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 답할 질문들
1 ‘버드나무브루어리’는 왜 강릉을 선택했을까?
2 ‘버드나무브루어리’는 어떻게 강릉의 색깔을 브랜드에 녹였을까?
3 ‘버드나무브루어리’는 왜 강릉 주민들과 연결될까?
안녕하세요, 주넌입니다. 요즘 선명한 ‘다움’을 빛내고 있는 국내 로컬 브랜드에 눈이 갑니다. 지역의 개성과 정체성을 더해 새로움을 주는 로컬 브랜드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죠.
저는 맥주를 참 좋아합니다. 수제맥주에 빠져 라거, 에일, IPA, 스트라우트 등 각종 수제맥주를 마시러 펍을 나다닌 적도 있죠. 이런 제게 처음으로 수제 맥주의 매력을 알려준 로컬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버드나무 브루어리’입니다. ‘버드나무 크래프트’에서 먹었던 수제 맥주와 버섯 피자를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오늘은 ‘버드나무브루어리’가 강릉의 대표 맥주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소개해 볼게요.
강릉 막걸리의 맥을 이은 강릉 맥주
‘버드나무브루어리’는 왜 강릉을 선택했을까?
‘버드나무브루어리’는 강릉에서 시작한 수제 맥주 브랜드입니다. 지금은 집 앞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캔맥주로도 판매하며, 동탄에 ‘버드나무 크래프트’라는 이름의 2호점을 운영하고 있죠. 이들은 서울의 수제맥주 펍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강릉의 대표 수제 맥주 브랜드입니다.
사라지는 지역 양조장 위에
‘버드나무브루어리’의 창립자 전은경 대표는 여행 기자 시절 지방의 양조장들이 문을 닫으려는 상황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수제 맥주 제조 클래스를 함께 들었던 이들과 양조장의 역사를 이어나가기로 마음먹습니다.
이들은 2015년 강릉의 오래된 막걸리 양조장인 ‘방풍도’를 수제 맥주 공장이자 펍인 ‘버드나무 브루어리’로 바꿨습니다. 기존 양조장의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았으며, 양조장의 맥을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였죠.
‘버드나무브루어리’의 이름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술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유화 부인의 설화에서 유래했습니다. 버드나무 꽃을 뜻하는 ‘유화’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설화에 담긴 최초의 한국 술처럼 한국적인 맥주를 만듭니다. 로컬 재료를 활용하거나 한국의 맛과 향을 담은 맥주를 만들죠.
‘강릉’ 대표 수제 맥주
‘버드나무브루어리’의 정체성은 간단합니다. 바로 ‘강릉맥주’이죠. 강릉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막걸리 양조장에서 쌀, 국화, 솔잎, 오죽 등 강릉의 색채가 짙은 재료를 이용해 ‘강릉맥주’를 만듭니다.
‘강릉맥주’라는 정체성은 그 자체로 차별화된 컨셉이 됩니다. 로컬의 진한 색채와 상품의 만남은 새롭기 때문입니다. 이는 로컬 브랜드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지역의 정체성과 지역성을 브랜드에 고스란히 녹여낼 수 있죠.
‘로컬의 진화’라는 책에서 로컬은 ‘텅 빈 곳이 아니라 나름의 자원으로 채워져 있는 공간’이라고 소개합니다. 로컬에는 브랜드가 활용 가능한 다양한 자원이 존재하죠. ‘로컬의 진화’에 따르면, 로컬에는 이미 존재하는 자연 자원이나 사회 문화 자원을 의미하는 ‘부존 자원’, 발굴과 활용을 기다리는 원재료 역할을 하는 ‘발굴 자원’이 있습니다.
단순히 로컬에 위치한 브랜드가 아닌 로컬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로컬의 지역성을 살릴 수 있는 자원을 적극적으로 탐구해야 합니다. 로컬 브랜드는 로컬 고유의 자원을 새롭게 활용해 차별화를 꾀할 수 있죠.
로컬 브랜드가 큰 기업과 가격 경쟁이나 유통 경쟁을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로컬 브랜드는 큰 기업이 가지지 못한 ‘지역성’이라는 날카로운 무기가 지녔습니다. 로컬 브랜드는 지역성이라는 고유한 색깔을 활용해 ‘다움’을 더욱 날카롭게 다듬을 수 있죠.
