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 슐로모 – 이스라엘의 AI 혁신가
“파자마 입고 아침에 로그인했는데, 누가 나한테 100달러를 결제한 게 보였다. 충격이었다. 진짜로 기뻐서 춤을 췄다.”
이스라엘의 마르 슐로모(Maor Shlomo), 올해로 서른한 살. 그가 만든 것은 코드를 쓰지 않고 말로 설명하면 앱이 만들어지는 도구였다. 첫 매출은 14만 원이었다. 그리고 여섯 달 뒤, 그 회사는 8천만 달러에 팔렸다. 우리 돈 약 1,100억 원이다. 성과에 연동된 추가 지급은 별도였다.
여섯 달이라는 기간이 먼저 눈에 걸린다. 그런데 더 볼 대목은 그 여섯 달 동안 그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안 했는지다. 광고비는 0원이었고, 투자는 받지 않았고, 사람은 거의 뽑지 않았다. 대신 그는 하루 17시간을 앉아 밥 먹는 걸 잊었다. 그리고 이 글 끝에서, 그가 자기 시간의 20~30%를 어디에 썼는지와 대표가 오늘 당장 AI에 넘길 수 있는 관리 업무 네 가지를 적어둔다. 코드 이야기가 아니다.
여섯 달, 그리고 8천만 달러
2025년 2월, 그는 웹앱을 만드는 도구를 내놨다. 이름은 베이스44(Base44). 코드를 쓰지 않고 말로 설명하면 앱이 만들어진다. 요즘 흔히 부르는 자연어 코딩 도구다. 출시 3주 만에 사용자 1만 명, 6개월 만에 25만 명. 광고 예산은 0원이었다. 그리고 2025년 6월 18일, 이스라엘의 웹사이트 제작 회사 위즈(Wix)가 현금 8천만 달러에 이 회사를 사들였다. 한국 매체들도 같은 날 이 거래를 보도했다.
매각 직전인 5월 한 달 순이익이 18만 9천 달러였다. 고성능 언어모델 사용료를 다 내고 남은 돈이다. 적자를 감수하며 몸집을 키우는 흔한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흑자였다는 뜻이다. 다만 이 흑자에는 조건이 하나 붙어 있었다. 사용자가 앱을 만들 때마다 AI 사용료가 나가는 구조여서, 사용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원가도 함께 늘어난다. 이 조건이 나중에 무슨 일을 만드는지는 뒤에서 다시 나온다.
당시 여러 곳에서 “첫 달 매출 15억”이라는 표현이 돌았는데, 정확히는 출시 3~4주 만에 연환산 매출 15억 원 규모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한 달에 15억을 벌었다는 말이 아니다. 출시 직후의 월 단위 숫자이고, 그 뒤 다섯 달 동안 계속 올라가 5월에 순이익 18만 9천 달러가 됐다.
그런데 이 사람의 이력을 보면 그림이 완전히 달라진다.

집중하면 밥 먹는 걸 잊는 사람
그가 자기 몰입을 설명한 문장이 이렇다.
“뭔가에 빠지면 극단적으로 집중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러면 다른 걸 다 잊는다. 베이스44를 만들 때는 하루 17시간을 앉아서 일하고, 밥 먹는 걸 잊었다.” 어릴 때부터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가 아주 심했다고 본인이 밝혔다. 흔히 약점으로 분류되는 조건이다. 그런데 그의 설명을 보면 같은 조건이 반대로 작동했다. 관심 없는 것에는 앉아 있지 못하지만, 걸리는 것에는 열일곱 시간을 붙어 있는다.
여기서 갈리는 것 같다. 자기 조건을 고쳐서 평균에 맞추려는 사람과, 그 조건이 통하는 자리를 찾아가는 사람. 그는 후자를 했다. 뒤에 나오는 선택 두 개가 다 이 성격에서 나온다. 배경을 짚으면 이렇다. 본인이 인터뷰에서 밝힌 바로는 하이파에서 자랐고, 아버지는 방위산업체 엘빗에서, 어머니는 필립스에서 엑스레이와 자기공명영상 장비를 만들었다. 집안이 온통 엔지니어였다. 의료 장비를 만드는 어머니가 나중에 이 이야기의 마지막에 다시 나온다.
