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테크에서 ‘데이터’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데이터를 통해 광고 효과를 측정 할 수 있고, 이용자가 온라인에 접속할 때마다 기록된 데이터는 효과적인 광고집행을 위한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성과에 특화된 광고 플랫폼 플레이어들이 데이터 기반 타겟팅 기능 밎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있고, 이를 통해 마케터들에게 보다 효율이 높은 ‘타겟팅 광고’을 제공한다. 데이터가 타겟팅 광고에 사용될 사용자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프로그래매틱 광고’는 타겟 사용자들에게 광고를 전달하기 위한 전달 방식이다.
기존의 개별 매체 제휴를 통한 광고 서비스는,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는 타겟팅된 사용자들에게 광고를 전달하기에 효율이 낮았다. 그래서 (여러 매체와 제휴된) 대형 광고 네트워크와 연결을 통해 간접적으로 개별 매체에 방문하는 타겟 사용자에게 광고를 전달할 수 있는 “프로그래매틱 광고”가 활성화 됐다.
오늘날 우리는 일상 생활 속에서 수시로 온라인에서 접속하며 방대한 데이터를 만들고 있는데, 데이터 분석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퍼포먼스 마켓팅’이 가능해졌고, 이를 뒷받침하는 ‘타겟팅 광고’와 ‘프로그래매틱 광고’ 기술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국내에서 애드테크에 대한 관심은 커져가고 있지만,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는 플레이어와 기술적인 용어 등으로 기피하거나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현업에서 광고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종사자는 어떤 관점으로 국내 애드테크시장을 바라보고 있을지 궁금했다. 이에 지난 12월 2일 서초역 근처에 위치한 와이더플래닛 사무실에서 정수동 CTO(사진)를 만나, 개발자 관점에서 바라본 대한민국 애드테크 생태계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와이더플래닛(Wider Planet)’은 2010년 설립된 국내 애드테크 회사로 빅데이터 기반의 타겟팅 광고 플랫폼인 ‘Targeting Gates(타겟팅 게이츠)’를 운영하고 있다. 구글, 바이두 등과 글로벌 업체들과 광고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DSP(Demand Side Platform)와 DMP(Data Mangemnet Platform) 플레이어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정수동 CTO는 오버추어,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검색광고 및 웹검색 개발을 하다가 와이더플래닛의 공동 창업자 겸 CTO로 합류했다. 2010년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대한민국 모바일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등 모바일 시장을 진출하기 위한 등용문이였다. 이에 와이더플래닛도 모바일 시장에 주목하고 광고 서비스를 개발했는데,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처음에는 모바일을 활용한 위치기반서비스(LBS)에 주목했습니다. 이용자의 위치정보와 지역광고가 결합되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약 1년간 개발을 진행했지만, 당시 광고 수요에 부족함을 느끼고 중단됐습니다. 현재도 여러 업체가 위치기반 광고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으나, 시장은 여전히 파편적이죠.”
와이더플래닛은 다음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타겟팅 광고에 주목했다. 당시 모바일 광고시장은 스마트폰의 폭발적 성장에 비해 성장세가 더딘 편이었다. 결국 그들은 PC 기반 타겟팅 광고 플랫폼을 선보였는데, 애드테크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계기가 됐다.
“당시 타겟팅 광고 플랫폼으로 PC 시장에서 자리 잡았지만, 모바일 시장은 아직 크게 열리지 않은 상황이었죠. 하지만, 아시다시피 2014년 후반부터 국내외 대형 게임사들의 광고가 모바일로 이동하면서 시장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모바일로 서비스 영역을 넓혔죠. 대부분의 회사들이 앱 마케팅 또는 앱 설치 마케팅 위주로 모바일 시대를 대비하는 모습인데요. 앞으로 퍼포먼스를 고려하는 광고주가 증가할수록 모바일 타깃팅 시장은 더 확대될 것입니다.”
