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경영이란 게 기획하고 관리하는 일이라면, 이 시간의 길이를 관통하는 것은 사업 모델 – 전략과 숫자일 것입니다. “어떤 행동을 통해 얼마를 벌겠다”는 단순한 것을 주주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엄청난 길이의 ‘경영’이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만듭니다. 이 ‘경영’은 별 게 아니라 “어떤 행동을 왜 골랐고 해보니 어땠냐”, “얼마를 벌기로 했는데 실제 얼마가 나왔냐”를 검증하고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인데, 그 시작에 “목표 관리”가 있습니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라고 했나요? 제조업 시대에 들어 각광받는 이 말은 오늘날 전략기획의 주요한 업무인 “KPI – KEY PERFORMANCE INDICATORS” 즉, 핵심 성과 지표 관리라는 이름의 다소 모호한 과업으로 남게 됐습니다. 무엇을 얼마나 할 지 서로 지켜보자는 거죠. 이것은 하달되거나 반대로 아랫 부서에서 올라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돈을 가진 사람과 실제 하는 사람 간의 정당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것이 지속되는 게 유효한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KPI의 달성은 개인과 조직의 성과로 연결되고, 작게보면(?) 승진과 크게 보면 사업부의 존폐에(우리 나라에 정말 목표 관리로 사업을 의사결정하는 곳이 있을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경영계획을 짜고 성과 합의를 하는 시점에서 이것은 갑자기 중요해지고 갑자기 대충 혹은 정밀하게 하는 것이 되어 버립니다. 그러다보니 서로 간의 대화 수단인 KPI를 정하는 과정에서 나중에 벌어질 오류를 미리 범하는 목표가 세팅되기도 합니다.
뻔한 오류가 기다리고 있는 KPI는 어떤 게 있을까요?
1. 전에 하던 플랫폼의 단기 성과를 유지하는 목표
‘가맹점 수 00개’
시장 변화에 따라 만약 가맹점 사업을 더 안하고 다른 방식으로 유통을 해야 하는 것을 요구받는 브랜드가 이런 목표를 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더 안할 건데, 안 해야만 하는데 당장의 매출 등 단기 실적이 떨어질 것을 염려해서 기존 숫자 유지하느라 사업구조를 안 바꾸는 목표. 혁신할 생각이 없는, 내가 있을 동안에는 그냥 기존에 하던대로 가자고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목표는 없는지 살펴봐야겠습니다.
2. 당장 성과를 알 수 없는 목표
‘000 플랫폼 00개 구축’
직장 내 대표적인 월급 루팡입니다. 그럴듯한 이름의 시스템을 잔뜩 나열하고 그것의 갯수나 그것의 깊이를 목표로 세우지만, 실적과 무관한 것들이죠. 보통 관리자급이나 연구직에서 이런 목표를 세울 때가 있습니다. 이것이 장기적인 변화를 낼 수도 있습니다. 지금 하는 프로젝트가 길면 차라리 기간을 늘려서 마지막 성과까지 기재하는 것이 맞습니다. 물론 이런 프로젝트는 이 분야의 기술적인 사항을 잘 아는 사람이 KPI를 중간 체크해야 합니다.
3. 과정 상의 숫자가 지나치게 강조되는 목표
‘고객조사 00명’
유효한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몇 명 정도만 해도 되는데 억지로 더 채우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것은 실제 실무를 안해본 높으신 분이 양이 많으면 아주아주아주 정확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머릿 속에서 결정할 때 나타납니다. 갈수록 기준 없이 소문으로 더 늘어납니다. “몇 개는 해야 한대”, “몇 개 이하면 인정 안한대”,,,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실제적으로 검증된 것은 하나도 없는 경우입니다. 비용대비 효용이 나는지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4. 사실상 목표라는 게 필요없는 것에 세우는 목표
‘판매율 55%’
재무적인 추세를 예측하기 위해서 필요성을 느끼나, 실무자까지 이래서는 안됩니다. 이것에 시간을 많이 쓸 필요가 없는 일이죠. 수능 공부할 때 목표는 ‘최고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입니다. “나는 300점만 맞을래” 이런 사람은 없습니다. 그건 1차 목표고 누구나 최대한 높은 점수를 얻기 원합니다. 가령 상품을 만드는 조직에서 신규 상품군의 목표 판매율을 55%라고 정한다고 하면, 그게 어떤 유효한 의미를 가질까요? 판매율 55%가 되었을 때 예상 매출이요? 그럴 때 이익규모와 회사의 현금 상황 예측.. 이거는 모르겠으나, 실무자가 55%만 팔릴, 더해봤자 거기서 10% 더 낼 상품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100% 팔리길 바라죠. 이런 데는 목표 설정 하느라 힘 뺄 필요 없습니다.
