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밸런스 게임 단골 질문 중 하나는 ‘일 못하는 데 착한 사람 vs 일 잘하는 데 싸가지 없는 사람’이다. 개인적으로는 무조건 전자를 고른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 잘하는 데 싸가지 없다’는 사람치고 진짜 일 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을 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 압도적으로 뛰어난 사람 아니고서야 대부분의 조직 구성원들의 능력은 엄청나게 차이 나지 않는다. 즉, ‘일 잘하는 데 싸가지 없는’ 사람은 그냥 일을 엄청나게 잘하는 건 아닌 평범한 정도의 수준인 동시에 예의가 부족하고 태도가 별로인 사람일 뿐이다.
보통 예의 혹은 태도를 실력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예의와 태도 역시도 실력이다. 예의가 없는 것도 실력이 없는 것이고, 태도가 좋지 않은 것도 실력이 없는 것이다. 조직에서의 일은 사람과 사람이 하는 것이다.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혼자서 할 수도 없다.
따라서 다른 조직 구성원들에게 예의 있게, 좋은 태도로 대하는 것 역시 조직 전체의 목표를 달성하기까지의 과정 중에 있는 업무의 일부분이다. 따라서 다른 구성원들에게 예의 있게 대하는 것, 좋은 태도를 보여주는 것 역시 실력이다. 이게 안 되는 사람들은 실력이 낮은 것이다.
조직 내에 ‘내가 없으면 일이 안 돌아간다’라고 직접적으로 말을 하거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여기저기 정말 많이 존재한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간다. 조직과 조직이 구성한 프로세스는 개인보다 크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죽고 난 이후에도, 애플은 잘 돌아갔다. 아니 잘 돌아간 수준이 아니라 역대 최고 매출을 찍기도 했다. ‘내가 없으면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람은 그냥 자기객관화가 덜 되었을 뿐이다. 조직은 개인 몇 명이 이탈한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리고 스타트업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태도의 문제는 구성원들이 의무는 등한시하고 자신의 권리만 주장하는 것이다. 보통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자유만 누리려는 모양이다. 권리는 ‘어떤 일을 행하거나 타인에 대하여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힘이나 자격’이다. 그리고 의무는 ‘마땅히 하여야 할 일. 곧 맡은 직분’이며, ‘규범에 의하여 부과되는 부담이나 구속’이다.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고 싶으면 자신의 의무를 먼저 다 해야 한다.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권리만을 요구하는 것은 합당한 요구가 아니라 그저 떼쓰기일 뿐이다. 조직 내에서의 자유는 Freedom이 아닌 Liberty이다. Freedom은 ‘의지한 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고, Liberty는 ‘자유를 행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동시에 다른 이들의 권리에 따라 제약을 받는 것’이다. Freedom은 개인의 삶에서 적용되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이루는 조직에서는 Freedom이 아닌 Liberty의 개념이 필요하다.
구성원들의 태도가 좋지 않으면, 조직 내에서는 많은 규칙을 만들고 어느 정도 자유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좋지 않은 태도를 프로세스로 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의 좋지 않은 태도를 그대로 놔두면 조직의 분위기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때 발생하는 제약과 규칙에 대해서 그 근본 원인인 ‘좋지 않은 태도’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아주 단편적으로 발생하는 제약에 대해서 불만만 가지는 것은 좋지 않은 태도를 가진 사람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예를 들어 특정 조직에서 재택근무 시 긴급한 연락이 안 되는 구성원이 많아 또 업무 진행 속도가 느려지고, 그로 인해 재택근무가 없어졌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단순히 재택근무가 축소된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게 아니라, 어떤 원인으로 인해 재택근무가 없어졌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재택근무를 해도, 회사에 있는 것만큼 빠르게 업무가 진행되고 구성원 간 소통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재택근무 제도가 축소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특정 제약이나 규칙은 아무 이유 없이 생기지 않는다. 이런 것처럼 특정 규칙이나 제약이 생긴다면 그것이 생긴 의도와 원인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참고로 보통 재택근무 축소에 반발하는 사람들의 근거로 재택을 할 때의 더 높은 생산성을 근거로 드는데, 막상 그런 말 하는 사람들 치고 생산성이 어떻게 얼마나 높아졌는지 제대로 근거를 댄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수평적 문화라고 해도 회사가 구성원들 한 명 한 명 다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곳은 아니다. 하물며 대학 동아리라도 한 명 한 명 개개인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지 않는다. 회사는 돈 받고 다니는 곳이다. 회사와 사회는 나에게 아무 의미 없이 그냥 돈을 주지 않는다. 돈을 주는 이유는 특정 조건 속에서 특정한 일을 해내라고 주는 것이다. 그냥 있다고 주는 게 아니다.
수평적 문화를 그냥 내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준다는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수평적 문화는 직급에 관계없이 서로 존중을 한다는 것이지, 구성원들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준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래서 회사의 정책이나 규칙은 기본적으로 탑다운 방식이다. 어느 정도 구성원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는 있지만, 항상 구성원들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조직의 정책과 규칙은 모든 사람 마음에 100% 들 수 없다. 만약 이 정책과 규칙이 못 견딜 정도로 싫다면, 이를 싫어하는 구성원이 나가는 것이 맞다.
길게 여러 이야기를 썼지만 결국, 인성과 태도 역시 실력의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항상 겸손하고 좋은 태도, 좋은 인성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모든 사람은 항상 잘 나갈 수는 없다. 힘든 시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때 평소에 어떻게 했느냐가 힘든 시기를 결정한다. 평소에 좋은 태도와 인성으로 주변을 대했다면, 힘든 시기도 곧 극복해낼 것이고, 반대로 평소에 좋지 않은 태도와 인성으로 주변을 대했다면, 힘든 시기를 쉽게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ASH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