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병은 커녕 오히려 출근이 행복하다는 유호현 엔지니어의 출근지는 바로 실리콘 밸리에 위치한 Airbnb 본사다. 유호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자연어 처리 엔지니어로 트위터에서 3년 경력을 쌓고, 1년전 Airbnb로 이직하여 결제팀에서 내부 결제 시스템 API를 구축중이다.
[스타트업으로 세계여행하기] 시리즈에서는 에어비앤비, 알리바바, 텐센트, 스냅 등 세계 혁신의 근원지라고 불리는 유수 IT기업에서 종사 중인 한국인들과의 인터뷰를 다룰 것인데, 그 첫 편으로 유호현 엔지니어를 만나 에어비앤비의 기업문화와 실리콘 밸리에 대해 알아보았다.
유호현 엔지니어는 학부는 영문학과를 선택했고, 석사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였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된 전공을 하지는 않았지만, 어릴 적부터 프로그래밍을 좋아해서 틈틈이 코딩으로 이것저것 만들어보는 것이 취미였다. 이후 2010년 미국으로 건너가 정보과학을 전공하던 중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때부터 세계 유수 대학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Coursera를 통해 여러 알고리즘 수업을 들어며 체계적인 컴퓨터 공학 공부를 시작했다. 두 번의 인턴쉽 경력을 통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는 직업에 대해 배웠다. 2013년 트위터에서 자연어 처리 엔지니어로 면접제의가 와서 스타트업에 가까웠던 트위터에 합류, 3년간 자연어처리 처리팀과 검색팀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2016년 에어비앤비에서 입사제의를 받아 이직하게 됐다.
트위터에서 자연어처리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트윗을 분석해 자주 언급되는 단어로 트위터 트렌드를 만들고, 검색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분석하는 역할을 맡았다. 또 트위터 코리안 텍스트(지금은 오픈 코리안 텍스트, openkoreantext.org)라는 오픈 소스 라이브러리를 열어 외국인들도 쉽게 한국어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 에어비앤비에서는 모든 결제가 잘 콘트롤 될 수 있도록 결제 시스템 API를 구축 중이다.
유호현 엔지니어가 말하는 실리콘 밸리에서는 한국의 대기업처럼 상사가 상명하복식으로 업무를 전달하지 않는다. 대신 자율적으로 자신의 프로젝트에 책임을 지고, 목표를 세우고, 목표 달성 계획을 세워 하나하나 성취해 나가야하며, 그것에서 즐거움을 느껴야 실리콘 밸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스스로 자기가 할 일을 만들어 나가기에 ‘일의 강도’라는 것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업무의 강도라는 게 누가 일을 시켜서 일을 해야 강도라는 게 생기죠. 하지만 대부분의 실리콘 밸리 회사에서는 하고 싶은 만큼 하는 거에요. 기여한 만큼 레벨과 연봉을 받고요. 에어비앤비 엔지니어들에게는 레벨이 3부터 8까지 존재합니다. 근속 연수와 나이가 아닌 전문성과 능력에 따라 이 레벨이 결정되어, 페이먼트 팀이라 치면, 레벨 3정도면 은행이랑 API 연결하는 정도의 프로젝트를 맡아서 하고,레벨 8은 페이먼트 시스템 전체를 설계하는 등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일을 하죠. 어떤 엔지니어는 능력이 뛰어나 대학교 졸업하고 5년만에 레벨 7까지 오르기도 하고요, 어떤 50대 후반의 엔지니어는 레벨 4로 더 적은 연봉을 받지만 자신의 능력과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만 아주 행복하게 일을 해요. 이렇게 나이가 많다고 승진하지 않고 내가 얼마나 성취를 내고 기여를 했느냐에 따라 연봉과 레벨이 결정되기에 자기가 원하는 목표에 따라 스스로 일을 해 나갈 수 있어요.
회사 일이 아니라 ‘내가 내 일’을 하는 것이라 출근이 즐겁다는 유호현 엔지니어, 출근길이 즐거운 또 다른 이유는 동료들의 host(주인)같은 ‘친절함’이다. 20대~30대가 주를 이루며, 40대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동료들이 있고 이민자들, 외국인들이 섞여있다보니 열린 사상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 한다. 또한 에어비앤비에서는 우리나라의 인성검사와 같이 Cultural Interview(문화 인터뷰)를 실시한다. 아무리 코딩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이 인터뷰에서 떨어지면 입사하지 못한다. 유호현 엔지니어는 코딩면접을 거친 후 문화 인터뷰에서 ‘네 인생의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느냐’,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에서 호스트의 모범을 보여준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 등의 질문을 받았다.
