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예약 서비스, 장바구니가 없는 이커머스?
통계청이 집계한 자료로 보더라도 흐름은 비슷하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7조 8615억 원으로 전년동월대비 6% 증가했다. 2021년 20%대 증가세를 기록하던 온라인 쇼핑거래액은 지난해 10%대로 떨어진 뒤 올해는 한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상품군 별로 보면 여행과 교통서비스 상품의 거래액이 전년동월대비 43.3% 늘어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e쿠폰서비스(40%)와 문화·레저서비스(22.7%)가 뒤를 있고 있다.
출처 : 엔데믹 이후 성장세 ‘주춤’… 여행으로 활로 찾는 이커머스 (2023.06.15, 머니투데이)
보통 우리가 말하는 이커머스는 쿠팡, 무신사, 테무처럼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배송을 통해 상품을 수령하는 ‘상품’ 중심의 비즈니스를 이야기합니다.
최근에는 예약 서비스 이커머스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코로나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은 온라인을 통한 주문/결제가 익숙해졌습니다. 그러다 코로나 확산이 줄어들고, 바깥 활동이 늘면서 익숙한 온라인 주문을 통해서 다양한 서비스를 예약/주문하게 되었습니다. 네이버가 작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좋은 실적의 원인 중 하나로 예약 매출/결제의 증가를 언급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예약 서비스가 상품 이커머스와 다른 점이 하나가 존재합니다.
바로 흔히 말하는 ‘장바구니’ 프로세스가 없다는 점입니다. 예약 서비스 상품은 일반 제품의 커머스와 비교할 때, 각 상품의 재고가 많지 않고, 빠르게 매진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호텔의 스위트룸은 건물을 없앨 때까지 존재할 수 있지만, 1월 25일의 호텔 스위트룸은 1월 25일 전에 예약이 끝나거나, 1월 25일이 지나면 바로 사라지는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예약 서비스 상품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업체마다 제공하는 서비스는 다르게 나타납니다.
장바구니와 위시리스트는 ‘함께 구매할 수 있는가’라는 주문의 기준으로 구분했습니다. 장바구니에 함께 담긴 상품은 한 번에 구매할 수 있으며, 할인정보 및 금액 정보를 제공하는 영역입니다. 반면, 위시리스트의 상품은 ‘찜하기’처럼 사용자가 이후에 다시 찾아볼 수 있지만, 가격/할인 정보 등이 제공되지 않으며 바로 주문으로 연결되지 않는 영역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상품 카테고리 중 티켓은 롯데월드 같은 테마파크나 스키장, 액티비티 등 바우처 형태의 상품을 지칭하는 상품으로 구분했습니다. 이용의 제한기간은 있더라도, 항공권이나 숙박처럼 특정 날짜를 지정해서 사용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그 밖에 항공권이나 숙박이 아닌 서비스 중 패키지여행, 렌터카처럼 날짜가 정해지는 상품을 기타로 분류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업체마다 이렇게 다른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일까요?
위시리스트는 주더라도, 장바구니는 주지 않는 이유
Case 1. 쿠팡 – 장바구니/위시리스트(찜하기) 둘 다 제공하지 않음
국내 이커머스 최강자 쿠팡은 ‘쿠팡 트래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항공권, 숙박, 티켓, 렌터카, 패키지여행 등 다양한 여행/티켓/예약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쿠팡의 여행/티켓 카테고리의 상품은 장바구니에 담는 과정이 없다는 점입니다. 개별 상품을 선택하면, 바로 주문 단계로 넘어갑니다. 항공권과 숙박, 숙박과 렌터카 상품을 한 번에 구매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특히 ‘스타벅스 쿠폰’과 같은 쿠폰 상품 역시 여행/티켓 카테고리에서 제공하면서, 장바구니에 담는 과정 없이 바로 주문으로 넘어가는 구조입니다.
우선 개별상품을 따로 제공하는 구조의 배경에는 주문서의 복잡도를 낮추기 위함으로 추정됩니다. 예를 들어, 쿠팡에서 숙박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구매자와 투숙객 대표자의 정보가 일치하는지 등을 묻는 영역이 주문서에 추가됩니다. 또한 항공권을 예매하는 경우, 탑승객의 이름과 연락처 정보를 묻는 영역이 추가됩니다. 이처럼 상품에 따라 추가로 요청하는 정보가 달라지기 때문에 개별 상품을 분리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다만, 장바구니와 위시리스트를 둘 다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쿠팡은 상품 커머스에서 장바구니와 찜하기 기능을 모두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로켓프레시 상품, 마감 상품 등을 취급하면서, 상품의 가격 변동이나 재고 반영을 빠르게 적용한 경험이 있는 서비스입니다. 이 경우, 소비자가 희망하는 상품을 이후에 구매하거나 혹은 여러 가지 상품을 비교하는 것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쿠팡이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어떤 이유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Case 2. 에어비앤비/마이리얼트립 – 위시리스트만 제공 / 장바구니 제공하지 않음
에어비앤비와 마이리얼트립은 위시리스트 영역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에어비앤비가 위시리스트만 제공하는 것은 충분히 매력적인 UX/UI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에어비앤비는 고객에게 ‘숙박’ 단일 상품만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러 개의 숙박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아서 한 번에 구매하는 케이스는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보면, 장바구니 기능으로 합산된 금액 정보를 보여주는 것보다 위시리스트를 통해 개별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반면 마이리얼트립은 숙박, 렌터카 등 다양한 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위시리스트를 통해서만 구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위시리스트로 이렇게 제공하는 배경은 앞서 언급한 쿠팡처럼, 주문서에서의 고객 경험에 대한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각각의 상품을 주문할 때마다 주문서에서 요청하는 정보들이 달라지기 때문에, 개별 상품 단위로 주문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Case 3. 야놀자 – 위시리스트 제공 / 장바구니 제공
숙박과 놀거리의 대명사인 야놀자는 달랐습니다. 위시리스트뿐만 아니라, 장바구니 기능도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기차는 묶음 상품으로만 구매가 가능해서 기차+숙박 상품의 구매는 가능하지만 기차+숙박+티켓 상품을 구매하면 정책적으로 불가하다는 메시지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숙박+티켓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함께 구매가 가능해서 이 부분이 특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야놀자의 장바구니에서 좋았던 점은 남은 객실 정보를 함께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숙박 상품은 보통의 커머스 상품보다 재고가 적게 관리되기 때문에 빠르게 품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장바구니 기능을 활용했을 때 문제 중 하나가, 얼마 안 가서 상품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야놀자는 고객이 장바구니를 다시 찾았을 때 품절 상태의 상품을 보고 느낄 당혹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미리 남은 재고를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주문서에서는 여러 개의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 각각의 상품마다 개별적으로 필요한 정보는 각각 요청하고, 공통적으로 필요한 영역은 한 번만 제공하는 형태로 효율화했습니다.
끝으로
예약/티켓 상품과 관련한 장바구니, 주문서 영역을 조사하면서 느낀 점은 하나의 정답은 없다는 점입니다. 당장 조사하는 과정에서는 장바구니/찜하기 기능 등 사용자에게 높은 자유도를 주는 야놀자가 제일 잘 만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쿠팡의 저런 방식이 고객의 구매 유도를 높이고, 취소/교환/환불이 번거로운 예약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뒤늦게 구매하면서 옵션/날짜 선택을 실수하는 케이스를 줄이는 효과도 있지 않을까 같은 다양한 가능성을 고민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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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민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