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그랑핸드’는 오프라인 스토어를 고집할까?
2 왜 ‘그랑핸드’의 오프라인 스토어는 모두 다를까?
3 어떻게 ‘그랑핸드’의 고집은 진정성이 될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주넌입니다. 저번 주말, 한 향수 브랜드의 공간에 매료되어 제품을 구매했습니다. 바로 ‘그랑핸드’입니다.
‘그랑핸드’는 브랜딩을 설명하기 좋은 정석적인 브랜드라고 느껴집니다. 브랜드의 고유한 ‘다움’을 고객이 온전히 경험할 수 있도록 하여 결국 진정성을 얻어내죠. 빈도보다 깊이에 초점을 맞춰 온 ‘그랑핸드’는 고객의 일상 속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랑핸드’의 ‘다움’이 선명하게 기억될 수 있는 이유와 브랜드의 빈도와 깊이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향의 일상화를 위해, ‘그랑핸드’
왜 ‘그랑핸드’는 오프라인 스토어를 고집할까?
‘그랑핸드’는 향수부터 캔들, 디퓨저, 사쉐 등 프래그런스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입니다. 2014년에 론칭되었으며, 현재 어느덧 서울에 7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죠. 2015년, ‘그랑핸드’의 향수가 ‘서울 샤넬 크루즈 컬렉션 쇼’의 VIP들을 위한 선물로 제공되기도 했습니다.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향수 시장에서 ‘그랑핸드’는 어떻게 사람들에게 기억되었까요?
일상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향
‘그랑핸드’는 브랜드 네임에 이들의 지향점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그랑’은 순한글로 ‘여럿이서 둥글게 잘 어우러져 살아가자’는 뜻으로 조화의 가치를, ‘핸드’는 전 제품을 수작업으로 만드는 이들의 철학을 담았죠.
이들은 정성스러운 손길이 닿은 향이 고객의 일상 속에 조화롭게 어울리기를 바랍니다. ‘향의 일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죠.
이들에게 향이란 고객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일상 그 자체를 좋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입니다. 향은 삶 속에서 많은 부분을 결정하고,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하죠. 이들은 쉽게 잊히지 않는 향으로 조금 더 나은 일상을 제안합니다.
향이 일상에 스며들기 위해선, 우선 ‘그랑핸드’의 향과 고객의 일상 간의 거리가 좁혀져야 합니다. 향이 고객의 일상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어야 하고, 향이 대변하는 일상을 고객이 경험할 수 있어야 하죠. 고객의 일상과 ‘그랑핸드’의 향이 서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화려함과 멋으로 치장된 향수는 사용자가 동경하는 일상과 이미지를 반영합니다. 그러나 ‘그랑핸드’는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고 있는 구체적인 일상을 담습니다. 담백하고 소소하지만, 고객의 일상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향수인 것이죠.
‘그랑핸드’의 차별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구체적인 일상. 어쩌면 우리가 한 번쯤 마주쳤을 만한 기억에 남는 일상적 상황을 향으로 제안하는 브랜드입니다.
‘그랑핸드’의 입장에서 고객이 경험해야 할 핵심 경험은 바로 ‘향과 구체적인 자신의 일상을 연결 짓는 것’입니다. ‘그랑핸드’는 이 핵심 경험을 제공하는데 몰두하죠.
향에 담은 구체적인 일상 이야기
‘그랑핸드’는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의 향을 고객의 일상과 연결하기 위해 각 향마다 프래그런스 스토리를 붙입니다. ‘프래그런스 스토리’는 향의 탑노트가 무엇인지,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 향이 존재할 법한 구체적인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죠.
다음은 제가 구매한 ‘루시엔 카’라는 향의 프래그런스 스토리입니다. ‘어제저녁부터 내린 비가 그칠 기미를 보여 우산을 챙겨 집 앞 산으로 나갔다. 검갈색으로 변한 흙 길을 평소보다 무게를 실어 밟으면서 느리게 걸어올라 산 중간쯤에 다다르자 소나무 옆 벤치가 보였다. 나무 바로 아래, 물기가 적게 스며든 부분에 걸터앉아 안개비에 가려져 뚜렷한 형상 없이 뭉개진 풍경을 응시하였다.’입니다.