이스라엘군에는 탈피오트라는 과정이 있다. 최정예 과학기술 인재를 뽑아 키우는 프로그램이고, 합격 자체가 평생 이력이 된다. 그는 합격했다. 그리고 입대 전에 스스로 재배치를 요청했다. 9년 동안 컴퓨터 앞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다. 대신 그는 군 정보부, 이른바 8200부대로 갔다. 그리고 거기서 만든 자동 분석 도구가 매달 1만 2천 명이 쓰는 정보부 중앙 시스템이 됐고, 정보국장 특별상을 받았다.

제대 후에는 테크니온 컴퓨터과학 엘리트 과정에 합격했다. 그것도 가지 않았다. “제품을 만들겠다”며 창업을 택했다. 그래서 그에게는 학위가 없다. 정규 트랙을 두 번 거절한 사람이라고 하면 반항아처럼 들린다. 그런데 그가 그 시기에 실제로 남긴 건 매달 1만 명 넘는 사람이 쓰는 시스템이었다. 이력서가 아니라 작동하는 물건으로 증명한 것이다. 순서가 그랬다.
7년간 대표를 하고 알게 된 것
2017년, 제대 직후 그는 익스플로리엄(Explorium)을 공동창업했다. 데이터 분석 회사였고, 동업자 두 명과 함께였다. 대표는 그가 맡았다. 7년을 했다. 누적 투자유치는 보도와 집계에 따라 5천만~1억 2천만 달러로 차이가 있다. 직원은 100명 규모까지 갔고, 스물여섯에는 포브스 이스라엘의 30세 이하 명단에 올랐다. 객관적으로 성공한 대표였다. 그런데 그는 그 자리를 이렇게 회상한다.
“영업이며 인사며 그런 걸 관리하는 대표 일이 즐겁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제품 만드는 걸 좋아했다.”
그리고 이 말이 더 뾰족하다.
“다른 사람 돈이 내 회사에 들어와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정말로 불안해진다.”
투자 유치가 실력의 증표로 통하는 세상에서, 그는 그게 불안했다고 말한다. 남의 자본을 지렛대로 쓰는 사람이 있고, 그게 족쇄로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그는 후자였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이 있던 날 그는 8200부대 예비군으로 소집돼 1년을 전일제로 복무했다. 그 사이 회사는 기술총괄이 대표를 이어받았다. 그리고 복무가 끝난 뒤, 그는 자기가 만든 회사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그는 실패해서 밀려난 것이 아니다. 자리가 남아 있는데 안 돌아갔다.

팀을 최소로 줄인 대가도 그는 숨기지 않는다. 외로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네, 정말 외로웠습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힘든 순간이 오면 짐을 나눌 사람이 없다. 동업자들과 세운 앞 회사에서는 서로를 받쳐줬다.” 그런데도 그 방식을 택한 이유를 그는 의사결정 속도로 설명한다. “모두에게 맞는 방식은 아니지만, 초기에는 의사결정이 한곳에 모여 있는 게 최선이라고 본다. 처음 몇 달은 민주적이지 않은 회사인 게 큰 장점이다. 제품 전체를 이해하는 사람이 나뿐이니까.”
냉정한 말이지만 조건이 붙어 있다. 그는 “제품에 크게 달려 있다. 보안 솔루션을 만든다면 이 방식으로는 못 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즉 전부 다 이렇게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한 사람이 전체를 머리에 담을 수 있는 크기의 제품일 때만 성립한다는 조건이다.
시작은 연인의 홈페이지였다
2025년 초, 그는 파트너와 태국을 여행하고 있었다. 그녀는 타투 아티스트였고, 작업을 소개할 홈페이지가 필요했다.

그가 만들어주려 했다. 그런데 기존 도구로는 답답했다. 원하는 모양을 만들려면 결국 코드를 손대야 했고, 안 되는 것이 계속 나왔다. 그때 그의 머릿속을 스친 문장이 이랬다. “언어모델이라면 이걸 만들 수 있을 텐데.” 거창한 시장 분석이 아니었다. 1,100억 원에 팔린 회사의 출발점은 연인의 홈페이지 하나였다.
한 가지 더 눈에 걸리는 대목이 있다. 그는 “그냥 재미있는 걸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한다. 우리는 보통 반대로 한다. 시장 규모를 계산하고, 경쟁 구도를 그리고, 사업계획서를 쓰고, 그다음에 만든다. 그 순서로는 “연인 홈페이지가 안 만들어져서 답답하다”는 신호가 걸러진다. 너무 작아 보이니까. 그런데 자기가 직접 겪은 답답함은 시장 조사보다 정확하다. 최소한 사용자 한 명은 확실하게 있다.
