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구글이 점령하지 못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러시아와 중국도 구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지만, 이들 나라의 경우 국가적 특성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로,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역시 토종 검색 엔진인 네이버가 버티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한때 80%에 육박하던 네이버의 점유율은 어느새 50%를 겨우 넘는 수준으로 떨어졌고, 이제는 구글과의 격차가 꽤 많이 좁혀졌습니다. 그렇다면 왜 사용자들은 점점 네이버 검색을 사용하지 않게 된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네이버 검색이 ‘더 이상’ 효과적이기 않기 때문입니다.
초기 검색 시장에서 네이버가 구글보다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식인’과 같은 킬러 서비스의 역할도 컸지만, 무엇보다 한국 시장에 맞춘 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이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는 검색 엔진을 운영하는 동시에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한국에 최적화된 콘텐츠들을 수집했고, 해당 콘텐츠들을 검색 결과에 적극적으로 노출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 사용자들은 구글보다 네이버에서 더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었고, ‘검색하면 네이버’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됐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이러한 전략이 먹혀들지 않기 시작했는데요. 그 이유는 네이버 말고도 검색할 곳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맛집이나 여행 정보를 찾기 위해서는 대부분 네이버를 활용했지만, 이제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정보를 찾는 빈도가 증가하면서,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확보한 장점이 분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불어 상업적인 광고 글의 비율이 증가하면서 검색의 신뢰도를 떨어지고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열심히 정보글을 보다가 마지막에 “본 글은 OO 업체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작성되었습니다”라는 문장을 보고 힘이 쭉 빠지는 경험, 아마 많이 해보셨을 겁니다.
비단 블로그나 카페의 광고글뿐만 아니라, 파워링크 혹은 네이버쇼핑 등의 정보가 우선적으로 노출되면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검색 엔진’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박’이라는 단어를 구글과 네이버에 각각 검색해 보면, 구글은 수박에 대한 정보를 제일 먼저 제공하지만, 네이버는 수박 판매 광고를 우선적으로 노출합니다.
만약 사용자가 수박을 구매하려고 했다면, 파워링크를 먼저 띄워 준 네이버가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박을 구매할 의도가 있었다면 애초에 검색 엔진이 아닌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바꿔 말하면, 단순히 ‘수박’이라는 단어를 검색했다는 것은 말 그대로 수박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구글이 더 유용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검색 결과를 통해 네이버의 전략 변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더 이상 검색 엔진으로써의 역할보다는 커머스에 더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도는 최근 네이버의 서비스별 영업수익 변화 추이를 통해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서치플랫폼의 영업수익 비율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반면, 커머스 부문의 비율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래프에는 없지만 올해 1분기 역시 서치플랫폼 35.8%, 커머스 27.9%로 그 추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네이버가 커머스 부문에 집중하여 매출 성장을 도모하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커머스 부문의 상승세는 핀테크 수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요. 네이버페이는 커머스와의 연계를 통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후불결제 서비스나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대출 서비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화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즉, 서치플랫폼보다 커머스의 확장이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더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기에 선택한 결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네이버가 매출 증대와 수익다각화에 성공한 것은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커머스와 핀테크 부문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수익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서치플랫폼이기 때문입니다. 네이버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서치플랫폼의 수익이 밑받침이 되어야 하는데요. 특히 검색 점유율이 떨어질 경우 커머스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사수해야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오른 것이 바로 ‘인공지능(AI)’입니다.
최근 엔비디아의 젠슨황 CEO는 ‘퍼플렉시티(Perplexity)‘를 매일 사용하고 있다고 하여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퍼플렉시티는 대형 언어 모델(LLM) 기반 검색 서비스로, 창업 2년 만에 기업 가치가 4조 원을 넘어섰고, 장차 구글의 대항마가 될 것이라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OpenAI도 AI 기반의 ‘SearchGPT‘를 공개하면서 AI가 앞으로 검색 시장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임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네이버가 검색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AI 기반 검색 능력을 최대한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고도로 발달된 AI는 검색 부문에 있어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고 품질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광고 수익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수익의 90% 이상이 광고에서 나오고 있는 메타는 최근 AI를 활용해 초개인화 맞춤형 광고를 진행하며 4분기 연속 20%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앱 일일 활성 사용자수의 증가 폭 대비 광고 수익이 높은 폭으로 증가하면서, AI의 가능성을 몸소 증명했는데요. 네이버가 AI에 집중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네이버가 이런 상황에 대해 모를 리 없습니다.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LLM 모델(하이퍼클로바)을 공개한 네이버는 해당 모델을 적용한 AI 검색 서비스 ‘큐(Que:)‘를 공개하기도 했고, AI 기반의 타깃 고도화를 통해 광고 효율을 높이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고도 밝히기도 했는데요. 아직 해당 서비스와 기능들이 체감할 만큼 성장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네이버는 자신들의 기술 경쟁력이 입증되고 있는 만큼 곧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네이버 검색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과연 네이버의 AI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여 토종 검색 엔진의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을지, 동시에 커머스 부문까지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며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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