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운영하는 사장이라면 ‘나를 복제한 직원이 10명쯤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만큼 회사의 모든 일을 사장 자신이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죠. 사장의 바람과 달리 자신과 같은 능력과 열정을 지니고 전적으로 믿을 사람을 얻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바람은 더 간절해집니다. 사장은 회사의 모든 일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됩니다. 이럴 때 사장은 자신의 역할을 분담할 수 있고 믿을 만한 사람 즉 2인자가 필요합니다.
거의 모든 회사는 자연스럽게 2인자가 있습니다. 마음 맞는 사람과 같이 창업을 했다면 그 사람과 역할 분담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사람이 2인자가 되죠. 홀로 창업하여 회사가 커진 경우는 직급이 높은 사람이 2인자가 됩니다. 창업 초기에 합류해서 고생을 함께한 사람들 중 사장이 가장 신임하는 사람인 것이죠.
2인자라는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사장도 있습니다. 팀제를 구성해 각 팀장이 대등한 위치에서 사장을 보좌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팀제에서도 권한과 비중이 있는 팀장이 있게 마련입니다.
직원들이 2인자를 인정하는가?
문제는 이러한 2인자를 ‘직원들도 인정하고 있느냐?’입니다. 직원들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죠. 2인자의 역할과 권한을 어디까지로 하느냐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직원들은 상사가 자신이 맡고 있는 역할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가를 먼저 봅니다. 회사의 2인자라고 하는데 ‘자신에게 걸맞은 역할을 하는가?’를 본다는 것입니다. 그 능력을 인정할 때 직원들도 진심으로 따르게 됩니다.
자의든 타의든 2인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개 사장의 측근입니다. 주로 창업공신들이 많죠. 창업 때부터 일했으니 회사의 모든 업무를 사장 못지않게 잘 알고 있습니다. 사장이 챙기지 못하는 부분까지 시시콜콜하게 챙깁니다. 이들 중 업무는 꼼꼼하게 하고 잔소리는 하는데 그 위치에서 필요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직원들은 마치 2 명의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느낌입니다.
또 능력이 없더라도 2인자의 위치에 있으면 회사에서 어떤 식으로든 특혜를 받게 마련입니다. 이 특혜에 대해 팀장급의 사람들은 자신과 비교하며 상실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사장의 인정을 받더라도 직원들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2인자라는 완장만 채워 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경력직원 특히, 팀장급이 들어오게 되면 갈등이 발생합니다. 능력도 없는 사람이 사장의 신임을 받는 모습을 보면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업무에서도 사사건건 간섭을 하게 되면 반발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직의 규모가 커졌다는 것은 직무도 세분화되고 그에 따른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사장이나 2인자도 잘 모르는 업무를 수행하게 되죠. 2인자라고 해서 이 사람들에게 ‘아직 우리 회사를 잘 모른다.’라는 식으로 가르치려 들면 충돌이 발생하게 됩니다.
더 나쁜 것은 그 지위를 이용해서 안하무인격 권한 남용을 하는 것입니다. ‘내 뜻이 곧 사장님 뜻’이라는 등의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습니다. 회사 내에서 하는 일도 별로 없는 데다 직원들에게도 함부로 대합니다. 직원들은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라는 식으로 무시해 버립니다. 직원들의 존경은커녕 인간성마저 의심받게 되는 것이죠. 더 큰 문제는 그 사람을 인정한 사장까지 싸잡아 무시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외부에서 2인자를 영입한다면
내부에 인재가 없다고 판단되면 사장은 외부로 시선을 돌립니다. 중소기업에서 2인자의 역할을 할 사람을 외부에서 영입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력서 경력을 보고 연봉만 맞춰 준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외부 인재는 능력 검증이 어렵고 사장이 쉽게 믿을 수도 없습니다. 특히, 경험했던 조직문화에 대한 이해 차이가 커서 적응이 어렵습니다,
실적이 중요한 영업이나 개발 담당 임원을 뽑는다고 하죠. 예전에 큰 회사에서 뛰어난 실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중소기업에서는 지원 환경이 다릅니다. 그 능력과 실적이 새로운 회사에서도 계속 유지될지 알 수 없습니다. 기획이나 관리파트 임원 영입의 경우 회사의 모든 정보를 알게 되고 회사 시스템을 바꾸려 합니다. 회사와 맞지 않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회사를 발칵 뒤집어 놓을 수도 있습니다. 사장은 많은 고민으로 영입을 쉽게 결정을 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다 감수하고 영입한다면 반드시 회사의 비전에 공감하는 사람을 선택해야 합니다. 자신만의 경력이나 비전만을 생각하는 사람을 선택해서는 안됩니다.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 조직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능력은 필수이고 직원들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도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선택된 인재가 능력과 리더십을 발휘해서 회사를 발전시키는 것이 최상이겠지요.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그 사람을 당연히 2인자로 인정하게 됩니다.
2인자의 역할
회사의 2인자는 내부인재이든 외부 영입인재이든 사장과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업무적으로 보완될 수 있는 사람이면 더욱 좋습니다. 사장이 연구개발이나 영업 전문이면 2인자는 기획이나 관리파트를 맡는 것이 적절합니다. 사장이 아버지 역할, 2인자는 어머니 역할로 구분하여 내부 관리를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가족 같은 회사는 맞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스포츠 팀의 감독과 수석코치 역할이 라고나 할까요?
2인자라고 하더라도 팀제나 사업부제의 역할 중 하나를 맡는 것이 좋습니다. 독보적 위치가 아니라 동등한 위치에서 다른 사람들의 견제도 필요한 것입니다. 일부 회사들 중에는 사장 아래로 부사장 또는 전무 이런 식으로 동일 선상에서 이중 보고를 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권력을 과시하는 것처럼 보이고 옥상옥에 지나지 안습니다. 같은 보고를 계속해야 하니 업무효율도 현저히 떨어집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2인자가 직원들에게 롤 모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직원들에게 롤 모델로 삼을만한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직원들은 입사해서 ‘아! 나도 열심히 해서 저 사람처럼 되어야겠다.’라는 상사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배우려 합니다. 롤 모델이 없는 회사는 그만큼 인재를 키우지도, 영입하지도 못한 회사라는 뜻입니다.
사장은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직원들에게는 ‘우리와 별개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강합니다. 그러니 같은 월급쟁이인 2 인자가 롤 모델 역할이 되는 것이 좋습니다. 2인자 역할을 인정하더라도 권한이 남용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합니다.
기업시스템코디(조현우)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