친구 옆에 앉아 깨지는 걸 지켜봤다
초기 사용자를 어떻게 모았느냐는 질문에 그의 답이 이렇다. “친구들한테 써보라고 애원했다. 진짜로 그 옆에 앉아서, 쓰는 걸 보면서 뭐가 깨지는지 지켜보고, 그 자리에서 고쳤다.” 그렇게 첫 열 명을 모았다.
AI로 자동화해서 성공한 이야기의 시작이 가장 원시적인 수동 노동이었다는 게 눈에 걸린다. 사용자 옆에 앉아 있는 일은 자동화할 수 없다. 자동화는 그다음 순서다. 순서를 거꾸로 하면, 아무도 안 쓰는 것을 아주 효율적으로 만들게 된다. 그리고 그는 최소기능제품이라는 통념을 더는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최소기능제품은 이제 별로 안 믿는다. 사람들 주의력이 너무 짧다. 진짜로 쓸 소수를 위해 제대로 된 걸 만들어라.”
허술한 시제품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보다, 제대로 된 것을 적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낫다는 뜻이다. 한 번 실망한 사용자는 다시 오지 않으니까. 마케팅은 링크드인이었다. 매일 개발 과정을 공개했다. 잘된 것만 올린 게 아니다. “실패, 배운 것, 숫자를 숨기지 않고 공유했다”고 한다.

그다음이 영리하다. 자기가 만든 것을 공유한 사용자에게 추가 사용량을 줬다. 사용자가 자기 작품을 자랑하면 그게 곧 광고가 됐다. 광고 예산 0원의 정체가 이거다. 비용이 아예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사용량으로 지급한 만큼 AI 사용료는 나갔으니, 정확히는 광고 대신 자기 원가와 매일 공개하는 수고를 썼다.
그렇게 해서 앞에 옮긴 그 아침이 왔다. 첫 결제 100달러. 그는 “소비자 대상 사업이 이렇게 재미있다는 걸 알았다. 그때부터는 위로 갈 방향밖에 없었다”고 했다. 백 명 회사를 7년 운영하며 기업 영업을 하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14만 원 결제 알림에 춤을 췄다. 계약 규모로 보면 앞 회사가 비교도 안 되게 컸을 것이다. 그런데 기쁨의 크기는 반대였다. 내가 만든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자기 돈으로 사는 경험, 그게 처음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그를 도와주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사람들이 정말로 내가 성공하기를 바랐다. MIT에 있는 누군가는 자기가 거기서 소문을 내고 있다고 편지를 보내왔다.” 부탁하지 않았는데 낯선 사람이 대신 알리기 시작하는 지점. 매일 실패와 숫자를 공개한 값이 여기서 돌아왔다.
코드가 아니라 회사를 자동화했다
여기가 우리에게 가장 쓸 만한 대목이다. 그는 AI에게 코드를 대신 쓰게 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내 시간의 20~30%를 코드 쓰는 게 아니라 사업을 자동화하는 데 쓴다.” 무슨 뜻인지 그가 직접 설명한다. “자동화할 수 있는 건 다 자동화했다. 언어모델이 코드 대부분을 쓸 수 있도록 코드베이스 구조를 짰다.”
이 문장은 두 번 읽을 만하다. 사람이 읽기 좋게가 아니라, AI가 쓰기 좋게 구조를 짰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타입스크립트라는 언어 도구를 일부러 쓰지 않았다고 한다. 개발자에게는 안전장치지만 언어모델에게는 걸림돌이라고 본 것이다. 용도별로 모델을 나눈 것도 실무적이다. “화면은 클로드, 로직은 제미나이”로 보냈다고 한다. 하나의 AI에 전부 맡기지 않고, 각자 잘하는 일에 배분한 것이다. 베이스44 제품 자체는 클로드를 아마존웹서비스 경유로 채택했다. 이유는 성능 대비 비용이었다.

집중을 지키는 방법도 도구로 해결했다. 방해 요소를 차단하는 프로그램을 썼고, 콘텐츠와 게시물을 관리하는 내부용 앱은 자기 제품으로 직접 만들어 썼다. 창업자에게 주는 조언은 한 줄로 압축된다. “시간의 최소 50%는 자기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에 쓰라.” 절반이라는 숫자가 아프다. 대표 일을 해보면 자기가 잘하는 일에 쓰는 시간이 절반은커녕 20%도 안 되는 달이 있다.
그가 100명 회사를 내려놓은 이유가 결국 이 숫자였다.