에어비앤비의 핵심가치는 ‘Be a Host’이다. 어떤 사람이든 소속감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에어비앤비에서는 얼마전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에 맞서기 위해 ‘누구든지, 종교가 무엇이든지 우리는 하나’라는 논지의 캠페인인 #weaccept을 발표했다.
유호현 엔지니어는 이렇게 ‘싸우지 않는’ 기업에 일할 수 있고, 전세계의 사람들을 한 플랫폼에 모으자라는 가치를 말하는 기업에 종사하는 것이 감사하다고 한다. 모든 회사는 이렇게 에어비앤비의 ‘Be a Host’처럼 기업 내부에서 공유하는 핵심 가치가 있는데, 스타트업은 특히 이 핵심가치를 구성원들에게 인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실리콘 밸리에서 업무의 결정권은 CEO에게 집중되지 않고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프로덕트에 책임을 지고 의사 결정을 해 나가기 때문에, 이 핵심가치가 통일되지 않으면 서로 다른 가치판단을 하여 기업의 방향이 엉뚱한 곳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많은 한국의 대기업에서는 디자이너가 좋은 작업물을 내더라도 사장님이 아니라하면 새로 작업을 시작해야하죠. 하지만, 에어비앤비에서는 사장님이 아니라고 말한들 그것은 사장님 개인의 취향이지 결정권은 디자이너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실리콘 밸리의 혁신, 창의력은 ‘사장님’이 아닌 ‘최고의 전문가’가 자신의 영역에서 책임을 지고 결정을 내리는 데에서 나오는 거죠”
스스로에게 결정권이 있는데서 혁신이 나온다고 유호현 엔지니어는 말한다.
“예를 들어 주소록 앱을 만든다 치면, 한국의 대기업에서는 200장의 기획서가 나오겠죠. 하지만 여기에서는 단 2장의 기획서면 충분합니다. 한국에서는 기획자가 구성하고 설계하여 엔지니어에게 기한을 정해주고 숙제를 내주는 식으로 기획서를 전달하죠. 그러면 엔지니어는 기한을 맞추기 위해 내가 잘하던 것, 내가 잘 쓰던 언어, 내가 쓰던 코드를 갖다 붙일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실리콘 밸리에서는 디자이너, 프로젝트 매니저와 함께 세상을 바꿀 최고의 주소록을 만들어 보라며 프로젝트를 던져주고 끝입니다. 내가 처음부터 기획하고 구성하는데 참여하기에 최고의 디자인, 최고의 기능으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생기죠. 그렇기에 일이 많아져도, 야근에도 거부감도 없어요.(평소에는 5시~7시에 퇴근하지만..) 내가 창조하고 싶은 걸 내 손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키는 대로만 일하면 혁신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중학생들을 모아놓고 인형 눈을 붙이는 일을 시킨다면, 가둬놓고 감시하면서, 빨리 붙이라고 독려하고, 생산량 체크하고, 정신교육 하면 가장 인형 눈을 많이 붙일 수 있겠죠. 하지만 대학교, 대학원 나온 사람을 그저 모아두고 최대한 인형 눈을 많이 붙여야된다는 과제만 주면 그들은 깊이 생각하다가 인형눈알을 붙이는 기계를 만들지 않겠어요? 이렇게 자율성이 어느 정도 있어야 혁신이 나옵니다. 또한 기업 경제 구조의 유연화도 필요해요. 한국에서는 대기업 중심에 있는 상위 몇 퍼센트만 잘 살 수 있는 구조죠. 정부가 주도적으로 대기업에 투자하고, 돈이 다 그 쪽으로 몰려있으니까요. 실리콘 밸리에서는 꼭 이름있는 회사를 가지 않아도 되요. 대기업 나와서 스타트업가도, 중소기업가도 돈을 더 받을 수도 있어요. 자본이 대기업에 쏠려있지 않기에 선순환이 일어납니다. 구글의 엔지니어, 애플의 엔지니어들이 그곳에서 나와 중소기업에 가서 그 회사를 키우며 생태계가 발전하는 거죠.”
마지막으로 이렇게 개인의 자율성이 보장된 곳, 일이 즐거운 곳에 취직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기본적으로 알고리즘에 대해 잘 알고, 데이터를 잘 다루어야겠죠. 그 다음으로는 아키텍쳐 레벨의 기술이 있어야해요. 전체적으로 바라봐야합니다. ‘무조건 속도가 중요하다!’가 아니라 어떨 때 속도가 중요한지 어떨 때 확장성이 중요한지 판단해서, 흠이 없는 아키텍쳐를 구현할 수 있도록 공부해야해요. 또 후배를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르치고 함께 성장해나가야 의미가 있죠. 영어실력은 대학교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수준이면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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