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피터 드러커는 그의 책 ‘성과를 향한 도전’에서 집단 내에 다양한 의견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성과를 올리는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의도적인 의견 불일치까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모두가 한 가지 의견만 찬성하고 동의하는 조직은 다양한 관점에서 현상을 볼 수 없으니까요. 피터 드러커가 말한 의도적인 의견 불일치의 이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의사 결정권자가 조직의 포로가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2. 반대의견을 통해 여러 선택안을 마련할 수 있다
3.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
피터 드러커는 반대 의견이 나오지 않으면 결정하지 않는 것을 추천하고, 조직에서 만장일치라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의견 불일치의 원인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다른 의견이나 반대되는 의견에 대해 모두가 관용적인 입장에서 들어주고 대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팀의 리더는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에 대해서도 편견없이 이야기를 듣고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대화 할 의무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다양한 의견은 다양한 사람을 통해 나옵니다.
뚜렷한 정치색을 가진 정당에서는 의원들이 하는 이야기의 스펙트럼이 넓지 못합니다. 특정 대안 미디어 사이트에서도 이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접속했기에 댓글의 폭이 다양하지 못합니다. 다양하지 않은 포털에서 이것이 전체 사회의 의견이라고 오해하면 제대로 결정을 하는데 지장을 줍니다.
군대를 생각해봅시다. 처음 군대간 사람들이 느끼는 생각 중 하나는 “세상에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있구나”하는 것일 겁니다. 군대 오기 전 같은 대학교, 같은 동네, 같은 직장의 비슷한 구분된 사람들끼리 지내다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군에 오면 다시 적응하기 바쁩니다. 군인이라는 것을 적응하기에도 바쁘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하고 같이 살아야 하는지 적응하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이런 다양한 사람들끼리 생활했던 군 생활이 재미있었던 추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군대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드물겁니다) 적응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강제로 가족이 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세상을 아는 즐거움도 있었을 것입니다.
최근 ‘전공 무관’ 채용이 예전보다는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물론 겉으로만 전공 무관이고 실제로는 상경계나 특정 전공을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말 전공 무관으로 신입을 채용하고 단지 일할 수 있는 역량을 보는 것은 조직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고무적인 일입니다. 아파트를 짓는데 건축학과 출신만 와서 이야기 하는 것보다 아동심리학 출신이나 산업심리학 출신, 자동차학과 출신이 함께 이야기하면 전에 보지 못했던 다양한 의견이 아파트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이런 특성들이 만든 관점이 브랜드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이 정도까지는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사람을 뽑는 것 말이죠. 하지만 진정한 시험대는 ‘다양한 사람을 유지하는 것’에서 벌어집니다. 다양한 인재의 숲을 만들었다고 좋아하지만, 떠나가고 남는 사람들이 일정한 성향을 보이면 곧 다채로운 인재의 숲은 한 가지 종류의 나무만 남고 맙니다.
회사에서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보통 어떻게 바라봅니까?
물론 사회생활을 할 수 있고 합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사람 중에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 말이죠. 다섯 명이 회의실에 모이면 보통 처음 의견을 낸 사람의 이야기를 따르기 쉽습니다. 회의 주제를 생각하지 못했거나, 특별한 아이디어가 없는 경우에는 보통 시간을 끌다가 처음 나온 아이디어가 가장 무난할 때가 많습니다. ‘무난하다’는 것은 사실 ‘평범하다’의 다른 이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우리도 해 본다든지, 우리가 이미 한 것의 변주가 되는 수준에서의 이야기들이죠.
보통은 안정감있게 느껴지는 의견에 돈과 시간을 쓰자고 하는 것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기에 선택하게 됩니다. 하지만 엉뚱한 사람은 과거에 얽매이는 경우가 좀 덜합니다. retro한 것을 말할 때가 더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시장에 나온 결과물에서 귀납적으로 새로운 결과물을 찾는 게 아닌, 시장에 나온 결과물을 만드는 원인들에서 귀납적으로 새로운 결과물을 도출하는 사고를 합니다. 원인을 한 번 더 고민하고 원인들을 머릿 속에 모으고 그것들이 변화하는 추세를 직관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 단순히 ‘엉뚱하다’라고 판단 받기에는 너무 아까울 때가 많습니다. 증명이 당장 안된다고 인정하지 않는 수학 공식이죠. 이게 더 위험한 결정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기업가적 마인드는 훨씬 맞을 때가 많습니다.
보통 회사는 CEO의 성향대로 이사회의 분위기대로 사람이 추려집니다. 사람을 어렵게 뽑을 때는 다양한 전공과 경험으로 뽑아 놓고서는 ‘성향’으로 사람을 추립니다. 빠른 녀석, 질긴 녀석, 꼼꼼한 녀석 이런 식으로 리더들의 머릿 속에 정리해 놓고는 가장 우리 회사와 맞는 녀석을 남기죠. 그런 인재상이 아닌 사람들은 회사에서 얼마 버티지 못합니다. 보고회나 회의 때 매번 안 좋은 피드백을 받다가 지레 지쳐 버리고 맙니다. 시간이 지나면 회사에는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남습니다. 한 가지 안건에 대해 바라보는 생각의 프레임 자체가 비슷한 사람들만 남아서 다른 차원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골몰하는 일이 벌어지죠.
경력이 10년을 넘으면 학력을 잘 안 본다고 합니다. 그만큼 경력 자체가 주는 것이 더 크다는 거겠죠. 인재의 풍성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도 마찬가지 입니다. 다양한 대학교, 다양한 전공의 사람이 남아 있다고 인재의 숲이 다양성을 가지지는 않습니다. 다양한 경력,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융합되어서 시장에서 내 놓지 못한 대안을 내 놓아야 다른 시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활용 방법을 몰라 다양성을 가진 사람에게 퇴사의 압박을 가하는 것은 기업 스스로 내 놓지 못한 답의 책임을 개인에게 지우는 부끄러운 일입니다. 인재 관리의 최고 책임자는 자신이 책임지고 뽑은 인재를 왜 활용하지 못했는지 그 사람에게 아니라 자신에게 물어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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