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유튜브 프리미엄, 쿠팡 와우, 네이버 플러스…
우리는 지금 대 구독의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 신문이나 우유 배달, 정수기 렌탈 등으로 시작한 구독 서비스는 동영상과 음악 콘텐츠 등 무형의 디지털 자산으로 확산되고 있고 더 나아가 생필품, 자동차 등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물이나 서비스 등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느냐 보다 더 많고 다양한 경험을 했는가를 중요한 삶의 가치로 여기는 소비자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체험하고 느끼면서 만족도를 높이며 정액제를 통해 사용하려는 만큼만 지출하는 합리적 소비 패턴이 짙어졌다.
또 기업들 역시 고객을 장기로 묶어두고 수요를 예측할 수 있어 안정적인 매출이 보장되기 때문에 소비자와 기업 모두 윈-윈 하는 비즈니스 모델인 것이다.
구독 경제가 성장하면서 수많은 분야와 수많은 서비스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되었고, 자연스레 시장의 규모 역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구독경제 시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여기 수많은 분야와 기업들의 구독 서비스 중 나와 아주 오랜 기간 밀접한 프로덕트가 하나 있다. 바로 Adobe의 구독 서비스인 Creative Cloud (이하 Adobe CC)이다.
Photoshop과 Illustrator 그리고 Indesign으로 과제를 했었던 대학생 시절, 지금이야 UXUI 실무의 대다수는 figma를 사용하지만 figma나 Sketch가 대중화되기 전, Photoshop으로 픽셀 하나하나 따가며 만들어야 했었던 디자이너 신입 시절…
어떻게 보면 Adobe 덕분에 돈도 벌고 또 그때의 경험이 있어 PM에 도전하는 오늘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Adobe의 사업 구조와 서비스 유형 그리고 전략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Adobe의 사업 구조 – SaaS
Adobe는 우리에게 익숙한 Photoshop과 Illustrator를 비롯하여 편집・인쇄 작업 프로그램인 Indesign, 영상 편집・제작 프로그램 Premiere Pro, 모션 그래픽 편집・제작 프로그램인 After Effect 등 디자인, 그래픽 전반에 걸친 분야의 프로그램과 전자 문서의 국제 표준이 된 Adobe PDF와 이를 편집할 수 있는 Acrobat 등을 판매하며 수익을 거두고 있었다. 한 프로그램 당 약 90만 원~100만 원 (포토샵 기준)의 가격으로, 평균 18개월~24개월 간격으로 새 버전을 발표하여 판매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Adobe는 Photoshop 57.21%, InDesign 18.61%, Illustrator 14.22% 등 그래픽 프로그램 시장의 90%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시장을 장악하며 큰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그런데 2011년, Adobe는 돌연 구독 서비스 Adobe Creative Cloud (Adobe CC) 도입을 발표했다. 한 프로그램당 100만 원가량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던 기존의 시스템에서 한 달에 6만 원가량만 지불하면, 어도비의 모든 프로그램들을 사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SaaS)로 전환하겠다는 것이었다.
단순하게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Photoshop, Illustrator 등 한 프로그램 당 100만 원씩 지불해야 했던 상황에서 달마다 6만 원씩만 지불하면 모든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가격적 메리트가 느껴지지만, 발표 당시에는 소비자들의 많은 반감을 사고 있었다.
Adobe CC 반대 청원 / Adobe CC 여론 조사
Adobe CC 도입 반대하는 청원에 5만 명에 달하는 고객들이 서명을 했으며, Adobe의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여론 조사가 60.3%에 달했다.
하지만 Adobe는 2013년, CS6버전을 끝으로 개별 프로그램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Adobe CC 구독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도입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들이 Adobe의 모든 프로그램을 6만 원에 쓸 수 있다는 가격적 메리트를 느끼고, 또 물건을 소유하기보다 필요한 만큼 경험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해지며 Adobe CC는 초기의 반대를 이겨내고 엄청난 수익을 거두기 시작했다.
2013년, Adobe가 비즈니스 모델을 바꾼 이유?
– 확장 단계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었던 Adobe가 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꾼 것일까?
미국의 경제 전문 매체 포브스와 Cantata Media의 보도에 따르면, Adobe가 Saas로 전환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
1. 사용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빠르게 개선하기 위해
기존의 Adobe는 보통 18개월~24개월 주기로 새로운 버전의 제품을 발표하고 판매했었다. 하지만 이는 고객이 각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어떠한 불만이 있는지 반응을 확인하고 빠르게 개선하기 어려웠다.