다음은 ‘놀’이라는 향의 프래그런스 스토리입니다. ‘짐 정리를 마칠 때쯤, 어느새 노란 햇살은 낯선 새 집의 안쪽 부엌까지 이미 들어와 있었다. 선물로 받은 홍차와 다기를 꺼내 테라스에 펼쳐둔다. 찻잔에 따를수록 노을빛으로 진해지는 색을 멍하니 바라보다 퍼뜩 생각이 난 듯 주방으로 달려간다. 냉장고에 있는 레몬을 꺼내 얇게 썰어 식기 전에 찻잔에 퐁당 빠뜨린다.’
마치 누군가의 일기장을 엿보는 것처럼 매우 세세합니다. 이렇듯 ‘그랑핸드’의 프래그런스 스토리는 일상과 향을 고객이 쉽게 연결 지을 수 있도록 합니다. 고객은 직접 코로 맡는 향뿐만 아니라 프래그런스 스토리와 자신의 일상의 접점을 찾아나가며 자신에게 맞는 향수를 선택하죠.
이렇게 찾은 향은 고객의 일상 속에서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향이 지닌 이야기와 연결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랑핸드’는 프래그런스 스토리를 다양한 채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향을 전할 유일한 창구, 오프라인 스토어
프래그런스 스토리에서 알 수 있듯이 ‘그랑핸드’는 이들의 향을 고객이 한껏 경험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들이 오프라인을 고집하는 이유도 같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면대면으로 고객과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을 때 향과 브랜드를 온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믿죠.
현재 ‘그랑핸드’는 북촌, 남산, 도산 등 7개의 오프라인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스토어는 론칭 후 7년이 지난 2021년에 오픈하였죠. 이들이 얼마나 오프라인에 진심인지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그랑핸드’는 직접 운영하는 온/오프라인 매장 외에 다른 유통 채널에서 제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올리브영’과 같은 오프라인 드럭 스토어나, ‘29cm’와 같은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에서 제품을 선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현재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만 입점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뷰티 계열의 브랜드 입장에서 외부 유통 채널을 활용하는 것은 빠른 성장의 기회입니다. 그럼에도 ‘그랑핸드’는 ‘향의 일상화’라는 미션 아래, 브랜드가 직접 설계한 오프라인 공간에서 오감으로 향이 설명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브랜드의 ‘다움’을 지켜나가기 위해 큰 제약을 둔 채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죠.
‘그랑핸드’의 오프라인 스토어에서 고객은 향과 브랜드를 한껏 경험할 수 있습니다. 직원은 물론, 인테리어, 제품 진열, 음악까지 디테일한 오프라인 경험 은 일관된 무드를 만들어 냅니다.
이들은 우연히 골목길에서 사쉐를 마주친 순간부터 매장을 나서 집에서 제품을 꺼내보는 순간까지 모든 지점에 의도와 메시지를 담았다고 말합니다. 오프라인의 모든 접점에서 ‘그랑핸드’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죠.
특히 ‘그랑핸드’의 매장 직원은 브랜드와 향을 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그랑핸드’는 이들을 ‘브랜드 전달자’라고 부릅니다. 매장 직원들은 매일 아침 ‘최고의 브랜드를 위해 최고의 전달자가 되자’라고 외친다고 합니다. 이들은 직원이 최고의 광고 모델이자 브랜드 경험의 전부라고 믿죠.
