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CO. 조명광 대표가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번 더 소개합니다.
헤밍웨이의 소설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는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미국에서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실제로 이 소설이나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은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의 배경은 모른 체 인용하고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의 제목은 영국의 성공회 사제이자 시인인 존 던의 설교 중 한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therefore never send to know for whom the bell tolls it tolls for thee.”
해석해 보면 누구를 위한 조종(죽은 이를 위로하기 위해 울리는 종)인지 알려고 하지 마라 그것은 너를 위한 것이다.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는 존재라는 의미이다.
소설의 내용 또한 스페인 내전에 참여한 주인공이 의미 없는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인간의 무력함을 묘사하고 인류가 자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마케팅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갑자기 이런 심각한 얘기를 하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마케팅 위기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마케팅은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는 것인지 생각해보자.
마케팅의 시작은 미미했다. 초기 생산 개념의 마케팅 시대나 제품 개념의 마케팅 시대에는 아직은 공급자 중심의 마케팅 시대였다. 제품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만 해도 판매가 되던 시대에서 초공급의 시대가 되면서부터 마케팅은 하나의 의미로 정의하기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최근의 마케팅은 소비자의 행동과 심리를 연구해서 보이지 않는 욕망을 건드려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초기의 마케터는 마케터라고 불려질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경쟁을 넘어서 생존을 위한 마케팅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 나의 경쟁우위를 위해서는 금도를 벗어나는 일도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다. 마케팅을 위해서라면 성적 메시지는 기본이고 인종차별적 광고까지 버젓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광고만의 문제는 아니다. 마케팅을 위해서라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이슈를 생산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세태가 마케팅의 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쯤 되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마케팅인가에 대해 고민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마케팅의 부도덕과 존재에 대한 의심은 마케팅의 위기가 될 것이고 마케팅의 공멸을 불러올 수 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기는 요즘이다.
1. 마케팅은 누구를 위해 하는 것인가?
마케팅의 대상이 누구인지 인식하는 것이 마케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아주 쉬운 문제 같지만, 제일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다.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낼 때 분명히 소비자를 타깃에 두고 마케팅을 시작하지만 마케팅을 하다 보면 마케터 스스로가 자신을 위해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던가 경쟁업체의 마케팅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동조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 한다.
모든 마케터들이 연말이 되면 고민하는 것이 ‘내년에는 무엇으로 고객들에게 어필할 것인가?’다. 또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만들어지기 전 D-Day에 일정을 맞춰가며 열심히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기획하게 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가끔씩 타깃이 실종되고 마케팅을 해야 해서 하는 경우나, 내부 의사결정권자들의 호불호에 따라 프로세스가 흘러가는 경우도 발생한다. 제품이 나오니까 마케팅을 해야지라는 나이브한 생각이나 이런 마케팅을 해야 의사결정권자가 좋아할거라는 식의 방향을 잃은 기획들이 난무할 수도 있다. 마케터가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보니 소비자에게만 초점을 맞춰 진행하는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마케팅 자체의 실적이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실행하는 전술들이 있지는 않는가 고민해야 한다.
2. 경쟁이냐 전쟁이냐?
위에서 잠깐 콜라 시장의 광고들을 잠시 들여다보았는데 아주 작은 사례에 불과하다. 너무나 많은 상품이나 서비스들이 경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는 곳이 마케팅 영역이다. 초과잉공급의 시대에 경쟁을 불가피하다. 문제는 경쟁을 넘어서 전쟁으로 치닫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음료 시장의 양대 라이벌이나 햄버거 시장의 두 강자, 기저귀 시장의 거인들의 전쟁 사례는 무수히 많다.
2016년 한국에서는 면세점 전쟁이 치러졌다. 면세점 허가 신규 취득 기업들은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경쟁사 우수고객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사태까지 펼쳐졌다. 이에 뒤질세라 기존 면세점들은 수성을 위한 마케팅으로 방어한다.
양극화 마케팅도 도를 넘고 있다. 굳이 타깃이 되지 않을 고객들을 골라내고 위화감을 조성하는 마케팅으로 논란을 일으키는 기업들도 많다. 마케팅에서 경쟁사는 적이고 소비자는 점령해야 할 고지라고 가르치고 있으니 마케터들은 부메랑으로 돌아올지도 모를 전략 전술을 남발하고 있다.
3. 소비를 소비하는 소비자
삶을 위한 필요에 의한 소비가 아닌 기호로서의 소비가 소비가 된 시대이다. 장 보드리야르는 사람들은 자신을 타인과 구별 짓는 기호로서 사물을 항상 조작한다고 했다. 마케터들은 타인과의 구별 짓는 기호라고 계속해서 세뇌하면서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마케터들은 여전히 소비를 하면 안락해지고 행복해지고 안전해진다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소비자는 needs가 아닌 wants를 마케터들로부터 강요받고 있다. 개성이 중요하고 남과 다른 이미지를 소비해야 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는 것은 개인보다는 기업들이 이끌어온 마케팅 시대의 모습이다. 소비자를 위한 마케팅이 아닌 소비를 위한 마케팅이 되어버린 현실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피라미드를 언급할 필요도 없이 인간의 기본적 욕구의 해결은 다른 욕망으로 전이를 가져온다. 다만 그런 욕망을 부추겨 과도한 소비를 통해 시장 자체를 부정하게 만드는 역설로 되돌아 오지 않도록 마케터들도 되돌아봐야 한다.
다행히 최근에 사회적 마케팅 개념의 시대를 열고자 하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기업들은 지속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회와 환경까지 고려한 경영과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사회적 마케팅이란 기업의 마케팅 결과가 길게는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고민하고 사회의 이익에 기여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다만 이런 활동들이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일회성 개념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마케터들이 변하고 기업이 변해야 한다. 마케팅에서 경쟁사는 동반자이고 소비자는 존재의 이유가 되어야 한다. 마케팅에서 소비자는 목표가 아니라 목적이 되어야 한다.
쉬어가는 의미로 메탈리카의 ‘For whom the bell tolls’ 한번 들어보자.
아래는 존 던의 시이다. 음미해 보자. 편한 언어로^^
No man is an island, entire of itself
every man is a piece of the continent, a part of the main
if a clod be washed away by the sea,
Europe is the less, as well as if a promontory were,
as well as if a manor of thy friend’s or of thine own were.
Any man’s death diminishes me
because I am involved in mankind,
and therefore never send to know for whom the bell tolls
it tolls for thee.
그 누구도 스스로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일부분, 전체의 부분이다.
만일 흙 한 덩이가 바다에 씻겨 나가면,
유럽 대륙이 그만큼 작아질 것이고, 바다의 갑(岬)도 그럴 것이고,
당신의 친구나 당신 자신의 영지(領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누구의 죽음도 나를 줄어들게 한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에 개입되어 있으니까.
그러니 누군가를 보내 알려하지 마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냐고.
종은 당신을 위해 울린다.
[조명광의 21일 마케팅] 시리즈
(8) 정답이 없는 마케팅..실패는 누구의 책임 ?
(7) 돈이 마케팅의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6) 마케터는 약간의 사짜 기질이 필요하다고?
(5) 마케팅이 어떻게 변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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