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환경에 더 안 좋다?!

 

얼마 전 뉴스에서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환경에 더 악영향을 미친다는 환경부 용역 보고서가 나오면서 업계에 파장이 좀 있었습니다.

 

사실 종이 빨대, 플라스틱 빨대 말이 많았었거든요. 일전에 ‘스타벅스에서 종이 빨대에 휘발유 냄새가 난다’라는 뉴스가 나와서 (인체에는 무해하지만) 제품을 회수한 사례도 있다 보니, 플라스틱 빨대를 대신해 종이 빨대를 쓰는 것이 과연 괜찮은가? 그런 생각을 가끔 했었습니다.

 

 

출처: 서울경제

 

 

게다가 작년 말부터 일회용품 규제를 철회하면서 업체 자율에 맡기게 되면서 많은 카페들이 종이 빨대에서 다시 플라스틱 빨대로 바꾸는 모습이 보였는데요. 스타벅스에서는 여전히 ‘친환경’이라는 이유로 종이 빨대를 쓰고 있어요.

 

종이 빨대에 대한 환경 영향에 대한 조사 결과는 사실 올해 3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만, 기사화가 되면서 표면으로 올라왔습니다. 원래 2021년에 환경부가 빨대 규제를 추진하려고 했을 때 용역 보고서에는 플라스틱 빨대가 종이 빨대보다 부정적인 환경 영향이 있고, 종이 빨대가 부정적 영향이 72.9% 정도 낮다고 발표했었죠. 그래서 한동안 ‘아 그렇구나’ 해서 종이 빨대가 도입되고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용역 조사를 하게 되었는데, 크게 3가지 이유 때문에 재용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출처: 스타벅스, 문화일보

 

 

첫째는 소비자 불만이 높았습니다쉽게 눅눅해지다 보니 아이스 음료에 넣고 시간이 지나면 종이 맛과 음료 맛이 섞이는 듯해서 음료 맛을 떨어진다는 불만들이 많았죠.

 

둘째는 사업자도 싫어했습니다.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2.5배 정도 가격이 비싸다는 이야기가 나왔거든요.

 

셋째는 용역에 있어 환경 영향 평가가 일부 과정만 진행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2021년 당시 용역은 사용한 빨대의 폐기 단계를 빼고 원료의 취득에서부터 제품의 생산되는 과정까지에 있어서의 환경 영향만을 비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진행되었던 실험은 플라스틱 빨대, 종이 빨대의 사용에서부터 폐기까지의 전 과정에 대한 평가(LCA)를 기반으로 한 조사였습니다. LCA란 제품의 생애주기 전 과정에서 각각 생산, 폐기하는 순간에서의 소모되는 에너지와 배출하는 물질량을 정량화하는 환경영향 평가 방법입니다. 그렇게 다시 환경영향 평가를 조사한 결과는 조금 충격적이었습니다.

 

 

출처: 조선일보

 

 

왜냐하면 종이 빨대가 대체로 유해 물질 배출량이 높게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 데이터는 미국에서 하루 사용되는 빨대 소비량인 5억 개를 기준으로 조사가 되었고요. 매립 시, 소각 시를 나누어서 각각의 부정적인 성분들이 얼마나 배출되는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우선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매립, 소각 시 모두 종이 빨대가 높게 나왔는데요. 매립 시를 보면 플라스틱 빨대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56.6만 kg인데 종이 빨대는 258만 kg으로 약 4.6배 정도 높게 나왔습니다. 산성화를 일으켜서 물이나 토양을 산성화를 일으키는 성분인 이산화황의 경우에도 매립 시 플라스틱 빨대는 845kg, 종이 빨대는 1,850kg으로 종이 빨대가 2배 이상 높게 배출되었죠.