구독 모델로 전환하면서 더 짧은 시간에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또 지속적인 버전 업그레이드로 인하여 점점 가속화되어 가고 있는 기술 환경에 맞춰 새로운 기술을 제안할 수 있게 되었다.
2. 수익 구조를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Adobe는 18개월~24개월마다 매출이 급증하고 그 사이 기간에는 수익을 예측하기 어려운 수익 구조였다. 하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꾸준하게 거둘 수 있는 구조로 개선하면서, 수익과 현금 흐름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향후 비즈니스를 계획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2021년 기준, Adobe의 수익의 92%를 Adobe CC, 구독 시스템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위에서 언급한대로 100만원이라는 가격 부담때문에 어둠의 경로로 사용하고 있었던 사용자들이 매우 많았었다. 그런데 구독 서비스로 전환하면서 많은 사용자들이 비용을 지불하며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하에 숨어있던 수많은 사용자를 찾아내며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Adobe의 목표는?
– 확장 단계
지난해 가을, IT 업계와 디자인 업계에서 매우 놀라운 보도가 나왔다. Adobe가 200억 달러, 한화로 무려 28조에 이르는 금액으로 UXUI 전문 프로그램 Figma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Figma의 한 해 예상 매출액의 50배가 넘는 금액을 투입하여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심지어 Adobe는 Adobe XD라는 자사 UXUI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소 무리한 금액을 투입하며 인수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처음 GUI 디자이너로 실무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Figma나 Sketch 등 UXUI 전문 프로그램의 대중화가 이루어지기 전이어서, Photoshop으로 픽셀 하나하나 따가며 화면을 그리고 가이드를 쳤었던 기억이 난다.
Photoshop으로도 충분히 작업은 가능했으나 애초에 UXUI를 위해 만들어진 툴이 아니라 사진 보정과 그래픽 작업을 위해 만들어진 툴이어서 많은 화면을 작업하는 데에는 무겁고 속도가 느린 큰 무리가 있었다.
그러던 중 Figma와 Sketch라는 UXUI 전문 프로그램들이 등장하면서 패러다임의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가볍고 안정적이며 UXUI에 최적화된 기능과 협업 시스템으로 단숨에 관련 종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빠르게 시장을 점유하기 시작했다.
1. UXUI 분야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Figma
UXTools라는 해외 포럼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원문 링크 2017년~2018년까지만 해도 Sketch 프로그램이 시장에서 제일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고, Photoshop과 Adobe XD, Figma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19년을 기점으로 Figma 점유율이 매우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고, 2021년 이후부터는 압도적인 위치에 오르게 된다. Adobe는 자사의 Adobe XD를 운영하고 있지만 Figma와 계속적인 경쟁을 하기보다 인수하여 경쟁자를 Adobe의 자산으로 보유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2.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군과 함께하는 Figma의 유저풀을 흡수
UXUI를 위한 프로그램인 만큼, Figma는 단순히 디자이너만을 타겟으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하나의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 함께하는 디자이너, PM, 개발자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모두 Figma를 통해 협업을 하며 작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는 Figma로 화면을 제작하고, PM은 와이어프레임을 제작할 수 있고 개발자는 Figma로 개발 코드 값을 확인하고 또 함께 코멘트를 남기며 소통할 수 있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Adobe는 뒤늦게 Adobe XD를 출시하며 따라잡으려 했지만, 크고 작은 에러들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고 또 시장을 선점한 Figma를 따라 잡기에 역부족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향후 Adobe의 전략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1. Adobe XD의 운명과 Figma 운영 방식
먼저 Figma를 인수하게 되면서 Adobe는 UXUI 툴을 두 가지나 운영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같은 분야의 제품을 두 개나 운영하는 것이 비효율적일 수 있는데, Figma가 Adobe XD 서비스 종료를 발표할지, 아니면 Figma와 XD의 통합이 있을지 매우 궁금하다.
또한 현재 Figma는 부분 무료화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Adobe가 인수하면서 Adobe의 구독 시스템 (Adobe CC)에 포함하게 될지 향후 플랜이 매우 궁금하다.
2. 새로운 사업 분야로 진출 여부
90%에 달하는 그래픽 시장과 UXUI 분야까지 섭렵한 Adobe의 다음 행보가 어떨지 기대된다. 기존의 그래픽 기술의 강점과 UXUI 시장의 장점을 기반으로 메타버스나 AI 등 4차 산업시장의 사업에도 충분히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향후 Adobe가 어떤 시장에 진출하고, 어떤 전략을 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지훈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