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앤디 워홀의 등장
마돈나, 드레이크, 저스틴 비버, 빅뱅, 방탄소년단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열광하는 팝 아티스트, 카우스
‘21세기 앤디 워홀’이라 불리며 작품을 출시했다 하면 바로 품절이 되고 경매에 나온 전시품은 몇십 배가 넘는 가격에 낙찰된다. 글로벌 아트플랫폼 ARTSY에서 뽑은 ‘상반기 전 세계 아트페어 구매 수요’ 순위에서는 무려 2위를 차지했으며, 전 세계 네임드 브랜드들이 카우스와 콜라보하기를 애원하고 있다. 유니클로와 카우스의 콜라보 티셔츠를 구매하기 위해 줄 선 사람들끼리 난투극을 벌인 것도 유명한 일화다.
그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정체는 다름 아닌 아트 토이 ‘컴패니언’이다. 표정은 없지만, 눈에 X자가 그려져 있고, 몸은 미키마우스를 연상시킨다. 누워있기도, 때로는 눈을 가리고 있기도 하며 다양한 포즈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만화 캐릭터를 리메이크한 컴패니언이 인기인데, 그가 그려온 심슨 가족 시리즈 중 ‘킴슨’은 홍콩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에서 최고가인 167억 원에 낙찰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처럼 갤러리들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며 콜렉팅맛집으로 거듭난 카우스, 대체 성공 요인이 무엇일까?
1. 자신의 욕망에 집중한다
브라이언 도넬리, 카우스의 진짜 이름이다. 뉴욕의 명문 디자이너 스쿨인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를 졸업 후 월트 디즈니의 스튜디오 중 하나인 ‘점 보 픽처스’에서 애니메이터로 근무했다. 하지만 밤에 하는 직업은 따로 있었다. 그래피티를 좋아하던 카우스는 여느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처럼 밤마다 담벼락에 몰래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욕망과 상상력을 펼쳤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비밀 하나를 털어놨다. 뉴욕의 공중전화 부스 광고판을 열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카우스는 공중전화 부스와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광고물을 떼와 자신의 캐릭터를 그려 넣기 시작했다. DKNY, 캘빈클라인, 게스 등 브랜드도 다양했다.
사실 사전에 협의하지 않은 일방적인 콜라보이기에 그 역시 소송당할까 봐 겁이 났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대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광고를 넘어 예술작품으로 점차 인정받았다. 순수예술과 상업예술의 콜라보가 대중의 눈높이에 딱 맞았던 거다. 이후 카우스는 법적인 규제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욕망과 상상력을 표현한 아티스트로 칭송받았다.
누구나 한 번쯤 내가 광고나 TV에 나오는 상상을 한다. 하지만 카우스는 상상으로 멈추지 않고 그걸 실현해냈다. 획일화된 시대를 역행하는 엉뚱한 캐릭터로 대중의 호응을 얻은 카우스. 그의 작품은 인간의 욕망을 반영한다.
2. 익숙함을 활용해 독특함을 창조한다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걸 추구하며 자극을 원하지만, 반면에 익숙함도 추구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이러한 면에서 카우스는 익숙함을 기반으로 독창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모든 욕구를 충족시켰다. 표정을 알 수 없는 눈과 독특한 X자 표식, 어딘가 낯익은 몸까지. 대중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익숙하지만 뭔가 좀 다르다’라는 인식은 우리가 브랜딩을 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만들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3. 콜라보로 가치를 높인다
카우스의 작품은 이전에 소개한 케이스티파이와 마찬가지로 꼭 캔버스와 같아 모든 것과 콜라보가 가능하다. 특히 오늘날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관심이 많아 스폰지밥, 세서미 스트리트, 찰리 브라운, 스머프, 심슨 등과 다양한 콜라보를 진행했다. 안 그래도 유명한 캐릭터에 카우스의 색깔을 더했으니 그 가치가 상상 초월로 뛰는 건 당연한 순서다.
4.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인간의 욕망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상상력이다. 카우스가 컴패니언 탄생 20주년을 맞이해 출시한 ‘우주비행사 컴패니언’은 그 상상력을 제대로 반영했다. 기상 관측기구를 타고 상공 41.5km 성층권까지 올라가 무중력 상태에서 2시간을 머문 뒤 지구로 무사 귀환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인간의 생존을 넘어 상상력을 극대화시키는 본연의 욕망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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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결국 진화한다. 그리고 진화의 기반은 욕망과 상상력이다. 우리가 카우스의 작품에 천문학적인 가치를 매기고,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나 이뤄야 할 절대적인 가치를 그의 작품으로 대신 표현하려는 게 아닐까?
박진호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