 

부영양화에 영향을 미치는 인산염의 경우 매립 시 플라스틱 빨대가 0.016kg, 종이 빨대가 705kg으로 4만 4천 배나 높게 나왔습니다. 참고로 부영양화란 강, 호수, 바다 등에서 영양물질이 증가함에 따라 조류가 급격히 늘어가는 현상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인간에게 미치는 독성과 관련되는 디클로로벤젠의 경우 플라스틱 빨대가 2.72만 kg, 종이 빨대가 12만 kg으로 4.4배 정도 높게 나왔습니다.

 

물론 오존 고갈, 토양 독성, 자원 고갈의 경우에는 플라스틱 빨대가 더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플라스틱 빨대가 종이 빨대보다 안 좋은 지표도 있었죠.

 

이와 관련해 종이 빨대가 생각보다 친환경적이지 않은 이유는 바로 종이 빨대를 코팅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100% 생분해되는 종이가 차가운 음료에 젖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빨대 위에 코팅을 하는데, 이 코팅 물질이 매립 소각 과정에서 환경,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성분들이 배출된다는 것입니다.

 

 


 

 

그린 워싱과 친환경에 대한 에피소드

 

 

출처: European Parliament

 

 

그래서 업계에서 종이 빨대의 ‘그린워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죠.

 

그린워싱이란 실제로 기업이나 단체에서 환경 보호 효과가 전혀 없거나 심지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데에도 불구하고 허위, 과장 광고나 홍보 등을 이용해 친환경적인 모습으로 위장하는 모습을 의미하며 위장 환경주의, 친환경 위장술 등으로도 이야기가 됩니다.

 

아무래도 종이 빨대가 친환경적이라는 이야기로 맛이 조금 떨어져도 종이 빨대로 음료를 마시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가치 있는 활동이라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이러한 행동에 위 보고서 결과는 찬물을 끼얹는 정보였죠. 그래서 ‘설마 종이 빨대가 그린워싱이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그린 워싱’ 관련하여 피식하고 웃었던 사례 중 2021년 종이 병을 한정판으로 출시했던 사례가 있습니다. 이 사례는 화장품을 종이용기에 넣어두고, “안녕, 나는 종이 병이야”라고 쓰여있었던 겁니다. 그러나 병을 감싸고 있던 종이를 까보니 안에 플라스틱 공병이 들어 있었던 거죠.

 

그래서 이거 눈 속임 아니냐, 그린워싱 아니냐?라는 이슈가 나왔습니다. 당시 이니스프리에서는 기존 제품에 비해 이 제품은 플라스틱이 절반만 사용되었고, 박스와 분리배출 방법을 상세하게 표기했다면서도 종이 병이라 표기해 오인한 부분에 대해 사과를 했습니다. 사실 창의적인 발상이긴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린워싱이라 보일 수 있는 사례였습니다.

 

 

출처: 코리아헤럴드

 

 

그린워싱과 관련되는 사례는 최근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친환경’이라는 키워드가 전 세계적으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고, 최근 몇 년간의 ‘ESG’라는 키워드가 미닝아웃, 가치소비라는 MZ세대의 중요한 소비 트렌드를 이끌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스타벅스의 경우 오랫동안 ESG, 친환경 측면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데요. 최근 신임 CEO로 인해 그린워싱과의 경계 어디에서라는 말이 나오고 있기는 합니다.

 

스타벅스의 경우 2018년부터 내부 포장재, 컵 등에 대해 친환경 소재로 바꾸었습니다. 2018년 11월부터 종이 빨대를 제공하고 빨대 없이 아이스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아이스컵 뚜껑을 제공했죠. 그리고 텀블러 음료를 구매할 경우 400원 할인을 해주거나 다회용 컵 이용 고객에게 리워드를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에 스타벅스는 2030년까지 스타벅스의 직영, 공급망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면서 공개 목표를 설정했는데요. 최근 스타벅스에 신임 브라이언 니콜 대표가 선임되면서 자택에서 출퇴근을 전용 제트기로 한다는 사실이 공개된 겁니다. 이 대표의 고용 조건이 오픈되었는데, 내용을 보니 시애틀에서 캘리포니아 자택까지 편도 1,600km 되는 거래를 전용 제트기를 타고 가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죠.

