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대한민국 모바일 광고 생태계 지도(Mobiscape)를 정리하면서 ‘국내 시장에 진출한 해외업체가 꽤 많구나’라고 늘 생각한다. 특히 DSP, SSP, AD Network 등 플랫폼 부분에 많은 업체들이 포진되어 있다.
다양한 글로벌 업체가 기술력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독일 베를린에 기반을 둔 AppLift(앱리프트)는 그 중 하나이다. 앱리프트는 2012년 설립된 스타트업이지만, 2013년 미국과 한국 시장에 진출했고 현재는 베를린을 본사로 서울, 상해, 도쿄, 싱가포르,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아시아와 미국 및 그 외 유럽 주요 도시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라도 해외진출 시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광고시장에 진출했다가, 독특한 비즈니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업을 정리한 글로벌 업체도 꽤 있는데, 앱리프트는 성공적으로 한국시장에 안착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3년동안 글로벌 애드테크 기업으로써 앱리프트는 대한민국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궁금했다. 이에 2013년, 앱리프트가 본격적으로 한국시장에 진출할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임현균 부사장(한국 및 동남아 총괄)을 만나 이야기 나눴다.
임현균 부사장은 프랑스에서 대학원 유학생활을 하다가 앱리프트에 합류했다. 당시 앱리프트는 신생 기업이었지만, 늘 글로벌 시장진출을 염두해두고 있었다. 2013년 대한민국 모바일 시장은 다른 지역에 비해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싱가포르, 홍콩은 시장크기가 작았죠. 일본의 경우 시장은 갖춰져 있었지만, 문화적인 차이가 커서 진입장벽이 높았습니다. 영어로 커뮤니케이션 하는게 힘들었죠.(웃음) 또한 모바일 광고시장이 성장하는 단계로 경쟁도 심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모바일로 이동하는 중이었고 인프라 또한 선진화 되어 있었죠. 특히, 한국에서 CPI(Cost per install)에 진출한 플레이어가 없었기에 좋은 시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국경의 존재가 허물어진 모바일 시대, 잘 만든 모바일 게임은 전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그 만큼 모바일 마케팅도 중요해졌는데, 모바일 게임이 모바일 광고시장의 성장을 견인한 셈이다. 이에 앱리프트는 한국 시장과 글로벌 시장을 연결하는 게이트웨이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췄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전략을 수정해 국내 비즈니스에 집중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았다. 앱리프트는 비보상형 CPI 기반에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당시 국내 모바일 게임 마케팅은 보상형 CPI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해외 대형 게임사들의 한국시장 진출로 기회는 찾아왔다.
“캔디크러시 등 비보상형 CPI에 익숙했던 해외 대형 게임사들이 앱리프트를 통해 광고를 집행하게 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광고의 효율을 중시하는 국내 매체들은 비보상형 CPI에 회의적인 입장이었는데요. 성공적인 캠페인 이후 매체사, 광고주 모두 만족했고 사례를 쌓다보니, 시장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하더군요.”
추가적으로 임 부사장은 시장초기 트래킹 솔루션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광고 중립성 이슈로 트래킹 솔루션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의 역할이 중요했지만, 국내 상황은 달랐습니다. 온라인 게임시장에서는 마케팅 결과에 대해 세밀하고 정교하게 측정했지만,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트래킹 솔루션은 부재한 상황이었죠. 광고주가 모바일 트래킹 솔루션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이후 모바일 게임시장 외 영역에서도 트래킹 솔루션을 사용하고 캠페인을 분석하는 체계가 자리잡기 시작했죠.”
앱리프트는 2015년, 모바일 광고플랫폼 ‘Appiris’와 ‘Bidstalk’을 인수하면서 광고주 측면에서 운영되는 DSP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임 부사장은 최근 국내에서도 프로그래매틱과 RTB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데, 특정 매체에 광고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프로그래매틱 시장이 작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광고주의 경우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등 특정 매체를 선호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매체의 경우 아직도 기존의 애드네트워크를 고수하는 곳도 많습니다. 새로운 요소를 도입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죠. 최근 네이버, 카카오 등에서 프로그래매틱 및 RTB(Real-time Bidding, 실시간 입찰 거래 시스템)를 점차 도입하고 있는데, 이처럼 대형 사업자가 활로를 열면 시장은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래매틱과 RTB는 기술적으로 효율적인 광고집행 방식이지만, 광고주 측면에서 여전히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이다. 이에 앱리프트는 광고주의 고민을 덜어주는 플랫폼과 리타겟팅에 초점을 두고 비즈니스를 운영할 방향이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RTB, 소셜네트워크, 리워드 광고를 한번에 집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 모바일 리타깃팅이 화두인데요. 유저 데이터 기반의 고객 분류와 타깃팅이 핵심 요소이고, 이는 RTB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커머스를 중심으로 리타깃팅 시장이 커지면서, RTB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거대한 글로벌 광고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해 여러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애드테크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즉, 국내외 트렌드에 항상 관심을 갖고 개인의 견해와 인사이트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들기 때문이다. 임현균 부사장은 단순히 플랫폼 사업자가 아니라, 에반젤리스트로써 국내 애드테크 시장을 이끌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시장에서 비보상형 CPI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까지 약 2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DSP와 RTB는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죠. 국내 애드테크 시장이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 지난 시간만큼 업계 종사자들과 노하우를 나누며 동반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