제품을 만들 때 그가 잡은 기준도 같은 방향이다. “API 키 없이도 최대한 많은 기능을 쓸 수 있게 하려 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뭘 만들려면 이 서비스에 가입하고 저 서비스를 연결하고 열쇠를 발급받아야 하는 과정을 전부 감췄다.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아주 기술적인 사람이라도 정작 시간을 쓰고 싶은 건 만드는 일이지, 여러 서비스에 가입해서 이어붙이는 일이 아니다.”
이 관점은 우리 쪽 일에도 그대로 옮겨진다. 새 도구를 도입할 때 직원들이 실제로 막히는 지점은 기능이 아니라 준비 과정인 경우가 많다. 계정 만들고 권한 받고 연동하는 데서 지쳐 결국 안 쓰게 된다. 그가 남긴 조언 중 대표 입장에서 가장 실용적인 건 이것이다. “누구보다 잘 아는 분야가 있는가? 특정 집단이나 고객층에 접근할 수 있는가? 예를 들어 내가 의사들과 일해봤다면, 이제 의사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 그걸 시도하는 평균적인 사람보다 유리한 지점이다.”
도구가 싸지면 아이디어의 값도 같이 낮아진다. 남는 건 도메인 지식과 고객 접근성이다. 특정 업종 사람들과 오래 일해온 대표에게는 이제 그 경험 자체가 자산이 된다. 만드는 비용이 0에 가까워졌으니까.
“성배를 손에 넣었다”
그가 자기가 만든 것을 어떻게 보는지, 그 표현이 이 사람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과대망상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건 소프트웨어 세계의 성배다. 창업자에게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보다 멋진 일은 없다.” 자기 입으로 “과대망상”이라고 말한다. 겸양을 차리지 않는다. 성공한 창업자들이 보통 운이었다거나 팀 덕분이라고 말하는 자리에서, 그는 성배라는 단어를 꺼낸다.
그리고 이 사람의 무서운 점은, 그러면서 자기가 판 시장의 종말을 함께 말한다는 것이다. “5년 뒤엔 사람이 코드를 쓰는 걸 보지 못할 것이다. 손끝에 AI라는 주니어 개발자가 있게 된다. 업계가 완전히 바뀐다.”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1,100억을 받은 사람이 소프트웨어를 짜는 직업의 종료 시점을 말한다. 자기 성공의 근거를 자기가 부정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정확히는 그 반대다. 그는 코드가 아니라 코드를 만드는 층에 올라탔다고 보는 것이다. 사라지는 건 아래층이다.
그리고 이 문장이 우리 이야기다.
“AI 시대엔 한 사람이 더는 한 사람이 아니다. AI가 생산성을 열 배로 만든다.”
그는 여기서 더 나간다. “코더 부대가 필요 없다. AI가 코드를 쓴다. 거대한 지원팀도 필요 없다. AI가 버그를 스스로 고친다”고 했다. 그리고 자금 조달 없이 굴러가는 한 사람 규모의 기업가치 조 단위 회사도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건 예측이니 그대로 받을 필요는 없다. 다만 그가 여섯 달에 1,100억을 실제로 받은 사람이라는 점은 남는다.
그러면 매각 과정은 어땠을까.
2025년 5월, 그는 위즈 공동창업자 아비샤이 아브라하미의 집에서 세 번을 만났다. 협상이라기보다 서로를 재보는 자리였던 것 같다. “함께 일하면 즐거울 것 같은 직감이 있었고, 우리 사이에 아주 좋은 연결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말도 했다. “이만한 규모 회사의 리더에게서 기대하지 않았던 침착함에 놀랐다.”
그가 매각을 두고 남긴 조언은 이랬다.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앞으로 십 년을 같이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되라. 목표는 팔고 떠나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계약서에 서명한 날에 대한 그의 말이 이렇다.
“위즈에 매각하는 계약에 서명한 날, 이란과의 전쟁이 터졌다. 흥분과 미사일 경보가 섞여 있었다.”
1,100억 원 거래의 서명일에 공습경보가 울렸다. 그 한 달에 겹친 일이 이것만이 아니다. 같은 시기 어머니는 암 항암 치료를 받고 있었고, 그는 뉴욕으로 날아가 연인에게 청혼했다. 인생에서 가장 큰 계약, 가장 큰 약속, 가장 큰 두려움이 한 달에 몰렸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성공담의 실제 배경은 이런 경우가 많다. 결과만 잘라서 보면 여섯 달에 1,100억이지만, 그 여섯 달을 살아낸 사람 입장에서는 전쟁과 병원과 청혼이 같이 있었다.