실제로 매장을 방문하면 직원들의 친절하고 편안한 설명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직원들은 프래그런스 스토리, 영감을 받은 영화, 음악 등 향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고객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향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죠. 또한 향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도록, 향을 마음껏 시향 할 수 있는 대용량 샘플을 비치해 언제든 쉽게 시향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그랑핸드’는 고객의 더 나은 일상을 위해 ‘향의 일상화’를 목표로 합니다. 고객이 매일 향을 뿌리는 그 순간이 여러 감정과 기억을 불러일으켰으면 하죠. 고객의 일상과 향을 연결하기 위해 이들은 고객이 향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향에 구체적인 일상의 이야기를 붙이고, 오감으로 향을 경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을 정교하게 다듬죠.
브랜드의 존재이유, 즉 미션인 ‘향의 일상화’를 이루기 위해 행한 ‘그랑핸드’의 노력이 곧 고유한 ‘다움’을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향과 고객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다듬은 프래그런스 스토리와 오프라인 스토어는 ‘그랑핸드’를 가장 잘 드러내는 고객 접점이 되었죠.
고객의 일상과 어긋나지 않도록
왜 ‘그랑핸드’의 오프라인 스토어는 모두 다를까?
‘그랑핸드’는 조화의 가치 아래 향이 고객의 일상 속에 스며들 수 있도록 다양한 접점에 디테일을 녹입니다. 또한 고객의 일상에 주목하는 움직임으로, 이들의 지향점인 ‘향의 일상화’를 드러내죠. ‘그랑핸드’는 일상이라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고객과 관계 맺습니다.
제품과 고객의 조화
‘그랑핸드’의 제품은 그 어떤 제품보다 고객의 일상에 어울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들의 방향성인 ‘향의 일상화’는 제품 곳곳의 디테일로 고스란히 계승되었습니다.
멋있고 새것 같은 느낌보다 어떤 공간에 있어도 어울리게끔 편안한 느낌을 주기 위해 꾸준히 종이나 면 재질의 패키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보틀 위에 면 형태의 라벨이 붙은 디자인은 ‘수제 향수’라는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면서, 일상 속 어디에 위치해도 어울리는 내추럴하고 편안한 디자인이죠.
‘그랑핸드’는 멀티 퍼퓸, 캔들, 디퓨저를 구매하면 원하는 글자를 면 형태의 라벨 위에 도장으로 새겨주는 ‘스탬핑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름, 스펠링, 기념일 등을 표기해 제품을 사용할 때마다 ‘나’와 ‘추억’을 인식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죠. 일상 속에서 향이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켰으면 좋겠다는 그랑핸드의 목표와도 맞물립니다.
이들의 메인 제품이 멀티 퍼퓸인 것도 ‘그랑핸드’ 답습니다. 집, 옷, 사람 어디에나 향을 뿌릴 수 있는 멀티 퍼퓸은 ‘향의 일상화’와 매우 잘 어울리죠.
‘그랑핸드’의 제품은 고객의 일상 속에 자리 잡기 위해, 말 그대로 매일의 일상과 함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디테일을 녹여냈습니다.
스토어와 지역의 조화
7개의 ‘그랑핸드’ 오프라인 스토어는 지점마다 다른 분위기를 풍깁니다. 미니멀한 구성과 소재가 돋보이는 인테리어, 제품 중심의 진열 방식이라는 점에서 형식적 공통점은 지녔지만, 서로 다른 컨셉과 이미지를 내세웁니다.
북촌 점은 한옥에 나무 소재를, 서촌 점은 주택을 개조한 현대식 건물에 인위적인 나무 질감을 사용하였습니다. 남산 점은 통창으로 탁 트인 풍경을 엿볼 수 있지만, 마포 점은 마치 동굴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이들은 각 지점마다 흘러나오는 음악과 각 지점에 어울리는 향 또한 섬세하게 선정합니다.
각 지점의 분위기가 다른 이유는 ‘그랑핸드’가 내세우는 일상과의 조화를, 스토어와 지점이 위치한 지역과의 조화로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지나가는 사람의 눈을 붙잡는 튀는 공간 혹은 지역의 분위기를 해치는 공간이 아닌 골목과 지역의 색에 스며들 수 있고 그 지역과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죠.