그들은 데이터를 가공하고 분석하여 가치를 창출하는 DMP와 분석된 데이터로 효율적인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 DSP 등을 운영하고 있다. 흔히 DSP가 ‘광고주만의 만족을 위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수동 CTO는 ‘광고주와 매체 모두가 만족해야 하는 중계 비즈니스’라며, 보다 정교한 분석으로 광고주의 KPI를 만족시키며 매체 매출에 기여하는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퍼포먼스 마겟팅은 CPM(Cost per Mille, 노출당 단가) 광고 형태는 거의 없어지고, CPC(Cost per Click, 클릭당 단가)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단순히 대상 사용자의 관심사에 매칭을 하는 기술도 필요하지만, 사용자가 광고에 반응할 것인지 예측하는 기술이 필요하죠. 그래서 타겟팅 게이츠와 같은 DSP는 광고 집행 데이터와 알고리즘 기술력이 중요합니다. 데이터가 없다면 최첨단 기계학습 기반의 알고리즘 개발도 이뤄지지 않죠. 또한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마케터들의 니즈와 매체 및 사용자 환경에 맞춰 변화할 수 있는 데이터 마이닝 기술도 필요합니다. 와이더플래닛은 앞으로 O2O 데이터까지 포용할 수 있는 DSP 업체로 성장하기 위한 채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DSP는 프로그래매틱으로 운영되는데, 그 연장선에는 RTB(Real-Time Bidding, 실시간 입찰 거래) 시스템이 있다. 쉽게 설명해서 다수의 DSP가 실시간으로 최적화된 광고 인벤토리(이용자와 광고지면)를 분석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광고를 경매를 통해 구매하는 거래방식이다. 효율적인 거래 방식이라고 할 수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고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수동 CTO는 국내 애드테크 시장에서 대다수의 기업들이 프로그래매틱으로 광고를 하고 있지만, RTB 부문에서 성과는 미비한 상황이라며 그 배경에 대해 두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RTB는 광고 인벤토리를 유동적인 가격으로 구매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경매에서 높은 단가를 제시한 광고가 매체에 노출되어서 매체의 매출을 높혀주는 것이죠. 다수의 비슷한 단가의 DSP가 가변적으로 응찰을 해야 효율이 증가하는데, 국내 시장은 DSP 별로 단가 차이가 많습니다. 즉, 굳이 매체가 경매 시장을 만들어서 여러 DSP가 동시에 참여하는 RTB 방식이 아니라 단가가 높은 DSP 순서로 광고 요청을 일대일로 보내는 미디에이션 방식을 해도 매체의 매출이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미디에이션의 경우 연동되어 있는 여러 DSP를 순차적으로 호출하여 광고가 거래됩니다. 인터넷 인프라가 빈약하다면 여러번의 광고 요청과정에서 광고가 늦게 송출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서버에서 비딩이 완료되고 광고가 송출되는 RTB를 선호할 수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인터넷 인프라 수준은 너무나 우수하죠.”
그는 추가적으로 RTB 클라이언트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면, 기술적인 고민도 필요하다고 덫붙여 설명했다.
“보통 RTB를 운영하면 0.1초(100미리 세컨드) 안에 인벤토리 분석, 유저의 클릭율 및 전환율 예측, 입찰가 설정, 응찰값 송출 등 모든 프로세스가 진행되야 합니다. 이 때 RTB 거래가 이뤄지는 호스트 서버의 위치가 중요합니다. 구글의 애드익스체인지(더블클릭)의 경우 홍콩에 있는 서버가 아시아 전역의 거래를 담당하는데요. 서울에서 홍콩까지 데이터가 전달되는 평균 0.06초가 소요되기 때문에 최대 0.03초 안에 모든 분석을 완료해야 합니다. 일본의 경우 홍콩까지 데이터가 전달되는데 0.03초가 소요됩니다. 국내 RTB 시장이 글로벌하게 성장하려면 이러한 부분도 보완되야 하겠습니다.”
와이더플래닛은 PC 웹기반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지만, 모바일 시장은 또 다른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사용자의 데이타가 모바일 웹(Web)과 앱(App) 두가지 형태로 나눠져 있고 모바일 애드네트워크들이 개방이 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와이더플래닛은 독자적인 Cross-Device 타겟팅 기술과 모바일 앱을 위한 SSP(Supply Side Platform)를 운영하며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을 확보하고 있는데, 그는 앞으로 애드익스체인지(AD Exchange)를 통해 투명한 생태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퍼포먼스가 미비한 애드네트워크이 매체를 독점하고 있으면 광고주, 매체, 애드네트워크 등 모든 플레이어에게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 애드익스체인지 시장의 성장과 함께 열린 인벤토리가 증가하면서 투명한 생태계가 형설될 것입니다. 아직은 미비합니다만, 몇몇 국내 업체의 애드익스체인지 진출이 이를 견인할수도 있다고 봅니다.”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마케터라면 애드테크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기술적인 지식을 쌓아야한다. (업계 종사자라면 더욱이 변화하는 트렌드에 예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수동 CTO는 변화에 파도에 올라탄 마케터들에게 두가지 당부의 말을 전했다.
“과거에는 광고 영역이 적어서 CTR(Click Thorough Rate, 클릭율)이 광고성과를 책정하는 하나의 기준이었는데요. 오늘날 광고 영역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즉, 광고 노출보다는 유저를 기준으로 CTR을 바라봐야 할 때입니다. 추가적으로 예전에는 폭발적인 광고성과를 위해 브랜드 영향력(이용자 규모)이 큰 미디어를 선호했는데요. 이제는 프로그래매틱으로 광고를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ROI를 중심으로 미디어(매체)를 평가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