팔았는데 사는 쪽이 반토막 났다
공식 발표는 초기 대가 8천만 달러였다. 여기에 2029년까지 성과에 연동된 추가 지급이 붙어 있었고, 매각 시점 기준 8명이 된 팀에게는 2,500만 달러 규모 잔류 보너스가 따로 있었다. 초기에는 그 사람 한 명이었고 첫 채용은 매각 약 한 달 반 전이었다.
그다음이 이 이야기에서 가장 반전인 부분이다. 보도에 따르면 베이스44의 연간반복매출은 인수 9개월 뒤 1억 달러를 넘었고, 11개월 뒤에는 1억 5천만 달러가 됐다. 위즈 분기보고를 근거로 한 보도로는 슐로모가 받을 돈도 8천만 달러에서 총 1억 5천만 달러 궤도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같은 기간, 위즈의 주가는 2026년 들어 약 50% 하락했다. 시가총액은 22억 달러로 4년 만의 최저치가 됐다. 팬데믹 때 200억 달러였던 회사다.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날에는 하루에 27%가 빠졌다. 왜 그런가. 보도가 지목한 원인은 실패가 아니었다. 너무 잘돼서였다.
앞에서 짚어둔 그 조건이 여기서 터진다. 사용자가 적을 때는 흑자였지만, 규모가 커지자 구조가 뒤집혔다. 2026년 초 베이스44의 총마진은 사실상 0%였다. 사용자가 앱을 만들 때마다 들어가는 AI 사용료가 받는 요금과 거의 같았다. 매출이 늘어도 남는 게 없었다는 뜻이다.
위즈는 이 성장을 밀어주려고 돈을 부었다. 2026년 1분기 실적 발표를 보면 고객 확보에 약 9천만 달러, 베이스44와 위즈 하모니 슈퍼볼 광고 제작·구매에 약 2,400만 달러를 썼다. 그 분기 매출은 5억 4,120만 달러로 14.3% 늘었는데 회사는 손실로 돌아섰다. 조정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여기에 하나 더 있다. 베이스44가 위즈의 기존 제품을 잡아먹고 있었다. 파트너들이 기존 상품 대신 베이스44로 옮겨가고 있다고 회사가 실적 발표에서 인정했다. 새 제품이 잘되는데 그게 자기 매출을 갈아먹는 상황이다.
싸게 판 걸까, 비싸게 판 걸까?
여기서 질문이 하나 남는다. 인수 11개월 만에 연환산 반복매출 1억 5천만 달러가 된 회사를 8천만 달러에 팔았다면, 헐값 아닌가. 비교 대상이 있다. 같은 분야 경쟁자 러버블(Lovable)은 2025년 12월 66억 달러 가치로 투자를 받았고, 2026년 6월에는 120억 달러대 논의가 나왔다. 리플릿(Replit)은 2026년 3월 4억 달러를 유치하며 90억 달러 가치를 인정받았다 — 여섯 달 전 30억 달러였던 회사다. 매출 규모가 비슷한데 기업가치는 자리 수가 다르다. 그러니 싸게 팔았다는 해석이 성립한다. 실제로 그런 지적이 있다. 그런데 반대쪽 근거가 더 무거워 보인다.
첫째,
마진이 0%였다. 성장하면 성장한 만큼 현금이 빠지는 구조였고, 이걸 버티려면 큰 자본이 필요했다. 추론 비용을 낮추려고 자체 모델을 개발하는 일도, 슈퍼볼 광고를 사는 일도 최소 인원으로는 불가능하다.
둘째,
8천만 달러가 끝이 아니었다. 성과 연동으로 총 1억 5천만 달러 궤도가 됐다. 위험은 넘기고 상방은 남겨둔 구조다.
셋째,
피는 인수자가 흘렸다. 위즈가 분기마다 수천만 달러 손실을 감당하고 주가 절반을 잃는 동안, 그는 현금을 받고 베이스44 대표 자리를 지켰다.
넷째,
종이 위 기업가치는 종이다. 투자 라운드에서 매겨진 값은 그 가격에 실제로 팔아본 값이 아니다. 슐로모가 받은 8천만 달러는 현금이었고, 경쟁사들의 수십억 달러는 아직 장부 위 숫자다.