각각의 다른 분위기를 내뿜는 오프라인 스토어는 일상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그랑핸드’를 경험하기에 최적의 장소가 됩니다. ‘그랑핸드’의 가장 큰 무기라고 볼 수 있죠. 이들은 고객의 오프라인 스토어 방문을 의도적으로 유도하기도 합니다.
현재 ‘그랑핸드’는 7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방문하여 각 공간의 스탬프를 수집하면 직접 제작한 다이어리를 상품으로 주는 ‘Passport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스탬프를 수집할 수 있죠.
구매를 유도하는 할인 쿠폰 형식이 아닌 다른 공간의 방문을 유도하는 여권 형식이 독특합니다. 오프라인 스토어에 한 번 방문하는 것이 브랜드를 양껏 경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믿는 것이죠.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집니다.
‘그랑핸드 남산’의 경우, ‘그랑핸드’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카페인 ‘콤포타블 커피’와 1층, 2층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고객을 ‘그랑핸드’의 오프라인 공간에서 더 오랫동안 잡아두기 위한 시도입니다.
‘콤포타블 커피’는 ‘그랑핸드’가 추구하는 ‘향의 일상화’를 확장하였습니다. ‘일상에서 음미하는 향의 즐거움’을 ‘마시는 향’을 활용하여 전하고자 하죠. 이러한 확장 시도는 고객이 ‘그랑핸드’라는 브랜드를 더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현재 안국, 남산, 시청 총 3곳의 카페에서 고객과 만나고 있죠.
오프라인 공간을 가장 잘 활용하는 브랜드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CEO인 ‘페데리코 미놀리’는 “럭셔리한 공간이란 게 다른 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올 만큼 흥미롭게 꾸미면, 그게 바로 럭셔리한 공간이에요. 다만 음식과 상품이 필요하죠.”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그랑핸드’는 고객이 방문할만한 공간을 만드는 데 능합니다. ‘그랑핸드’의 지향점을 온전히 담은 7개의 오프라인 스토어, 그리고 이 스토어를 더 자주, 오래 방문할 수 있도록 하죠.
고객의 일상과 관계 맺기
‘그랑핸드’는 고객의 일상에 주목합니다. 고객과 연결될 수 있도록 그들의 일상 속 향 이야기에 귀 기울이죠.
‘Breathe’ 캠페인은 ‘그랑핸드’의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의 하루를 취재한 캠페인입니다. 고객의 일상과 이를 자연스럽게 채우고 있는 ‘그랑핸드’의 제품을 소개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취재한 고객의 이야기는 캠페인지로 제작되었죠.
이 캠페인은 ‘Breathe’라는 동명의 뉴스레터로 이어졌습니다. 뉴스레터 또한 향과 일상을 연결 짓는 모습을 담습니다. 향을 만드는 직원의 이야기를 담는 비하인드 스토리, 그랑핸드 향과 어울리는 산책 코스, 그랑핸드 매장 주변의 방문할만한 곳 등 브랜드 내부의 이야기를 담아내죠. 특별하고 유용한 이야기라기보다 가볍고 편안한 일상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또한 이 뉴스레터는 고객과 관계 맺는 소통 창구가 됩니다. 제품이나 매장 방문 꿀팁을 알려주거나, 독자 투고 글을 받아 뉴스레터에 싣는 등 지속적으로 고객과 소통하고 있죠. 또한 뉴스레터 구독자들만 구매할 수 있는 굿즈를 숨겨놓기도 합니다. 이와 더불어 ‘그랑핸드’는 고객 대상으로 향으로 기억되는 일상의 순간을 담은 필름 사진 공모전을 벌써 4회째 운영하고 있죠.
‘그랑핸드’에게 ‘친근함’을 보여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고객의 일상 이야기에 주목하는 것도 중요하죠. ‘그랑핸드’는 고객의 일상 속에 존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랑핸드’는 향 그리고 일상이라는 두 키워드 아래 고객과 지속적으로 관계 맺습니다.