5. 전략 없이 모든 지표를 다 최고로 세팅한 목표
‘A 상품군 발주액 00% 증가, 금융비용 00% 절감’
자원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정된 자원 내에서 한 방향을 정해서 거기 맞게 사람과 돈을 쏟아 붓는 것이 전략입니다. 그렇지만 생각 없는 리더는 모든 걸 다 잘하겠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 사업의 단계와 형편에서 가장 성과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명쾌하지 않으면, 이런 답이 나옵니다. 가령, 돈을 많이 써야 하는데 사용자본을 줄이겠다든지, 생산공정을 엄청 당기면서 원가까지 낮추겠다든지 등 좋죠. 좋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 하려면 정말 엄청난 혁신이 필요합니다. 장래희망 수준의 계획과 전문성으로는 안됩니다.
6. ‘답정KPI’… 합의가 아닌 목표
‘할인율 30% 감소, 판매율 60% 성장’
재고를 3억 밖에 주지 않고 매출 목표를 4억으로 ‘주는’ 리더도 있습니다. 위에서 떨어지는 답은 정해져있는 KPI는 위의 5가지와는 성격이 다른 아주 안 좋은 경우입니다. 합의가 되지 않고, 동기부여도 되지 않죠. 할 수 있는 역량의 확보가 되었는지 리더가 관심이 없으면 이런 경우 결과는 편법 혹은 퇴사로 이어집니다.
7. KPI는 좋은데… 왜 지금해야 하는지 모르는 목표
‘000은 1달만에 완료, XXX도 1달만에 완료’
한국인은 ‘빨리빨리’. 그래서 목표를 세우면 앞뒤 안보고 ‘빨리하고 보자’식으로 모든 완료 시기를 정합니다. 중요한 것은 상관관계에 따른 시나리오 경영을 하느냐 안하느냐죠. 신용카드 할부도 전에 쓰던 할부가 끝나야 편하게 지를 수 있는데, 프로젝트로 발생하는 비용은 이런 상관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자원도 없는데 빨리빨리 무너지는 이익 구조를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가령 어떤 점포가 수익이 나는 점포인데, 여기 엄청난 비용을 쏟아부었다면 이 점포가 다시 이익을 낼 때까지 지켜보는 게 맞겠죠. 추가된 자산에 또 공사를 해서 자산을 얹히고 점포를 적자점포로 만들 순 없죠. 처음 공사 비용을 결정한 사람도 회사를 잘 다니고 있는데 말이죠. 또 두 개 이상의 프로젝트로 보이지만, 결국 하나인 것도 있습니다. 하나가 하나의 선결조건인 경우가 있죠. 이럴 경우에도 기술을 모르는 리더는 두 가지를 동시에 돌리자고 합니다.
8. 몇 년째 복사하는 목표
’12년도 원가율 40%, 13년도 원가율 40%, 14년도 원가율 40%’
몇 년째 반복되는 KPI는 우리의 끈기가 멋진 것인지, 안되었던 이유를 알고 하는 것인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먼저 그게 앞서서 왜 안되었는지 검증이 되었는지 확인하는 게 목표 설정 전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입니다. 시장의 기회를 잃지 않았다면 목표 자체를 바꾸지는 말아야겠죠?
목표는 계획의 핵심이 아닙니다. 도구이죠. 중요한 것은 이거 더 할 시간에 사업 아이디어를 더 깊이 있게 검증하고 토론하는 것입니다. 목표 조정에 너무 많은 시간(서로 지쳐가는)을 쓰고 있다면은 우리는 ‘사업’을 하는 것인지 ‘경영’을 위해 모여 있는 것인지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