‘버드나무브루어리’는 ‘강릉’의 지역성을 ‘다움’에 녹이기 위해 기존의 로컬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이들은 ‘강릉’의 폐양조장이라는 부존자원을 발굴해 활용했으며, 강릉의 옛 지명과 재료를 활용해 맥주를 만들죠. 무엇보다도 지역 주민들과 상생하는 모습을 통해 ‘다움’은 더욱 빛납니다.
로컬에 더해진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지역성을 선명하게 녹여낸 로컬 브랜드는 요즘 세대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로컬 브랜드를 힙하다고 느끼죠.
사실 로컬이 그 자체로 힙한 것은 아닙니다. 로컬과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섞이는 모습이 힙한 것이죠. 로컬의 지역성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브랜드의 새로움이 더해지지 않는다면 전혀 힙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로컬 브랜드가 지역성을 반영한 상품과 지역민과 함께 소통하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쌓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 사람들은 로컬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로컬에 새로움을 더하는 브랜드가 주목받죠. 이러한 브랜드가 모여 생태계를 만들면, 로컬은 힙한 지역으로 변모합니다.
요즘 세대는 ‘개성’, ‘정체성’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자신만의 것을 찾아나가는 것을 중요시하죠. 이들이 브랜드를 판단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만의 것이 있는 브랜드인지를 평가하죠. 그리고 ‘자신만의 것이 있는 고유한 브랜드’는 이미지가 아닌 이야기로 만들어집니다.
로컬 브랜드 또한 지역성을 반영한 새로움을 이야기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버드나무브루어리’는 ‘강릉맥주’라는 고유함을 어떻게 이야기로 풀어냈을까요?
강릉의 재료를 새롭게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어떻게 강릉의 색깔을 브랜드에 녹였을까?
‘버드나무브루어리’는 여러 접점에서 ‘강릉’이라는 지역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합니다. 기존에 존재하는 강릉의 지역성에 ‘버드나무 브루어리’만의 색깔을 녹여 새로움을 만들고 있죠.
강릉의 맛을 담은 맥주
‘버드나무브루어리’는 맥주에 ‘강릉’의 지역성을 담습니다. 이들은 강릉을 상징하는 재료나 맛을 활용해 맥주를 만들죠.
예를 들면, ‘파인시티세종’은 솔잎 추출액을 사용해 강릉을 상징하는 솔의 향기를 담아낸 세종 스타일의 맥주입니다. ‘국화 바이젠’은 솔, 창포, 국화, 커피 등 강릉의 재료와 맛을 가득 담은 맥주이며, ‘경포 DIPA’는 경포대의 뜨거움과 강렬함을 재현한 IPA입니다.
‘미노리 세션’은 강릉시 사천면의 ‘미노리’라는 마을의 이름을 딴 맥주로, 사천쌀을 활용해 담백하고 깔끔한 풍미를 지닌 맥주입니다. ‘미노리 세션’은 전통주 제조방법인 고두밥을 쪄서 만든 맥주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쌀을 재배하는 ‘미노리작목반’과 업무협약을 맺었으며, 함께 모내기를 하거나 수확을 돕는 등 깊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맥주 외에도 대관령에 위치한 송암버섯농장에서 재배한 버섯을 활용한 ‘송고 버섯 피자’, 강릉의 대표 농작물인 옥수수로 찰밥을 만들어 속을 채운 통닭인 ‘버드닭’을 판매합니다.
강릉의 지역 축제를 기념하는 브랜드
‘버드나무브루어리’는 강릉 주민들이 즐기는 행사를 지원하고 활용합니다. 강릉 주민들과 연결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죠.
풍년을 기원하는 명절인 ‘단오’는 강릉에서 가장 큰 축제입니다. 강릉시는 매년 ‘강릉 단오제’를 개최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합니다.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매년 단오제 행사에 참여해 지역 주민들과 소통합니다. 단오장에 참가해 ‘창포 에일’, ‘창포 세종’ 등 한정판 맥주를 판매하거나, 창포 비누, 오죽 비누를 만들어 무료로 나눠주죠.