정리하면 이렇다. 그는 값을 극대화하지 않았다. 대신 시점을 맞췄다. 균형을 위해 덧붙일 것도 있다. 그는 맨손으로 시작한 무명이 아니었다. 초기에는 실제로 그 사람 한 명이었지만 첫 채용이 매각 약 한 달 반 전이었고 매각 시점에는 8명이었다. 그 전에 100명 회사를 7년 운영한 경험, 8200부대 인맥, 포브스 명단이라는 이름값이 있었다. 링크드인 공개 개발이 먹힌 것도 이미 알려진 창업자였기 때문이다. 인수자 위즈도 같은 이스라엘 회사다. 이 조건들을 빼고 “여섯 달에 1,100억”만 가져가면 오독이다.
그리고 그가 판 시장 자체가 아직 논쟁 중이다. 그는 자연어 코딩 도구에 방어력이 없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경쟁 위협으로 동종 스타트업이 아니라 구글을 지목했다. 자기가 판 물건의 미래를 그는 그렇게 본다.

한 사람이 더는 한 사람이 아니다
마르 슐로모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점들을 정리해보자. 크게 다섯가지를 꼽아 본다.
첫째,
줄이는 것도 전략이다. 그는 100명 대표 자리가 싫어서 내려왔다. 규모가 목표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지금 붙잡고 있는 일 가운데 내가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일이 얼마인지 세어볼 수 있다. 그의 기준은 시간의 절반이었다.
둘째,
AI에게 코드가 아니라 관리를 넘긴다. 그의 시간 20~30%가 사업 자동화에 갔다. 반복 보고, 일감 배분, 회의록 정리처럼 사람이 붙어 있던 관리 업무가 대상이다. 코드를 안 쓰는 회사에도 관리 업무는 있다.
셋째,
AI가 쓰기 좋게 구조를 바꾼다. 그는 개발 언어를 골랐고 모델을 용도별로 나눴다. 우리 쪽으로 옮기면, 문서와 데이터를 AI가 읽기 좋은 형태로 정리해두는 일이다. 사람 편의로 쌓인 자료는 AI에게도 안 읽힌다.
넷째,
언제 넘길지 미리 정해둔다. 마진 구조가 자본 싸움으로 갈 사업이면, 값보다 시점이다. 그는 값을 덜 받고 시점을 얻었다.
마지막으로 하나. 앞에서 그의 어머니가 필립스에서 엑스레이와 자기공명영상 장비를 만들었다고 적었다. 그 병을 찾아내는 장비를 만든 사람이, 그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는 매각 대금 일부로 암 연구에 투자하는 기금을 만들어 일곱 개 회사에 넣었다. 본인 말로는 “암이 인류의 가장 나쁜 적이라고 진심으로 믿는다”고 했다. 번 돈을 어디에 쓰기로 정하는 것까지가 그 사람의 판단이었다.
여섯 달에 1,100억이라는 숫자만 남기면 이 이야기는 복권 당첨기가 된다. 그런데 실제로 그가 한 일은 세 번의 선택이었다. 최정예 과정을 안 갔고, 성공한 대표 자리로 안 돌아갔고, 값을 더 부르지 않고 시점에 넘겼다. 세 번 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안 골랐다.

그리고 그가 남긴 말 중 우리가 가장 오래 붙잡아야 할 문장은 성배도, 1,100억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AI 시대엔 한 사람이 더는 한 사람이 아니다.”
이 문장이 무서운 건 반대로도 성립하기 때문이다. 우리 조직의 한 사람이 열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경쟁사의 한 사람도 열 사람이 된다. 그리고 아직 아무 이름도 없는 누군가가, 파자마를 입고 우리 업종의 무언가를 만들고 있을 수도 있다. 그 사람에게 첫 14만 원이 들어오는 아침이 언제일지는 알 수 없다.
같이 보면 좋은 영상 — AI 성공스토리 · 쫑대표의 딸깍일기. AI로 실제 성과를 낸 사람들을 한 명씩 다루는 재생목록이다. 이번 편과 나란히 볼 만한 편으로 직원 2명이 1조를 굴립니다 — 1년 만에 AI 써서 NYT 1면이 된 회사 (MEDVi)를 권한다. 최소 인원으로 큰 규모를 움직이는 구조가 이번 사례와 어떻게 겹치는지 이어서 보면 좋다.
쫑대표(이종대) · 데이터블 / 바이브미디어랩 / 바이브미디어파트너스 대표이사. 2011년부터 16년째 사업 중. 코카콜라·로레알·삼성전자·배민·마켓컬리 등 200여 곳과 일했고, 세바시·매일경제·KAIST·연세대 등에서 100회 이상 강연했다.
해당 콘텐츠는 쫑대표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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