‘그랑핸드’는 제품과 오프라인 스토어에서 이들의 ‘다움’을 한껏 드러냅니다. 특히 오프라인 스토어는 이들의 강렬한 브랜드 경험이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죠. 더 나아가 이들은 고객의 일상에 주목하며, 고객과 관계 맺습니다. 향과 고객의 일상을 연결 짓기 위한 행보를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죠.
빈도보다 깊이, 고집이 보여준 진정성
‘그랑핸드’의 고집은 어떻게 진정성이 될 수 있을까?
브랜드 입장에서의 노출도, 고객 입장에서의 인지도
‘그랑핸드’는 자신을 매번 거절하는 브랜드라고 말합니다. 다양한 유통채널의 입점 제안과 브랜드의 협업 제안을 거절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들은 자신들의 향이 온전히 경험될 수 있는 곳은 이들이 운영하고 있는 오프라인 스토어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브랜드가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으며, 또렷하게 기억될 수 있는 무대에서만 브랜드를 선보입니다.
고객과의 접점 그리고 유통 채널이 줄어드는 것은 아쉽게 느껴집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브랜드가 노출되고, 더 큰 매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빈도보다 깊이에 초점을 맞추는 ‘그랑핸드’의 움직임이 더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출도와 인지도는 다른 개념입니다. 노출도는 브랜드 입장의 지표입니다. 브랜드가 얼마나 자주, 많이, 널리 전했는지와 관련된 지표입니다. 브랜드와 소비자가 어떤 식으로든 한 번이라도 마주쳤다면 노출도는 상승하죠.
인지도는 고객 입장의 지표입니다. 인지도는 고객이 어떤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는가에 대한 지표이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브랜드는 무엇으로 어떻게 고객에게 기억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노출도는 브랜드 입장에서 더 많이 퍼뜨리는 것이라면, 인지도는 고객 입장에서 더 깊은 인상을 주어 기억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출도에 집중한다는 것은 빈도에, 인지도에 집중하는 것은 깊이에 집중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두 지표 모두 고려되어야 하며, 노출도와 인지도는 별개의 지표가 아닙니다. 분명 두 지표를 모두 고려해야만 하죠.
그러나 노출도는 명확한 숫자와 결과로 증명되지만, 인지도는 쉽게 평가되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노출도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 많아지곤 합니다. 그러나 빈도보다 깊이에 초점을 맞추는 것, 즉 느리더라도 브랜드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고객 접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억에 남는 선명한 브랜드가 살아남기에
브랜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지도입니다. 고객이 브랜드를 기억해 주고, 떠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하죠. 더 자주, 많이 브랜드를 노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억에 남는 인상 깊은 경험과 접점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를 온전히 기억해 줄 수 있는 한 명을 만드는 것이죠.
인지도가 아닌 노출도에 초점을 맞출 때, 브랜드는 흐려집니다. 브랜드와 관련 없는 트렌드에 올라탈 때, 브랜드의 ‘다움’과 어긋난 브랜드와 콜라보를 할 때, 브랜드의 정체성은 점차 옅어지죠. 선명하지 않는 브랜드는 결국 가라앉게 됩니다.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쌓아가고 이를 삶에 녹이려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하나를 소비하더라도 자신의 정체성을 대변할 수 있는지, 내 삶에 녹을 수 있는 취향인지를 고려합니다.
그렇기에 브랜드는 더욱 색이 진해져야 합니다. 누군가의 취향과 정체성을 다듬고 대변하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 말이죠. 고유한 ‘다움’과 지향점을 보여줄 수 있는 깊은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그랑핸드’가 깊이에 초점을 맞춘 오프라인 스토어의 수를 조금씩 늘려나가는 것처럼, 오래 살아남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깊이를 중심으로 빈도가 고려되어야 합니다. 한 명에게라도 기억에 남는 브랜드가 되어야 하죠.
브랜드는 ‘다움’을 한껏 드러낼 수 있으며, 고객이 브랜드의 핵심 경험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는 무대를 찾아야 합니다.
