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 마케팅(Push & Pull Marketing)
의료기기 브랜드 A에 컨설팅 요청을 받았다.
첫 미팅에서 브랜드 및 캠페인 목표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자마자 떠올린 전략은 푸쉬 앤드 풀(Push & Pull), 쉬운 말로 밀당 전략이었다.
푸쉬 전략(Push Strategy)은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마케팅을 하기보다는 마케팅 채널(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의 유통경로)을 통해서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알리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화장품 브랜드가 올리브영을 대상으로 영업을 열심히 해서 올리브영이 다른 제품보다 해당 제품을 더욱 많이 홍보하고 판매하게 만드는 것이 푸쉬 전략이다. 쉽게 말해 마케팅 채널의 등을 ‘떠밀어서’ 최종 소비자에게 마케팅을 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Push’ 전략이다. 풀 전략(Pull Strategy)은 최종 소비자 대상으로 직접 다양한 영업/마케팅 활동을 하는 것이다. 즉 위에서 말한 화장품 브랜드가 올리브영을 통하지 않고 직접 유튜브 및 TV 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알리는 것이다. 최종 소비자를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로 직접 ‘끌어당기는’, 그래서 ‘Pull’ 전략이다. – 필립 코틀러의 <Principles of Marketing> 일부 참조 – |
우리에게 컨설팅을 요청한 의료기기 브랜드 A의 1차 소비자는 의료기기를 구매하는 병원이었고 최종 소비자는 진료를 받는 환자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 고객군을 동시에 타기팅 하되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푸쉬 앤드 풀이 기본 전략이 돼야만 했다. 예를 들어 병원을 대상으로는 학회 및 세미나를 지원한다든지 혹은 직접적으로 의료기기 할인 프로모션을 적극 진행하여 ‘푸쉬(Push)’를 함과 동시에, 소비자들에게는 해당 의료기기의 장점을 부각하는 광고 및 홍보를 진행하여 ‘풀(Pull)’ 하는 것이다.
푸쉬 전략이 성공하면 병원들은 자발적으로 A제품을 고객들에게 알리고 권유하게 될 것이며, 풀 전략이 성공하면 고객들이 A제품이 없는 병원에 지속적으로 해당 제품을 구비할 것을 요청하게 될 것이다. 이 두 전략이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하면 병원에서 A제품을 쓰면 그로 인해 고객들이 A제품을 경험하게 되고 또 고객들이 병원에 A제품을 요청하게 되어 더 많은 병원들이 A제품을 쓰게 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푸쉬 앤드 풀 전략은 이처럼 구매하는 대상과 그것을 최종 소비하는 대상이 다른 업계에서는 특히 효과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반도체 설계/제조 기업인 인텔이다.
‘인텔 인사이드’ 캠페인 전까지는 컴퓨터를 구매하는 일반 소비자들 중 인텔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소비자들은 컴퓨터 브랜드를 보고 구매했지 그 안에 있는 부품들을 따져가며 구매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가전제품을 살 때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그 안에 어떤 브랜드의 반도체와 부품이 들어있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인텔은 386 컴퓨터부터 자사 반도체의 우위를 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알릴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기존의 컴퓨터 조립/제작 업체(이하 OEM 업체)를 대상으로만 진행하던 푸쉬 전략에 국한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최종 소비자들에게 자사의 브랜드를 알리는 풀 전략을 시행하게 된 것이다. 바로 ‘인텔 인사이드’ 캠페인을 통해서 말이다.
인텔은 OEM 업체들 중 ‘Intel Inside’라는 로고를 컴퓨터에 부착하면서 광고를 할 때 ‘Intel Inside’도 노출시키는 업체들에게 보조금을 주면서 일종의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을 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독자적으로도 ‘Intel Inside’를 알리는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하게 된다.
이러한 풀 전략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인텔은 최고급 반도체’, 그리고 ‘인텔 반도체를 쓰는 컴퓨터는 품질이 좋은 컴퓨터’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그 결과 더 많은 소비자들은 인텔 반도체를 쓰는 컴퓨터를 찾게 되었고 그 결과 더 많은 OEM 업체들은 인텔 반도체를 쓰게 되었다.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를 하지 않는 다수의 업체들은 마케팅 채널에만 영업 활동을 하는 푸쉬 전략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다만 푸쉬 전략뿐만 아니라 풀 전략까지 구사하는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난다면 그들의 안정적인 입지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푸쉬’전략에 만족하더라도 끊임없이 ‘풀’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존 F. 케네디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붕은 비가 오지 않는 맑은 날에 수리해야 하니까” 말이다.
캡선생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