 

참고로 개인 제트기의 경우 1시간에 2t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이는 유럽 시민 1명의 1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8.2t 임을 감안해 볼 때 1년 배출량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시간 동안 배출하는 겁니다.

 

 

출처: 문화일보

 

 

그래서 SNS에서 CEO가 전용 제트기를 타고 뿌리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만회하려면 종이 빨대를 얼마나 많이 써야 하는지에 대한 조롱의 글에서부터 친환경을 이야기하는 스타벅스 정책에 과연 개인 전용 제트기가 적절한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던 겁니다.

 

사실 기업의 브랜딩과 브랜드 액티비즘이라는 것은 내부 정책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에 속해있는 임직원 모두가 동참해야 일관성 있는 브랜드 메시지가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그것이 진정성 있는 마케팅 활동이 되는 겁니다. 이를 전사적인 마케팅, 즉 홀리스틱 마케팅 전략이라고 하죠.

 

그러나 종이 빨대와 CEO의 전용 제트기 출퇴근은 모순을 주는 메시지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좌우간, 앞서 이야기했던 ‘종이 빨대’ 보고서와 관련해 연결선상에서 다시 반대편의 이야기를 전개해 보겠습니다. 

 

 


 

 

꼭 그렇지 않아!

 

 

종이 빨대가 환경에 더 부정적이라는 이번 환경부 용역 보고서가 나온 후 제지 업체, 특히 종이 빨대를 생산하는 업체에서는 즉각적으로 반발을 했습니다.

 

일단 용역 보고서의 경우, 한국의 종이 빨대를 기준으로 조사한 것이 아니라 미국(수입품) 빨대에 대한 보고서를 짜깁기 한 것이라 비판했죠.

 

게다가 국내산 종이 빨대의 경우 코팅 성분이 수입품과 다르다는 부분이 이야기되지 않은 부분 역시 지적했습니다. 즉 제지업체에서는 국내산 종이 빨대는 친환경 수용성 코팅액을 적용해 제조하기 때문에 성분에 염소, 황산 등의 화학 물질이 들어있지 않고, 만약 폐기를 해서 땅속에 매립하게 되면 60일이 지나면 완전 생분해 되어서 흙과 한 몸이 된다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참고로 종이 빨대 시장의 경우 우리나라는 서일, 무림, 한솔제지, 리앤비 등이 대부분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서일의 경우 국내 강소기업이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죠. 이 기업은 무림페이퍼를 통해 원지를 공급받아 제품을 제조하고 있고요. 한솔제지는 친환경 브랜드인 테라바스를 통해 종이 빨대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조사와 결과라는 것은 사실 수많은 이권과 연결돼 있습니다. 왜냐면 이번 환경 보고서 발표로 인해 종이 빨대 공장 생산라인을 확대했던 기업들은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되거든요.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2021년 종이 빨대가 도입될 당시에는 기존의 플라스틱 빨대 시장을 밀고 들어왔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 창출로 인한 기업의 매출 기회가 발생되기도 했었죠. 그래서 정책과 운영이라는 것은 비즈니스 생태계에 꽉 물려서 흥망성쇠 하는 기업들이 꼭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B2C 사업을 하면서 이런 과정을 수없이 겪었습니다. 우리 회사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맞물린 생태계 환경에서 어떻게 조율을 하고 고난을 극복해 나가야 하는지가 꽤 힘이 들었습니다. 잘하려고 하다 보면 경쟁 업체가 지나치게 과한 경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제품 판매가 불티나게 될 때면 어김없이 이에 비례해 식약처의 신고도 빗발쳤죠. 사업을 하면서 기회와 위기가 항상 따라오고 그로 인해 생각보다 안 풀릴 때는 브랜드 제품 하나가 완전히 망가지기도 합니다. 저 역시 그렇게 아꼈던 브랜드 제품을 보내야 했던 기억도 납니다.