브랜드가 기억될 수 있는 가장 멋있는 무대
고객 입장에서 더 깊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 브랜드가 어느 무대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졌을 때 기억에 남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마치 책을 좋아한다는 점을 어필하기 위해 도서관에서만 만남을 가지는 것과 유사합니다.
반대로 브랜드가 어느 곳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졌을 때 안 좋은 인상이 남을 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매운 것을 먹으면 땀을 듬뿍 흘리는 사람이 엽떡을 데이트 장소로 방문하면 안 되죠.
‘그랑핸드’는 자신을 온전히 인지할 수 있는 접점에서만 고객을 만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오프라인 스토어라는 명확한 무대, 브랜드의 강점을 잘 내세울 수 있는 무대에서만 고객과 만나고 있죠.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기억에 남는 시간을 보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이 ‘그랑핸드’와 ‘향의 일상화’, ‘일상과의 조화’라는 가치를 더욱 선명하게 연결 짓습니다.
‘그랑핸드’는 수많은 제약을 스스로에게 건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그랑핸드’는 ‘다움’을 오롯이 경험할 수 있는 접점과 소재로만 고객과 관계 맺습니다. 그리고 그 접점과 소재의 디테일과 일관성에 더욱 공을 들이죠. 이러한 뚝심이 오히려 고객으로 하여금 ‘그랑핸드’라는 브랜드의 진정성을 느끼도록 합니다.
브랜드만이 줄 수 있는 핵심 경험과 ‘다움’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접점에 대해 고민하는 것.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무대에서만 브랜드를 선보이는 ‘그랑핸드’는 깊은 브랜드 경험을 통해 천천히 깊은 고객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느린 브랜드
고집스럽다. 브랜드에게 있어서 좋은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다움’을 지키기 위해 선명한 행보를 보이고 제약을 두었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노클’이 인스타그램을 운영하지 않는 고집을, ‘뉴발란스’가 미국 자체 공장을 유지하는 고집을 부리는 것과 말이죠.
브랜드가 얻어야 할 것은 ‘고유함’에 대한 진정성입니다. 빈도보다 깊이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길에서 스쳐 지나가는 만남이 아닌 진지하고 유쾌한 식사 자리를 만들어야 하죠. 브랜드를 잘 전할 수 있는 고객 접점을 천천히 잘 늘려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수많은 유혹 사이에서 브랜드의 무대를 잘 골라, 고유함을 유지하고 진정성을 얻어내는 것. 어쩌면 고집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고집 속에서 천천히 공을 들여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요즘 사랑받고 있는 느린 브랜드의 공통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글에서 답한 질문
1 왜 ‘그랑핸드’는 오프라인 스토어를 고집할까?
‘그랑핸드’는 고객과 직접 만났을 때 브랜드와 향을 온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들의 오프라인 스토어는 매우 정교하게 설계되었으며, 그들의 메시지와 제품을 선명하게 경험할 수 있는 접점입니다.
2 왜 ‘그랑핸드’의 오프라인 스토어는 모두 다를까?
‘그랑핸드’는 향의 일상화를 목표로 하며, 조화의 가치를 지향합니다. 제품 패키지에도 고객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디테일을 담았죠. 오프라인 스토어는 각 지역의 색깔과 분위기에 맞게 디자인되었으며, 스토어와 지역 간의 조화를 통해 지향점을 보여줍니다.
3 ‘그랑핸드’의 고집은 어떻게 진정성이 될 수 있을까?
빈도보다 깊이에 초점을 맞췄을 때, 브랜드는 느리지만 선명해집니다. 브랜드가 가장 잘 경험될 수 있는 무대에 공을 들인 ‘그랑핸드’는 더욱 선명한 브랜드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한 명의 고객이더라도 온전하게 브랜드를 전할 수 있을 때, 브랜드는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 한마디
선명함. 고객과 깊이 연결될 수 있는 브랜드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이 브랜드의 선명함을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만의 무대를 찾아야 합니다.
주넌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