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일 퍼틸레인 고문이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이미지: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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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중국의 4대 중점 투자 키워드중 하나가 VR이었다. 이미 작년부터 충분히 뜨거웠지만 올 상반기까지 중국의 VR투자는 꽤나 경쟁적이었다.

투자규모는 엔젤단계에 1,000만RMB(17~8억) 정도가 들어가고 시리즈A 단계에 가면 평균 2500~3000만RMB(50억 정도)가 들어간다. 확실히 한국보다는 시작부터 투자사이즈가 크다.

조금 큰 사이즈의 투자자들을 살펴보면 현재 52개 상장회사가 VR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이중 90% 상장사의 투자가 작년말과 올 상반기에 이뤄졌다. 즉 작년 일년 고민해서 투자를 했고 그 성과를 바라보는 시점을 대부분 내년 하반기쯤을 보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내년 하반기나 혹은 내후년쯤에는 관련한 대형 M&A가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현재 가장 각축을 벌이고 있는 분야는 하드웨어 플랫폼 분야이다. 오큘러스나 PSVR 혹은 VIVE처럼 하이엔드 시장을 노리는 진영이 우리에게는 주로 익숙하지만, 중국쪽 플레이어들은 모바일에 연동해서 쓰는 드롭인 방식 혹은 아예 자체 기기형태로도 꾸준히 만들고 있다.

심천 화창베이 시장에 가면서 관련 VR 하드웨어를 OEM방식으로 만들어주는 곳이 많다. 마진도 매우 낮고 오직 부품의 생산규모에 따라 단가가 결정된다. 마치 스마트폰 태동기에 주문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휴대폰을 생산해 주는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폭풍마경이 모바일에 연동해서 쓰는 대표적 드롭인 방식이고 가장 많이 팔린 VR기기이기도 하다. 현재 MAU 150만 수준이다.

폭풍마경
폭풍마경

하지만 이런 투자분위기에 비해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는 곳은 없다. 하드웨어의 점유란 거기에 걸맞는 콘텐츠 공급이 필수인데 그 방면으로 아직 킬러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성인용 제외)

성인용 콘텐츠는 (신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그냥 유료로 지불을 하는 유저들이 있다. 그런데 그 외에 콘텐츠는 아직 유료시장이 확고하지 않다. 가령 엑스박스가 처음 나와 게이머들에게 외면 받을 때 ‘헤일로’가 킬러콘텐츠 역활을 하면서 시장에 하드웨어 보급을 확 늘렸는데, 현재는 치열한 하드웨어 플랫폼 경쟁에 비해 확고한 소프트 콘텐츠가 없는 셈이다. (저마다 그 시장을 노리는 CP들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VR 시장은 여전히 진격하는 중이다.

우선 VR방이 연내에 5천개 정도 공급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에는 강남과 홍대에 딱 두개 있을 뿐인데, 중국은 정말 놀라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PC방을 하는 업주들이 VR방으로 상당히 많이 업종전환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지방 3, 4급 도시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테마파크나 복합쇼핑몰에 역시나 어뮤즈먼트 형태로 VR이 함께 움직인다. 일단 그것만으로도 한국과 달리 현재 시장의 수요는 확실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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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VR 체험존을 소개하는 포스터

현재의 VR은 장점만큼이나 뚜렷한 단점이 존재한다. 모바일과 연동하는 드롭인 방식은 아직은 퀄리티가 떨어지고 베터리 방전, 과열 등 기술적인 문제에 많이 직면해 있다. 그리고 가장 핵심 장점인 휴대성의 경우 그것을 들고 지하철에서 콘텐츠를 즐기기에는 정말 웃기는 모습이 연출되지 않겠는가? 아무리 남을 의식하지 않는 중국인들이라고 해도 말이다. 즉 휴대성에 비해 보급에 어려움이 있다.

PC에 연동하는 바이브나 콘솔형태의 경우 뛰어난 퀄리티와 몰입감을 자랑하지만 세팅을 위해 차지하는 공간이 어마어마하다. 방 하나를 통째로 그것을 꾸며야 할텐데 그만한 집이 얼마나 있을까?

하드웨어의 이러한 태생적 약점은 투자대비 수익에 대한 부담 때문에 콘텐츠 공급자들이 쉽사리 적극적인 투자에 뛰어들기를 망설일텐데, 중국은 그런 한계를 정부주도의 여러가지 지원과 투자회사들의 적극적 투자활동으로 극복해 가고 있는 모습이다.

수익모델에 대한 불안감과 하드웨어 보급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음에도 적극적으로 콘텐츠개발에 투자를 하고 있는 중국회사들의 입장이 궁금했다.

올해 5개의 VR 게임 타이틀를 출시했고, 내년에 8개를 출시할 예정이라는 중국의 W 개발사에게 해당 내용으로 질문했다. 확실하지 않은 VR콘텐츠 개발 투자에 적극적인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두 가지 이유를 말해 주었는데, 하나는 예측범주에 들었던 답변인데 다른 하나는 전혀 의외에 답변 이었다.

첫번째 이유, 시장의 선점

특히나 중국처럼 사이즈가 되는 시장에는 선점이 중요하고 자신들처럼 중견사이즈(500명 쯤 되는 회사다)의 회사는 선점의 모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대목은 확실하게 이해가 된다.

두번째 이유, 승리의 가능성

두번째 이유가 꽤나 참신했는데 자동차나 반도체처럼 중국기업이 늦게 출발한 산업은 선도자들을 쫒아가는데 한계가 있지만, 비슷한 스타트라인에서 시작한 산업군의 경우 설령 미국회사와 경쟁해도 이길 자신이 있기 때문이란다.

모바일 기반의 O2O 서비스, 핀테크, 드론 등이 이런식으로 자신들이 세계 최고를 차지했고 VR도 그런 맥락에서 경쟁을 통해 이길 자신이 있다는 논리였다. 대륙의 호연지기라니…

이 W사는 현재 VR 게임을 유명 IP 기반으로 신나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특히 중국의 최고 SF 소설 IP로 만든 VR게임은 나도 시연해 보았는데, 상당한 수준의 퀄리티였다. 한국 IP에 대한 관심 때문에 필자에게도 다양한 업무 제휴 요청이 오고 있는데, 이로써 별로 관심이 없던 VR 분야에도 한발 담근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