 

다시 돌아와, 종이 빨대와 관련해 기존에는 사실 철석같이 ‘친환경’이라는 키워드와 맞물려 어딘가 불편한 부분이 있을지언정 미닝아웃 소비를 하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출처: 매일일보

 

 

그러나 이렇게 반대의 보고서를 보면서 오히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카페에서 빨대 자체를 안 쓰면 되는 거 아닌가?’ 요즘 카페에서 제공하는 음료 뚜껑은 빨대 없이도 먹을 수 있도록 디자인이 많이 변경 개선되었더라고요.

 

플라스틱 빨대가 낫다, 종이 빨대가 낫다 같은 논쟁에서 아예 자유로워지려면 뚜껑을 개선해 빨대를 없앨 수 있지 않냐는 접근입니다. 물론 그러면 양쪽 기업 모두 큰 타격을 입게 되긴 할 겁니다.

 

 


 

 

마케터의 시선

 

 

종이 빨대에서 그린워싱까지 친환경 관련된 이번 주제에 대해 마케터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플라스틱’과 관련된 환경 이야기는 전 세계에서 현재도 진행형입니다.

 

전 세계 종이컵 시장의 규모는 100억 달러(13조 4천억 원)에 달하며, 폐플라스틱의 절반인 약 2억 톤 정도가 일회용품입니다. 플라스틱이 이미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플라스틱은 오랫동안 땅속에서 분해되지 않으면서 각종 이산화탄소 증가, 이산화황 증가 등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합니다.

 

선진국들이 이미 오랫동안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마음껏 자연에 폐기하면서 환경 오염을 주도하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 이들은 친환경에 대해 고민하며 플라스틱을 회수해 재사용하는 에코 시스템도 만들어 운영해 나가고 있습니다. (병 주고 약 준다고나 할까요?)

 

 

출처: 한겨례

 

 

이와 관련하여 영국 리즈대 코스타스 벨리스 교수 연구팀이 전 세계 5만 702개 도시의 폐기물 관리 시스템과 물질 흐름 데이터를 분석해 국가별로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을 조사한 결과가 있는데요. 이 조사의 경우, 플라스틱 쓰레기의 국가별 배출량을 색으로 표기했고, 소득이 높은 국가와 낮은 국가를 대상으로 플라스틱 배출량이 얼마나 다른지를 한눈에 알 수 있게 보여주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이 일회용품 사용이 당연히 많고, 배출량이 많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만 데이터를 보면 선진국의 평균 플라스틱 배출량은 매우 낮게 나왔습니다. 전세 계에서 1년 동안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5210만 톤입니다. 이 중 58%에 해당하는 3020만 톤은 무단 소각되고, 42%인 2180만 톤은 환경 규제를 거치지 않고 그냥 자연에 폐기됩니다.

 

특히 전체 폐기량의 69%는 상위 20개 국가에서 발생했고, 선진국(고소득 국가)은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은 흥미로운 인사이트입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를 순서대로 이야기해 보자면 인도,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중국 순이었습니다. 이들이 각각 배출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연간 배출량은 각각 930만 톤, 350만 톤, 340만 톤, 280만 톤이나 됐습니다. 이 중 인도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930만 톤은 전 세계의 1년 배출량 5210만 톤의 거의 20%에 육박합니다.

 

반면 미국은 5만 톤에 불과했고 대부분의 선진국은 90위권 밖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즉 선진국으로 갈수록 플라스틱 배출에 대한 회수량이 높고 재사용 단계로 들어가지만, 소득이 낮은 국가일수록 회수율이 낮고 바로 버려지거나 태워지면서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는 겁니다.

 

아마 플라스틱을 비롯해 환경 오염과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되는 제품, 성분 등에 대한 논의는 더 깊게 이루어지고 행동도 더 적극적으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이미 충분히 올여름 지구 온난화의 여파로 보이는 지독한 열대야를 경험해 보니, 저녁에 선선한 날씨에 잠을 자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깨달았습니다. 

 

 


해당 콘텐츠는 이은영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