또한 이들은 창립 초기부터 ‘정동진독립영화제’에 꾸준히 참가했으며, 맥주 판매수익금을 영화제 발전을 위해 전액 기부합니다. 다른 브랜드가 창립일이나 브랜드만의 기념일을 챙길 때,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지역의 축제를 기념하는 것이죠.
이처럼 ‘버드나무브루어리’는 강릉만이 지니고 있는 자원을 적극적으로 브랜드에 녹여냅니다. 더 나아가 ‘버드나무브루어리’는 지역 주민들과 상생하며 브랜드를 키워가죠. ‘강릉 맥주’라는 타이틀은 지역 주민들과 연결되며 더욱 선명해집니다.
강릉 주민과 함께 쌓는 ‘다움’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왜 강릉 주민들과 연결될까?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지역의 맥주를 너머, 지역 주민을 위한 브랜드를 꿈꿉니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지역 주민과 연결될 수 있을지를 치열하게 고민합니다. 초창기에는 외지 방문객이 더 많았지만, 점차 지역 주민들의 비율이 늘었다고도 밝혔죠.
앞서 언급했듯이 로컬 브랜드의 매력은 로컬에 새로움을 더하는 것입니다. 로컬에 활기를 더해주는 여러 활동들은 로컬 브랜드의 매력을 극대화하죠. 로컬 브랜드가 지역 주민과 연결될 때, 로컬 브랜드의 ‘다움’은 더욱 짙어집니다.
강릉 주민을 위한 공간
‘버드나무브루어리’는 자신의 공간이 독특한 관광지가 아닌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습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이 자신들의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죠.
‘버드나무브루어리’는 지역 서점 ‘말글터’와 함께 지역 주민들이 평일 낮에 책을 읽고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책맥’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이는 책을 사면 무료로 맥주 한 잔을 마실 수 있도록 하는 상품으로, 수익금은 모두 지역 서점에게 전달합니다. 주민들의 문화생활을 지원하면서, 공간에 더 자주 방문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죠.
또한 이들은 지역 주민과 함께 ‘버들상회’라는 도시 장터를 열기도 합니다. 지역 주민들이 정성껏 준비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자신의 공간을 내어줍니다.
이외에도 강릉을 위해 공헌하는 단체를 한 달에 한 번씩 초청해 파티를 여는 ‘강릉 치어스 프로그램’, 지역 주민들에게 맥주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클래스인 ‘맥주 양조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버드나무브루어리’는 지역 주민들과 연결됩니다.
‘버드나무브루어리’는 지역 주민만을 위한 멤버십 혜택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들의 멤버십은 총 3가지입니다. 가입 제한이 없는 ‘백일홍’은 5% 할인을, 강릉 시민이 가입할 수 있는 ‘하슬라’는 10% 할인을, 65세 이상의 강릉 시민이 가입할 수 있는 ‘오죽’은 15% 할인을 제공하죠.
멤버십에 가입하면 맥주 시음회, 교육, 각종 행사 등에 우선 초대합니다. 또한 지역 주민이라면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공간을 무료로 대여할 수 있도록 하죠.
강릉을 빛낸 ‘우리 동네 히어로’를 위해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지역 상생은 헌정 맥주로 완성됩니다. ‘우리 동네 히어로’는 1년에 한 번 지역 사회를 위해서 애써주신 분을 헌정하는 맥주를 만드는 프로그램입니다.
강릉에서 한약국을 운영하며 주변의 어려운 분들에게 한약을 지어주신 주재윤 한약사님, 강릉에서 미용원을 운영하며 동네 고령자들을 위한 이발과 면도 봉사를 하고 계신 이화순 이용원님 등 지역 사회의 영웅들을 조명하죠.
이들의 헌정맥주는 ‘우리 동네 히어로’로 선정된 이들의 취향을 반영합니다. 전통 도자기인 ‘청자’를 좋아하는 분을 위해 깔끔한 라이스 라거를 만들거나, 평소 호박을 가장 좋아하는 분을 위해 늙은 호박이 첨가된 달달한 펌킨 에일을 만들죠. 또한 헌정맥주의 수익금은 ‘우리 동네 히어로’로 선정된 이들이 원하는 곳에 기부됩니다.
