요당할 것이다.
너무 편파적인 발언일지 모르겠으나, 영업 업무는 좀 다르다. 젊을 때는 좀 그저 그랬더라도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들수록 이만한 직업이 없다고 여겨진다. 일단 알음알음 인맥이 풍부해져 무언가를 알아보고 추진할 때 해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쉬워진다. 또한 주변 사람들이 사업에 성공하고 실패하는 사례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비즈니스를 논할 때 전후좌우 판단을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다. 탁상공론을 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래가 두렵지가 않다. 어차피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십수 년간 비즈니스를 논하고 일으키고 추진하고 망해도 보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냥 하던 일을 계속하면 된다. 정년이 없다는 말이다. 나이 들어서 뭘 할지 걱정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스타트업 사람들은 영업을 멀리하는 걸까?
이 질문은 세계적인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Daniel Pink)도 똑같이 던진 적이 있다. 왜 사람들은 영업을 멀리하는 걸까?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그는 설문조사를 했다고 한다. ‘영업’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골라보라고 한 것이다.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영업’이라고 하면 강요하는(pushy), 진실성 없이 지나치게 상냥한(smarmy), 힘든(tough), 어려운(difficult), 공격적인(aggressive), 추잡한(sleazy) 등이 연상되었다. 즉 부정적인 단어들이 많았다. 그런데 부정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동시에 긍정적인 단어들도 있었다. 필수적인(necessary), 도전적인 (challenging), 재미있는(fun), 본질적인(essential), 중요한(important) 등이 그것들이었다. (다니엘 핑크 <파는 것이 인간이다>, P.71~74) 문제는 긍정적인 단어들보다 부정적인 단어들이 훨씬 많이 연상되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영업을 멀리하는 것이다. 이해 못할 일이 아니다.
한편, 노스웨스턴 대학교 켈로그 경영대학원 (Northwestern University – Kellogg School of Management)의 크레이그 워트만(Craig Wortmann) 교수가 아주 재밌는 분석을 했다. 월트만 교수는 ‘스타트업’ 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설문 조사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스타트업’ 하면 예지력(visionary), 열정적인(passionate), 전략적인(strategic), 갈구하는(hungry), 모험적인(risk taker) 등의 단어들이 떠오른다고 답했다. 알고 보니 이러한 단어들은 ‘영업’을 설문 조사할 때 긍정적으로 연상되었던 바로 그런 부류의 단어들이었다.
즉, ‘영업’과 ‘스타트업’ 모두 ‘열정적’이며 ‘도전적’이며 ‘본질적’인 이미지를 연상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워트만 교수는 스타트업이 영업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여 역량을 키우면 분명히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영업과 스타트업이 궁합이 잘 맞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열정적으로 영업하는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영업도 매우 본질적이고 진지하게 보인다. 부정적인 모습은 연상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다니엘 핑크는 앞으로 비(非) 영업과 영업의 구분이 허물어질 것이라며 (To Sell is Human p.55~57), 전진 배치 엔지니어(forward-deployed engineers)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전진배치 엔지니어란 엔지니어가 직접 고객을 만나 고객을 상대하고 니즈를 파악하여 시간의 지체 없이 바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말한다. 보통 고객을 유치하고 그들을 만족시키는 업무는 영업 담당자가 맡아 왔지만, 이제 엔지니어도 영업을 배워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The Sales Engineer’s Handbook>과 같은 엔지니어를 위한 영업 책이 많이 출판되고 있다. 왜냐하면 이제는 기업들이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다양한 일을 많이 하게 하는 시스템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영업을 멀리하지 말라. 어차피 당신이 무슨 일을 하든 결국 영업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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