지역과 상생하는 움직임은 ‘버드나무 브루어리’가 강릉의 주민들과 연결되는 계기가 됩니다. 그리고 지역 주민과 교류하는 브랜드를 본 외지인들은 진정한 로컬 브랜드로 인정하게 되죠. 진정성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진정성은 사람 이야기로부터
‘버드나무브루어리’의 ‘강릉 맥주’라는 고유한 정체성은 강릉의 맛을 담은 맥주로 드러나지만, 이에 대한 진정성은 강릉의 축제를 지원하고 지역 주민을 위한 헌정 맥주를 만들 때 완성됐다고 생각합니다. ‘버드나무브루어리’와 강릉 주민들 간의 교류에서 비롯한 이야기로부터 이들의 ‘다움’을 더욱 선명하게 경험할 수 있죠.
인간 중심적인 혁신을 중시하는 ‘애플’의 진정성은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에서 느껴집니다. 지구를 위해 사업을 한다는 ‘파타고니아’의 진정성은 내부 구성원이 업무 중 파도를 타는 모습에서 느껴집니다. 자동차에 고객의 개성이 담기길 바라는 ‘미니’의 진정성은 핵심 고객들의 고유한 팬덤 문화에서 느껴집니다.
CEO, 내부 구성원, 팬덤, 고객 등 브랜드 주변 ‘사람’의 이야기로 ‘다움’이 전해질 때, 브랜드의 진정성은 더욱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사람이 보이는 이야기는 진짜로 인식됩니다. 그리고 고유함을 인정받아야 하는 브랜드의 입장에서 사람 이야기는 좋은 소재가 되죠. 브랜드 주변의 사람 이야기에 주목하는 방식이 브랜드의 ‘다움’에 대한 진정성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임을 다시 한번 체감합니다.
사람이 보이는 진짜 이야기
TV 프로그램보다 날 것의 유튜브 콘텐츠를 선호하며, 셀럽의 가식적인 모습이 탄로 났을 때 가장 분노하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이야기를 지닌 인물에 관심을 보내고, 리얼리티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죠.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광고 속 브랜드의 말보다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의 추천과 리뷰를 믿으며, 말뿐인 브랜드보다 함께 실천하는 브랜드를 믿죠. 브랜드가 전해 온 메시지에 모순이 발견 됐을 때 소비자들은 바로 등을 돌리기도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브랜드는 사람이 보이는 진짜 이야기에 주목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날 것의 이야기를 어떻게 고객이 경험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하죠.
이번 글에서 답한 질문들
1 ‘버드나무브루어리’는 왜 강릉을 선택했을까?
‘버드나무브루어리’는 강릉 폐양조장의 맥을 잇기 위해 이를 개조한 수제 맥주 공장과 펍을 세웠습니다. 이들은 강릉의 자원을 활용해 한국적인 수제 맥주를 만들어갑니다. 이들은 강릉의 지역성에 새로움을 더해 고유한 ‘다움’을 쌓아나가고 있죠.
2 ‘버드나무브루어리’는 어떻게 강릉의 색깔을 브랜드에 녹였을까?
‘버드나무브루어리’는 강릉을 상징하는 재료나 맛을 활용해 맥주를 만들고 강릉의 대표 축제와 페스티벌을 함께하며, ‘강릉맥주’라는 정체성을 브랜드에 녹여냅니다.
3 ‘버드나무브루어리’는 왜 강릉 주민들과 연결될까?
‘버드나무브루어리’는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간을 추구하며, 이들을 위한 혜택과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지원합니다. 이처럼 지역 주민과 함께 브랜드를 만들고 상생하는 진짜 이야기는 이들의 ‘다움’을 더욱 선명하게 합니다.
마지막 한마디
사람은 이미지가 아닌 이야기에 감동합니다. 이야기는 깊은 연결성을 만들죠. ‘다움’을 잘 경험할 수 있는 접점 중 하나가 브랜드의 진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주넌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